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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빈강정! 리니지월드 챔피온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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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부천에서 열린 결승전을 끝으로 세 달에 걸친 2005 LWC 대회가 막을 내렸다. 리니지월드 챔피언쉽의 약자인 LWC는 서버 내의 최고수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리니지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LWC는 2002년 제 1회 대회를 시작한 이래로 매년 그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이번 LWC 역시 역대 최대의 상금과 인원이 동원된 성대한 대회로 끝났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실상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유저들은 평한다. 과거에 비해 규모만 커졌지 속 내용은 제자리 걸음,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까? 대회가 마무리된 지금 LWC와 더 나아가 리니지의 현 실태를 짚어보았다. 우선 LWC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알아보자.

▲규모만을 놓고 보면 성공한 대회지만...

 

시작은 창대하였다

리니지월드 챔피온쉽(이하 LWC)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2년 7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2를 막 공개했을 무렵이다. 당시 리니지 2의 개발진은 리니지 1과 2를 독립된 게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존 리니지 1의 유저가 리니지 2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위기설이 팽배해졌다. 이런 와중에 제 1회 LWC대회가 개최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LWC는 본격적인 규모의 대회라기보다는 서비스 차원의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총 상금규모는 지금의 1/4도 안 되는 1,000만원이었다. 하지만 호응은 매우 좋았다

큰 호응과 함께 대회는 성황리에 끝났고 리니지는 다시금 유저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위기설 역시 사라졌고 이후 4년 동안 LWC는 리니지를 대표하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리니지인들의 최대 축제로 자리잡은 LWC. 그러나

2002년 총 상금 1000만원의 규모로 치러진 첫 번째 LWC대회는 각 서버의 유명 캐릭터와 대결해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리니지 유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데스매치부터 퀘스트배틀까지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던 LWC는 점점 인기를 몰아 리니지 토너먼트라는 독립된 서비스로 나오게 됐다. 지금 서비스 되고 있는 리토는 LWC 전용의 독립적인 클라이언트였던 것이다. 2회와 3회가 치러지면서 대회기간과 상금 등이 대폭 증가했으며 참가자들의 규모 역시 1회 대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2004 년의 LWC. 이때까지만 해도 인기가 있었다

▲이후 독립된 서비스로 제공된 리니지 토너먼트

최근 치러진 2005 LWC에서는 총 상금 4,500만원에 총 참가자 6,000여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경기로 발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처럼 회를 거듭할수록 LWC 대회 자체의 규모를 늘려나갔다. 하지만 당초 엔씨소프트의 포부와는 달리 지금의 LWC는 유저들을 위한 대회가 아닌 단지 ‘보여주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의 대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쪽짜리 대회 2005 LWC!

1. 변변찮은 경기조차 없었던 예선전

6,000여명이라는 참가인원이 무색할 정도로 올해 LWC예선에는 유난히 부전승이 많았다. 즉, 경기를 신청한 팀에 비해 실제로 경기에 참여한 팀의 숫자는 현저히 적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서울-서부지역 A군에는 16팀이 참가해야할 예선에 단 3팀만이 참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북지역의 예선진행은 참가자가 없어 그날 치러질 8경기가 모두 무산된 적도 있다.

▲서울서부지역 예선결과표. 1번 팀이 한 경기도 치르지 않고 본선에 진출했다

▲경기 시작 시간이 15분이나 지났지만 다섯 개 방 모두 비어있다

온라인예선 역시 참여자가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평균 접속자가 900명 내외인 리니지 토너먼트에서 접속 중인 LWC유저는 많아봐야 10명을 넘지 않았다. 이 정도 인원이라면 채 2팀이 되지 않는 인원이다.

결국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관심 있는 몇몇 팀이 경기를 벌인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 셈이다.

 

2.소극적인 마케팅과 산만한 대회진행

이처럼 LWC에 저조한 참가율을 보인 이유는 엔씨소프트의 마케팅과 대회진행에 가장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유저들은 말한다. 엔씨소프트는 오프라인 홍보나 포스터와 관련책자 배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저들의 관심을 이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대회 접수 한 달 전에 몇몇 사이트에 광고를 띄웠을 뿐이다.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충분한 기간을 두고 다양한 온, 오프라인 채널들과 게임 내의 이벤트를 통해서 LWC의 존재를 알려야 했다.

