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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부끄러운 자화상! 대한민국 복돌이의 역사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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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대한민국 복돌이의 역사

1부: 대한민국 PC 게임 패키지 시장, 종말을 고하다

2부: 모드칩에서 커스텀 펌웨어까지 - 콘솔 복사 전쟁

3부: The Day After -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외전: 복돌이, 마침내 온라인 게임에 손을 뻗치다

 

들어가며: 대한민국 게임 시장 최후의 보루, 콘솔 게임 시장

우리나라 게임 역사에서 PC 패키지게임 시장과 양대산맥을 이뤄왔던 것이 바로 콘솔 게임 시장입니다. 그러나 지난 회 기사에서 보셨듯 PC 패키지게임 시장이 2000년대 초반 처참한 몰락을 겪은 반면, 콘솔 게임 시장은 아직까지는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해외 대작 게임의 정식 한글화 발매가 콘솔 게임시장에서는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으며, NDS용 소프트웨어인 ‘두뇌 트레이닝’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약 20만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의 PC 패키지게임 시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판매량이지요. (소문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PC 패키지게임 시장에서 손익분기점은 5천장 정도라고 합니다. 5만장도 아니고 5천장)

왜 PC 패키지 게임 시장은 몰락해버렸는데, 대한민국 콘솔 게임 시장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일까요? 수많은 불법복제의 도전을 받아왔던 콘솔 게임 시장이 어떻게 살아남은 것일까요? 대한민국 복돌이의 역사 제2부, 모드칩에서 커스텀 펌웨어까지. 대한민국 콘솔 게임 시장의 간략한 역사와 콘솔 게임시장에서 벌어졌던 복사와의 전쟁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콘솔 게임 시장의 여명기: 1980년대~1990년대 중반

태초에 슈퍼 마리오가 있었느니라, 슈퍼 마리오는 NES와 함께하시니

▲ 우리나라에 이 게임기 가지고 있는 사람 있나요?

1977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인 ‘아타리 2600’이 미국에서 발매되었습니다. 곧 ‘아타리 2600’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까지 휩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고, 아타리사는 콘솔 게임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막한 선구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 ‘아타리 2600’은 우리나라에는 그렇게까지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TV 보급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게임기까지 사 놓는 집은 드물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컬러TV가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 아타리는 저 유명한 아타리 쇼크를 먹고 몰락해버립니다. (1983년)

▲ ET가 얼마나 재미없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빅 리그 급 정도는 될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대로’ 보급된 가정용 게임기는 닌텐도사의 NES(일명 패미컴)라고 보아야 합니다. NES는 1985년 ‘현대 컴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급격히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정부의 사업으로 막 보급되고 있던 컬러TV와 NES의 킬러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맞물리면서 NES는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도 ‘닌텐도’나 ‘NES’는 모르셔도 ‘슈퍼 마리오’는 아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슈퍼 마리오’가 끼친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슈퍼 마리오’ 이외에도 많은 대작들이 NES로 발매되었구요.

NES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성공 이후, 세가 메가 드라이브(삼성 ‘알라딘보이’라고 하시면 아실 듯)나 PC엔진 등의 게임기도 함께 정식 수입되어 우리나라에 콘솔 게임 시장이 형성됩니다. PC 패키지 게임 시장과 비교해 봤을 때도 그다지 뒤쳐지지 않은 시기였죠.

이건 불법 복제도 아니고 정품 사용도 아니여…

이 당시는 콘솔 게임 불법복제의 개념이 거의 없던 시기입니다. 적어도, 국내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콘솔 게임의 불법복제가 그렇게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꼬맹이들도 코 묻은 용돈을 모아서 게임팩 하나 정도는 살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일본이나 대만에서 들여온 ‘복사팩’이 국내에 돌아다녔지만, 이 ‘복사팩’들에는 놀랍게도 한글로 된 게임 정보 스티커까지 붙어있었으니 일반 소비자들이 정품팩인지 복사팩인지 잘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 정품같지만 가짜팩입니다. 카세트의 강렬한 압박.

