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가 오락실의 전성시대였다면 9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PC방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사건과 사고의 무대가 되기도 하면서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는 PC방이 불건전한 곳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기자는 PC방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PC방을 직접 찾아가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어떤 사람들이 오가는지 지켜봤다.
◆한산한 오전은 옛말, 실랑이로 시작된 아침
“아 글쎄 요금을 먼저 지불하라니까요”,
“그러니까 친구가 지금 돈 가지고 온다고 했잖아요!”
아침부터 카운터 앞이 소란하다. 사정을 보아하니 밤새 PC방을 이용한 청년이 이용료가 모잘라 아르바이트와 실랑이가 붙은 모양이다. 이런 일을 몇 번 경험해봤는지 아르바이트가 청년을 대하는 모습이 상당히 체계적이다.
자신을 못 믿겠다는 듯 대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분했는지 청년은 이내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10여분이 지나도 온다는 친구는 소식이 없는 듯했다. 결국 계속 전화를 하던 청년은 은행에서 돈을 찾아온다며 자신의 핸드폰을 맡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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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은 적은 비용으로 밤을 보내는데 최적의 공간으로 활용된다 |
“저 사람은 그나마 곱게 상대한 편입니다. 대부분 끝까지 버티면서 돈을 안내고 도망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금액도 만원 안팎이라서 경찰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밤 12시 이후에는 야간 정액제로 선금을 받지만 잠시 있다 갈 것처럼 들어와서 아침까지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 사이에도 손님은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10시가 지나면서 휴일을 맞이한 초등학생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시간이라고 아르바이트생이 귀띔 해준다.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재잘대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분명 자리는 한자리인데 들리는 목소리는 2명. 어떻게 된 일인지 주위를 둘러보니 초등학생 2명이 한자리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은 같은 자리에서 카트라이더를 하면서 서로 신나게 떠들고 있는 중.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명이 계속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2~3번을 주기로 번갈아가며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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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치 않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
PC방에서 흔히 말하는 초딩 게이머들. 하루 용돈이 1,000원 정도인 이들이 PC방에서 즐기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 그러나 돈을 모두 PC방에서 쓰는 것이 아까워 각자 500원씩 내고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친구들은 7명. 이들은 같은 서버에서 방을 만들어 놓고 서로 경쟁하듯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의 실력이 궁금해진 기자는 뒤에서 살며시 서버와 방번호를 살펴보고 접속해서 게임을 같이 해봤다. 물론 기자는 카트라이더를 별로 해보지 않아서 아이템도 그들의 말로 ‘순허접’ 수준이었음은 물론이다.
“야~ 어떤 허접이 들어왔다!”
“방장 ㄱㅌㄱㅌ”
“한번 해보고 잘하면 딴방 만들자”
몇초 안되는 순간 채팅창과 대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게임은 시작됐고 아니나 다를까 초딩 레이서들의 실력은 기자를 금새 따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직후의 일이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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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초등학생을 출입금지 시키는 PC방도 있을 정도로 그들은 씨끄럽다 |
“ㅆ ㅂ 허접 즐”, “초딩 즐하삼” 등이 눈에 들어오자 승부에 진 것보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러는 사이 PC방을 시장통처럼 씨끌벅적하게 만들었던 초등학생들이 갑자기 우르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2시 5분. 즉 점심시간이 되서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들은 PC방을 나서면서까지 방금 전까지 기자와 플레이했던 내용을 비꼬는 중이다.
하지만 그 뒤로 당사자인 본인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커플 게이머들의 데이트 코스로 제격
초등학생들이
물러난 뒤의 시간은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PC방을 찾기 시작한다. 물론 대부분은
고등학생들로 주로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프리스타일과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커플 게이머가 PC방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휴일을 맞이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는 이명준(24세, 대학생) 씨는 카트라이더 때문에 여자친구와 PC방을 데이트 코스로 자주 찾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기위해서 혼자 PC방을 찾았지만 요즘에는 캐쥬얼 게임이 많이 나와서 여자친구도 즐겨 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PC방에서 게임을 같이하고 저녁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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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을 찾는 커플이 눈에 띄게 늘었다 |
그들이 PC방을 자주 찾는 이유는 또 한가지가 있다. 쑥스러워서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게임상에서 채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상에서 다양한 이모티콘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면 다양한 재미와 함께 여자친구도 좋아한다고.
PC방 사장인 김준형 씨는 “예나 지금이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에는 캐주얼 게임을 찾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MMORPG를 하다가 머리를 식힌다며 간단한 게임을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라고 말한다.
한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오픈베타테스트를 할 당시 접속대기를 하면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카트라이더와 프리스타일을 했다는 것은 이제 PC방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가 됐다.
