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게임메카 오재원 [2005.01.08]
최근 게임뉴스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온라인게임의 서비스 소식이나 혹은 업데이트에 대한 발표가 있을 때마다 경쟁상대나 성공모델처럼 언급된 ‘리니지’ 대신 ‘WOW’라는 단어가 척하니 붙어있는 것.
유저폭주로 인한 잦은 서버다운사태와 그로 인한 대기표의 등장으로 온라인게임도 줄서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알린…(아닌가?) 그리고 서비스 시작 2주도 안되 신규유저 가입을 막아버린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 2004년 11월 12일 오픈베타 이후 보여주고 있는 WOW의 활약은 과거 국내에 상륙한 서구식 MMORPG들의 연이은 흥행참패와 비교하면 눈이 부실 정도다.
국내 게임시장에 WOW가 서구식 MMORPG의 새로운 세계를 성공적으로 알리고 있을 때 본가인 북미에서는 ‘에버퀘스트 2’(이하 EQ2)라는 강력한 경쟁작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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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MORPG의 제왕 `에버퀘스트`의 후계자 `에버퀘스트 2`.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한 개발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
현재까지의 성적
WOW ★★★★★ / EQ2 ★★★☆☆
전작인 에버퀘스트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2004년 11월 9일 첫 정식서비스 이후 EQ2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오히려 냉담했다. 그 일례로 패키지의 포함된 시디키를 이용해 계정을 생성하는 북미온라인게임시장에서 서비스 첫주 북미 PC타이틀 판매순위 1위에 등극한 것을 마지막으로 EQ2는 판매 순위 TOP 10에서 그 모습을 감춘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스팟을 비롯한 많은 해외매체에서 평가한 점수도 무난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고 게임을 접해본 기존 에버유저들은 대중성을 생각한 나머지 원작의 향수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처음 접하는 게이머들은 게임시스템이 여전히 복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반대로 EQ2의 정식서비스 일자인 11월 9일보다 하루 빠른 11월 8일 오픈베타테스트가 시작된 WOW는 게이머들로부터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으며 11월 28일 발매와 동시에 25만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현재까지 MMORPG 단일판매량 최고기록과 북미판매순위 10위권 안을 유지하며 EQ2보다 WOW쪽에 더 많은 유저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승리의 열쇠는 대중성?
WOW ★★★★☆ / EQ2 ★★★☆☆
WOW와 EQ2의 승패는 이미 개발단계에서 갈라졌는지도 모른다.
우선 시각적인 부분인 게임의 그래픽에서부터 WOW와 EQ2는 큰 차이를 보인다. 만화를 연상시키는 텍스처와 쉘쉐이딩 기법을 활용한 캐릭터는 원작인 워크래프트 3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되 블리자드의 게임의 특징인 ‘대중적인 사양의 PC에서 최상의 그래픽을 보여준다’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쉐이더와 범프맵핑, 고해상도 텍스처를 활용한 EQ2는 ‘우리는 1~2년 뒤에 등장할 온라인 게임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라는 말처럼 둠 3를 능가하는 고사양 PC를 요구했다.