이런 ‘복사팩’은 NES 뿐만 아니라 후속 기종인 닌텐도의 SFC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SFC에서는 아예 PC 플로피 디스켓으로 게임을 옮길 수 있는 기계인 ‘UFO’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UFO’는 SFC로 옮길 수 있는 게임에 한계가 있었고, 기계 자체 가격이 SFC 본체 가격에 정품 게임 몇 장 얹은 것하고 맞먹는 가격이었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는 못합니다.

▲ UFO 한 대 값이 SFC에 팩 하나 얹은 값이었으니 누가 사겠습니까

차세대 기종의 등장, 1990년대 중반: 플레이 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의 등장

2D는 가라! ‘플레이스테이션’이 콘솔 시장을 장악하다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SFC가 장악하고 있던 콘솔 게임 시장에 갑자기 차세대기 열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닌텐도 NES와 SFC의 상업적 성공에 자극 받은 많은 기업들이 거대한 시장인 콘솔 게임 시장을 노리고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 정말 처참하게 망한 3DO. 우리나라에서는 금성전자와 삼성전자가 참여했었음

닌텐도의 SFC가 석권하고 있던 콘솔 시장에 3DO, PC-FX, 재규어 등등의 차세대기종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차세대 기종들은 SFC보다 한 차원 진보된 그래픽과 성능을 무기로 내세우게 됩니다. 소위 ‘64비트’나 ‘CD-ROM’이 게임기 선전문구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기입니다. 그리고 차세대기 전쟁에 끼어든 게임기 중에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었습니다.

▲ 왼쪽부터 PS1, PS2, PS3 형제들

지금에야 소니가 게임기의 명가지만, 당시에는 가전제품 회사인 소니가 게임기를 잘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겠냐며 불안감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업계의 반응도 시큰둥했습니다.

그러나 1994년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은 이러한 우려를 뒤엎은, 말 그대로 ‘걸작’이었습니다. 한 차원 진보한 3D 그래픽, 남코, 코나미, 스퀘어를 필두로 한 유력 게임 회사들이 참여한 서드 파티, 롬팩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CD-ROM 매체까지… 이윽고 ‘플레이스테이션’은 이후 2004년까지 약 1억대를 판매해 ‘세가 새턴’, ‘3DO’, ‘닌텐도64’등의 경쟁 기종을 물리치고 업계 1위로 등극하게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 3D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파이널 판타지7’ 입니다. 아마 자신이 ‘하드코어 게이머’라 자청하는 사람들 중에서 PS의 간판 3D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7’을 플레이 해 보지 못한 게이머는 없을 겁니다. ‘파이널 판타지7’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주제에 벗어나니 넘어가고, 어쨌든 당시 ‘파이널 판타지7’이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량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습니다.

‘모드칩’, 그 고개를 들다.

그런데 이 ‘플레이스테이션’의 보급과 함께 불법복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이 CD-ROM 매체를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PC에서도 사용하는 매체인 CD-ROM 을 그대로 이용하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새턴’등의 기종은 자연스레 불법복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매체가 동일하니, PC로 게임을 구워서 그대로 게임기에서 돌리면 될테니까요.

소니와 세가도 바보가 아니고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사의 게임기에 정품 시디를 구분하는 기능을 탑재해 복사시디는 아예 인식도 안 되도록 설계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품 인증 시스템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곧 뚫리게 되는데, 바로 ‘모드칩’의 등장 때문입니다.

▲ 이런걸 게임기 메인보드에 납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세가 새턴용.

