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게임대학 3장 유통론-CHAPTER 4. SCE의 유통혁명&미디어 컴플렉스

/ 2


1. 유통 개혁은 역사적인 필연

게임 전문 ‘프랜차이즈 체인(FC)’이 이제 게임 유통의 주된 경로이며, 완구 유통으로부터 자립하여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했습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플레이스테이션>을 발매함에 즈음하여 도전적인 유통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SCE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유통 정책에서 혁명적인 방법 네 가지를 채용했습니다.

① 원칙적으로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소매점과 직접 거래한다(메이커 직판).
② 처음에 대량 발주하는 것이 아니라 리피트(반복) 생산을 주체로 소프트를 공급한다.
③ 소매점에서 희망소매가격을 유지한다(소매점의 가격인하 판매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 유통 정책은 기존의 게임 유통에 정면으로 대항한 것이었습니다. 즉, (여러 개의) 도매상을 경유해 발매 3개월 전에 수주를 마감하고 리피트 생산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매장품절"이 많은, 가격인하 판매가 관례인 기존의 상관행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입니다.

유통 측의 '반품 불가'라는 형태는 같습니다. 그러나 종래와는 달라서 상품이 부족해도 발주 후에 바로 반복 생산되기 때문에 유통 측에서는 재고 리스크가 적어 사실상 위탁 판매에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니 그룹은 음악 소프트(CD)의 세계에서 소프트 상품의 판매 노하우도 갖고 있습니다. 소프트 상품에는 소프트 상품 나름의 유통 구조가 있는 법이다, 전문 FC가 우세해진 까닭에 음악과 똑같은 노하우가 통용될 것이라는 것이 SCE의 목표였던 것입니다.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유통, 즉 가전 유통에 속해 있는 마츠시타 전기(3DO), 세가 등과 근본적인 차이가 생기는 원인입니다. 세가는 <세가 유나이티드>를 설립하는 등 유통 개혁에 열심이었지만 시종일관 도매상→소매점이라는 구조 속에서의 '체제 내 개혁'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발매된 지 2,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할인 판매하는 점포. 그 앞의 상품진열대 속에 '한 개에 천 엔'으로 쌓여 있는 게임 소프트(저작물인 소프트 상품으로는 보이지 않는 광경입니다)들.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슬픈 광경입니다. 유통 측의 사정으로 제작사가 1년간 노력한 결과가 '떨이'라는 꼴이라니, '인격'마저 부정당한 기분이었을 겁니다.

SCE의 유통 정책의 성패는 차치하고 게임 소프트를 '공업제품'이 아니라 저작물인 '정보 소프트 상품'으로서 유통되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은 역사적인 필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변화시켜야만 했던 것입니다.


2. 구태의연한 유통에 대한 충격요법

"매체로 CD-ROM을 선택했기 때문에 SCE식의 유통 개혁이 가능했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CD-ROM을 사용한 다른 차세대 게임기는 기존의 상관행을 전제로 비지니스를 전개했습니다. 닌텐도도 메가 히트작에 대해서는 ROM 카트리지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리피트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상품을 조금만 출하해서 가치를 부추기는 '티저'라는 방법). 그러나 반도체 메모리의 수급 밸런스 영향을 극복하는 연구만 한다면 ROM 카트리지로 리피트 생산주체의 공급태세를 만드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한편 추가 프레스가 용이한 CD-ROM도 구태의연한 '초회 일발 판매'(발매 후 며칠 동안만 팔리는 게임)의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메이커도 많습니다.

SCE는 도매상을 너무 경시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매상 기능을 메이커가 하는 예는 다른 업종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메이커측이 거래하는 도매상을 지정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한 가지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SCE의 유통정책이 확실히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입니다. 채널의 지배력과 판매가격 구속력이 메이커 측에 있던 시대는 벌써 끝났습니다.

SCE의 경우 다른 점포보다 싼 것이 당연한 카메라 양판점조차도 하드, 소프트 모두 정가판매를 준수했습니다. 하드의 가격을 거의 원가로 설정하고 수익원인 소프트도 리피트 생산이 주체가 되는 전략을 취하는 한, 정가유지와 공급과다로 인한 가격폭락과 방지가 SCE에 있어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소프트는 CD나 출판물과는 달리 재판(다시 찍어내는) 지정상품이 아닙니다. 과도한 가격통제는 불공정거래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재판 지정상품 중에서 화장품의 경우 또, CD나 출판물에서도 재판 지정을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SCE의 유통정책은 과도기적인 현상이며 말하자면 충격요법입니다. 취급점을 늘리기 위해서는 도매상 거래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확대하지 않으면 경제적이지 못하게 됩니다. 가격 구속력 행사도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 충격요법은 충분히 발휘되어있는 상태고 이제 여러 각도의 유통에 대한 모색안 만이 게임 유통의 자립여부의 분기점이 될 것 입니다.


