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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바마가 된다면?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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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취임식인 2009년 1월 20일에 발매되는 게임이 있어 화제다. 프랑스 ‘Eversim’사의 게임 ‘최고 사령관’(Commander in chief)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는 그 날, 미국에서 발매된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대통령이 되어 국내외의 각종 정책을 세운다. 내정, 외교, 무역, 군사는 물론이고 예산, 교육 등 세세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플레이어 정책을 보좌하기 위한 내각과, 각 지역의 행정을 담당할 주지사도 임명해야 한다. 그야말로 국가의 ‘총사령관’이 되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외에도 다른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는 192개 국가가 등장하는데, 이들 나라의 지도자를 지휘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 '최고사령관'의 트레일러

솔직히 말하자면 ‘최고 사령관’은 그렇게 독창적인 게임은 아니다. 그동안 나왔던 수많은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배경을 현대로 바꾸고, 내각을 구성한다거나 하는 몇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단지 이 게임은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에 발매되어 화제를 끌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최고 사령관’에 많은 영향을 준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들은 어떠했는지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 도시 경영과는 다르다!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가 ‘국가國家’라는 거대한 집단을 운영하는 게임이다. ‘심시티’나 ‘시저’ 시리즈 같은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과는 달리, 이 장르의 게임들은 일반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운 편이다. 그것은 국가를 경영한다는 것 자체가 주변 국가와의 경쟁과 갈등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에 경제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면,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은 그 위에 ‘다른 세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적 요소가 첨가되었다고 보면 된다. 내정에 외교까지 해야 하니 필연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그런 사실성 때문에 이런 게임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슈퍼파워 2

▲일반적인 전쟁은 물론이고

‘골렘랩스(Golemlabs)’의 게임 ‘슈퍼파워 2’(Superpower 2)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범 세계적인 땅따먹기’ 라 할 수 있겠다. 플레이어는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 ‘세계정복’을 노린다. 플레이어는 국가뿐만 아니라 정치체제도 선택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 군주제, 사회주의, 군사독재, 신정(神政)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체제를 선택하면 된다. 플레이어의 국가 체제가 민주주의라면 다음 선거때의 지지율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군사독재나 신정이라면 그걸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경제나 외교같이 어려운 부분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아예 AI(인공지능)에 맡겨 놓고 군사적 목적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핵전쟁도 가능하다. 왼쪽 아래의 빨간 버튼만 누르면 지구는...

‘슈퍼파워2’ 에서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주변국을 합병할 수도 있지만, 많은 플레이어들은 군사를 늘려 주변 국가를 무력으로 점령한다. 그러한 군사적 수단에는 핵무기 또한 포함된다. 하지만 핵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주변 국가와의 우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일반적인 무기로도 다른 나라를 점령할 수 있기에 핵무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보통 초보자들은 선진국을 선택하여 세계를 손쉽게 점령하지만, 이 게임을 즐겨 하는 사람들은 약소국을 선택하여 세계를 점령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징기스칸 4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면 ‘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시리즈가 빠질 수가 없다. 중국 삼국 시대의 군주가 되어 천하를 호령하는 ‘삼국지’ 시리즈는 너무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고,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이 되어 일본을 통일하는 ‘신장의 야망’ 시리즈는 일본에서는 ‘삼국지’ 보다 더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본 기사에서는 유명한 두 게임 대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징기스칸 4’ 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미리 말해두지만 고려는 땅도 좁고 장수도 별로 없다. 일본 회사 아니랄까봐...

‘징기스칸 4’는 몽고 제국이 세계를 호령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몽고를 선택하여 유라시아 대륙을 정벌할 수도 있지만, 고려나 비잔틴 제국 등 그 시대의 다른 세력또한 선택하여 플레이 할 수 도 있다. 전반적인 시스템이나 게임 플레이는 코에이가 ‘삼국지’와 ‘신장의 야망’에서 보여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도가 없으면 이동하는데 애로사항이 꽃핀다

▲이 장면 이후 자식이 태어난다. 도대체 뭘 했길래?