콘솔 게임기가 CD-ROM을 매체로 사용한 이후, 많은 불법복제 시도가 있어왔고 그 결실(?)로 나온 것이 바로 ‘모드칩’입니다. ‘모드칩’이란 별도의 회로로 구성된 작은 기판을 게임기 본체 메인보드에 장착해 게임기의 불법복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장치를 말합니다. 일단 게임기에 모드칩을 달면 정품 CD-ROM과 복사 CD-ROM을 아무 구분 없이 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복사 유저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 ‘모드칩’이 등장하면서,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콘솔 게임의 불법 복제가 시작됩니다. ‘모드칩’이 등장한 90년대 중반부터 용산에서는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일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게임가게에서 새 콘솔 구매 시에 대놓고 모드칩 장착을 권유하는 건 양반이었지요. 아예 새 제품에 모드칩을 장착 후 판매하는 가게도 있었고, 콘솔 게임 복사시디 리스트를 프린트해 복사시디를 장당 6천원에 파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콘솔 게임 복사 유저에게는 아마 천국과도 같은 시기였을 겁니다. 용산에 가면 복시 시디를 대놓고 팔고, 용산까지 가기 귀찮으면 집 근처 게임가게에 가서 ‘플스 복사시디 주세요’ 한 마디만 했으면 되니까요. 메이저 PC통신망의 공개 게시판에도 ‘플스 복사시디 팝니다’라는 글이 대놓고 올라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모드칩’이 등장했어도 콘솔 시장에서 정품 유저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별도의 하드웨어 개조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불법복제가 가능한 PC와는 달리, ‘모드칩’은 반드시 콘솔 게임기를 개조해야만 하는 부담이 있었고 ‘모드칩’이 없던 시절부터 계속 정품을 써 오던 유저들의 반감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모드칩 자체의 가격이 비쌌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복돌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 시기로 기억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복사시디 게임 유저를 경멸하는 의미에서 ‘복돌이’라고 PC통신 비디오 게임 동호회에서 누군가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퍼져서 불법복제 유저를 경멸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진 것입니다. 어쨌든, PC 패키지 게임시장과 사뭇 다른 콘솔 게임시장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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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돌이, 콘솔 게임 시장을 뒤흔들다.

부팅시디와 드림캐스트의 종말

1990년대 중반이 되자,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 타 기종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세가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제압할 차세대기를 발표합니다. 초기에는 ‘듀랄’등의 온갖 코드네임으로 불리던 이 차세대 게임기는 마침내 1998년 ‘드림캐스트’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등장합니다.

드림캐스트는 당시로서는 최고 사양의 스펙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CD-ROM 용량의 약 1.5배인 ‘GD-ROM’을 장착한 고성능 하드웨어에 윈도우CE를 탑재해서 개발의 용이성을 높였고, 56kbps 모뎀을 지원해 네트워크 플레이까지 가능한 기기였으니까요. 말 그대로 ‘시대를 앞서갔던’ 게임기였습니다.

덕분에 드림캐스트에는 ‘모드칩’이라는 개념 자체가 먹히지 않았습니다. ‘모드칩’을 달아봤자 애초에 드림캐스트의 매체 자체가 일반 CD-ROM과는 규격과 용량이 다른 GD-ROM이었기 때문에 1:1 복사가 불가능했고, GD-ROM 라이터기는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결국 드림캐스트 유저들은 좋든 싫든 정품 GD-ROM을 썼어야 했는데…

▲ 이 화면을 안다면 당신도 훌륭한 드캐 복돌이

어느 날 등장한 ‘부팅시디’가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립니다. ‘부팅시디’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초기에 생산된 드림캐스트에는 MIL-CD라는 매체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디를 드림캐스트에 넣으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원래는 그런 용도로 지원하던 매체였죠. 그런데, 이 MIL-CD 포맷을 이용해 독일의 해킹 팀이 국가 코드를 무시하고 불법복제 CD-ROM을 인식 가능 하게 하는 소위 ‘부팅시디’를 만들어 배포한 것입니다.

‘부팅시디’가 끼친 여파는 말 그대로 엄청났습니다. 인터넷에서 ‘부팅시디’ 이미지를 받아, 그대로 구워서 인식시키기만 하면 귀찮게’모드칩‘을 달 필요 없이 CD-ROM으로 구운 게임을 드림캐스트에서 그대로 실행시킬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 드림캐스트 복사 열풍이 말 그대로 콘솔 게임계를 뒤덮게 됩니다. 마침 시작된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맞물리면서 많은 드림캐스트 게임이 CD-ROM이미지로 립핑되어 퍼져나갔습니다.

▲ 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쉔무'

엄청난 개발비를 들였던 야심작인 ‘쉔무’ 등의 대작마저도 CD-ROM으로 립핑되어서 나돌기 시작했고, 이에 놀란 세가는 신형 드림캐스트에서 MIL-CD 지원을 삭제합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죠. 이미 시장에 풀린 MIL-CD 지원 드림캐스트 물량만 해도 엄청났고, MIL-CD가 삭제된 드림캐스트는 아예 사람들이 구매를 회피했으니까요.

