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흥미기획] 온라인게임, 이동방법 변천사

/ 2

인간은 직립보행으로 이동한다. 두 발로 땅을 밟으면서 걷는 ‘이동 방법’은 우리들이 흔히 ‘인류’을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알다시피 두 발로 이동하는 방법은 ‘걷기’와 ‘뛰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이동 수단의 ‘개념’을 최초로 바꾼 ‘사람’은 아마도 들판에 떠도는 순한 초식 동물에 올라탄 과거의 유인원들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동수단이 ‘제 자신의 다리로 걷는다’는 개념에서 ‘더 빠른 탈 것’에 올라타는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 인간이 변하듯이 게임 캐릭터도 변하고 있다. (작가 미상)

이런 식이다. 이후 시간을 빠르게 움직이면 기원전 3500년경 당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인류가 ‘바퀴’를 사용한 탈 것을 이용했던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증기기관, 자동차, 배, 비행기, 우주선 등이 발명되어 인류의 ‘발’을 대신에 땅과 바다, 하늘을 이동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순간이동’이라든가 ‘차원이동’ 등의 ‘이동수단’은 발견(혹은 발명)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인류’, 즉 우리들의 이동방법 변천사다.

두 발로 걷고, 뛰고, 탈 것에 올라타고, 배를 만들고,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등으로 이어지는 변천사.

그렇다면 게임 속에서 우리들이 조종하는 캐릭터들의 이동방법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미리 밝히지만 인류가 걸어온 길과는 다소 다르다. 또 다르면서 비슷한 부분도 많다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이에 ‘흥미’로운 부분을 중점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 바람의 나라, 달리는 것보다 순간이동을 먼저 배웠다?

순간이동은 우주까지 진출한 우리들, ‘인류’가 아직까지도 개발하지 못한 이동수단으로써 우리 주변에서는 만화나 게임 속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이동수단이다.

여기서 순간이동은, 자신이 가고 싶은 장소를 마음 속에 떠올리거나 (기타 물건을 사용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뜻한다.

게임 속에서는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뿅’하고 사라졌다가 ‘뿅’하고 나타나는 간편함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서도 매우 초창기부터 사용됐던 ‘이용수단’이 바로 ‘순간이동’이다.

또 이는 ‘귀환서’ 스타일로 자주 애용되고 있는 이동수단으로 유저들의 게임 머니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게끔 만드는 ‘기본 시스템’이다.

이러한 이동수단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가 등장한 다음부터는 ‘대중적으로’ 포탈 개념으로까지 확장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막자'에 걸리면 옴짝달싹 못한다

그렇다. 우리들이 조종했던 게임 속 캐릭터는 ‘바퀴가 달린 탈 것’에 올라타거나 사람보다 빠른 동물의 등에 올라탈 겨를도 없이 ‘뿅’하고 나타났다가 ‘슉’하고 등장하는 각종 귀환서, 귀환주문, 포탈 이동 등의 방법을 애용했던 것이다. 이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기술이 점차 향상되면서 게이머들이 고개를 끄떡일 만한 이동수단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인간과는 ‘거꾸로’다.

■ 라그나로크, 그러나 ‘북북서로 진로를 돌릴 수는 없었으니…’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우리에게는 영화 ‘싸이코’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알프레드 히치콕의 또 다른 걸작 영화의 제목이다. 영화를 보진 않았더라도 제목이 특이하여 기억하고 있는 유저들도 꽤 있을 것이다. 제목처럼 인류와 영화 속 인물들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릴 수 있었으나 온라인 게임이 이제 막 ‘그래픽’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을 무렵에는 여러 게임들이 ‘북북서’를 비롯해 ‘북동’, ‘동남’ 등의 대각선 방향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많았다.

초창기 그래픽 온라인 게임의 게임 캐릭터가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은 4방향, 즉 동서남북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바람의 나라’와 ‘라그나로크’가 있다. 이 두 게임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2D 그래픽 온라인 게임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동 방법은 동, 서, 남, 북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각선으로 이동하려면 북으로 이동한 후 동으로 이동하는 식으로 움직여야만 한다(라그나로크의 경우에는 겉으로 볼 때 자연스럽게 대각선으로 이동한다).

때문에 길목을 막고서 상대방의 이동을 방해하는 날강도 수법인 ‘막자’의 원조도 ‘바람의 나라’로 널리 알려졌다.

▲ 라그나로크는 4방향이지만, 왠지 모르게 부드럽게 미끌어지는 느낌으로 이동한다

혹시 당신이 대각선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8방향 이동가능 게임을 먼저 접하고 위 게임들을 나중에 체험해봤다면 분명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게임 캐릭터들은 이렇듯 인류의 ‘이동 방법’과는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등장부터 순간이동을 사용하는가 싶더니 땅(필드)에서는 겨우 동서남북으로만 이동하는 것에 만족했던 ‘초보’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서서히 자연스럽게 8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속도만 빨라진 것이 아닌, 캐릭터의 모습까지 ‘뛰는’ 형태를 흉내 내는 시기를 맞이한다.

