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얍삽이’를 아는가? 흔히 ‘잔꾀’ ‘정정당당하지 않은 얕은 수단’ 정도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이 말은 ‘얍삽하다’는 표현으로 국어사전에 등재되어있으며(얍삽이는 등재되어 있지 않음) 얕은 꾀를 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우리가 흔히 쓰는 ‘얍삽이’와 통용되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얍삽’이라는 어근에 어미 ‘-이’가 첨가되면서 ‘얍삽이’라는 신종어휘가 만들어졌는데 게임상에서 쓰일 때는 게임상의 버그나 특정 성질을 이용하여 매우 수월하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지역이나 연령 등에 따라 ‘야비’, ‘캐야비’, ‘얍싸비’, ‘얌실’, ‘냄플(냄새나는 플레이)’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게임의 난이도에 상관없이 매우 수월한 클리어를 약속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공략법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얍삽이’를 남발할 경우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고 대인전에서 사용할 경우 즉각현피로 이어지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요즘 게임에서도 ‘얍삽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얍삽이’하면 역시 고전 게임들에서 더욱 빛났으며 화려했다. 오늘은 고전 게임에서 펼쳐지던 그때 그 ‘얍삽이’들에 대해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파이널 파이터- 와리가리
여러분은 ‘와리가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이 것은 캡콤의 인기게임 ‘파이널파이트’에 단골로 등장하는 ‘얍삽이’인데 3대를 때려야 쓰러지는 적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2대를 때리고 최후의 한 대는 반대편으로 헛손질을 한 후 다시 적을 2회 때리는 방식, 즉 2대 는 적을 때리고 1대는 뒤돌아 때리는 방식을 연속해서 하는 것이 이 ‘와리가리’이다. 와리가리의 어원으로는 원로 코미디언 남철, 남성남 님의 ‘왔다리 갔다리’ 춤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 꽤나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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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경우는 와리가리로 보스전 노데미지 클리어를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초고수의 경우는 양쪽으로 적을 세워두고 양쪽으로 ‘와리가리'를 실현하는 ‘더블와리가리’로 주변 꼬꼬마들의 기를 죽이기도 하였다. 2인용으로 ‘파이널파이트’를 할 때 1P는 보스에게 와리가리를 집중하고 2P는 주변 부하들을 정리하는 식의 확고하면서도 간결한 역할분담은 실로 아름다웠다고 칭송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코인클리어라는 숭고한 업적을 세울 수 있었으니 와리가리는 가히 ‘파이널파이트’의 정석이자 요순의 법도로 길이 남게 되어 오늘날 까지 그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와리가리’를 채택하고 찬양 및 간증, 전도하였으나 그 ‘얍삽이’성을 성토하며 꼿꼿한 백이와 숙제처럼 대나무같은 플레이를 한 이들도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와리가리(訛理假理 그릇된 이치와 거짓 이치)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정도(正道)를 통한 플레이로 오락실의 교정교화를 이끌던 선각자였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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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와리가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킹오브파이터 95 쿄 무한차기
대전액션게임계의 올스타전 ‘킹오브파이터(이하 KOF표기)’를 모르는 게이머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킹오브파이터’는 94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오락실의 효자종목이자 동전도둑으로 게이머들의 주머니에서 코인을 뽑아먹고 있다. 그중 ‘KOF 95'는 처음으로 팀선택이었던 94방식에서 탈피, 최초로 개인선택을 통한 나만의 올스타팀 선택을 가능케 하였으며 쿄의 라이벌인 이오리의 첫 등장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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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오파95, 이 게임의 주인공인 쿠사나기 쿄
많은 캐릭터 중에서 역시 제일 인기 있던 것은 주인공이던 쿠사나기 쿄 였는데 그 인기의 배경에는 그가 주인공이라는 프리미엄도 없지 않았겠지만 무엇보다 초필살 ‘얍삽이’의 도움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초필살 ‘얍삽이’의 이름이 뭔고 하니 바로 이름 조차 거창한 ‘칠십오식 개’였다. 시전방법은 ↓→ + B or D (2회 연속 입력) 이었으며 어려운 이름보다는 흔히 무한차기라고 표현했다.
한번 걸렸다 하면 공중에 떠서 죽도록 맞다가 죽을 때만 착지가 가능했으며 어떠한 대응이나 방어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공포의 기술이었다. 이 때문에 어린 게이머들은 99년 일어난다는 지구의 종말보다 상대방이 고른 쿄의 무한차기를 더욱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컴퓨터와 대전할 때는 무조건 1순위로 쿄를 내는 행동을 통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할 땐 기술이며 정당한 전략이지만 남이 하면 개야비요, 비겁한 술수라는 이중적 잣대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이라는 개념으로 확대 재생산되었다는 뻥을 쳐도 좋을 만큼 정도로 무한차기의 문제는 게임업계 공론의 장에서 문제화 되었다.
