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느냐?”(王侯將相寧有種乎)
누구나 한번쯤 이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게 다 노무현(혹은 이명박) 때문이다.”라는 말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여러 번 들었을 법한 말인 것인 만큼은 확실하다. 먼저 이 말의 출전을 찾아보자면 고대 중국 진(秦)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秦) 최초로 난을 일으킨 인물이 있으니 그들의 이름은 진승(陳勝)과 오광(吳廣)이다. 그 들이 일갈하길 사람은 다 똑같이 태어났으므로 누구나 때를 만나면 왕과 제후, 장수, 정승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들의 최후는 비참하였지만 그들은 중국최초의 농민혁명정권까지 수립하고 왕까지 해먹으며 역사에 강한 인상과 함께 그 이름을 남겼다. 어찌 이들 뿐이랴. 고려 시대 만적이 난을 일으키며 부르짖던 말 역시 “왕후장상이 씨가 따로 있느냐” 였다. 고대 로마에서 반란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 역시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자고로 신분제에 얽매여 있던 이들에겐 모두 이 말이 통용되었으리라.
물론 오늘날에는 신분제가 철폐되어 법적으로는 만인이 평등한 세상이다. 하지만 법적인 신분제가 없어졌지 사회적인 신분과 차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서민이 죄인가요

▲ 인민의 F4 김정남, 우리는 서민이라 다행이에요
게임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인공의 씨가 따로 있어 일부 기득권층이 게임 내의 왕후장상을 다 해먹고 있기에 그 외 캐릭터는 그저 주인공에게 썰리는 역할이거나 한낱 레벨업의 제물이 될 뿐이니 매우 통탄할 일이다 하겠다. 현재 무섭도록 닥쳐오는 경제한파의 여파는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잡 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일부 주인공계층의 주인공 독점은 실로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주인공의 씨가 어찌 따로 있겠느냐?”
오늘 기사에서는 그동안 비주류로 구분되었던 지나가던 캐릭터들이나 소외된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발굴 육성시킨 게임을 통해 잡 셰어링을 모범적으로 표현하고 누구나 노력하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한 희망의 미담들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일부 기득권 주인공계층을 대신하여 서민층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모범 사례로 꼽힐만한 게임을 꼽아보자면 꽤 오래전인 1993년 SFC용으로 발매된 ‘톨네코의 대모험’을 첫 손에 꼽을 수 있겠다. ‘톨네코’란 인기 RPG게임인 ‘드래곤퀘스트4’에 등장하는 무기상인의 이름이다. 단지 소상공인에 불과한 ‘톨네코’를 발굴하여 일약 게임의 주인공 자리에 앉혀준 춘소프트의 용단에 박수를 먼저 보내는 바이다.
게임의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톨네코가 이상한 던전을 탐험하면서 돈과 아이템을 모으는 것이다. 엔딩으로 말하자면 가게를 확장시켜 세계 제일의 무기상인이 되는 결말이다. 보통의 용자물의 세계를 구원하는 뻔함보다 오히려 특색 있고 마음에 와 닿는 결말이다. 세계 제일의 무기상인이 어찌 맨 손으로 되겠는가. 최강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최강의 무구가 필요하고 그 무구를 찾기 위해 모험을 하는 톨네코의 이야기이다. 어찌 용자가 되어 마왕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하는 것만이 능사겠는가. 그 용자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무명의 상인들에게도 각자 눈물겨운 스토리는 있는 법. 따지고 보면 개개인의 인생은 다 영화이고 소설인 법이다. 이 게임은 RPG게임치고는 드물게도 주인공의 아내와 아들(아내 네네, 아들 포포로)까지 등장한다.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눈물겨운 가장의 RPG.

