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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거지족이여! 지갑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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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우리는 온라인게임의 명품족에 대해서 알아봤다. 온라인게임을 위해 한 달에 적게는 수만원부터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쓰는 명품족들은 대부분 개발사가 부추긴 과도한 경쟁의 희생양이었다.

[지난 명품족 기사 보러가기]

하지만 여기 개발사의 마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초지일관 무료게임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속칭 온라인게임 거지족(이하 거지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한 푼이라도 쓰는 것을 ‘일생의 수치’로 여기며 갖가지 방법을 사용해 온라인게임을 무료로 즐기고 있는 족속들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를 외친 김상경씨. 이분의 말씀은 틀렸다!

이번 코너에서는 이 온라인게임 거지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가 있다면 이번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도록 하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나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1부. 온라인게임 거지들의 종류!

똑같은 거지족이라도 다 같은 거지가 아니다.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이 유료인 줄 조차 모르는 오직 노가다에만 신경 쓰는 오리지날 거지족이 있는가하면, 게임 밖에서는 거지지만 게임 안에서는 그 누구보다 떵떵거리고 사는 배부른 거지, ‘자린고비족’도 있다. 지금부터 다양한 거지족의 유형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1. 쿠폰족 -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 모은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는 신규유저의 영입을 위해 몇 일간 자유롭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나눠주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쿠폰이다! 물론 정상적인 루트로 입수할 수 있는 쿠폰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작년 봄에 있었던 코카콜라와 리니지 2의 합동 마케팅. 코카콜라에 새겨진 리니지 2의 무료 이용권의 코드 때문에 몇몇 쿠폰족들은 코드가 남아있는 코카콜라 병을 찾아 쓰레기통까지 뒤질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지 않은가?

▲전국의 쿠폰족들을 달아오르게 한 그 광고!

▲쿠폰을 찾았을 때의 느낌은, 이런 느낌?

필자 역시 군대에서 부식으로 나오는 코카콜라의 코드 300여개를 적어서 휴가 때 들고나온 기억이 있다. 물론 행사 기간이 끝난 것을 알고 피눈물을 흘렸지만 말이다.

▲자존심 따위는 대기권 밖으로 집어 던지자! 세상은 돈이다!


2. 베타족 - ‘오라는 게임은 없어도 갈 게임은 많다?’

거지족 중에는 오픈 베타테스트 때 바람처럼 나타나 상용화와 함께 사라지는 독특한 집단이 하나 있다. 그들이 바로 온라인게임의 영원한 메뚜기, 베타족이다.

베타족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공짜게임을 즐기는 쿠폰족과 반대로 약간의 노력마저도 귀찮아하는 게으른 집단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가지, 베타테스트 일정에 맞춰서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것과 상용화가 시작되면 그때까지 모아놓은 아이템을 현금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것뿐이다.

▲상용화가 싫어 떠나는 사람들을 그린 불후의 명작 '상용과 함께 사라지다'

‘세상은 넓고, 베타게임은 많다’는 신조로 살아가는 베타족들은 온라인 게임의 베타테스트 일정을 줄줄 외울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물론 유료화가 단행되기 전에 모아놓은 아이템을 팔고 자리를 떠야하기 때문에 유료서비스로 전환하는 날짜에도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베타테스트 게임만을 즐기기 때문에 한 가지 게임을 오랜 시간 붙잡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레벨 업 이외의 컨텐츠에는 눈길조차 두지 않는다. 그리고 ‘게임 불감증’이라는 괴상한 말로 베타게임만 찾아다니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고 있다.

▲부분유료화 게임에는 계속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04년 초의 게임메카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베타족에 관한 글들. 돈 내고 할 ‘게임’이 없다기 보다는 돈 내고 할 ’생각‘이 없는 거겠지

3. 근성족 - 캐쉬 따위 부럽지 않다!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캐쉬를 전혀 쓰지 않고 플레이 할 수 있을까? 해답은 이 근성족을 보면 알 수 있다.

오직 부분유료화 게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근성족은 노력과 시간으로 캐쉬 아이템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초인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주로 방학을 맞이한 10대나 20대의 백수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레벨 업에 엄청난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에 캐쉬아이템으로 도배한 명품족들을 맨몸으로 따라잡는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이들은 간혹 자신의 모든 것을 잊은 채(忘我之境) 캐릭터의 레벨 업에 전념하여 주변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일이 있다.