3. 게임소프트를 재판매 지정 상품으로

개인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갈 때까지 SCE가 철저하게 정가판매를 고수하길 바랬습니다. 왜냐하면 게임소프트도 재판 지정 상품으로 하는 것이 이상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적이나 잡지, 신문, CD 등이 재판 지정을 받은 것은 저작물의 다양성을 보증한다는 문화의 육성, 보호의 관점이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염가판매가 일상화되면 저작자의 이익을 지킬 수 없고 이러한 특정한 시장성밖에 가질 수 없는 표현물(전문서나 마니아용 책)은 시장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대중성이 있는 저작물을 가진 출판사만이 살아남게 되어 결과적으로 경박한 문화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물의 재판매 제도란 경제활동의 자유(경쟁원리)와 문화적 의의를 저울질한 상황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작물에 있어서는 반드시 할인판매가 소비자 이익의 최대화로 연결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재판매 제도에 안주하여 가격의 탄력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지만). 또한 역사를 살펴보면 재판매 제도는 결코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출판사)와 유통업자의 노력에서 생겨난 지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게임 소프트물도 저작물입니다. 염가판매 전쟁이 게임업계 전체의 피폐를 초래하는 커다란 요인인 것은 사실입니다. 서적이나 신문 등과 같은 저작물이면서도 비디오, 게임, PC 소프트 등 '영화 저작물'과 '프로그램 저작물'에 재판매의 적용이 제외되어 있는 점은 어느 누구도 문제 삼으려 하지 않았습니다(애초에 게임을 문화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죠).

게임이 재판매 지정이 되지 않은 것은 저작물로서 '후발'이라는 것 이외에는 명확한 이유가 없습니다. '적용 범위를 쓸데없이 확대하지 않는다'는 묵계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혁신의 결과로서 생겨난 저작물은 재판매 제도의 '은혜'를 입지 않았던 것입니다. 레코드의 후속인 CD의 재판매 지정상품 해당 여부가 진지하게 논의된 것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규제완화가 유행인 이 시대에 비록 게임이 법정 재판매 상품이 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저작자가 희망하는 판매가격을 존중한다는 업계 관행이 정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SCE의 도전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4. 소프트 유통의 진화를 촉진하는 미디어 컴플렉스

'미디어 컴플렉스'라는 업종 형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별히 미디어에 열등의식(컴플렉스)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 아닙니다. 패키지 상품인 미디어 소프트 상품을 복합적으로 갖춘 대규모 소매점을 가리킵니다. 게임 소프트, 음악 CD와 비디오(판매/대여), 서적, 잡지(특히 코믹), PC용 소프트(CD-ROM) 등을 같은 점포에서 일괄적으로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각 중고 상품 판매, AV 가전기기의 판매 등을 복합적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고, 어뮤즈먼트 시설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점포면적은 5백 평방미터(약 150평) 이상이 기준이 됩니다. 레코드점, 대여 비디오/CD점, 서점, 가전양판점 등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도심의 점포를 중심으로 대형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형화는 필연적으로 취급상품의 다양화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접객유인상품으로 게임 소프트(신품판매/중고매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서는 취급 루트의 다양화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만 레코드점이건 가전판매점이건 중소규모 소매점에서는 현재 접객유인상품으로 게임소프트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상품전시 공간을 할애하기가 어렵고 점원의 상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상품서비스나 어드바이스의 부재)는 등의 이유로 소비자에게 게임소프트 판매점으로 인식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취급루트가 다양화된 것만으로는 기존의 게임유통에 주는 영향은 적어집니다. 그러나 미디어 컴플렉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시공간에 여유도 있고, 상품에 대한 지식도 정보시스템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한 장소에서 쇼핑을 다 할 수 있는 원스탑 쇼핑은 매력적으로 비칠 것입니다.

미디어 컴플렉스의 성공사례가 증가하면 게임유통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금까지 급성장해왔지만 중소규모의 점포가 많은 게임전문점으로 영향이 집중될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개성화를 꾀하여 전문점으로 살아남든가(역전 등 입지조건이 좋은 경우), 미디어 컴플렉스를 단행하던가(자본력이 있는 경우), 전업 또는 폐업을 하던가(앞의 두 가지가 아닌 경우) 게임 전문점이 나아가야 할 길은 이 세 가지 밖에 없습니다(서점, 레코드점, 비디오 대여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을 소프트 상품으로서 파악했을 경우는 모체가 어느 산업이든지 미디어 컴플렉스가 판로의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른 미디어 소프트를 동일선상에서 취급함으로서 게임은 이질적이라는 고정관념이 없어지면 게임에 있어서는 최고의 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판 “게임대학”의 모든 내용은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A.K커뮤니케이션과 ㈜제우미디어의 허락없이 무단전재 및 복제, 광전자 매체의 수록 등을 금합니다.

The University of Computer Gaming World
Copyright(c) 1996-2004 by Hirabayashi Hisagazu, Akao Koichi
Originally published in Japan in 1996-2004 by Media Factory Co., Inc. Tokyo
Korean translation Copyright(c) 1996-2004 by A.K. Publishing Co.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