▲ ‘톨네코의 대모험’ 게임보이 어드밴스 용으로 나온 3편이다
이 게임은 또 하나의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가 아닌 유저가 레벨업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던전 내에서 레벨업을 한다고 해도 던전을 빠져나오면 모든 레벨은 초기화되어버린다는 말이다. 즉 던전 내에서 톨네코는 레벨업을 하게 된다. 그러나 던전을 빠져나오면 돈과 아이템을 제외한 레벨은 초기화 되어 다시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버린다는 말이다. 또한 던전은 들어갈 때 마다 모습이 변화한다. 이 점은 우리네 인생과도 닮아있다. 세상은 날로 모습이 변해가며 어제와 같은 것이라곤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해주는 것이다. 또한 전투 레벨 99라도 가정에서 그 레벨을 어디다 쓰겠는가. 집에 들어와서는 따뜻한 아버지면 족한 것이다.

▲ ‘여탕구경’ 아버지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이 게임은 지구를 구하느라 바쁜 용자들 대신 배나오고 뚱뚱한 아저씨도 게임의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의의를 가진 선구자적 게임이다. 또한 가정을 부양하느라 힘든 아버지들을 잘 그려낸데다가 틈새시장을 뚫어낸 실로 기념비적 게임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우린 틈새시장을 노립시다. 참 쉽져잉?
다음 볼 게임은 잡 셰어링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동시에 가장 약한 캐릭터도 또한 마음먹기에 따라 주인공이 가능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그 것은 바로 PSP로 발매된 바 있는 ‘프리니 제가 주인공 해도 되겠슴까?’ 이다. 주인공 이름은 ‘프리니’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를 플레이 해 본 분들이라면 익숙한 캐릭터일 것이다. 프리니는 한 대만 맞아도 죽고 마는 매우 약한 캐릭터이지만 이번 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게임에서는 주인공인데다 무려 1000명의 프리니가 1소대(왜 천명인데 1소대밖에 안되는지 궁금하긴 하다)를 꾸려 마신(魔神) 에트나를 위한 궁극의 간식을 마련하러 가는 대원정을 떠난다.

▲ '프리니', 디스가이아 해 본 분이라면 익숙하시리라

▲ ‘에트나’, 내일 아침까지 궁극의 스위트(?)를 가져오라는
앞서 밝혔듯이 프리니는 매우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적과 살짝만 닿아도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험을 하다 죽어도 걱정 없다. 뒤에 999명의 프리니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쪽수 앞에 장사없다는 평범하면서도 보편타당한 진리를 그 밑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혼자서는 못할 일을 천명의 아군이 함께 한다. 얼마나 든든한가. 게다가 이 고용불황의 시대에 무려 천명이나 되는 프리니의 고용을 책임지다니! 한 개의 안건으로 천명을 고용시키는 이 방식이야말로 행정인턴을 쌈 싸먹고 4대강 정비사업을 능가하는데다 미디어 법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큼 효과 있는 고용책일 것이다.

▲ 프리니 같은 고용책 국산화 할 수 없나요?
다음 소개할 게임은 PSP로 출시된 ‘용자 주제에 건방지다 or2’이다. 그 동안 용자들이 마왕을 물리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 게임에선 그 동안 타도의 대상이기만 했던 마왕으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용자들을 마음껏 요리할 수 있다. 그 동안 왜 마왕을 플레이 하지 못했는가. 사실 마왕 입장에선 용자들이 매우 마음에 안들 수가 있다. 용자들은 단지 생긴 것이 좀 멋지단 이유만으로 마왕군을 쓰러뜨리고 마왕군은 생긴 것이 좀 저화질이란 이유로 용자에게 격퇴 당해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이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변한 것이다. 그 동안 격퇴만 당했던 마왕군의 입장에서 군대를 몰아 용자를 물리칠 수 있게 되었다. 유저 입장에선 천편일률적이던 용자 선택에서 벗어나 마왕으로 몬스터들을 조종하여 플레이할 수 있으니 캐릭터 선택에서 한결 자유로워 진 셈이다. 꼭 잘생기고 멋진 캐릭터만 주인공하는 것이 아니라 투박하고 다소 비호감 캐릭터라도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으니 때를 잘 만나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있겠느냐.”는 오늘의 슬로건과 일치하는 바이다.

