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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현생에서 게임 속으로. 실존인물의 캐릭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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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무수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온다. 제작사들은 저마다 궁극의 재미를 가지고 있다고 부르짖으며 게이머들을 유혹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바야흐로 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시대인 것이다. 그 디지털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는 게임이 있고 그 게임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바로 캐릭터이다. 요즘의 게임들은 저마다 특색 있는 캐릭터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는 게임사를 먹여 살리기도 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막대한 수익을 벌어다주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  마리오와 소닉. 게임에서 캐릭터들이 가지는 효과란 막대하다

매력적인 캐릭터 창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중에서 캐릭터를 창조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도 많이 쓰이는 것은 실존인물을 캐릭터화 하는 것이다. 실존인물을 캐릭터하는 경우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보다 인지도 면에서 유리하며 초기 접근성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게임 초심자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을 잘 찾아볼 수 있는데 예를 들자면 게임에 익숙치 않은 여성들이나 아이들이 플스방에 오면 친숙한 실존인물이 캐릭터화된 ‘진삼국무쌍’이나 ‘K-1'을 주로 골라서 하거나 일본 아주머니들이 이병헌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로스트플래닛’을 구매하는 행위에서 잘 나타난다.

실존인물을 캐릭터화 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정도로 구분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역사 속의 인물을 재해석하여 게임 속에 구현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유명 스포츠스타나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게임 속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일단 기타로 분류하고 차차 공개하도록 하겠다.

너의 본 모습이 무어냐! 역사 속 인물의 캐릭터 화

흔히 코에이의 역사게임에서 많이 보이는 유형이다. ‘삼국지’ 게임이나 ‘무쌍’시리즈에서 많이 보이는 방식으로 역사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은 역시 삼국지의 등장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의 실제의 외모는 알 길이 없으나 상당부분 미화되고 강해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다반사. 사실 본래의 모습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길이 있어도 굳이 애써 무시하고 미화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 실제는 추녀였다는 월영을 미녀로!!

그렇다면 게임 제작사가 역사적 인물을 미화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캐릭터가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력이 없는 캐릭터는 도태되기 마련. 역사적 고증에 치우친 나머지 배나오고 머리숱 적은 치킨 집 박 사장 같은 캐릭터가 칼 세 번 휘두르고 헉헉대며 누워버리는 모습을 원하는 게이머는 없다. 소설이나 역사 속에 나오는 위인들이 범인을 초월하는 능력과 출중한 외모를 지님으로써 게이머들은 자연스레 인물에 대한 동경과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설사 그들이 본래는 이런 극악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더라도)

▲ 멋진 역할에는 멋진 외모가 필요하다

코에이의 ‘삼국지’는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나온 무장들의 기록을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고 그에 걸맞는 캐릭터의 외모를 창조한다. 꽃미남의 잘생긴 호남형의 캐릭터도 존재하는 반면 실제 모습과 완전히 동떨어져 망가뜨리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전략게임인 ‘삼국지’ 시리즈에서는 그다지 이상할 것이 없으나 액션게임인 ‘진삼국무쌍’에서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망가진 캐릭터 장합을 그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멀쩡한 캐릭터를 망가뜨리는 이유는 뭘까? 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위닝일레븐' 마스터리그를 미난다, 카스톨로, 오르다스로만 버틸 수 없는 이유와 같다. 물론 저 선수들로도 한 두 시즌은 버틸 만 하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법. 마찬가지로 비슷비슷한 꽃미남 캐릭터로는 오래오래 플레이할 수 없는 법이다. 중간중간 개성이 강한 캐릭터로 받쳐줘야 롱롱타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말씀!

과도한 미화는 ‘전국무쌍’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별명이 ‘대머리’였다는 아케치 미츠히데는 이효리의 “만져볼래?” 샴푸CF를 연상케 할만한 장발 미청년으로 만들어 놓았고 명명백백히 초상화가 남아있는 오다 노부나가는 조조와 동급인 카리스마의 제왕이자 오골계 깃털 날리는 전기검 제다이 마왕으로 변화시켜버리고야 말았다. 이것 때문인지 혹자는 오다 노부나가가 아니라 요다 노부나가라고 칭하기도 한다.

분명 동양인이 분명할 ‘아자이 나가마사’는 혹시 톰 크루즈가 아닌가 의심해볼만한 금발의 서양기사로 둔갑시켰고, 어랍쇼 모리 란마루는 노부나가와 미츠히데 양쪽에 동성애 코드를 걸치고 있다.

▲ 완전히 다른 장합의 이미지, 지하의 장합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무쌍의 미츠히데, 만져볼래? 아 미치겠다

▲ 노부나가, 이게 어딜 봐서 동일인물?

▲ 나가마사. 전국시대에 금발을 한 사람이 있었을지 심히 의문

게임 제작사의 캐릭터 생성은 어디까지나 자유다. 그러나 타국에서 영웅과 위인의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물을 캐릭터로 만들 때는 좀 더 조심해야하지 않을까. 그 대표적인 예로는 ‘연희무쌍’이 있다.

▲ 연희무쌍. 중국인들의 관성대제라고 부르며 신으로 모시는 관우를 성적인 대상으로 전락시켜 많은 중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함부로 못 건드리는 연예인 그리고 스포츠 스타

다음으로 이야기 해볼 것은 실제 운동선수나 스타들의 모습을 게임 속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역사 속의 인물을 재해석하기 보다는 실제의 외모나 기술 등을 잘 살려내는데 주력한다. 역사 속 인물 재해석에 비하면 자유도는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는 쉬운 편이다.