▲끊임없는 레벨 업이야 말로 근성족의 기본!

▲이들은 가끔씩 과도한 수련으로 인해 주화입마를 입기도 한다


4. 자린고비족 - 티끌모아 캐쉬 산다?

자린고비족의 특징은 게임 내에서 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부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금 결제를 하는 대신 게임 내의 화폐나 아이템을 모아서  캐쉬 아이템, 혹은 무료이용 쿠폰 등을 구입한다.

물론 게임 내의 화폐를 캐쉬로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린고비족은 큰돈을 벌 수 있는 고레벨 캐릭터를 한 개 이상씩 가지고 있다.

▲고정 수입을 얻기 위한 고레벨 캐릭터와 비싼 장비야 말로 이들의 필수품!
(사진의 캐릭터는 본문과 관계 없음)


5. 무관심족 - 유료화? 캐쉬아이템? 그게 뭔데?

반면 캐쉬아이템이나 부분유료화가 뭔지조차 모르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속칭 무관심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10대 초등학생들과 온라인게임을 처음 접하는 40대 이상의 유저, 그리고 소수의 여성유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치장하고 달리는 부르주아 초등학생은 논외로 치자.-_-;;

이들은 부분유료화 게임이 ‘무료’라는 거짓된 홍보카피를 그대로 믿고 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유료컨텐츠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무관심족의 대다수가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개발사의 어떠한 상술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옛말에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이들이 한 번 캐쉬아이템에 맛을 들이면 그야말로 명품족 뺨치게 돈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 즐거운데 다른데 신경을 쓸 리가 없잖아?

2부. 거지족의 실태에 관한 보고서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무료로 즐긴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비매너, 왜곡된 현거래, 저급 게임의 양산 등 거지족으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한 문제점도 있다. 이번에는 이런 온라인게임 거지족들의 문제점에 대해 다뤄보는 시간을 갖겠다.
 

1. 비매너 플레이 - ‘니마 돈 좀’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면 이상한 쪽지나 껌을 나눠준 후 돈을 요구하는 사람을 한번쯤 만나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속칭 앵벌이라 불리는 그들 중에는 껌 한통에 5천원을 달라거나, 쪽지를 봤으니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는 등 말도 안 돼는 이유를 내세우며 다른 이를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하는 짓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바로 온라인게임의 비매너 플레이다.

다양한 거지족 중에 주로 베타족에 의해 자행되는 비매너 플레이는 게임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거나, 다른 이에게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구걸 하는 사람(+개)은 차라리 양반이다

유독 이들의 비매너 플레이가 많다고 언급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게임에 머물러있지 않고 한 달에도 몇 번씩 게임을 옮기는 베타족의 특성상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욕을 먹는 행동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요구하는 것이 돈 대신 쿠폰이라는 것 뿐

▲이런 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부럽군...


2. 새로운 방식의 현금거래 - 약관에 사각이 생겼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 현금거래는 불법이다. 하지만 현금이 아닌 ‘게임 내 화폐와 캐쉬아이템(혹은 상품권 등의 쿠폰)간의 거래’에 대한 규정을 정해놓은 온라인게임은 거의 없다. 새로운 방식의 현금거래는 이런 약관의 헛점을 노린 셈이다.

부분유료화 게임의 캐쉬아이템은 반드시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으며 게임 내의 화폐로는 교환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몇몇 유저들은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캐쉬아이템을  게임 내의 화폐를 주고 구입한다.

 ▲최근에는 캐쉬아이템의 거래 자체를 막아 놓은 게임이 많다. 그래서 대신 등장한 것이 문화상품권이다. 부분유료화게임의 대부분은 문화상품권으로도 결제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엄연한 현금거래다. 게임 내의 화폐를 현금 값어치가 있는 물건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하는 행동은 게임 내에서 아이템 두 개를 교환하는 것뿐이므로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약관에 어긋나지 않는 현금거래’가 성립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부분유료화 게임인 다크에덴에는 장비에 대미지 +1 옵션을 붙여주는 ‘검은 떡국’이라는 캐쉬 아이템이 있다. 이 ‘검은 떡국’의 가격은 현금으로 14,000원, 그리고 다크에덴 게임 안에서는 1억 2천만 정도의 시세로 거래되고 있다. (05년 4월 기준)

▲떡국을 흘리면 왜 대미지가 증가하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이는 다크에덴의 화폐 1억 2천만이 14,000원의 현금 값어치를 지닌다는 소리와 같다. 실제로 거래가 진행되던 05년 초 다크에덴의 현금 거래가는 1억당 12,000원 이었다.