◆솔로들은 게임을 하지 않는다
온라인게임의
폐인들이 몰려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가지고 PC방을 찾은 기자는 달라진 PC방의 모습에
놀라고 있었다. 그중 가장 놀란 부분은 모든 사람이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독특한 점은 기자가 찾은 PC방의 잘 뒤쪽 자리는 전부 캠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해당 PC에는 게임이 거의 설치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자리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이른바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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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사진의 유행은 얼짱을 탄생시키는데 일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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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생긴 기자는 자리를 옮기겠다며 캠 자리를 요청했고 자리를 옮기는 순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화상채팅을 통해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순한 생각을 했지만 알고 보니 이 자리는 싸이질을 위한 전용석 같은 구실을 하는 장소였다.
10여대의 PC가 대부분 싸이월드에 접속되어있고 이 자리를 이용하는 사람은 화상캠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을 찍고 있는 것이다.
“PC방 캠이 가장 사진 빨이 잘나온다니까요. 괜히 캠빨이라는 말이 나온게 아니에요”
PC방 캠빵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45도 얼짱각도는 PC방에서 나온 것이라 말한다. 게다가 낮은 해상도의 흐릿한 화면이 자연스럽게 얼굴의 잡티를 없애주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PC방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PC방
문화가 너무나 바뀐 모습이었으나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PC방도 여전히
존재했다. 강남에 위치한 PC방에서 나온 시간이 대략 6시경. 혹시 예전 분위기를
간직한 곳이 없을까 해서 아르바이트에게 물어보니 신촌의 M PC방을 소개해준다.
1시간쯤 걸려 소개받은 PC방을 가보니 입구부터 분위기가 천지차이다. 인테리어라고는 흰색 페인트칠을 한 벽에 겨우 어둠을 밝혀주고 있는 조명뿐. 다만 PC는 대부분 최신형이고 의자 역시 가장 좋은 것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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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건 최고사양의 PC와 오래버텨도 편안함을 안겨주는 안락한 의자 뿐이다 |
일단 카드하나 집어들고 자리에 앉으려 하니 아르바이트가 한마디 던진다.
“손님 거기는 지정석이니까 다른데 앉아주세요”
알고보니 처음 앉았던 자리는 리니지 2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였고 이른바 단골손님이 앉는 자리라는 것이다. 이들 단골손님은 보통 밤 8시쯤 들어와서 밤을 새우는 것이 보통으로 이곳 PC방에서는 우선적으로 우대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자리를 잡고주위를 살펴보니 대부분 PC에서 WOW와 리니지 류의 MMORPG를 하고 있을 뿐 캐주얼 게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캐주얼 게임도 고스톱과 포커 등 일뿐이며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한마디의 대화 없이 담배와 커피를 벗 삼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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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라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
특이한 사항은 이들은 PC앞에 핸드폰을 꼭 놓고 있다는 것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보세요? 네네. 캐릭명이 어떻게 되죠? 그럼 마을 입구 나무 아래로 오세요”
“지금 넘겨 드렸으니까 인증해주세요 좀 있다가 확인해 볼께요”
이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현금거래’를 위한 용어. 예전에 취재를 위해 처음 현금거래를 시도 했을 때 내가 통화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밤 10시가 다되어가자 금연석에 앉은 사람들도 대부분 담배를 입에 물기 시작한다. PC방 등에 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금지 조치가 취해진 다음부터 이후 시간에 금연석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금연석도 성인들이 모두 차지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곳의 테이블과 키보드는 군데군데 담배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다. 뭔가 불결한 듯하지만 애연가인 기자로서는 왠지 더욱 편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다른데 신경 안쓰고 게임만 할 수 있는 분위기로는 최상의 조건일 것이다.
또 다른점은 이곳에도 화상캠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은 모두 버디버디라는 메신저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버디버디는 초등학생만 쓰는줄 알았던 기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디를 하나 만들고 로그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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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유흥업소 주변의 성인 PC방에서는 상상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
1시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받은 쪽지는 11통. 이중 절반이상인 7통이 060 성인광고 쪽지였고 나머지는 은밀한 만남을 주선하는 쪽지였다. 최근 이동통신 사업자에서 060 스팸차단 조치가 취해진 이후 더 심해졌다고 한다.
PC방 주인은 “이런 쪽지를 보내는 사람은 대부분 유흥가를 중심으로 한 노래방 도우미 여성들이다”며 “성매매 특별법으로 단속이 심해지면서 유흥업소 주변의 성인 PC방에는 단속을 피해 이런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며 혀를 찼다.
단골손님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가끔 보이는 뜨내기 손님들은 대부분 이런 채팅을 목적으로 출입하고 대부분 20분 이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30대 중반의 남자의 설명도 곁들여 졌다.
처음 PC방이 등장한뒤 10여년이 지난 2005년의 PC방의 모습은 변해도 참 많이 변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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