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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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유지은

[여성게이머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얼마 전, 친척들이 모두 집에 모인 밤. 사내 녀석들이 필자의 플스를 거칠게 다루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찌나 가슴이 쓰라리던지……. 혹시라도 플스에 조그만 흠이라도 나면 어쩌겠는가?

게임 구경할 겸, 플스를 보호 할 겸 그들의 등 뒤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다가 문득 사내 녀석들이 게임을 하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왜 이렇게 못하냐. 줘봐. 누나가 해줄게” 라고 말하며 손을 뻗었다. 그랬더니 녀석들이 하는 말. “누나는 여자라서 게임 못 하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것들이 나의 직업에 대해 알고 있긴 한 건지라는 의문과 여자라서 게임을 못한다는 말에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누나는 게임 못 하잖아` 어떻게 그런 말을...흑흑..

▲친동생이 였으면 바로 날라차기 들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성이 게임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그만 사내 녀석들뿐만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며, ‘여성=라이트 유저’라고 선입견이 생긴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여성들도 충분히 게임을 잘 할 수 있고 남성들만큼 게임에 빠져 사는 여성들도 많다.

그러니 ‘게이머’라는 말에 당연히 남성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몹쓸 생각’은 그만 버리자. 게이머는 당신도, 당신의 여동생도, 어머니도 누구나 될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이번 특집을 통해 진정한 여성 게이머들의 이야기를 다뤄보려 한다.

그럼 지금부터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과 진정한 여성 게이머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자.

여성게이머에 대한 편견!

편견 하나. ‘여자들은 캐주얼 게임만 한다?’

여성들이 게임을 즐긴다고 하면 당연히 귀여운 캐릭터와 배경으로 가득 찬 캐주얼 게임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캐주얼 게임은 조작도 쉽고 어렵지 않으니 딱 여성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따져보면 조작이 쉬운 캐주얼 게임은 여성들만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 구분 없이 ‘라이트 유저’들이 선호하는 게임 아닌가?

또한 여성이 유명한 MMORPG 게임을 한다고 하면 남자들의 반응은 더 가관이다. 여자가 어떻게 그런 게임을 하는지 놀랍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우리 여성들도 충분히 MMORPG의 참 맛을 알고 있으며, 레벨 업과 PK를 통해 느껴지는 전율을 느껴봤다.

▲여자라고 이렇게 귀여운 것만 좋아라 하는 건 아니다!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다

편견 둘. ‘여성들은 온라인게임에서 채팅만 한다?’

여성이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하면 채팅이나 하고 앉아 있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남성들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여자 한 번 꼬셔 보겠다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에게 말 걸어 오는 남성들. 많이 봐왔다.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게임 자체를 즐긴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쉬운 게임 반짝 즐기다 마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참 맛’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편견 셋. ‘여자들은 순발력이 없어서 게임을 못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순발력이 없이 둔해서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에는 절대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들과 게임을 하다 보면 꼭 결정적인 순간에 패드나 마우스를 빼앗겨 버린 경우가 종종 있다.  

▲방향키만 잘 누르면 되는 정말 쉬운 조작방법!

▲그러나 튜토리얼에서 좌절이라니..

하지만 순발력 문제는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가 아닌 한 인간의 순발력이 말썽인 것이다. 남성들 경우에도 순발력이 없어 게임을 할 때 버벅 되는 경우를 수 차례 필자의 이 시퍼런 두 눈으로 확인해 왔다. 그러니 제발 여자들은 둔해서 게임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마라.

한 예로 필자의 주변에 있는 한 남성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알투비트’의 튜토리얼 조차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이를 두고 그는 단순히 리듬감이 좀 부족해서 일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옆에서 계속해서 지켜본 결과 문제는 리듬감이 아닌 항상 0.5초씩 늦게 반응하는 몹쓸 손가락이 문제였다. 나중에 그가 하는 말. “0.5초만 빠르면 완전 올 콤보 할 수 있어”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싶다.

편견 넷. ‘여자들은 캐릭터만 예쁘면 만사 OK?’

여성 게이머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아무래도 ‘캐릭터만 예쁘면 하면 여성유저가 좋아할 것’ 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여성들이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무조건 캐릭터와 게임 분위기만 보고 좋아라 게임을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캐릭터를 따지는 건 남성 게이머들 아닌가? 또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의 캐릭터들은 남성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그야말로 남성들이 선호하는 흔히 말하는 ‘쭉쭉빵빵’이 등장하지 않는 게임이 없을 정도다.

 

▲게임 속에는 이렇게 예쁜 여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편견 다섯. ‘여자들은 조작이 어려우면 손도 못 댄다?’  

또 하나의 편견으로는 여자는 조작법이 어려운 게임은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 조작법이 복잡해 지면 게임 플레이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여성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여성들이 화장을 할 때 손놀림을 보지 못했는가? 단 몇 분만에 사람이 달라지는 화려하고 빠른 손놀림을 말이다. 그러니 조작법만 익힌다면 여성들도 엄청난 실력을 뽑 낼 수 있다.  

▲10분내에 변신 가능한 손놀림을 가진 여성들이라면...

▲이런 복잡한 조작키도 문제 없다

실재 여성 게이머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렇다면 실재로 진정으로 게임을 질길 줄 아는 여성 세 분을 만나 여성 게이머에 대해 얘기해봤다. 그들은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까?

