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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섬니악게임즈가 개발한 마블 울버린은 오픈월드 대신 선형적 구조를 택해 밀도 높은 서사와 잔혹한 액션을 구현했다. 로건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분노 게이지를 활용한 전투 시스템과 사실적인 유혈 표현을 도입했다. 스파이더맨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크로스오버 없이 독립적인 캐릭터의 고뇌와 성장에 집중했다
▲ 마블 울버린 이미지 (사진제공: SIEK)
'라쳇 앤 클랭크',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인섬니악게임즈가 오는 9월 15일 ‘마블 울버린(Marvel’s Wolverine)’을 PS5 독점으로 출시한다. 오픈월드에서 벗어나 선형 구조를 선택했고, 혈흔이 난무하는 잔혹 액션을 선보인다. 기존과 많은 부분이 달라진 만큼 인섬니악게임즈가 그려낼 울버린은 어떤 모습일지 많은 팬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21일 진행된 개발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인섬니악게임즈 마커스 스미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마커스 디렉터)가 참여했다.
▲ 인터뷰에 참여한 인섬니악게임즈 마커스 디렉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Q.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마블 울버린'으로 넘어오면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던 개발 방식은 무엇이었는지? 반대로 전작을 개발하며 얻은 경험 가운데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이어간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마커스 디렉터: '마블 스파이더맨'을 개발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캐릭터의 핵심 본질을 플레이어 경험으로 온전히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조는 이번 작품에도 그대로 이어졌지만, 로건(울버린)과 스파이더맨 두 캐릭터의 근본적인 차이점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했다.
스파이더맨은 뉴욕이라는 무대에서 초당 30미터를 날아다니는 민첩한 영웅이다. 반면 로건은 아다만티움 골격 탓에 몸이 매우 무겁고 움직임이 빠르지 않다. 그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적을 처리하기 때문에, 시네마틱한 연출을 보여주려면 카메라를 훨씬 가깝게 당겨야 했다. 또한 로건은 한 지역에 머물기보다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모험가라는 점도 달랐다. 결국 훨씬 더 밀도 있고 개인적인 서사가 필요했고, 그 결과 오픈월드 대신 선형 플레이로 결정했다.
Q. 선형 진행 방식이 콘텐츠 설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마커스 디렉터: 레벨 디자인과 내러티브를 더욱 밀접하게 결합할 수 있었다. 거대한 전투 공간을 제공한 뒤, 플레이어가 잠시 숨을 고르며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정적인 순간을 배치하는 식의 완급 조절이 가능해졌다. 오픈월드에서는 플레이어의 동선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선형적 공간에서는 미션의 흐름을 더욱 섬세하게 기획할 수 있었다.
인섬니악게임즈는 과거 '라쳇 앤 클랭크'나 '스파이로' 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선형적 미션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오래 쌓아왔다. 선형적이라 해도 맵 곳곳에서 수집품을 찾거나 슈트 제작 재료를 얻는 등 탐험 요소는 충분하다. 게임 초반부터 원하는 미션을 다른 난이도로 다시 즐길 수 있는 기능이나 뉴 게임 플러스 모드도 지원한다.
Q. 오픈월드에서 선형 진행 방식으로 바뀌며 플레이 타임이 줄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마커스 디렉터: 플레이어마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서 정확한 평균 플레이 타임을 수치로 확언하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게임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AAA급 내러티브 중심 게임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수준과 비슷하다.
Q. 전투는 프리 플로우 시스템의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스파이더맨처럼 물 흐르듯 이어지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투의 범위가 좁아진 느낌인데, 이렇게 의도한 이유가 무엇인가?
마커스 디렉터: 캐릭터의 근본적인 전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이용해 공중전을 펼치고 적을 벽에 붙이는 등 아크로바틱한 전투를 선보인다. 반면 울버린은 주먹과 발톱, 발차기, 박치기 등 무력 그 자체를 사용한다. 근접적이고 본능적인 전투를 펼치지만, 원거리 대처 등 공격 방식의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울버린의 전투는 근접전 안에서 적들을 저글링하며, 어떻게 체력을 유지하고 분노를 모아 빠르게 처리할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 단순히 주먹질만 하는 게 아니라, 지게차에 적을 차서 찔러 죽이는 등 주변 환경을 이용한 처형 액션도 있다. 전투 시스템과 적 디자인 모두 이런 밀접하고 타격감 있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 난적 속에서 효율적으로 적을 처리하는 것이 핵심 (사진제공: SIEK)
▲ 벽을 이용한 처형 액션 (사진제공: SIEK)
Q. 힐링 팩터 능력은 무적이 된 것처럼 느끼지 않으면서도 강력함을 유지하는 밸런스가 중요했을 것 같다. 이를 게임 시스템으로 구현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했는지?
마커스 디렉터: 개발 초기에는 여타 게임들처럼 전투에서 물러나면 체력이 서서히 회복되는 방식을 테스트했다. 다만 체력이 찰 때까지 기다리는 얌전한 모습은 로건다운 전투가 아니었다. 반대로 플레이어가 원할 때 분노를 터뜨리는 시스템은 재미는 있었지만, 캐릭터를 너무 강력하게 만들었다. 분노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로건의 설정과도 어긋났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두 요소를 결합했다. 적을 공격해 분노 게이지를 쌓고, 체력이 떨어지면 이를 소모해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공격해야 생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셈이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압도당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 체력과 패턴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전투 밸런스를 잡는 데 가장 많은 개발 시간을 투자했다.
Q. 발톱으로 적을 베거나 찌르는 등 유혈과 폭력 묘사가 꽤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수위 조절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
마커스 디렉터: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유혈 표현은 필수적이었다. 물론 신체 절단이나 유혈 표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를 위해 이를 끄거나 줄일 수 있는 접근성 옵션도 철저히 마련해 두었다.
