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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의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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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을 돌아보면 게임계에도 은연중 자신의 본래 가치보다 과대평가됐거나 혹은 과소평가된 사례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축구 장르’는 2006년에 10개가 넘는 수의 타이틀이 발표되며 게임계에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졌었다.

하지만 2006년이 저물어가는 현재, 꾸준하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게임은 피파온라인, 익스트림사커, 킥스온라인 정도로 반타작도 거두지 못한 성적이다. 나머지 게임들은 오픈베타를 시작했는지, 클로즈베타를 시작했는지조차 모른 채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이는 ‘축구’ 장르가 ‘2006 월드컵’이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과대평가됐던 것이 아닐까? 본래의 가치라면 10개가 넘는 온라인 게임이 동시에 개발될 수 없는 장르였을 텐데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은연중에 느끼지 못했던 사례를 분야 별로 끄집어내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의 꼬리표를 붙여보는 것. 이것이 본 기사의 취지다. 이에 로컬라이징, 유저층, 장르, 몬스터, 개발사  등으로 선정해보았다.

*과대평가(過大評價): 실제보다 지나치게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평가.

 

로컬라이징

과대평가: 원작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던전 앤 드래곤, 워해머, 워크래프트 등 널리 알려진 원작의 대단함은 필자나 게임메카 유저들도 익히 알고 있는 바다. 하지만 원작이 아무리 훌륭할지라도 실제 최후 결과물인 ‘온라인 게임의 완성도’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원작은 일종의 ‘보너스’지, 흥행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사실. 온라인 게임의 ‘원작’에 대한 지나친 홍보는 자칫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가로 발목을 되려 잡힐 위험이 크다.

과소평가: 한글화

해외 온라인 게임의 한글화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글화는 단순히 번역 툴로 해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칭찬받는 이유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NPC의 대사, 퀘스트 내용 등이 단순한 문장 해석 수준이 아니라 한글 본연의 맛을 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다는 게이머들이 있을지언정 ‘한글화’만큼은 꼬투리를 잡을 소지가 거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해외 온라인 게임이 ‘완벽한 한글화’를 운운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수준의 한글화로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온라인 게임 속의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모조리 한글로 번역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훌륭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에 틀림 없다. 로컬라이징의 성공 여부는 한글화의 퀄리티에서 승부가 반쯤 결정된다는 사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단순한 직역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센스가 곳곳에 보인다

유저층

과대평가: 초등학생 연합

PC방에서 시끄럽기로 자자한 초등학생 연합이 게임계에 한 세력을 이룬 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또한 그 수적인 상승폭도 매년 증가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하지만 그 유저층이 넓은 것은 사실이나 개개인이 지출할 수 있는 비용은 대부분 하루에 1,000원 정도라는 사실에 주목하자(물론 명절에는 지출이 급상승하지만). 또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업에 더욱 매진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으로 한 게임에 충성하는 고객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오히려 시끄러운 초등학생 연합들의 ‘야!(친구 부르는 소리)’, ‘1시간 선불이요’와 같은 낭랑한 목소리를 묵묵히 들어주는 20, 30대 유저들이 더욱 믿을 만한 고객이 아닐까? 물론 후자가 지불 능력도 훨씬 뛰어나다.

과소평가: 주부들(대게 엄마. 혹은 아줌마들은 게임과 상관없는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05 KCG(Korea Games Conference)에서 기조 연설을 맡았던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이사는 차기작의 유저층을 ‘주부들, 즉 우리 어머니 세대’로 잡을 의향이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

이유인즉슨 대부분의 주부들이 남편과 아이들이 회사와 학교에 가면 딱히 집안에서 여가 생활을 보낼 만한 ‘놀 거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게임의 기획 초반 단계부터 이러한 ‘주부’들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는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볼 마음이 있다는 것이 연설 초반의 요지였다.