이같은 EQ2의 요구사항은 자신의 수입으로 PC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성인게이머가 타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EQ2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PC를 갖고 있는 게이머들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WOW의 특징 역시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또 퀘스트를 풀어나가는 개발자의 요구방식에 따른 비교에서도 WOW와 EQ2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WOW의 퀘스트 진행은 매우 유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각 지역을 레벨별로 분리하고, 그 레벨에 배워야하는 지식과 사냥해야하는 몬스터를 적절하게 배치, 이야기와 함께 묶어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마치 싱글게임을 즐기는 것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와 달리 EQ2의 퀘스트 진행방식의 핵심은 바로 탐험이다. WOW처럼 1단계 마을 -> 2단계 마을 -> 3단계 마을과 같은 식의 진행보다는 거대한 도시 안을 탐험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퀘스트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재미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유도는 처음 게임을 시작하는 유저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즉 WOW의 퀘스트와 모험이 선생님이 내준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가는 방식이라면 EQ2의 퀘스트와 모험은 말그대로 새로운 신세계를 모험하며 퀘스트를 찾고 수행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EQ2에선 사전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방향을 잃고 표류해버리기 쉬운 구조로 MMORPG 입문자들에게 난해한 구조를 보여준 탓에 ‘신규유저 유입부문’ 에선 WOW에 승기를 넘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EQ2 역시 피난민의 섬을 통해 초보자도 좀 더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2차 직업퀘스트가 끝나는 레벨 10 이후에는 직접 발로 뛰어 퀘스트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WOW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보 게이머가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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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Q 2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직업분화와 퀘스트에 따른 자유도에 있다 |
▲ 단순히 색과 크기만 바꾼 몬스터가 아닌 새로운 지역에 어울리는 이색적인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탓에 탐험을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
서버운영능력
WOW ★★☆☆☆ / EQ2 ★★★★★
흥행과 비평면에서는 WOW가 EQ2에 비해 월등한 결과를 얻고 있지만 다음세대의 MMORPG가 보여주어야 할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플레이 방식의 제시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우선 서버 운영방식에서부터 WOW와 EQ2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WOW의 경우 인원수가 제한된 여러 개의 서버를 두어 유저들이 서버를 선택해 접속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으며 많은 숫자의 게이머가 몰릴 경우 사냥터 내의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로 번호표 제도와 인스턴스 던전(개인, 파티를 위한 전용 던전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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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티지 11] |
[에쉬론즈 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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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경매장 시스템과 인스턴스 던전의 경우 파이널 판타지 11와 에쉬론즈 콜에서 이미 선보인 시스템이라 새롭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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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2 역시 캐릭터 생성 서버를 선택하는 단계까지는 동일하지만 일단 게임에서 구현되는 운용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EQ2의 한 서버당 수용능력은 약 2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WOW와의 단순비교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이러한 동시 접속자들이 WOW 오픈 첫날처럼 초보존에서 시작된다면 말그대로 악몽이 따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정식서비스 첫날 도착한 초보자 지역인 피난민의 섬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유저수는 고작 30여명에 불과했다. 이는 EQ2가 선보인 인스턴스 존 시스템으로 인한 것인데 서버에 접속하는 인원수를 제한하기 보다는 특정 지역에서 원활하게 사냥이 가능하다고 파악되는 인원수만큼 제한을 걸어두어 일정 숫자 이상 유저들이 지역에 유입되면 마치 인스턴스 던전처럼 그 지역으로 이동하는 유저들을 위한 새로운 존을 생성해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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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인스턴스 존의 개념을 갖게 됨으로 렉과 과도한 유저수로 인한 문제를 방지했다 |
▲ 대규모의 인스턴스 던전만을 지원하는 WOW와 달리 소규모의 던전도 인스턴스 던전으로 지원해 유저간의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
이로 인해 많은 유저수가 몰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냥터쟁탈전 혹은 신규지역 추가로 인한 특정에 과도하게 발생하는 서버과부하를 막고, 유저들이 최상의 게임환경에서 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될 만하다.
어쨌든 서버운용부분에서 뚜껑이 열린 결과는 EQ2의 승리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미 상용화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북미지역의 WOW는 아직도 일부서버에서 불안한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대기표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EQ2 역시 문제가 아예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서버운용능력은 최상급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시스템( PVP VS PVE)
WOW ★★★☆☆ / EQ2 ★★★★☆
WOW와 EQ2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게임의 목적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WOW에 존재하는 수많은 퀘스트와 아이템 그리고 게이머들이 레벨업을 하는 목적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단어에 도착하게 된다. 바로 ‘PVP’(플레이어 VS 플레이어)다.
WOW의 핵심은 호드와 얼라이언스 두 진영의 대립으로 인한 전쟁의 묘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저들의 갈등과 경쟁심, 그리고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시스템들은 세계관으로 정당화된 시스템이다.