▲공식 홈페이지의 LWC와 관련된 유일한 코너. 맵에 관한 기사 하나가 전부다

지역총판에게 모든 것을 맡긴 대회 진행방식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총판이란 각 지역마다 리니지나 길드 워 등 엔씨소프트 게임의 PC방 공급과 홍보를 맡고 있는 업체를 말한다.) LWC의 경기진행방식은 예선과 본선, 그리고 결선으로 나뉜다. 이 중에 가장 비중이 큰 것은 한 달에 걸쳐서 치러지는 예선과 본선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지역예선과 본선의 경기진행 대부분을 총판에 떠넘겼다.

실제로 엔씨소프트 관계자에게 “지역예선은 총판에 일임하고 본선부터 엔씨소프트가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엔씨소프트는 대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예선을 총판에게만 맡겨둔 것이다. 그 결과 엔씨소프트라는 구심점을 잃은 예선은 산만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리니지 공식홈페이지에는 대회의 진행과 관련된 이야기가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LWC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도 대회와 관계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총판에 직접 연락하는 수밖에 없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LWC 이벤트 페이지에 있는 대진표. 예선전이 모두 완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와 제주지역을 제외하고는 결과조차 표시해 놓지 않았다

3.리니지가 죽으니까 LWC도 죽는다

비단 운영이나 마케팅만의 문제일까? LWC 대회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원인에는 침체된 리니지게임 자체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과거의 리니지가 혈맹을 주축으로 한 활발한 전투를 즐기는 게임이라면 지금의 리니지는 단순한 레벨 업 위주의 소위 말하는 ‘노가다 게임’으로 전락했다. 이는 모든 리니지유저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게다가 리니지 내의 아이템이 현금으로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자동사냥 캐릭터나 장사꾼이 게임을 점령하는 추세로 변한지 오래다. 더 이상 리니지를 본래의 목적대로 즐기는 유저는 찾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조차 아데나의 현금 거래가를 제시해 주는 상황이다

이처럼 리니지의 유저이탈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LWC 역시 유저의 관심권 밖으로 놓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리니지 유저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2002년 당시 LWC 역시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그 후 리니지 내에서 전투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많은 유저들이 이탈하면서 지금에 와서는 LWC 역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경기를 치르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번 2005 LWC를 통해 대회운영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무관심과 변질되어버린 리니지의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게시판의 한 유저는 “지금의 리니지는 고여서 썩은 거대한 호수와 같다.” 는 말로 현재 리니지의 모습을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꾸준한 업데이트와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고인 물을 하루 빨리 정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엔씨소프트는 정화는 뒷전인 채 호수의 크기를 좀 더 크게 보일 연구만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저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우승팀만 맞춰도 노트북이, 댓글만 달아도 100만원이란다

▲8월 24일 찍은 스크린샷. 아래는 제 1회 LWC대회, 위는 2005 LWC대회의 공지사항이다. 조회수를 주목하자. 유저들의 관심이 이만큼 줄었다

진정으로 LWC를 통해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줄 생각이 있다면 첫째, 마케팅부터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리니지에서는 LWC를 인식하고 있는 유저들이 매우 적다. 그이유는 과거 LWC에 참여했던 유저들이 게임에서 점점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새로운 유저들이 계속해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신규유저들에게 꾸준히 LWC 대회를 인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일정기간의 소모적인 이벤트식 마케팅으로는 유저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없다. 보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둘째, 대회 진행을 엔씨소프트에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야 한다. 기존의 총판위주의 분산된 대회방식에서 탈피해 대회에 관련된 모든 진행상황을 엔씨소프트에서 관리해야 한다.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대회에 관련된 사항을 자세히 올리고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유저들의 관심을 한 곳에 묶어 둘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저들이 대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리니지 자체에도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과거의 활발했던 분위기의 리니지로 돌아가고 싶다면 우선 썩은 뿌리를 잘라내는 과정부터 거쳐야한다. 게임 내에 남아있는 자동사냥 캐릭터와 전문적인 장사꾼을 없애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PvP의 재미를 극대화 시켜야한다. 유저들에게 레벨 업 이외에도 즐길 거리가 더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준다면 리니지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LWC도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가 현금가로 거래되는 게임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바라건대, 내년에 열리는 2006 LWC는 이번처럼 허울뿐인 모습이 아닌 진정한 리니지인들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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