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게임판 표절의 추억 “너 창작은 하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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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표절’이라는 단어를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적용하기는 애매하다. 음악처럼 두 소절 이상의 대목이 동일하면 표절로 인정한다는 식으로 정의도 내려져 있지 않거니와 현존하는 모든 게임을 순수창작물로 볼 수도 없는 특수한 상황은 ‘베끼기’와 ‘장점계승’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모든 1인칭액션게임은 울펜슈타인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며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웨스트우드의 듄 2는 표절소송으로 이미 억만장자가 되어 있을테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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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이머들이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표절’이라는 단어가 범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인터넷 인구의 가공할만한 증가에 따른 쓸떼없는 추측론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는 점들이 존재하기에 그만큼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벌어진 웹젠의 위키 표절파문처럼, 이젠 공개조차 이루어지지도 않은 게임이 홍보사진만으로 표절로 치부되는 웃지못할 상황은 ‘오마주’와 ‘참고’의 차원을 넘어선 국내개발사의 행태가 빚어낸 결과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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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라이더 |
▲ 마리오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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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야 |
▲ 모두의 골프 |
▲ 이미 언론과 게이머들을 통해 무수한 지적을 받아왔던 작품들
게이머들이 흔히 알고 들어왔던 모방게임(?)의 대표적인 타이틀은 위의 예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이 계통의 역사는 수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0년대 초반 국내패키지게임에서도 그 예를 흔히 찾아볼 순 있겠지만 인터넷 보급확대와 PC통신이 절정을 이루던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게이머들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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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블로 |
▲ 퇴마전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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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 |
▲ 아트록스 |
꽤 비슷해보이긴 했지만 위에서 든 예는 표절이라기보다는 해외게임의 다양한 면을 한국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작들을 보고 있자면 이 정도의 벤치마킹은 애교수준이다.
▶ 컨셉의 표절
이후 본격적으로 ‘표절’이 검증된 최초의 사건은 악튜러스 일러스트 표절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사인 손노리-그라비티와 유통사인 위자드소프트는 결국 초기에 제작된 일반판 전부를 파기하는 초강수를 두었고 이같은 조치로 표절문제는 어느 정도 사그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국내 게임제작환경 저변에 깔려 있는 표절불감증의 심각성을 여실하게 드러는 계기가 됐다. 물론 게임성 자체는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야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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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킹 오브 파이터 등 일본 유명캐릭터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야인시대의 주요캐릭터 모습. 얼굴과 복장만 틀릴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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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맥스가 제작한 야인시대는 게임자체가 크게 흥행하지 않은 덕분에 악튜러스 때만큼 거대한 파장을 가져오지 않았지만 ‘도용’의 수준에 가까운 모방으로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왔다.
- 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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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일러스트 |
▲ 제라의 일러스트 |
최근 논란이 된 사안으로 웹젠의 위키처럼 일반화된 국내 표절게임의 인식으로 인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예를 보여줬다. 단 한 장에 불과한 일러스트의 일부를 도용한 사건이었지만 이로 인해 제라는 게임공개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임전체가 ‘표절’이라는 한 마디로 평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 모바일게임표절
2003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팽창하기 시작한 모바일게임시장에서의 표절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아래에서 든 예를 제외하고도 휴대폰시장의 급격한 발달로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바일게임은 그만큼 창의적인 게임도 많지만 적발이 힘들다는 점 때문인지 눈살이 찌뿌려질 정도의 모방이 적나라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메이드인 와리오 vs 미니게임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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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게임100 |
▲ 메이드인와리오 |
닌텐도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 해볼까봐 두려운 마음까지 앞섰던 모바일 지상최대의 도용작. 메이드인와리오의 거의 모든 부분을 ‘살짝’ 수정한 상태로 등장한 타이틀이었다. 표절과 패러디는 정말 종이한장 차이에 불과한 것일까? 이 사건으로 개발사인 몬텍은 문제를 제기한 관련카페 등을 찾아가 사과공지를 올렸지만 게임서비스는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 역전재판 vs 법정불패 강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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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재판 |
▲ 법정불패 강검사 |
역전재판의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한글판 모바일로 컨버전한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컨셉과 개발의도가 동일한 작품. 비슷한 류의 게임을 제작한다 손치더라도 삿대질하는 모습까지 비슷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 '뮤 모바일' 흑기사외전편 vs 택틱스오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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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의 한 유저가 등록한 뮤 모바일버전과 택틱스 오우거의 비교분석 |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표절의혹이 제기된 이후 서비스가 중단된 사례의 게임이다. 특히 캐릭터 일러스트 및 일부 게임의 도트픽셀까지 동일한 모습은 게이머들에게 허탈한 웃음만 짓게 할 뿐이었다.