결국 이런 불법복제 문제와 드림캐스트 자체의 여러 가지 문제(생산 비용 절감 실패, 서드파티 확보 실패 등등) 가 함께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 세가는 게임기 시장 철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게 됩니다. 닌텐도와 더불어 업계 고참 중 하나였던 세가의 게임기 시장 철수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물론 불법복제만이 ‘드림캐스트’를 망친 것은 아닙니다. 드림캐스트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기계 자체의 원가 절감에 실패해 드림캐스트를 한 대 팔 때마다 세가가 오히려 적자를 내는 황당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는 겁니다.

▲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만든 건지 알 수 없는 GD-ROM

예를 들어 GD-ROM의 경우 다른 회사와 합작해 개발한 것이라, 해당 회사의 부품만 써야 했기 때문에 원가 절감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드림캐스트의 스펙은 화려했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원가 절감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부품 들 뿐 이었지요. 당시로서는 시대를 앞서갔던 화려한 스펙이 나중에는 원가 절감에 방해가 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게다가 서드 파티마저 PS 진영에 거의 빼앗기면서 드림캐스트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드림캐스트 부팅시디의 등장이 드림캐스트의 몰락을 가속화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일 부팅시디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세가가 그렇게 일찍 무릎을 꿇진 않았을 겁니다. 소프트웨어가 어떻게든 팔리는 게임기가 그렇게 쉽게 단종될 리가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드림캐스는 복돌이들에게 무릎을 꿇은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드림캐스트 부팅시디 사건 이후로 콘솔 게임 개발사들은 불법복제 방지에 더욱 고심하게 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2’과 ‘X-BOX’, 너희들은 안 당할 줄 알았지?

2000년, PS의 차세대 기종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가 정식으로 발매됩니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소니가 자체 개발한 이모션 엔진에 최신 매체인 DVD-ROM을 탑재하는 등 스펙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거기에 DVD-ROM의 채용은 ‘플레이스테이션2’를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DVD플레이어와 비슷한 가격에 게임 기능까지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이유로 ‘플레이스테이션2’는 출시되자 마자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 5만번대 실버플스2. 기자도 이 기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2’도 모드칩을 개발하는 해커들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소니는 자사의 불법복제 장치를 뚫을 수 없다고 호언 장담하고 있었지만, 불과 발매 1년 만에 PS2 최초의 모드칩이 등장했습니다. 방식은 PS와 유사하게 PS2 케이스를 벗기고 거기에 납땜으로 모드칩을 다는 방식이었지요.

이 PS2용 모드칩에 대해 소니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소니는 모드칩 개발자와 판매자를 고발했고, 민사소송도 함께 준비해 모드칩의 뿌리를 뽑으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드칩 개발자와 판매자는 이탈리아와 호주에서의 소송에서 승리합니다.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을 회사가 막을 권리는 없다.’가 그 이유였지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모드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모드칩 진영의 소송 승리로 모드칩은 해외에서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며, 각종 모드칩이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판매됩니다.

그래도 아직은 상황이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PS2를 총괄하던 SCEK는 ‘본체를 분해했던 PS2는 이유를 막론하고 AS를 해주지 않는다.’라고 못박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모드칩 수요의 감소로 이어졌는데, 모드칩이 본체 뚜껑을 열고 장착해야 했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모드칩 장착을 포기하고 정품을 사용했습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30만원 가까이 하는 게임기가 AS가 안 된다면 누가 쉽사리 모드칩을 달려고 하겠습니까?

대신 국내 정식 발매 이전에 들여왔던 일본판 플스2나 미국판 플스2 역시 AS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판이나 미국판 플스2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에라 모르겠다 고장나기 전에 모드칩이나 달아보자’라는 심정으로 복돌 라이프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 이것이 바로 BB유닛. 본래 '파이널 판타지 온라인'을 위해 개발되었다.

이런 상황은 2004년이 되면서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바로 ‘하드 플스’의 등장 때문입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고용량 게임의 로딩 감소를 위해 ‘BB유닛’(쉽게 말해 PS2용 하드디스크 겸 네트워크 어댑터)이 발매되었고, 이 BB유닛을 악용해 하드디스크에 담긴 PS2 이미지 파일을 구동하는 방법이 개발된 것입니다.

