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GPANG과 GXG. 승부를 떠난 그들의 과제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기업 KTF와 SKT가 각각 한 차원 높은 모바일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대대적인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게이머로서 이들이 제공하는 모바일게임들이 얼마나 뛰어날 것인지도 궁금해지지만, 인구보다 휴대폰 수가 더 많은 나라에 사는 국민으로서 이동통신업계의 1, 2위를 다투는 KTF와 SKT의 승부가 어떤 식으로 끝맺음 될지도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 하여 게임메카에서는 지난 2개월에 걸쳐 이들의 승부에 대해 다각도로 고찰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왔다.
그리고 이제, 그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다. 이번 시간에는 GPANG과 GXG, 이 둘 중 어느 쪽에 우리의 소중한 돈을 투자해야 할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어떤 컨텐츠나 상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고려한 후에 구입을 결정한다. 제품의 품질은 어떠한가, 제품이 주는 인상이 좋은가(간단히 말해 Feel이 꽂히느냐 아니냐), 그리고 가격은 적절한가.
KTF의 GPANG 서비스와 SKT의 GXG 서비스의 품질, 그리고 인상에 대해서는 지난 기사에서 소상히 다루었으니 지면 관계상 생략하도록 하겠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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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중요한 것은 돈. 제품의 가격이 소비자의 판단을 좌우한다 |
관련기사 보기
1회:
3D 모바일게임시장,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법
2회:
3D 모바일게임시장, 컨텐츠를 잡아라!
3회:
3D 모바일게임시장, 컨텐츠를 팔고 싶다면 소비자 편의성을 고려하라
제품 구입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가격과 품질과의 관계’다. 아무리 필이 꽂히고 품질이 뛰어나다고 해도 가격의 압박이 심하다면 소비자는 결국 그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수많은 건담 프라모델 팬들이 ‘MG 덴드로비움’에 군침을 흘리지만 결국 구입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20,000원이라는 소비자 가격의 압박을 쉽사리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가격이 싸다고 해도 품질이 형편없는 물건 역시 잘 팔리지 않는다. 만일 당신이 제정신이라면 단 돈 10원에 판다고 해서 썩은 계란을 사 먹겠는가?
이제 우리의 화두인 모바일게임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가장 비싼 게임에 속하는 GPANG의 ‘BIO HAZARD’를 다운받는 데는 12,000원이 든다. 이외의 게임들은 대략 3,000~7,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액수자체로 보면 ‘조금 비싸다’ 싶긴 해도 ‘한 번 쯤 질러 볼만한’ 것으로 보이는 선이다. 어쨌거나 점심으로 돈까스 대신 컵라면 한 그릇 사먹으면 커버되는 수준의 금액이니 말이다. 문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이에 적절하냐는 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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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모바일게임들은 식사 한 두 끼니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
사실 GXG나 GPANG 공히 가격 대비 성능이 처절하게 낮다. 그나마 4,000원이 넘어가는 게임들은 비교적 즐겨볼만 한 것들이 몇 몇 있지만, 그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게임들은 유쾌한 심정으로 즐길 수 없는 것들이 솔직히 더 많은 실정. 자기 캐릭터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게임을 누가 돈을 주고 즐기고 싶어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4,000원 이상의 중, 고가 모바일게임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만족스러운가? 그건 또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는 GXG의 BIO HAZARD(12,000원)는 같은 내용의 게임이 일본에서는 500엔 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간단한 환율 계산만 따져도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지불하는 것의 2배 이상이 되는 셈인데, 양국의 실질적인 물가를 따져보면 ‘2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빅맥 지수’의 계산법을 일부 차용해 보기로 하겠다. 일본의 ‘빅 맥’ 단품 가격은 500엔 가량. 앞서 말한 것처럼 모바일로 서비스 되는 BIO HAZARD 역시 500엔 가량이다. 반면 한국에서 ‘빅 맥’ 단품의 가격은 2,500원이고 모바일 BIO HAZARD는 12,000원이다. 일본에서는 빅 맥 1개와 동등하게 받아들여지는 게임을 한국 기업가들은 ‘빅 맥’ 5개와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기업가들은 다음과 같이 변명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하나의 모바일게임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려면 매월 갱신되는 요금을 물어야하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 구입한 게임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MMORPG도 아니고 플레이 타임도 그리 길지 않은 게임을 두 달, 세 달씩 즐기는 한국인이 어디 있는가? 무작정 ‘무제한 사용’ 요금을 들이밀면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분명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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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PANG 사이트의 게임 구입화면. 사용기한 항목은 그저 장식일 뿐이다 |
▲ GXG 사이트의 게임 구입화면. 사용기한 선택 항목조차도 없다 |
그렇다면 도대체 상황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의외로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GXG나 GPANG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개발사들 중에는 자사의 게임이 품질에 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의 게임산업은 어디까지나 ‘박리다매’ 시스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장사이므로(최소한 2005년 현재는 그렇다), 이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연히 가격을 낮추어도 수지가 맞는다.
CD나 DVD 등의 매체도 필요 없고 매뉴얼을 따로 만들 필요도 없는 모바일게임은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마치 대동강물을 파는 것처럼 처음 투자한 개발비 이외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상품이라 볼 수 없는 수준 이하의 게임들은 제외하더라도 그럭저럭 즐길만한 게임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면 충분한 소비자를 확보해야한다. 그렇다면 KTF와 SKT는 충분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비책을 가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상황에서는 이렇다 할만한 비책은 없어 보인다.
지난 6월말 삼성전자에서는 당시까지 약 5만대 가량의 게임 폰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이쯤하면 비교적 호조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7월 현재 상황은 급격히 반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럭셔리 판매전략’으로 유명한 그 삼성전자가 ‘DMB폰 및 게임폰의 판매부진’을 이유로 전체 10여종에 달하는 애니콜 브랜드 휴대폰의 가격을 10% 가량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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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의 삼성이 휴대폰 가격을 할인하기 시작했다고!? |
기기가 보급되지 않으니 신규 소비자가 확보될 리 없고, 소비자가 늘지 않으니 게임의 가격은 낮춰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불행한 것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사운을 걸고 뛰어들 개발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결국 게임폰을 손에 쥐고 있는 소비자들은 당분간 ‘가격은 비싸고 재미는 그저 그런’ 게임들만 접하게 될 판이다.
현행법 상 SKT나 KTF 등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 판매가를 낮추거나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어째서 이 두 기업은 맛보기 게임을 다수 제공해 입소문을 내거나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초기 게임가격을 낮추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까?
거대한 게임왕국 소니조차 자사의 게임기 PS2를 보급할 때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했다(註 1). 무슨 사업이든 큰 성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SKT도 KTF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리한 요금을 강요하는 모습이 전부다. 이래서야 과거의 게임 서비스와 GPANG, GXG 서비스가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무언가를 움켜쥔 손은 새로운 것을 집지 못한다. 새로운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손을 펴서 자신의 쥐고 있는 것을 버릴 줄 아는 각오도 필요하다.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갈 리더로서 두 기업의 결단이 절실히 필요해지는 시점이 아닐까.
註 1)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니가 PS2를 보급할 초기에 대당 최소 3,000엔 가량의 손해를 보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급 후기에는 단가가 낮아졌으니 그렇게 손해를 보면서까지 팔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2~3,000만대 이상은 이 정도의 손해를 보면서 팔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즉, 하드웨어를 보급하기 위해 최소 600~900억 엔(한화 약 6천~9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물론 이 손해는 소프트웨어 판매로 메우고 남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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