특히 모르는 중학생 형과 대전을 할 때 이 기술을 사용했다가 그 즉각 현피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속출하여 주변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었다. 95버전에서는 많은 피해자들이 속출하였으나 96버전부터는 무한차기가 불가능해졌다. 여러 사람 살린 매우 다행한 조치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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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차기, 이대로 구석까지 가는 거다
세이부 축구
‘위닝’과 ‘피파’ 이전에 당대를 휩쓸었던 축구게임이 있었다. “따라라라라라라라라” 하던 박력넘치는 사운드트랙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이름하야 ‘세이부 축구’ 오늘날까지도 외진 오락실 가면 한 대씩 있는 전설적인 축구게임. 당대로서는 혁신적인 그래픽(특히 골이 났을 때의 주장모션은 실사에 가까웠다)과 축구에 격투를 도입한 획기적인 기획은 많은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며 축구게임하면 ‘세이부축구’를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특히 있으나 마나한 심판의 존재는 축구장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적 여론이 있었지만 날아차기, 백태클 안면차기 등의 격한 격투기 기술들을 너그러이 인정해주는 모습은 우리사회가 가져야 할 ‘똘레랑스(관용)’의 반영이 아니겠냐는 변두리 학파의 조심스런 주장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최후 스테이지의 GOD팀으로 심판들이 나타나 백태클 및 날아차기를 일삼는 모습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함무라비 법전의 보복법적인 조항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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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부축구, 당시로서는 실사에 가까운 모션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세이부 축구’의 ‘얍삽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쓰던 방식이다. 킥오프 하자마자 볼을 화면 하단 쪽으로 돌리고 하단 라인을 따라 쭉 질주한 다음 크로스를 올려주면 헤딩으로 떨궈 먹던 매우 간단한 방식의 이 피니시 무브는 국민기술이라 불릴만큼 상대가 어느 팀이라도 점수를 쪽쪽 뽑아먹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심지어 최후팀인 GOD팀에게도 통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팀에게나 다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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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스를 올리면 헤딩으로 득점을 따냈다.
이 ‘얍삽이’로 원코인클리어는 당연시 되었으며 ‘얍삽이’로만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하수 취급받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고수들은 ‘얍삽이’는 정말 급할 때만 쓰고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플레이를 위주로 하였다. 축구게임계의 이단아셨던 ‘세이부 축구’는 슈퍼슛이라는 전대미문의 필살기도 창조하였는데 게이지 다 모아서 회심의 슛을 때렸는데 상대편 골대 맞고 우리편 골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상황도 존재하여 게이머에게 슈퍼슛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교훈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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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부축구 슈퍼슛, 게이지만 다 차면 다 죽는겨!
닌자베이스볼 배트맨
한때 ‘로봇야구’ 내지는 ‘내일은 야구왕’등의 별칭으로 불리던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이다. 이 게임은 전국 각지에 아주 보급이 잘된 게임 중 하나로 네 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서 황금야구상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4인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초록색 캐릭터로 이름은 리노라고 하지만 보통 ‘초록이’라고 많이 불렸으며 점프한 상태에서 공격버튼 누르고 레버를 상하로 땡기면 발생하는 ‘이나즈마 킥’의 위력이 사기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 것만 반복하면 원코인 클리어가 가능했다. 기술의 본래 명은 ‘이나즈마 킥’이지만 당시 필자의 귀엔 “짱아치”로 들렸다. 필자만 그렇게 들은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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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 상단에 오락실 아저씨가 ‘내일은 야구왕’이라고 적어놓았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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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즈마 킥, 이 기술의 위력은 가히 사기적
중간에 ‘이나즈마 킥’이 안 통하는 부분도 있었으며 와리가리의 응용으로 붙잡고 2대만 때리고 또 붙잡는 기능을 통한 ‘얍삽이’ 역시 존재했다. 이 2가지의 ‘얍삽이’만 있으면 원코인 클리어는 식은 죽 먹기였다. 4인플레이 까지 지원했기에 친구들과 함께 할 때면 서로 리노(초록)를 고르려고 싸우곤 했다.
스타디움히어로96
'스타디움히어로96'은 보기 드물게 육성까지 완벽하게 한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일본어 음성 일색의 오락실에서 “날 내보내!” “히어로의 등장입니다.” 가 들릴때면 가슴까지 벅차곤 했었다. ‘DATA EAST'가 제작한 이 게임은 3이닝마다 마타자나 마투수를 고를 수 있었으며 3명을 모두 마타자로 골라서 1,2,3번에 배치시켜두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던 게임이다. 1인용으로 할때는 백원에 3이닝이었고 2인용으로 플레이할시 600원이면 9이닝을 모두 보장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플레이를 원하는 일부 게이머들은 600원을 넣고 9회말까지 가는 체제를 선택한 이후 일부러 경기를 끝내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호합의 하에 8회말까지의 경기를 엄밀한 의미의 승부로 규정지은 후 9회초에서 점수를 무한대로 먹혀주는 비정상적인 승부담합 행위를 통해 600원의 효용성을 찾는 일부 게이머들이 있었다. 8회말까지는 방망이 깎는 노인이 심혈을 기울여 방망이를 깎듯이 최선을 다해 승부하고 9회 초부터는 점수를 마구 먹어준다. 이렇게 먹힌 점수를 다시 9회말에 만회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1인당 300원으로 오락실에서 1시간 놀았다는 등의 무용담으로 승화시켰으며 이러한 행위가 만연화되자 일부 오락실 주인아저씨들은 9회 초 점수가 20점을 넘겼을 경우 지긋이 오락기 스위치를 내려버리며 자체적으로 게임오버를 선언하는 분도 있었다. 이러한 게임 딜레이는 엄밀한 의미의 ‘얍삽이’는 아니지만 정정당당한 방법이 아니며 인위적으로 게임시간을 장기화하였다는 점에서 ‘얍삽이’로 분류되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지금 까지 고전게임에 얽힌 ‘얍삽이’에 대해 추억해 보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얍삽이’에 얽힌 추억은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메카 유저여러분들께서 기억하고 또 자주했던 ‘얍삽이’는 무엇이 있으신지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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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디움히어로96, 오래하고 싶은만큼 재미있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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