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무작위 전리품, 당신은 행운아인가요?

/ 2

글: 게임메카 듀벳

   전리품 테이블의 비극

 

 어느 검은 사원 공대 이야기

늦은 밤 9시, 무수한 시간과 골드를 들여 검은 사원을 공략해 오던 한 공대는 어느덧 일리단 파밍 공대가 되어 검은 사원의 꼭데기에서 일리단과 마주하고 있었다.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

스킵 버튼도 없는 30초간의 인트로가 끝난 뒤에야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는 멘트와 함께 공격해 오는 일리단. 하지만 그들은 준비가 되었기에 20여분에 걸친 전투 끝에 일리단을 쓰러트린다.

▲준비된 이들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일리단(향년 1만 5천세 이상)

그리고 즐거운 전리품 확인의 시간. 두근대는 마음으로 전리품 담당자가 일리단에게 커서를 가져간다. 그리고 보이는 아이템은..

▲그가 떨군 아이템들

어디선가 한숨과 탄식이 들려온다. 전사와 도적은 아지노스의 쌍날검을, 캐스팅 딜러라면 자르둠이나 굴단의 해골을, 사냥꾼이라면 배신자의 검은 활을 바라고 있었겠지. 오늘도 그들은 허전한 가방만큼이나 텅 빈 마음으로 레이드를 마친다.

 

 니힐름 이야기

니힐름의 이름은 와우를 플레이하면서 레이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와우의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이 적용된 이후 가장 빠른 공략 속도를 보여주었으며 쿤겐(Kungen)과 같은 스타급 플레이어가 속해 있는 곳이기도 하죠(물론 쿤겐이 유명해진 것이 니힐름의 공략 속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초로 일리단 킬을 달성했던 니힐름 공대

이들이 세계 최초로 일리단을 잡은 것이 2007년 6월 6일의 일이었습니다. 니힐름의 홈페이지에 쓰여있는 대로라면 현재까지 일리단을 잡은 횟수가 30회라고 하는군요. 그럼 그들은 얼마나 많은 아지노스를 보유하고 있을까요? 그 답 역시 니힐름의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월 27일, 지금은 하나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되어 버린 니힐름의 홈페이지에 니힐름 공대원 "Neg"가 한 글타래를 게시했습니다. 제목은 "Random Loot; Are You Lucky?"- 직역하자면 "무작위 전리품, 당신은 행운아인가?"정도가 되겠네요. 아래는 해당 글타래를 일부 번역한 것입니다.

무작위성의 전리품, 당신은 행운아인가요?

저는 사람들이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주제 중 하나가 전리품 드랍률의 "불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어쩌면 직업간의 밸런스일지도, 흥마 너프좀!). 와우를 플레이하는 모든 사람들은 레벨, 종족, 직업, 진영이나 플레이 스타일에 상관 없이 이 문제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으리라 봅니다. 우린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캐릭터를 강하게 키우고 싶어하죠. 와우를 플레이해온 지난 삼 년간 공대원과의 대화나 일반 포럼을 통해 전리품과 관련한(사실상 불평불만 가득한) 이야기를 끝없이 해왔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자신들이 획득하지 못했던 아이템에 대해 징징대는(QQing)것이었습니다. 이런 주제는 보통 와우에서 전리품의 랜덤 드랍성에 대해 조치를 해 주어야한다는 결말로 끝나곤 하죠. 하지만 결국엔 똑같은 전리품만이 드랍되고 단순한 `무작위성의` 드랍 아이템들은 여전히 무작위적이더군요. 어떤 녀석을 잡아도 그래요(얼마 전에 블리자드는 모든 인던이 생성될 때 이미 해당 몬스터가 어떤 아이템을 드랍할지의 여부를 거대한 주사위로 결정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니힐름에게 묻고 싶을 것입니다. 니힐름은 몬스터(그것이 25인 공격대를 이루어야만 잡을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따위는 손쉽게 잡아낼 수 있지 않느냐, 라고 말이죠. 물론 무수한 몬스터를 죽여왔지만 전리품에 대해선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몬스터들을 무수히 처치하기 때문에 불평을 하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우리 공대원들을 항상 불만에 가득차게 하는 점은 아무리 일리단을 처치해도 아지노스의 전투검이 단 한 자루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일리단을 지난 주 까지 총 30회 잡았으며 그 동안 아지노스의 전투검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죠. 그동안 무얼 얻었냐구요? 무수한 다른 아이템을 획득했죠.

▲니힐름의 일리단 전리품 표(30회 기준)

다른 아이템들에 한해서는 그다지 이상하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뭐 아지노스의 보루 방패가 10번이나 나온 것은 좀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저흰 다섯 명의 보호특성 기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투검이 0자루라니 터무니없지 않습니까? 수학적으로 따져 볼까요? 알려진 드랍률에 의하면 일리단을 30회 잡을 동안 전투검이 단 한 자루도 나오지 않을 확률은 6%(0.91^30)가 된다는 말인데 우린 그 6%의 확률을 뚫었다는 뜻이란거죠.. (후략)

원본 출처: 니힐름 공식 홈페이지

보시다시피 천하의(?) 니힐름 역시 드랍템 저주의 늪에서 자유롭지는 않은 듯 합니다. 아지노스의 전투검은 주 무기는 커녕 보조 무기조차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니. 몇몇 공대에서는 간혹 아지노스의 전투검 풀셋을 맞추었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들은 정말 운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군요.

