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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대학 3장 유통론-CHAPTER 3. 밀려오는 재편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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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일체의 비즈니스

게임 유통 구조의 현재 상황은 '청출어람'이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청'은 완구 유통, '남'은 게임 유통을 가리킵니다.

게임은 완구 유통이 취급하는 아이템의 하나로서 성장해 왔습니다. 등장 경위를 보면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게임이 '미디어'의 일종으로 가능하기 시작하면서 완구 유통과는 양립되지 않는 요소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종래의 완구 유통 세계로 막으려고 한 것이 많은 문제와 모순의 원흉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게임은 완구 유통이라는 요람에서 나와 자립된 유통 구조를 가지려고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완구와 가전제품, CD, 서적과는 다른 독자적인 유통 구조를 만드는 단계에 온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잠시 게임 유통이라는 정글로 들어가 분석해 보겠습니다.

게임 유통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하드웨어(기계)를 파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락성이 높은 저작물인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입니다. 이 양면이 혼연일체가 된 것이 게임 유통의 특질이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일체'의 비즈니스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쪽에 더 비중을 둡니다. 이 논리는 '소비자는 소프트웨어를 즐기고 싶어서 하드웨어를 구입한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의 덤', '하드웨어로 손해를 봐도 소프트웨어로 만회한다' 등 여러 가지로 표현됩니다. 그렇다고 이 특질이 게임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것은 아닙니다. 재생하기 위해서는 전용 기기가 필요한 미디어 비즈니스 종류는 규모에 상관없이 똑같은 특질을 갖고 있습니다. TV, 비디오, 오디오 등 AV 가전제품들은 모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일체'의 비즈니스입니다.

예를 들어 라디오 방송 같은 미디어 비즈니스도 미국의 RCA라는 가전 메이커가 라디오를 팔아먹기 위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레코드(CD)나 비디오에 있어서 가전 메이커가 소프트 회사를 계열사로 만들어 부지런히 소프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미디어 비즈니스의 역사를 보면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일체로 시작해도 일정 수준의 보급 단계에 도달하면 하드와 소프트가 분업화되어 소프트 비즈니스가 자립한다'는 법칙입니다.

방송국에서 가전 메이커의 자본이 빠져나가고 AV 소프트에서도 '독립계'라고 불리는 메이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패키지 상품의 경우에는 '하류 문문'의 유통에서 소프트 판매 전업점이 생겨납니다. 바로 레코드 점, 비디오(대여)점 등입니다.

게임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상류 부문에서 확실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일체의 원리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류 부문만을 보면 이 법칙이 예외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2. 완구점이 보좌역으로, 전문점이 주역으로

게임을 거리의 완구점에서 사는 습관은 최근 들어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게임의 매출액에서 중소 완구점이 차지하는 비율도 현재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일본 하쿠호우도는 '게임에 관한 유저 조사'를 통해 게임 소프트의 구입 장소에 대해서도 조사했습니다(중복 대답 가능). 10~12세 남성의 경우에 게임 전문점이 50.4 %, 완구점이 30.8 %, 할인점(DS)이 26.5 %로 나왔습니다. 이 조사는 수도권에 한정된 조사로 샘플도 전체 1,500 개로 적은 편이지만 유통 관계자 대부분은 이 조사 결과를 타당하다고 봅니다. 완구점의 시장 점유율은 30% 이하일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차세대 게임기나 인기 소프트의 발매 당일에 소비자가 줄을 서는 것도, 매스컴의 취재가 쇄도하는 것도 카메라 양판점이나 게임 전문점뿐입니다. 이제 게임은 완구점의 전매 상품이 아닌 것입니다. 그것은 게임의 유저가 완구점의 단골손님이 초, 중학생뿐 아니라 성인으로까지 확대된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양판점 등의 할인점은 일본 전국에 약 1,700개의 점포, 가전 양판점은 약 4,000 개의 점포, 게임 전문점(대부분은 프랜차이즈 체인=FC)도 약 4,000 개의 점포가 있습니다. 대규모 소매점이나 정보로 무장한 FC가 유통의 채널 리더가 되는 현상이 현재 모든 업종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일본의 유통은 상권이 작고 경영 규모가 영세한 중소 소매점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조직됐습니다. 대규모화, FC화의 진행으로 모든 업종에서 이러한 전제가 무너져 커다란 변형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게임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완구점은 약 17,000 개가 있지만, '파파, 마마 스토어'가 대부분입니다. 고령인 경영자도 많아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후계자난도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완구 소매점의 세계에서도 백화점이나 수퍼의 완구 매장이 디스카운트 판매를 시작하고, 대형 완구 전문점이 점포 수를 확대하는 등의 대규모화, 집약화 그리고 가격파괴의 기복이 존재합니다. 패미컴 초기에는 확실히 완구점이 게임 유통의 주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할인점이나 게임 전문점에 주역의 자리를 빼앗기고 완구점은 보좌역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중소 소매점의 존재를 전제로 형성되었던 전통적인 완구 유통의 구조가 게임에 관해서는 정상적으로 기능한다고 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3. 완구 유통 재편은 역사적 필연

가격 파괴, 프라이빗 브랜드(PB) 상품, 제조 판매 동맹…. 이것이 요 몇 년 사이 유통 업계의 중심어입니다. 대형점과 전문점 FC가 대두함으로써 채널 리더가 교체된 결과 '생산자 주도', '중소 소매점 중심'으로 조직되어 온 전통적인 유통 시스템이 기능하지 않게 될 것을 의미합니다. 주요 소매상이 솔선해서  종래의 유통  경로를  파괴하고 '소비기점형 유통'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입니다.