‘하드 플스’의 가장 큰 장점은 기기의 개조 없이 복돌짓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모드칩 시절에는 PS2 본체 뚜껑 열고 납땜하고 다시 닫는 등의 번거로운 짓을 해야 했고, 거기에 PS2가 고장이라도 나면 AS도 안 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체의 하드웨어 개조 없이 일반 PC용 하드디스크 한 개와 특수한 USB 메모리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하드 플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만일 PS2가 고장나 AS를 받아야 할 것 같으면 BB유닛에서 하드디스크만 빼내면 감쪽같았기에 ‘하드플스’는 더욱 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거기에 ‘하드 플스’는 PS2의 단점인 ‘로딩’이 엄청나게 줄어든다는 장점도 딸려 있었죠.

이후 ‘하드 플스’는 ‘딱딱이 플스’등으로 불리며 PS2 유저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각 P2P와 웹 스토리지 사이트에는 PS2 이미지가 대규모로 업로드/다운로드 되기 시작합니다. 하드 플스가 퍼진 이후 SCEK에서 PS2 이미지에 대해 강력히 단속 하고 고소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다 퍼져버린 뒤라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 딱 보기에도 튼튼하게 생긴 엑스박스. 9mm 총탄도 막았다고.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X-BOX’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엑박의 경우에는 여전히 모드칩을 본체에 장착하는 방식이었지만, 엑박 자체가 총알도 막아낼 만큼 엄청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AS가 거의 필요 없었고 ‘고장도 안 나는 튼튼한 기계인데 AS는 됐고 그냥 모드칩이나 달아보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게다가 엑박에 모드칩을 장착하면 단순히 불법복제 게임뿐 만 아니라 에뮬레이터 등의 홈브류 프로그램(유저가 만든 인증받지 못한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었고, 결국 엑박 후기에 가서는 엑박 개조를 안 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현재 PSP의 커스텀 펌웨어와 비슷)

이제 콘솔 게임 시장 역시 당시의 PC게임 시장과 똑같은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제 정식 발매된 한글화 게임이 오늘 P2P 등에 뜨는 일은 흔한 상황이었고,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사관련 이야기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콘솔 게임 시장에서 복돌이가 게임 업체에 대해 일단 판정승을 거둔 것입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은 후계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3’과 ‘X-BOX360’이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복돌이와 정품 게임 유저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타이틀을 구입하는 유저의 비중이 높은 콘솔 게임 시장에서 복돌이의 폭발적인 증가는 당연히 정품 게임 유저의 반발로 이어졌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불법복제 논쟁이 끊일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관련 커뮤니티에서 툭하면 나오는 논쟁이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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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게임기를 덮친 불법복제, 커스텀 펌웨어와 R4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와 닌텐도사의 ‘닌텐도DS(NDS)’ 2강 체제로 양분됩니다.

PSP는 강력한 게임 성능과 멀티미디어 기기로 코어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NDS는 터치스크린과 비폭력적인 게임으로 라이트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한 게임기들이었고, 고민 끝에 이 두 가지 휴대용 게임기를 다 구입한 게이머도 상당수였습니다. 뭐, 특성이 무엇이든 이 두 휴대용 게임기 역시 불법복제의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지요.

사상 최고의 홈브류 구동기, PSP

PSP의 경우 휴대용 게임기 치고는 사양이 좋았기 때문에 발매 당시부터 외국 해커들의 공략 대상(?)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수많은 시도 끝에 PSP에 내장된 인터넷 탐색기의 버그를 이용, 홈브류 구동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이후 에뮬레이터나 파일탐색기 등의 다양한 홈브류가 쏟아져 나와, PSP는 역사상 가장 많은 홈브류가 돌아가는 게임기의 영예를 안게(?) 됩니다.