WOW의 특징인 유기적인 지역구조만 보아도 그렇다. 레벨 20 지역부터 양진영간에 무차별 PK가 가능한 분쟁지역으로 변화하고 30부터는 본격적으로 같은 지역에서 퀘스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게 구성함으로써 언제 상대진영의 플레이어로부터 공격받지 모르는 긴장감과 함께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현재는 구현이 되지 않았지만 이후 상대진영의 플레이어를 죽임으로 얻게 되는 다양한 메리트를 봐도 알 수 있듯 대립과 갈등을 게임의 핵심요소로 자리잡게 한 것이 WOW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쟁에 관한 구체화된 퀘스트와 보상조건이 마련된 것이 아니고 무분별한전쟁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아 오히려 즐거움이 돼야 할 게임이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고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EQ2의 경우 수많은 퀘스트와 아이템 그리고 게이머들이 레벨업을 하는 목적을 하나의 선으로 모으면 ‘PVE’(플레이어 VS 환경)와 ‘IPVP’(간접 플레이어 VS 플레이어) 라는 단어에 이르게 된다.
EQ2 역시 선과 악, 두 개로 구분된 개념은 WOW와 동일하나 두 개의 달 중 하나인 루클린이 파괴되면서 떨어진 조각들로 인한 대재앙을 겪은 뒤에 다시 문명을 재건하기 시작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상대방 진영에 대한 견재보다는 환경적 적들에 대항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모험을 진행할수록 게이머는 도시 내에 다양한 사회집단과 관계를 맺게 되며 다양한 NPC세력과 대항 혹은 연합한다는 느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특정하게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어떤 사회그룹(퀘스트를 통해 진영을 바꿀 수 있다)과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새로운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를 선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런 PVE 요소를 바탕으로 한 간접적인 플레이어의 경쟁인 IPVP가 매력적인데 직접적으로 치고박고 싸우는 PVP가 아닌 길드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한정 퀘스트(Writ Quest)를 부여, IPVP점수를 쌓아 길드하우스를 구입하거나 IPVP포인트를 이용한 전용아이템을 구매하는 등 퀘스트를 이용한 길드간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EQ2의 IPVP는 길드의 목적성을 더하고 갈등과 대립보다는 길드원의 협동을 통해 다른 게이머보다 지휘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구현인 WOW의 PVP요소들과 달리 EQ2의 IPVP요소는 정식 서비스 당시에 완성된 상태로 고레벨게이머와 중소길드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최근 대두되기 시작했다.
업데이트 방향에 따른 시장성
WOW ★★★★★ / EQ2 ★★★★★
현재까지는 WOW가 앞서가는 분위기지만 온라인 게임의 수명은 매우 길기 때문에 이후 업데이트와 진행방향에 따라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WOW는 블리자드가 10년의 세월동안 쌓아온 워크래프트의 세계를 바탕으로 패키지팬들과 MMORPG팬들을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을 뿐더러 서구식 MMORPG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Q2의 경우 초기 에버를 처음 접해본 유저들과 에버 마니아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과감한 업데이트를 통해 점점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고 높은 자유도와 새로운 시스템들을 무기로 신규유저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WOW의 잦은 서버다운과 유료화 이후에도 지속되는 대기표 정책, 전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PK에 대한 불만, 최고레벨을 달성한 이후 추가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로 인해 WOW유저가 EQ2로 옮겨온 부분도 있다
WOW의 경우 앞으로 추가될 배틀필드 등을 통해 PVP요소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고, EQ2는 지속적인 퀘스트 업데이트와 크래프트 시스템의 강화작업을 통한 새로운 재미를 추가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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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자드는 확장팩을 통해 원작의 작품성 이상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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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퀘스트 역시 마찬가지 원작을 압도하는 리뷰점수를 받은 확장팩 쿠낙의 폐허는 물론이고 완성도 높은 확장팩들은 왜 5년간 MMORPG의 제왕자리를 지킬 수 있었는지 알게 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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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확장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거듭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후 WOW와 EQ2중 누가 진정한 승자로 거듭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두 작품 모두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