- 악마성드라큐라 vs 다크슬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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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성 드라큐라 |
▲ 다크슬레이어 |
다크슬레이어는 모바일게임으로는 보기 드문 연출과 게임성으로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은 타이틀이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 이 작품 역시 만연한 모바일게임의 표절의혹을 완전히 뿌리치진 못했다. 이 정도는 ‘오마주’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유사게임시비에서 크게 자유로울 순 없었다.
- 둠 vs 데빌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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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둠 |
▲ 데빌헌터 |
발매된지 10년이 지난 게임이라도 알아볼 사람은 다 알아보게 되어 있다. 무기형태를 비롯해 둠에서 등장하는 몬스터가 무슨 D&D룰의 공인된(?) 녀석이 아닌 이상 데빌헌터에서 나오는 그것과 동일한 이유는 며느리도 모르는 사실이다. 물론 무기디자인 등 초기버전에 제기된 문제점은 버전업을 통해 수정되긴 했지만.
▶ 온라인게임표절
- 마리오카트 vs 카트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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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오카트 |
▲ 카트라이더 |
개발사에서는 끊임없이 부인하는 내용이지만 카트라이더를 처음 체험한 올드게이머들의 한결같은 의견은 모두 일치했다. 왠지 스타트대쉬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마리오카트와 동일했고 왠지 드리프트를 잘하면 부스터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같았거니와 숨겨진 지름길에서부터 아이템 사용방법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마리오카트와 너무도 흡사한 모습으로 표절의혹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일본에선 카트라이더가 서비스 되고 있지 않은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인가?
- 배틀필드 vs 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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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틀필드 시리즈 |
▲ 워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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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배틀필드 2의 지휘관시스템과 워록의 스카이넷시스템. 워록의 스카이넷시스템은 아직 도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표절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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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베타테스트 초기에 제기된 데저트컴뱃(배틀필드 1942의 유명모드) 사운드 사용건은 둘째 치고서라도 게임의 모든 면면이 배틀필드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액션마니아들에게 ‘워록필드’라고 불리는 타이틀. 또 적용된 내용은 아니지만 워록이 새로운 특징으로 내세우는 스카이넷 시스템 역시 배틀필드 2의 커맨드스쿼드시스템과 유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 봄버맨 vs 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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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버맨 |
▲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 |
얼음땡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더욱 가중시킨 타이틀. 패미컴 시절부터 수많은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왔던 봄버맨을 그냥 온라인으로 옮긴 모습에 가까웠던 비앤비 크레이지 아케이드는 결국 원제작사인 허드슨의 항의에 판권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 실황파워풀프로야구 vs 신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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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황파워풀프로야구 |
▲ 신야구 |
물론 게임성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는 점 충.분.히! 알고 있지만 10년 넘게 인기를 누려온 실황프로야구가 추구한 컨셉의 그래픽을 가진 최초의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했다는 점은 충분히 이목을 집중시킬만 하다.
▶ 중국게임의 모방 욕할 자격 있는가?
이미 알려진 사실도 많지만 최근 잇따르는 표절시비와 관련해 의식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시비에 올랐던 게임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이처럼 국내 모바일 및 온라인게임들의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제시된 작품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창작성 결여로 볼 수 있다. 무슨 데자뷰현상을 겪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쏟아지는 게임 상당수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체험을 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과거부터 오래도록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일수록 그 숫자가 비례한다.
앞서 든 예처럼 게임의 일부를 놓고 볼 때 해외 유명게임에서도 모방으로 꼽을 만한 부분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디아블로의 클론으로 흔히 거론되는 쓰론 오브 다크니스나 던전시즈, 대표적으로는 블리자드의 수많은 타이틀을 들 수 있겠지만 이들 게임은 단순히 앞서 발매된 게임의 장점을 가져온 수준이 아닌, 자신만의 느낌으로 소화하고 새로운 재미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표절보다는 ‘계승과 발전’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그렇다면 수많은 게이머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발사들이 ‘베낀 것이 아니라 만들고 보니 똑같네?’라는 번개에 닭 튀겨 먹는 확률보다 더 희박한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줄어들어 게임제작기간이 짧아짐에 따라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인기가 검증된 게임만을 찾는 고질적인 국내게임제작의 병폐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 아래 국내개발사들끼리 서로 표절을 운운하며 삿대질을 하는 모습은 점입가경이다.
기획의 창의성이 중요시되지 않는 풍토 아래에서 표절 악순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모방을 이유로 중국게임을 거들먹거릴 자격이 있는지 우리 자신부터 뒤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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