당연히 소니로서는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홈브류 뿐만이 아니라 불법복제 된 UMD 이미지까지 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소니는 펌웨어 버전을 올리면서 홈브류에 대응했고, 이에 해커들 역시 ‘커스텀 펌웨어’로 맞서면서 창과 방패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초기에는 소니가 잘 막아냈습니다. 해커들이 낮은 버전의 펌웨어를 이용하는 것에 착안해 아예 새 기계를 출고 할 때 미리 높은 펌웨어 버전을 적용 시킨다거나, 게임을 실행했을 때 강제로 펌웨어 업데이트를 시키는 방식 등으로 홈브류와 커스텀 펌웨어(일명 커펌)에 대항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에는 다 구멍이 있는 법. 해커들과 복돌 유저들은 온갖 꽁수를 발견해가면서 소니의 정식펌웨어(일명 정펌)을 무력화시켰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PSP용 ‘GTA’의 세이브를 이용한 버그나, ‘루미네스’를 이용한 펌웨어 다운그레이드(펌웨어의 버전을 강제로 낮추는 것)입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배터리를 소프트웨어 적으로 개조해 해당 배터리를 PSP에 꽂으면 원래 PSP 펌웨어 버전에 관계 없이 1.5 버전으로 다운그레이드 하는 기술(일명 판도라 배터리)까지 개발되었습니다.

이런 커펌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커펌을 까는 방법이 까다롭고 자칫하면 기계가 멈추는 증상(일명 벽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공짜로 게임을 돌릴 수 있다는데 마다할 복돌이는 없었죠. 커펌이 ‘모드칩’방식의 물리적 방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적인 방법이었기에 PSP가 고장나도 AS센터에서 정식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한 몫을 했습니다.

PSP의 홈브류가 매력적이었다는 것도 커펌의 보급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커펌의 등장 이후 PSP용 에뮬레이터와 텍스트 뷰어 등의 각종 홈브류가 쏟아져 나왔고, 이런 좋은(?) 홈브류를 즐길 수 있는 PSP 커펌을 PSP 유저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 PSP용 GBA에뮬레이터. PSP로 GBA게임까지 한다는데 커펌 안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PSP 유저의 대부분이 코어 게이머였기에 게임기의 성능 향상에 관심이 많았고, 같은 값을 주고 산 게임기를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커펌과 홈브류는 그런 의미에서 정말로 매력적인 존재였습니다. 결국 많은 PSP 사용자가 커펌 유저로 돌아섰고, 커펌을 하지 않은 유저들까지 커펌을 하기 위해 국전 등지의 게임 가게를 찾아가는 현상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커펌이 보급되면서 당연히 UMD의 판매량은 점점 더 줄어들었고,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PSP 소프트의 양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제 한글화 되어 출시되는 PSP 소프트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정도. 최근에 나온 한글화 PSP 소프트라면… ‘파타퐁’ 정도가 있군요.

당연한 것입니다. 돈 들이고 시간 들여 한글화 해 봤자 팔리지도 않고 이미지 파일이 되어 인터넷에 떠다니는데 어떤 정신 나간 수입사가 한글화를 하겠습니까. 매뉴얼이나 한글화 하지. 결국 커펌으로 인해 국내 PSP 유저가 골고루 피해를 입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 승리의 판도라 배터리

어쨌든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PSP의 추가적인 기판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PSP는 드림캐스트와 더불어 복돌이에게 철저히 유린당한 게임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니가 아무리 펌웨어를 올려봤자 판도라 배터리 하나면 게임 끝이니까요. 승리의 복돌이.

R4 없으면 바보? NDS

NDS의 경우는 더욱 심각합니다. 본래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즐기기 위한 저장매체로 등장했던 R4는 NDS 롬 파일을 사용하기 위한 불법복제 용도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 내게 저장매체란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게이머들 사이에서 차츰 R4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용산 등지에서는 PS 모드칩 팔 때와 마찬가지로 R4를 NDS에 끼워 팔기 시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들과 나이 든 장년층 역시 R4를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R4 열풍이 전국적으로 붑니다. R4에 대한 정품유저들의 비난에 대해 R4를 파는 업체에서는 ‘게이머가 저장매체인 R4를 어떻게 쓰든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했고, R4에 대한 닌텐도 측의 대응은 너무 느리고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R4는 NDS 유저 사이에서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나갔습니다. ‘R4 없는 놈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퍼져버렸기 때문에 이제 누가 정품 유저냐 불법 유저냐 따지기가 민망한 상황까지 이른 것입니다.