다만 광대한 영토를 돌아다녀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가도街道’ 라는 것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병력들의 이동이 매우 느려져, 군사를 보내다가 세월도 군량도 다 소모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게임을 쉽게 플레이하고 싶다면, 게임 초반에 가도를 열심히 건설해서 이후에 군사를 출동시킬 때 불편함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인들과 열심히 자식사업(?)을 하여 미래의 인재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죽었을 때 대를 이을 수 있고, 나머지 자식들은 장수나 참모로 등용할 수 있어서이다.

빅토리아

이번에는 좀 생소한 게임을 찾아보자. ‘파라독스’(Paradox)의 게임 ‘빅토리아(Victoria)’는 대영제국이 세계를 집어삼키려던 제국주의 시대, 중국에서 아편전쟁이 일어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게임은 1836년부터 1차대전이 끝나는 1925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강화도 조약이나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 같은 당시의 역사적인 이벤트가 게임 상에 나타난다.

▲강대국 말고도 안남(베트남)같은 세력을 선택할 수도 있다. 엄청 힘들겠지만...

세계정복을 목표로 하는 ‘슈퍼파워 2’나 ‘징기스칸4’와는 달리, ‘빅토리아’에서는 꼭 전 영토의 정복을 목표로 할 필요가 없다. 단지 국력순위 8위 안의 ‘열강(Great Power)’에 속하기만 하면 된다. 영국과 프랑스 같은 기존 강대국이야 ‘누워서 떡 먹기’로 열강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조선도 포함됨) ‘비문명국’으로 분류되어 산업과 군사의 발전이 어렵다. 이건 시대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

▲프러시아(독일)로 유럽의 절반을 먹어버렸다.

‘빅토리아’는 다른 게임처럼 군사력이 세다고 마냥 ‘땅따먹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국방비에만 예산을 너무 투자하다 보면 사회가 불안해져 반란이 일어나기 쉽다. 기술력이 낮으면 경쟁에서 뒤쳐지니 연구비용도 내야 하고, 치안에도 신경써야 하고, 나중에는 사회복지비용도 내야 한다. ‘슈퍼파워2’처럼 컴퓨터의 재량에 맡기다가는 텅텅 빈 국고를 볼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를 요구한다.

문명 시리즈

▲2D그래픽에서 벗어난 '문명' 시리즈.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문명’(Civilization) 시리즈를 빼놓고 이야기하면 섭섭하다. ‘문명’ 시리즈는 앞서 나온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들의 표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다른 세력과 경쟁하면서 정치, 종교, 국방, 기술 등 여러 가지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이후의 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문명’ 시리즈는 중독성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한 시간을 플레이 하려다가 어느새 네 시간이 되었다거나, 자기 전에 잠깐 했는데 어느새 떠오르는 아침 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각 문명마다 영웅이 있다. 사진은 로마 문명의 영웅 시저.

시리즈의 최신작 ‘문명 4’는 기존의 2D맵 대신 3D로 맵을 구현하였고, 문명 내에서 종교 ?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유교, 도교 - 를 창시하여 각 도시에 퍼트릴 수도 있다. 그 동안의 시리즈에서는 몇 가지 정치체제만을 고를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정치, 종교, 노동, 법률등 각각의 분야별로 다른 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게이머 자신이 직접 유니트와 문명을 수정하여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설명하는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발매된지 4년이 다 되어가는 게임이지만 아직도 ‘문명 4’를 즐기는 게이머들은 많다.

역시 정치는 어려워

▲사실 시켜주면 잘 할 자신있다.

아마 여러분들도 TV에 나오는 정치인들을 보며 혐오감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국회의사당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정치인들을 보면, ‘내가 정치를 해도 저거보다 잘하겠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렇다면 말로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국가 경영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욕구를 대리 충족시켜보자. 앞서 소개한 게임 중에서 아무 거나 선택해서 시도해 보라. 게임상에서 세율, 교육, 국방, 문화, 기술, 환경, 치안, 노동, 무역 등등 여러 가지를 다 결정하다 보면, 정치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국가 경영 게임도 어려운데, 현실의 정치는 얼마나 더 어려운지 짐작이 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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