필자는 이 연설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으며 언젠가는 김학규 대표이사가 ‘아줌마들을 노린 온라인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굳게 믿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게임을 좋아하고 이해해주는 어머니들이 많게 되면), 한 밤 중(혹은 새벽)에 심각한 공성전이나 레이드를 하고 있는 아들의 등짝을 있는 힘껏 세게 때리시는 어머니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 가까운 미래에는 오른쪽에 과일을 들고 계신 분을 주목하라!

 

게임 업체

과대평가: 소니

‘소니’가 최근 보여준 일련은 행동은 전혀 ‘소니 스타일’답지 않았다는 사실. 이는 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유저들도 공감하는 바라 생각된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블루레이 HD 디스크 드라이브 부족으로 출시일이 늦어졌고, 지역에 따라 출시일이 최대 3개월이나 차이가 난다는 소식과 물량이 충분히 공급돼지 않아 사재기 경쟁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되는 등 최근 소니에 관련된 뉴스는 대부분 부정적이고, 불투명한 미래를 예고하는 분위기의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소니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할 시점이 아닐까?

 

-PS3 성능은 PS2의 1000배

-PS3 오히려 너무 싼 걸지도 (PS3의 비싼 가격에 관해)

-PS3 모든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패드표절에 관해)

-PS3 목표대수는 2억대, 연간 1000만대 팔릴 것

-PS3 10년은 간다 (E3 2006 이후 히라이 사장 인터뷰에서)

-쿠타라기, 소니 혁신 위해 40세 이상 직원은 해고해야(본인 54세)

-PS3 실패, 쿠다라기 켄 대표 결국 문책성 좌천

 

과소평가: 조이맥스

‘실크로드 온라인’을 개발한 조이맥스는 한마디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체험한 국내 개발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조이맥스는 ‘실크로드 온라인’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PC게임을 개발유통하던 회사였다.

아트록스, 탱구와 울라숑, 야인시대, 파이널 오딧세이 등의 PC게임들은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쓰디쓴 실패를 맛보았던 작품들도 없다. 또 현재 개발하고 있는 ‘실크로드 온라인’은 처음 선보였을 때만해도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안정적인 서버 운영, 독창적인 게임성, 최신작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그래픽과 기획성 등이 서서히 인정받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글로벌 서비스로 대박을 이뤄내 가입자 1,200만명, 150여 개국 수출이라는 성적을 거뒀다(예전의 ‘라그나로크’를 보는 듯하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조이맥스가 창업 10년째가 되는 2007년에는 연 매출 150억원 규모로 성장한 업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정도 성적이면 국내 업계에서도 톱 클래스 수준임에 분명하나, 그 이름 값은 다소 과소평가된 회사. 이만큼 과소평가된 개발사가 있다면 제보 바란다.

장르

과대평가: 축구

과거, 골프와 농구를 온라인 게임으로 만났던 경험은 매우 신선했다. 그 여파였을까? 이후에는 대부분의 스포츠가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축구, 농구, 야구, 피구, 볼링, 이종격투기, 테니스 등등).

하지만 결정타는 월드컵이었다. 게임명만 나열하면 피파온라인, 킥스온라인, 풀타임, 킥오프, 아트사커 스트리트, 익스트림사커, 사커퓨리, 임파서블 팀, 월드 오브 사커, 플레이메이커, 레드카드, 리얼사커, 슈팅슈퐁 등이다. 물론 현재, 다양한 축구 게임을 기대하던 대부분의 유저들은 PC기반의 ‘FIFA’를 온라인화한 피파온라인에서 드리블을 연습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아직까지 개발중인 게임들이 많으므로 후반 역전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으나 비슷한 장르가 동시다발적으로 너무 많이 등장했던 것은 분명 ‘축구’를 과대평가했기 때문이 아닐까? 혹은 국민들의 월드컵 열기를 너무 과대평가했다거나.