▲14,000원 하는 떡국을 다크에덴 화폐 1억 2천에 파는 사람과 당시 현금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현금거래 가격이 거의 일치한다

물론 게임 내 화폐를 모아 캐쉬아이템을 사려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게임을 즐기려는 노력이 얼마나 가상한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거꾸로 보면 캐쉬아이템을 산후에 그것을 팔아서 게임 내의 화폐를 구하는 유저도 있다는 말이 된다. 결국 중간에 캐쉬아이템이라는 단계가 하나 추가된 현금거래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거래가 계속 이루어지다보면 게임 내의 화폐와 캐쉬아이템으로 바꾸는 새로운 방식의 현금거래가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3. 저급 게임의 양산 - 돈이 안 되는 게임을 누가 만들어?

거지족의 마지막 문제는 개발사의 개발의욕을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무료게임만을 찾는 것도 서러운데, 부분유료화 게임마저 돈 한 푼 안내고 즐기려 든다면 어느 누가 큰돈을 들여서 온라인게임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결국 개발사는 많은 돈을 들인 대작게임 보다는 적은 돈으로 그나마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유료화 게임을 주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저는 ‘이런 수준의 게임에 돈을 낼 수는 없다’면서 무료게임만을 고집한다. 또 다시 돈을 벌지 못한 개발사는 낮은 퀄리티의 부분유료화 게임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패키지 게임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이야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치우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췌)

▲그 와중에 많은 돈을 들여 개발했던 게임도 있었지만, 결과는 말하고 싶지 않다

3부. 역시 둘 다 살아야겠지?


1. 영화는 문화생활이고, 게임은 비문화생활이고?

오늘 소개한 거지족은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무료로 즐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부분유료화 게임에서 플레이하며, 돈 한 푼을 아끼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부분유료화는 ‘자신에 경제능력에 맞는 가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지 결코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게임이 아니다. 그런 게임을 어떻게든 무료로 즐기려고 하니 당연히  부작용들이 따를 수밖에 없다.

▲뭐 가끔은 ‘니가 어디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 보자’라는 고약한 심보를 가진 게임도 있긴 하다
(지난 기사에 나온 디오 온라인의 스크린샷)

여기서 잠시 생각을 바꿔보자. 왜 이렇게 게임을 무료로 즐기려는 사람이 계속 생겨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나라 유저들이 게임을 문화생활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베타테스트 중인 게임이 상용화된다면 당장 게시판부터 난리가 난다. 우선 대다수의 유저가 가격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제시하고 그 후에는 ‘돈 받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라는 식의 듣도 보도 못한 논리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떨까? 영화를 개봉하면서 무료시사회의 횟수가 적다고 불만을 가지는 관객은 거의 없다. 왜냐면 모두의 머릿속에 ‘영화 = 돈을 내고 즐기는 문화생활’이라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얘네 개발비가 어지간한 영화 예산을 뛰어넘는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유저들은 게임을 돈을 내고 즐기는 ‘문화’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게임의 베타테스트 날짜를 외울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베타족이나, 게임 내에서 막대한 부를 쌓고 있는 자린고비족 역시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 상용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스스로를 게이머라 칭하면서도 결국에는 ‘무료’게임만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것이 현재 온라인 게임계의 현실인 것이다.

▲이게임 저게임 다 해봤다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뭐가 무료예요?’ 냐? -_-;;


2. 게임하는데 지갑을 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유저들의 지갑이 열려야한다. 그렇다고 한 달에 수십만원씩 지출하는 온라인게임 명품족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자신이 즐긴 만큼의 금액을 지출해줄 필요가 있다. 온라인게임에 돈을 내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게임을 문화생활로 인식하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지난번 기사인 명품족이 부분유료화 업체의 상술을 보여주었다면, 오늘 소개한 거지족은 그에 반하는 유저들의 편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아예 유료 결제를 모르는 무관심족, 돈쓰기를 거부하는 자린고비족들도 있었다.

이들이 알아야할 것은 애당초 수익을 얻기 위해 만든 게임을 무료로 즐기겠다는 발상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이런데서 받아서 하지 좀 말라니까

자신이 게이머라 생각한다면 거지족의 때를 벗고 굳게 닫힌 지갑부터 열자.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더욱 즐거운 게임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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