참고로 인터뷰에 참가해 주신 분들을 소개하자면, 뮤 마검사 만렙을 달성한 맹순희씨, 진산마님으로 알려진 무협작가 우지연씨, 게임업체 엔플레버의 이현아 홍보팀장님이 응해 주셨다. 이 분들은 모두 둘 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소문난 게임 광이다.

’여성길마라고 우습게 보지 마라!’ : 뮤의 초대성주 맹순희 씨

먼저 만나 볼 여성 게이머는 맹순희 씨. 앞서 말했듯이 맹순희 씨는 45세의 나이로 뮤에서 마검사 캐릭터 만렙을 달성했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게임은 안하고 여성에게 접근해 오는 남성들이 있어 게임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누렸을 법도 한데 오히려 여성이라 억울한 적이 많았다고 한다.

길마로 활동할 당시 ‘여성 길마’를 모시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길드를 떠나는 길드원이 있었다는 것. 아니 길마는 여자가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고 있나? 특별한 이유 없이 여성이기 때문에 ‘소심하다’라는 멋대로의 선입견 만들고는 그녀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런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리기 위해 길드 내 규율을 엄격하게 하는 등 좀 더 과격하고 추진력 있게 길드를 이끌었다.

▲맹순희씨가 푹 빠져버린  `뮤`

▲뮤의 공성전!!

하지만 게임 내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직접 사람을 만나 해결을 본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만 몇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초대성주전에서 총 7개서버의 길마들을 당당히 이끄는 총연합길마로서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얘기를 결말을 듣고 나니 뭔가 인간 승리, 아니 여성 승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얼마나 카리스마 있고 멋진 모습인가?

그녀는 게임이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제 2의 인생’이라고 말한다. 게임도 하나의 사회 생활과 같다며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가면서 생활의 활력을 얻었고, 나아가서는 자신감까지 얻게 됐다고 한다.  

 게임 내에서는 ‘형님’이 편하다 : 무협 작가 진산마님

두 번째로 만나 볼 여성은 `사천당문`과 `마님이 되는 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작가 진산마님. 진산마님은 그 특유의 하드코어(?)한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아무리 여자라고 밝혀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이제는 아예 게임 내에서는 자신을 ‘형님’으로 부르게 했다고 한다. 남성게이머들의 편견 때문에 본의 아니게 트렌스젠더가 된 셈이다.

 

▲형님!! `형님`이라는 그녀의 별명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진산마님이 가장 즐겨하는 `WOW`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여성이라고 밝히면 ‘님하~구라치지 마셈’, ‘여자가 무슨 게임을 하냐?’ 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 맹순희씨와 진산마님의 공통된 경험담. 이들이 레벨이 높다 보니 믿기 힘들어서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왜? 여자는 온라인 게임 하면 안되냐고~

진산마님은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에 대해 단순히 ‘여성은 ~하다’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일 뿐인데 확대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게임을 한 번 재미를 들리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녀의 설명. 그녀는 게임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상상력 충전소’라는 예쁜 이름을 붙어주었다.

‘저랑 철권 한 판 어때요?` : 엔플레버 이현아 팀장.

자, 이제 세 번째 여성 게이머를 만나보자. 엔플레버의 이현아 팀장은 이전의 소개팅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상대방 남자가 마음에 들어 조심스레 ‘철권이나… 한 판 하러 가시죠?’라고 말했더니 남자 분이 표정은 당황 기색이 역력. 아마도 여자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만약 진짜 철권 한 판 하러 가서 통쾌하게 이겨줬다면 남자 분의 표정은 어떻게 변했을지 상상만 해도 웃기다.

남자들과 게임을 해 보면 자신이 여성에게 진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감을 느낀다. ‘어떻게 내가 여자한테…….’ 라며 분노를 삭히지 못한다. 만약 처음 본 소개팅 남에게 게임 한 판하자고 해놓고 멋지게 이겨줬다면 다음부터는 얼굴 볼일이 없어지려나?  

▲`철권 한 판 어때요?` 해놓고...

▲이렇게 이겨버렸다면... ?

그녀는 여성 게이머에 대한 선입견은 아마도 지금까지도 게임 자체에 대한 진입 장벽이 여성들에게 있어서는 높게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또한 아직까지 사회에 나와서도 게임을 취미로 한다고 하면 색안경 끼고 보는 남자들이 많다며 게임은 남녀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 씁쓸하다. 하지만 그녀들의 게임에 대한 사랑(??)에 놀라기도 했다.

이들은 아직도 게임을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는 것에 대해 이제 게임은 모두가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때문에 더 이상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서 게임에 빠져드는 오타쿠적인 것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모두의 놀이 문화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에 있어서는 남녀 구분 없다!

지금까지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과 이에 대한 실재 여성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여성 게이머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아직도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여성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신문에서 매일 말해 봤자 여성은 라이트 유저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성 게이머들은 그다지 눈에 띠지 않았다. 그만큼 남성들이 게임을 꽉 잡고 있었다고 할까?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을 즐기고 게이머가 되고 있다. 이는 이제 게임이 마니아들만의 문화가 아닌 대중문화로서 자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꼭 ~해야한다` 라는 편견은 이제 그만 버려두자

게임이 어두운 방 한 구석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와 햇빛을 보기 위해서는 여성게이머에 대한 편견도, 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사라져야만 한다. 또한 게임에서 소외돼 있던 여성들이야 말로 게임이 건전한 놀이문화로서 자리잡을 수 있는 데에 한 몫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여, 편견이고 뭐고 신경 쓰지 말고 당당하게 게임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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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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