 

   해결책? 차선책?

블리자드도 이런 유저들의 원성을 듣고만 있기는 민망했던지 불타는 성전이 시작되면서 부터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아니, 그 전부터 했다고 보는게 정확하겠군요.

 그땐 그랬지

최초의 공격대 인던인 화산 심장부와 오닉시아의 둥지, 검은날개 둥지에서 드랍되는 세트 아이템(티어 1과 2세트)은 `완성된` 아이템을 랜덤하게 드랍했습니다. 벨라스트라즈가 [소용돌이 허리띠]를 두 개씩 드랍하고 크로마구스가 [심판의 어깨갑옷]을 두 개씩 드랍하는 비극이 일어나곤 했죠. 나오는 템은 계속 나오고 안나오는 템은 계속 안나온다, 라는 불평 불만들은 끝 없이 터져나왔습니다.

▲해당 세트 아이템이 저주면 풀셋 맞추기가 그리도 힘들었던 시절


그 다음으로 선보인 방식이 안퀴라즈 사원 세트(일명 티어 2.5세트)와 낙스라마스 세트(티어3 세트)를 통해 소개된 `재료` 드랍 방식이었습니다. 안퀴라즈 사원의 세트를 제작하기 위해선 해당 네임드가 반드시 드랍하는 아이템(예를 들어 쑨은
[고대신의 껍질][고대신의 허물]을 드랍했습니다)과 함께 다른 재료(주로 사원에서 구할 수 있는 우상)를 가져가서 퀘스트를 완료하는 식이었죠. 이는 줄구룹이나 안퀴라즈 폐허의 세트 아이템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방어구 뿐 아니라 무기도 네임드가 재료를 드랍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확장팩이 열리면서 아이템 구입 경로는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정의의 휘장 아이템과 토큰의 도입

첫 번째 확장팩인 불타는 성전이 시작되면서 블리자드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영웅 난이도의 던전이 도입되면서 영웅 난이도의 네임드들이 [정의의 휘장]을 드랍하도록 설정했고, 휘장을 사용하여 카라잔 수준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게 했죠.

▲정의의 휘장으로 아이템은 물론 황천의 근원까지!


또한 티어 세트에는 `토큰` 제도를 도입하여 각 토큰을 사용하여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티어 세트들은 토큰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토큰은 세 종류씩 드랍되어 완성품이 드랍되던 때 보다 버리는 아이템을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별도의 재료를 필요로 하던 안퀴라즈 사원이나 낙스라마스의 세트들과도 달리 토큰만 들고가면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었죠. 나름대로 밸런스를 생각한건지 티어 6세트에서는 토큰의 직업군에 변화를 주기도 했습니다.

 

 2.4 패치, 그리고 태양샘

그리고 불타는 성전에서의 마지막 대규모 패치가 될 2.4 공개 테스트 서버가 구현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플레이어들은 또 다른 아이템 입수 경로를 마주하게 되죠. 바로 아이템과 [태양의 티끌](Sunmote)을 가져가면 NPC가 다른 아이템으로 교환해 주는 방식입니다.

▲아이템을 바꿔 주는 NPC 이르마

예를 들어 천계열 치유량 증가 아이템인 [고요한 투쟁의 바지][태양의 티끌]과 함께 가져가면 주문 공격력 아이템인 [빛나는 투쟁의 바지]로 교환이 가능한 것이죠. 블리자드는 어떤 이유로 이런 방식을 도입했을까요? 아마도 드랍 아이템의 불균형 현상을 조금이나마 조절해 보려하는 노려이 아닐까 싶습니다.

치유량 증가 아이템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공대라면 딜러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공격대 전체의 DPS도 올리기 힘들겠죠. 반대로 딜러용 아이템만 쏟아지는 공대라면 힐러들이 더욱 고생하면서 레이드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버려지는 아이템을 최소화하고 아이템을 보다 균형있게 드랍되도록 하여 공격대 인원들이 시간을 투자한 만큼 골고루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블리자드의 새로운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2.4패치가 본서버에 적용 된 이후에나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전리품의 무작위성도 재미다!

누구든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이 드랍되는 던전을 가게 된다면 그 아이템이 나오길 바랄 것입니다. 5인 던전은 물론이고 더 많은 시간과 골드를 투자해야 하는, 더 좋은 성능의 아이템이 나오는 공격대 던전이라면 그 바람은 더욱 크겠죠. 함께 한 카라잔에서 어떤 이는 초행길인데도 모든 아이템을 갈아치우고 오기도 하는 반면, 다른 이는 확고한 동맹임에도 불구하고 노리는 아이템을 구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무작위로 드랍되는 아이템에 환호하는 사람과 한숨짓는 사람이 공존하는 건 어쩔 수 없는가봅니다.

네임드를 쓰러뜨리고 전리품을 확인하며 환호와 한숨이 교차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무작위 전리품 시스템의 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분 뒤를 짐작할 수 없는 인생처럼 전리품으로 무엇이 떨어질지 알 수 없기에 와우가 더욱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