▲ ‘용자주제에 건방지다’, 처자식이 없는 용사 따위는 가정을 지키려는 가장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다음 소개할 게임은 캐릭터 열전 편에서 한번 소개한 바 있는 루이지이다. 루이지는 게이머들에게 가장 유명한 형제 캐릭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찌보면 루이지도 게임의 주인공 자리를 독식하며 왕후장상을 다 해먹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만년 2인자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단 한번 게임큐브 ‘루이지 맨션’에서 주인공을 따내는 쾌거를 거두었으나 오직 단 한번 뿐. 다시 본래의 2인자로 돌아가고야 말았다. 루이지는 1985년 ‘SUPER MARIO BROS’에서 첫 등장한다.(마리오의 형태는 1981년 동키콩부터 등장하였으나 그때는 이름이 없었다) 당시부터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아무리 어리게 봐줘도 20대 이상임을 알 수 있다. 팍팍 깎아 25세로 잡아주고 24년이 흐른 지금 나이를 계산해 보면 49세로 쉰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이다. 어쩌면 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넘었을 것 같다.

▲ ‘루이지’ 아직은 거뜬하신 무릎 관절

▲ 루이지맨션, 인생에 단 한번
루이지의 외모는 처음 나왔을 때부터 멀대형에 키만 크고 잘 생긴 얼굴도 아니다. 형인 마리오 외모는 키도 작고 비만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캐릭터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데다 요즘도 기본 20미터는 뛴다는 90년대의 점프왕 피구왕 통키를 제쳐두고 80년대 점프왕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높은 점프를 보여주고 있다.

▲ 마음은 굴뚝인데, 무릎이 안 따라주네…하는 일은 없다. 캐내면 50대에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마리오&루이지 형제가 처음부터 눈을 확 끌만한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것은 아니다. 왕자나 기사 혹은 공주를 구하러 떠나는 부르주아 출신 용자 따위의 귀족계급도 아닌 배관공이라는 블루칼라 출신인데다 배도 나오고 나이도 들어 보이는 주인공으로서는 애초부터 멋지고 잘생긴 주인공들을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오&루이지 형제는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도 열심히 점프한다.

▲ ‘진정한 ‘슈퍼’ 마리오’ 돈 많이 버신 마리오 형 루이지도 챙겨주세요
지금까지 게임 내 일부 멋지고 잘생긴 캐릭터에게만 주어졌던 주인공의 자리를 그렇지 않은 캐릭터들에게도 널리 전파시킨 승리의 주역들을 만나보았다. 엄연히 존재하는 주인공의 요건(잘생기고 멋져야 한다)라는 엄연한 신분과 외모의 차별을 뚫고 내놓으라 하는 멋진 게임의 주인공이 된 그들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러니 이 기사를 읽는 여러분도 그들을 보며 힘내시라. 사람은 누구나 때를 만나면 왕, 제후, 장수, 재상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때를 기다리며 그럴만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강태공은 칠순의 나이까지 때를 기다렸고 결국 주무왕을 만나 그가 천하를 얻는 것을 보필하여 그 공로로 제나라를 받았다. 그러니 독자여러분도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시라.
왕후장상이 어찌 따로 씨가 있겠는가?
- 지스타 불참사 관계자들이 밝힌 '지스타 패싱' 이유
- "약속 위반" 엔씨, 아이온2 P2W 상품 논란 일자 철회
- 타르코프 스팀판 환불하니, 기존 계정까지 차단 당했다?
- 몬길 PD와 사업부장, 프란시스와 린 코스프레 약속
- 게임 과금에 '배송 실패'가 웬 말? 아이온2의 미숙한 오픈
- 출시 2일 만에 PvP ‘뉴비 제초’ 문제 터진 아이온2
- 콘코드 팬 복원 프로젝트, SIE에 의해 중지
- 국산 서브컬처의 희망, 육성 RPG '스타세이비어'
- 최대 96%, 다이렉트 게임즈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시작
- “껍데기만 휘두르는 느낌” 아이온2 전투 완성도 지적 확산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