■ 릴 온라인, Run to You가 가능해지다

온라인 게임은 ‘뮤(MU)’를 비롯한 많은 3D 게임들의 등장으로 3D 온라인 시대에 안착했다. 이렇듯 게임 그래픽이 3D로 바뀌면서 이동방법에도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걷는 포즈와 뛰는 포즈를 명확하게 구별해야 했기 때문일까?).

소개할 릴은 캐릭터의 ‘걷기’와 ‘뛰기’의 구별이 명확했다.

기존 게임들의 캐릭터들이 오직 걷기만 가능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큰 변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릴의 이러한 변화는 이후에 출시된 3D 온라인 게임 대부분이 걷기뿐만 아니라 뛰기까지 가능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써 오던 도구인 ‘석기’를 버리고 ‘금속’을 사용하는 시대로의 진화와 맞먹는 변화다(어떤 게임이 최초였는가를 따지기 전에 널리 알려진 사례를 꼽았다).

뛰기가 존재했기에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여러 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이다.

▲ 릴 온라인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온라인 게임이다

릴을 거쳐 ‘리니지2’ 등이 등장하면서 게임 월드 내 이동에서 캐릭터 이동속도의 중요성은 한층 강해졌다.

이동속도가 사냥시간, 퀘스트 수행시간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탈 것’과 ‘뛰는 것’은 개발사가 게이머에게 요구하는 ‘게이머들의 노력에 의해 성취해야만 하는 컨텐츠’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주어질 수도 있고 안 주어질 수도 있으며, 속도까지 천차만별이다. 게이머들은 다양한 ‘탈 것’의 등장에 환호하다가도 그것을 마련하기 위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처럼 노동을 하게 되었다.

■ 점프가 있다? 점프가 없다?

‘탈 것’의 보급과 함께 언급하고 싶은 사실은 캐릭터들이 말과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서 허벅지의 힘이 세졌는지 점차 덩실덩실 점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동서남북에 이어 북북서로까지 진로를 바꾸고, 걸어 다니던 캐릭터가 어색한 몸 짓으로 필드를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캐릭터들의 이동 방법은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쉽사리 점프를 할 수는 없었다.

‘점프’를 구현할 만한 기술이 없었다기보다 ‘점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불후의 명작인 PC게임 ‘디아블로 2’가 게이머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어쩐지 ‘점프’를 하지 못하는 게임 캐릭터는 ‘답답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종종 ‘점프’를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더욱 그 수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 시기부터 많은 개발자들이 ‘점프’의 도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 리니지 2 마저도 '탈 것'이 등장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많은 게임들이 개발되었지만 ‘점프’를 대중화시킨 것은 ‘디아블로 2’와 더불어 역시 최근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WOW’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장르는 다소 다르지만 MMORPG보다 FPS쪽에서 ‘점프’는 더욱 큰 발전을 해 ‘점프대’를 사용하거나 ‘중력’을 이용한 ‘이동방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 WOW가 본격적인 하늘의 시대를 열다

‘WOW’가 캐릭터 이동방법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탈 것’이라는 시스템을 일반화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WOW’ 이전에도 ‘울티마 온라인(테이머)’, ‘라그나로크(기사의 페코페코)’ 등에도 탈 것이 존재했지만 특정 직업만이 탈 수 있었다. 하지만 ‘WOW’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탈 것’이라는 이동방법에 목을 메야 하는 시스템을 확립시켰다. 매우 강력하게….

▲ '하늘을 나는' 잇점이 PvP로까지 확장돼버린 WOW

뿐만 아니라 ‘WOW’는 ‘하늘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면서 이번 확장팩에서는 기존의 정해진 경로만 비디오를 재생하듯이 움직이던 ‘날으는 탈 것’을 한 단계 발전시켜 자유롭게 조종 가능한 ‘날으는 탈 것’을 선보였다. 이는 ‘글라이더 형제’가 ‘최초의 비행’을 선보인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WOW’가 지상전에서 되풀이되던 ‘PvP’의 개념을 하늘로 확장시킨 게임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앞으로 출시될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에서는 캐릭터가 직접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캐릭터 이외의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캐릭터의 자체적인 힘(날개)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이머의 플레이 그라운드가 땅뿐만 아니라 하늘까지 확장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WOW’와는 또 다른 세계의 발견이다.

자,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의 이동방법 변천사를 알아보았다. 글을 꼼꼼하게 읽은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인류의 이동수단 변화는 인간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면서도 게임개발 ‘기술’에 따라 점차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혹은 인간과 비슷해지고 있거나). 하늘까지 정복한 온라인 게임이 등장한 지금에 와선, 온라인 게임의 이동수단이 인류의 이동수단을 따라잡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하늘을 난다고 해서 모두 똑 같은 것은 아니다. 어떤 게임이 얼마나 더 자유로운 비행을 구현할 수 있느냐, PvP를 하거나, 아니면 PvP에 유용한 비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아직도 게임 캐릭터는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겠다(혹은 게임 개발사의 갈 길이 먼 것이거나). 이것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상상이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동수단이 발전한다는 것은 사람이든, 게임 캐릭터든 반가운 일임에는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