▲ 복돌짓 좀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R4가 심각한 이유는, NDS의 롬파일 크기는 대부분 100MB 이하로 아주 작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수 십 만원에 상당하는 게임을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 겁니다. 게다가 NDS가 저 연령층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정품에 대한 인식이 채 마련되지도 않은 어린이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장년층을 자연스럽게 불법복제 유저로 만들고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입니다.

결국 서드 파티의 아우성에 떠밀린 닌텐도는 신규 생산 되는 NDS의 기판을 변경, R4가 작동할 수 없도록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보급된 R4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 이상의 복제는 No! 콘솔 게임 업체의 반격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소니, MS, 닌텐도는 각각 차세대 콘솔 게임기를 준비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 몰이를 지속해 가정용 게임기 업계 1위를 지켜내려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강력한 성능과 멀티플레이 지원으로 게임기 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MS의 ‘Xbox 360’, 그리고 소니에 밀려 10여 년 간 굴욕을 맛본 업계 최고참 닌텐도의 회심작 ‘Wii’.

그러나 이 세 게임기에도 복돌이의 마수는 뻗쳐왔으니.. 먼저, 차세대 게임기 중 가장 먼저 2005년에 등장한 ‘Xbox360’은 무려 등장 3개월 만에 해킹을 당했습니다. 기판에 직접 장착하는 모드칩은 물론이고, 게임 관계자 용으로 배포되었던 데모 시디를 이용해 만들어진 셀프 부팅 이미지에 DVD-ROM 펌웨어 해킹까지 당하게 됩니다.

▲ Xbox360은 빨간불 A/S 때문에 모드칩 장착률이 줄었다는 소문이 있다.

자사의 야심작인 Xbox360(이하 삼돌이)에 대한 이런 불법복제 시도에 대해, 오리지널 엑스박스에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던 MS도 서서히 열 받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해킹 펌웨어(일명 핵펌)에 분노한(?) MS는 결단을 내립니다. 삼돌이의 특징인 라이브 기능을 통해 복돌이 사냥을 나선 것입니다.

2007년 봄, 삼돌이 라이브 유저가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라이브 밴(영구 사용중지)을 당한 것입니다. 밴을 당한 사람 중에는 도전과제 점수가 3만이 넘는 사람도 수두룩했지요.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밴을 당하자 ‘MS가 핵펌 유저를 밴 하는 것이다.’라는 소문이 떠돌았고, 2007년 5월 MS의 공식 발표와 더불어 사실로 확인됩니다.

▲ 한 줄 요약: 너 복돌짓 딱 걸렸음. 이제 라이브 접속은 물 건너갔음. (by Bill Gates)

라이브 밴이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삼돌이 게임의 대부분이 멀티플레이가 강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라이브 밴이라는 것은 삼돌이 유저에게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것이지요. 이 라이브 밴 사태 이후 엑박 라이브 이용자가 급격하게 줄었지만, MS는 ‘전혀’ 개의치 않고 현재까지 라이브 밴을 주기적으로 단행하면서 복돌이들을 응징(?) 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재 차세대 기종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Wii의 경우, 모드칩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느린 편이었습니다. Wii의 모드칩은 이미 Wii 정식 발매 후 약 6개월 만에 등장해 판매를 시작했지만, 초기에는 닌텐도에서 별 다른 코멘트나 대응은 하지 않았습니다.

▲ 복돌이 몇 마리 쯤은 가뿐하게 무시하는 대인배 Wii

Wii 기기 자체가 워낙 많이 팔려서(!) 소수의 불법복제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고, Wii 의 대상 층이 게임기를 잘 모르는 라이트 유저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AS문제로 모드칩을 꺼려한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의외로 Wii 모드칩이 생각만큼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호들갑을 떨면서 대응할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닌텐도 역시 Wii의 불법복제에 대해 손을 아주 놓은 것은 아니고, 2008년 상반기 중으로 모드칩 적용이 불가능한 새로운 기판이 장착된 Wii 본체를 발매한다고 합니다.

▲ PS3 모드칩이 안 나오는 이유는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현재 차세대 기종 중에서 가장 늦게 발매된 것이 바로 ‘플레이스테이션3’입니다. 그런데 플스3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모드칩이 없는 실정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복돌이의 손아귀(?)에서 아직은 벗어나 있는 상황이지요. 앞으로 혁신적인 PS3 모드칩이 나온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겠지만 당분간 PS3은 복돌이 없는 게임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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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콘솔 게임 시장 최후의 승자는?