예를 들면 위에 언급한 ‘연희무쌍’ 같은 경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해석을 자극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전혀 엉뚱한 모습(?)으로 등장하고야 말았다. 그러한 이유로 다수의 중국인들에게 배척을 받았지만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같은 경우는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기만 한다면 별 문제가 없다.(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동팡저우 능력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큰 문제가 되곤 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위닝일레븐’, ‘피파’, ‘스맥다운’, ‘K-1', ‘버추어 테니스’ 시리즈 같은 스포츠 게임이 있다. 위 시리즈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점점 실제선수와 더욱 흡사해지고 있다는 것.

▲ 피파에 등장한 루니. 외모는 실제와 매우 흡사하다

▲ 버추어 테니스

캐릭터가 실제 선수와 외모만 닮아서는 곤란하다. 스포츠 게임의 선수캐릭터는 실제와 같은 기술을 게임 내에서 똑같이 구현해야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위닝일레븐’에서의 델피에로존이나 ‘스맥다운’ 시리즈에서의 각 선수들의 고유한 피니시 기술 등은 실제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은 수준을 보이며 캐릭터의 현실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스포츠 게임이 아니더라도 실존 인물을 그대로 캐릭터화 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세가에서 출시한 바 있는 마이클잭슨의 ‘문워커’(뭐하자는 게임인지는 지금도 묘연하다)를 필두로 캡콤의 ‘귀무자’ 시리즈(마츠다 유사쿠, 금성무, 장르노) ‘로스트 플래닛’의 이병헌에 이르기까지 스타를 캐릭터화하는 게임은 면면히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게임은 스타의 인기가 게임의 인기와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게임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오히려 스타의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 그러나 스타가 가지는 상품성이 점점 거대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추세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더 많은 한류스타들이 게임 속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 프로그스플래쉬. 현실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프로그 스플래쉬도 게임 속에서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 ‘문워커’ 마이클 잭슨이 주인공인 액션게임

▲ '로스트플래닛'에 등장한 이병헌

갑환이는 싸움을 못해요! 이름 따로 캐릭터 따로

자. 앞에서 운만 띄운 세 번째 경우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이름만 빌려준 캐릭터와 동작만 빌려준 캐릭터 이야기다.

먼저 이름만 빌려준 캐릭터 부터 이야기 해 보자. 대전액션게임 매니아라면 누구나 알만한 인기캐릭터 김갑환. 여러분은 김갑환의 모델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이름을 빌려준 본래 주인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1992년 12월 아랑전설2에서 데뷔한 김갑환은 게임에 등장한 첫 번째 한국인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애초에는 김갑환이란 이름이 아니었다는 사실.

당초의 이름은 김하이폰이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안 나올 법한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이름이었다. 당시 SNK의 제품을 수입하던 ‘빅컴’사의 사장인 김갑환 씨가 “한국인 중에 그런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자 SNK에서는 김갑환 사장의 이름을 사용해도 좋겠느냐고 양해를 구하였고 김 사장이 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아랍에서도 ‘아자브 알 무흐디 웃딘’ 이란 이름 다음으로 듣기 힘들다는 ‘김하이폰’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지녔던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는 ‘김갑환’이란 한국적인 이름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가진 김갑환 과는 달리 게임 내에 김갑환 캐릭터의 아들로 등장하는 김재훈은 실제로 김갑환 씨 아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부자가 사이좋게 ‘킹오브파이터’에 그 이름을 올려 입신양명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가문의 영광이 아닐런지.

만약 내 이름과 아들의 이름으로 명명된 캐릭터가 게임상에서 대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보기만 해도 뿌듯하지 않을까. 필자는 빠른 시일내로 동팡저우도 김갑환 씨의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 실제 김갑환 씨는 태권도를 못한다고 한다.

동작만 빌려준 캐릭터를 뽑아보면 대전격투 게임 ‘철권’의 한국인 캐릭터 화랑이 있다. ‘철권 3’의 발매당시 화랑은 실제라고 보기 어려운 현란한 동작과 우리가 하던 태권도의 동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화랑의 동작은 실제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U-13(13세이하)의 주니어 게이머들과 그들에게 동조하는 일부 게이머(특히 초등학교 때 빨간 띠 이상 땄다고 하는)경우에는 ‘저런 동작은 불가능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모든 동작이 모션캡처 된 실제동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버로우를 타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 '철권 3' 제작 당시의 모습. 헌팅호크까지(붕 떠서 3단 때리기)까지 캡처했다고 한다.

화랑의 모델은 재일교포 3세 황수일 씨로 화랑의 모든 동작이 이분에게서 나왔다. ‘철권3’ 오프닝에 등장하는 화랑의 품세, 즉 황수일 씨의 품세를 보면 우리가 아는 태권도 동작과 다른 점이 많은데 이것은 황수일 씨가 북한태권도 위주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이기 때문. 모션캡처 당시 남코 스튜디오의 직원 몇 명이 방한 속옷을 껴입고 황수일 씨에게 도전했으나 연습발차기 몇 방에 모두 ‘떡실신’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그 실력은 매우 출중!

▲ 황 사범의 경기를 보면 화랑의 동작들이 보인다

지금까지 실존인물의 캐릭터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물론 이외에도 실존인물들을 게임 속에 캐릭터화한 경우는 많지만 대표적인 사례들 위주로 뽑아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나 운동선수를 직접 조작하며 승리를 맛보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는 대한민국의 스타들과 스포츠 선수들이 게임 상에서 더욱 많이 보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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