과소평가: TCG(Trading Card Game)

“웬 TCG? 어차피 마니아들의 전유물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기 때문에 역으로 온라인 게임의 ‘TCG’는 과소평가된 장르라 생각해볼 수 있다. 1993년에 미국의 수학자인 리처드 가필드가 ‘매직: 더 개더링’을 만든 후 ‘Wizards of the Coast’사를 통해 대중화되었다고 알려진 TCG는 이후 전세계적으로 3,000만명 이상의 유저들이 즐기고 있는 장르라고 한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화된 TCG 장르는 딱히 ‘대중화됐다’라고 할 만한 히트작이 아직까지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라그나로크 TCG, 믹스마스터 TCG 등이 온라인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나 즐기는 유저층이 20대보다 10대가 더 많고, 그 숫자도 대중화됐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필자가 유난히 ‘대중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20대 이상의 성인 유저층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을 갖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온라인 TCG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배경으로 만든 TCG가 온라인으로, 그것도 한글화가 완벽하게 돼서 등장한다면 당신은 플레이를 해볼 마음이 있겠는가? 필자의 경우에는 ‘YES’다. 혹은 고길동과 아기공룡둘리가 등장하는 TCG온라인이 나온다면? 물론 ‘NO’다(둘리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취향과 선택의 문제랄까? 분명 20대 이상의 유저가 선택할 만한 온라인 TCG는 그 수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이런 차이를 얘기하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TCG 온라인은 아직까지 대한민국 게임계에서 도전해볼 만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틈새시장의 의미도 여전하다. 필자가 아무리 강조해봤자 TCG를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 만약 World of Warcraft가 TCG 온라인으로 등장한다면?

 

고정 출연 캐릭터

과대평가: 경비병

온라인 게임에 등장하는 경비병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경비병’이 주는 무게감과 비교해보라. 그들은 주로 1컷에 출연했다가 기습에 의해 살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

가끔은 “경비병들로만 파티를 꾸려도 드래곤 한마리 잡겠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장비도 기본적으로 입는 ‘청동 갑옷’, 무기는 1레벨 유저에게 주어지는 기본 무기를 들고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별 거 아니라고 한 대 쳤다간…. 당신은 이미 죽어있다. 도망가도 끝까지 쫓아온다(후덜덜).

▲ 경비나 보고 계실 분들이 아니신데?

과소평가: 드래곤

최종 보스 역할에 출연빈도가 가장 높았던 몬스터가 바로 드래곤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실태는 어떠한가? 온라인 게임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최종 보스 역할이 없다는 점도 한 몫을 하지만 소수의 유저들이 뚝딱 잡아내는 몬스터로 전락해버린 것도 사실이다. 너무 흔해졌달까?

아주 먼 옛날, 각종 험난한 모험을 마친 용사들이 깊숙한 던전을 탐험해야 만날 수 있었던 드래곤. ‘거대한 음모를 배후에서 조종하던 배역’에 단골손님으로 캐스팅됐던 드래곤. 입에서는 용암을 내뿜고, 그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진의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드래곤. 소설과 영화를 불문하고 스토리가 끝나갈 때쯤에 겨우 대결할 수 있었던 드래곤. 용사들은 곤히 주무시고 계시는 드래곤을 깨웠다가 해골병사 되기 십상이었다.

그런 드래곤이 온라인 게임의 등장으로 인해 위상이 현격하게 약해졌다. 모 게임에서는 4명이서도 잡았다더라. 어느 게임에서는 새끼용을 테이밍 몹으로 데리고 다닌다더라. 아, 드래곤의 위상이 어찌 이리 약해졌단 말인가?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

이 기사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고정관념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IMC게임즈의 김학규 대표이사가 말한 ‘아줌마 유저’의 경우다. 실제로 MMORPG를 플레이해보면 예전보다 30, 40대의 주부들을 접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많아졌다.

또 이들은 이 게임, 저 게임으로 옮겨 다니는 이른바 ‘오픈베타족’과는 철저히 다른 행동패턴을 보여준다. 주로 이른 아침부터 접속을 하며, 결제 능력 또한 오픈베타족보다 뛰어나고, 게임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서 다른 게임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김 대표의 전략(?)처럼 ‘아줌마 유저’를 노린 온라인 게임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해내는 쾌거를 이룰 수 있지도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고정관념을 깬 생각이 게임업계 전반에 걸쳐 더욱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이 선뜻 대다수를 납득시키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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