여기까지 기사를 읽으신 분이라면 이 기사가 ‘대한민국 복돌이의 역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복돌이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네, 사실이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콘솔 게임 시장에서 복돌이의 역할이란 그저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SFC 이전 시기에는 말할 것도 없고, PS의 등장 이후에도 모드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복돌이가 성장할 틈이 없었으니까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인 드림캐스트나 휴대용 게임기를 제외하자면, 콘솔 게임 시장은 PC 패키지 게임 시장보다 복돌이로부터 훨씬 더 안전한 시장에 속합니다. 강력한 불법복제 근절 정책을 펼치는 수입업체들과, 복사게임을 돌리려면 하드웨어에 직접 ‘모드칩’을 달아야 하는 콘솔 게임기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콘솔 게임 복돌이가 설 땅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 다행스럽게도 모드칩 하나 달려면 정밀수술을 각오해야 한다.

현재도 콘솔 게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게임 업체입니다. 게임 업체의 끈질긴 불법복제 근절노력을 통해 콘솔시장에서 불법복제 사용자 수는 차츰 줄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라이브 밴을 단행한 MS의 경우를 봐도, 왜 콘솔게임 시장에서 복돌이가 설 자리가 없는지는 명백히 드러납니다. 피해가 심각한 축에 속하는 PSP나 NDS 역시 강력한 단속으로 인해 불법복제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콘솔 게임 시장의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암암리에 불법복제하는 복돌이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불법복제 방지’를 뚫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해커들의 시도가 계속 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 혹은 제작사의 실수로 인해 ‘부팅시디’나 ‘하드플스’의 사례처럼 언제 갑자기 대규모의 불법복제가 게이머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나갈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콘솔 게임 시장 최후의 승자는 복돌이일까요, 아니면 게임업체일까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 혹자는 양덕후라고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전 이런 사람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덤

몇몇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는 ‘콘솔 게이머들이 더 양심적이어서 콘솔 게임 시장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주장하는 분들을 위해 한 사례를 들고 마치겠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복사시디를 판매하던 ‘플스여왕’이 구속되었습니다. 당시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플스여왕’이 인터넷으로 지금까지 판매한 복사시디는 약 11만장에 달한다고 합니다. 11만장이라니 대단한 수치군요. 그런데 그 11만장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극소수’의 콘솔 게임 복돌이가 한 부끄러운 짓이라고요? 소도 웃을 노릇입니다.

▲ PC게이머와 콘솔 게이머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사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콘솔 게이머들도 그다지 나을 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어차피 콘솔 게이머라고 해봤자, PC 게이머와 겹치는 사람이 상당수고, 대부분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다만 콘솔 게임 시장은 여건이 안 되니까 복사를 ‘못’하면서 자기들끼리 커뮤니티에 모여 잘난 체 하는 것뿐. ‘하드플스’ 사태 때에 콘솔 게임 시장 유저들이 어떠했었는지 생각해도 ‘콘솔 게이머들이 더 양심적이다.’라는 말은 못 할 것입니다.

1부에서 이미 살펴보았던 것처럼, 게임 시장은 결코 양심이나 정 따위에 좌지우지 되는 곳이 아닙니다. 불법복제 역시 마찬가지. 지금까지 콘솔 게임 시장이 유지되어 왔던 것은 업체의 강력한 단속과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모드칩에 대한 부담, 그리고 ‘게이머가 구입하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컨텐츠’들 덕분이었지 결코 콘솔 게임 유저들이 잘나서가 아닙니다. 착각하지 맙시다.

- 차회예고

[특별기획] 대한민국 복돌이의 역사 3부작

3부: The Day After -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3부에서는 1,2부에서 채 못다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쑥밭이 된 대한민국 PC 게임 시장에 남은 것들, 불법복제에 대한 업계와 복돌이들의 상반된 의견, 끝으로 1,2부에서 다루지 않았던 여러 가지 불법복제에 관련된 용어를 정리합니다. '대한민국 복돌이의 역사 3부: The Day After'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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