특정 기준을 정해놓고 작업했다기보다는, 직접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며 적정선을 찾았다. 예를 들어 울버린이 적을 잔인하게 고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캐릭터 본질과 어긋난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가로막는 자를 효율적이고 폭력적으로 처치할 뿐, 가학적인 캐릭터는 아니다.
적 캐릭터에게 지나친 인간미를 부여하는 것도 경계했다. 잠입 중 적들의 대화를 엿들을 때 그들의 가족사나 일상적인 고민이 들린다면, 플레이어는 이들을 죽이는 데 도덕적인 부담을 느끼게 된다. 적들은 철저히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존재여야 한다.
▲ 울버린은 위협해오는 적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뿐, 그것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사진제공: SIEK)
Q. 잔혹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것 외에, 플레이어가 진정으로 울버린이 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
마커스 디렉터: 다양한 접근이 필요했다. 먼저 힐링 팩터가 있음에도 모든 펀치와 총격을 온몸으로 느끼며 다시 일어나는 끈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일반인이 감지하지 못하는 냄새와 소리를 맡고 적을 추적하는 동물적인 감각도 구현했다. 또한 플레이어는 정면으로 돌진해 발톱을 휘두를 수도 있고, 덤불 속에서 하나씩 적을 암살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분노 게이지 축적과 멋진 시네마틱 테이크다운이라는 보상도 더했다.
Q. 스파이더맨은 에너지가 넘치고 가벼운 분위기를 띠는 반면, 엑스맨 이야기는 훨씬 어두운 편이다. 이런 차이가 스토리텔링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마커스 디렉터: 울버린은 불완전한 기억과 정체성 혼란을 겪는 매우 복잡한 캐릭터다. 자신이 무기인지, 인간인지, 아니면 뮤턴트인지 끊임없이 고뇌한다. 이러한 진지한 서사와 날카로운 발톱이 만들어내는 폭력성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기 위해, 일찍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이 될 것임을 인지하고 개발했다.
마블 게임인 만큼 오락적인 즐거움도 있어야 했지만, 로건은 피터 파커처럼 전투 중에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유쾌한 인물이 아니다. 그래서 그와 감정적인 마찰을 빚어낼 캐릭터를 짝지었다. 도덕적 잣대가 전혀 다른 세이버투스를 같은 팀으로 배치해 갈등을 만들고, 중립 성향의 미스틱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를 통해 인간과 뮤턴트 간의 갈등을 더욱 깊이 있게 다룰 수 있었다.
▲ 인간과 뮤턴트의 갈등을 다룬 깊이 있는 서사를 담았다 (사진제공: SIEK)
▲ 팀 내 균형을 잡아주는 미스틱 (사진제공: SIEK)
Q. 수많은 엑스맨 캐릭터 중 게임에 등장할 인물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
마커스 디렉터: 처음에는 울버린이라는 판타지를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캐릭터가 누구인지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하지만 서사를 전개하다 보니 특정 캐릭터들은 게임 내에서 마블 공식 설정과 얽힌 과거사를 설명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되거나, 로건과 갈등을 일으키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개발 초기에 중요도가 높았던 캐릭터라도 흐름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제외했다. 반대로 비중이 작게 시작했던 캐릭터가 전체 서사에서 중요도가 커지면서 더 눈에 띄는 역할을 맡게 된 경우도 있다. 게임 개발이 늘 그렇듯 수많은 시도와 수정을 반복하며 현재의 캐릭터 라인업을 완성했다.
Q. 원작 속 진 그레이는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이를 게임 내에 구현하면서 서사적으로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커스 디렉터: 슈퍼히어로 게임을 만들 때 오메가 레벨 뮤턴트처럼 너무 강력한 영웅을 다루는 것은 밸런스 측면에서 매우 까다로운 문제다. 그래서 게임 속 진 그레이는 자신의 능력을 다루는 데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설정했다. 뮤턴트가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하는 세계관 특성상 그녀 역시 힘을 온전히 연습할 기회가 없었고, 플레이어가 진 그레이를 처음 만날 때는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완성형 뮤턴트가 아니다.
▲ 게임에 등장하는 진 그레이 (사진제공: SIEK)
Q. 마블 울버린은 마블 스파이더맨과 같은 세계관(지구-1048)을 공유한다. 두 게임의 연결고리를 암시하는 요소를 게임 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지?
마커스 디렉터: 스파이더맨과 울버린이 직접적으로 교차하는 크로스오버 이벤트는 예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세심한 플레이어라면 게임 곳곳에서 두 게임이 같은 세계관임을 보여주는 익숙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훗날 기회가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배치해 두었다.
Q. 울버린은 영화나 코믹스 등 여러 미디어에서 다양한 복장으로 등장한다. 게임에서도 복장이 꽤 다양했는데, 게임 속 의상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가?
마커스 디렉터: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평범하고 따뜻한 플란넬 셔츠를 입은 로건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웃음). 플레이어 역시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로건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코믹스, TV 쇼, 영화 등 여러 매체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복장을 준비했다. 물론 게임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슈트들도 존재한다.
마스크와 발톱의 형태 등 울버린의 상징적인 특징은 친숙하게 유지하면서도 색상 배치나 디테일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마블 소속 아티스트들이 게임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의상들도 포함되어 있어, 기존 미디어의 인기 슈트와 신규 디자인 모두 팬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마블 울버린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마커스 디렉터: 인섬니악게임즈의 모든 개발진이 전 세계 팬들에게 게임을 선보일 생각에 매우 들떠 있다. 뮤턴트와 로건이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서사에 깊이 공감하며 게임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하루빨리 여러분 모두가 이 매력적인 세계를 직접 플레이하며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