ECR(소비자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라는 개념도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소매점 단계에 머물렀던 소비자의 요구에 관한 정보를 정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생산자에게까지 흐르게 하고, 과거에는 각 단계에서 따로 실시했던 합리화 노력의 한계를 뛰어 넘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입니다. 즉, 유통 분야의 리엔지니어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 세계에서는 재래형 완구 유통이 대표적인 '생산자 주도형'의 일본적 유통 시스템입니다.

유통 시스템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가 다단계 유통입니다. 두 번째는 가격 결정권(유통 지배력)을 생산자가 갖는 것, 세 번째는 생산자의 의향을 참작하여 '화합 체질'을 갖는 도매업자가 많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① 상권이 작은 영세 규모의 중소 소매점이 전국에 무수히 산재한다.
② 중소 소매점으로 상품 공급을 하청 받는 지역성이 강한 '지역 도매업'이 형성되었다.
③ 전국 규모로 상품을 공급하는 메이커가 직계 판매 회사(또는 1차 도매업)를 형성하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지역 도매업'을 통솔한다.

메이커 → 1차 도매업(판매 회사) → 2차 도매업(지역 판매 회사, 도매업) → 중소 소매점이라는 구조가 오랜 상관행의 결과로서 형성됐습니다. 그러므로 각 단계마다 마진이 상승되어 결과적으로 판매 가격이 비싸집니다.

게임 업계로 말하자면, 닌텐도 → 초심회(닌텐도와 직접 거래하는 1차 도매업자 친목 단체) → 2차 도매업(현찰 도매 포함) → 중소 소매점이라는 구조입니다. 그것을 도식화하면 유통의 지배력은 생산자인 닌텐도가 가지고 있고 초심회가 닌텐도의 유통 정책을 대행합니다. 그러므로 유통의 말단까지 모순이 미치게 되어 가장 중요한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유통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완구 유통은 '상부상조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결코 완구 고유의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문구 유통, 서적 유통, 주류 유통, 포목 유통 등 대부분 전통적인 상품 유통에 공통된 특징이하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중소 소매점이 약해지고 더구나 주력 상품의 판매 주체가 타업종으로 이행되자 전통적인 유통 구조가 통용되지 않게 된 것은 당연합니다. 이처럼 게임뿐 아니라 완구 유통 전체가 시대 변화에 호응하여 '재편'되는 것은 역사적인 필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완구 유통도 '적자생존'의 시대

'초심회는 담합조직이다', '닌텐도의 유통 지배는 부당하다', '완구 유통의 구조가 게임을 쓸모없게 만들었다'…. 이것을 '게임의 경제학적 분석'이라고 한다면 이상하게도 이런 감정적인 '권선징악론'이 활개를 칩니다. 하지만 초심회로 상징되는 유통 시스템은 상관습이 누적되면서 그 나름대로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진 구조로 형성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이 정도의 산업으로 키운 '공적'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초기에는 도매상이 소프트하우스의 '파이넌스 기능'을 어느 정도는 했기 때문입니다(註 1).

다만, 중소 소매점이 판매의 주역에서 멀어진 시점부터 기존의 완구 유통은 게임에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모순이 발생했다는 것이 올바른 평가일 것입니다.

초심회에 가입한 도매상 중에도 이런 환경 변화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자 기존의 틀을 탈피하려는 경영 노력을 하는 도매상이 많습니다(註 2). 그 반면, 게임의 상품력에 안주하여 도매상으로서의 당연한 기능도 하려고 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도매상도 많습니다. 초심회라고 해서 일괄적으로 선악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결국에는 도매상 개개인의 경영 노력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심회가 그러한 경영 노력을 방해하는 조직이라고 한다면 비난을 받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보통' 상품으로 손해를 봐도 '특상' 상품 하나로 손해를 만회하면 된다는 주먹구구식 경영. 상품 부족을 이유로 한 부당한 유통 마진. '끼워 팔기'와 '강매'. 정규 루트로 적정하게 상품을 유통시키지 않고 물건을 많이 사는 현찰 도매상에게 상품을 유통시키는 행위….

이런 불공정거래가 게임 세계에서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註 3). 그러나 그 중에는 정직하게 거래를 해 온 도매상도 있습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고 합니다만 일부 저질 도매상의 경영 자세 때문에 초심회, 나아가 완구 유통 전체를 백안시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반다이나 타카라는 완구 유통 정책을 95년 초에 대폭 변경했습니다. 다른 유통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완구 유통에도 근대화와 재편의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초심회를 모체로 하면서 게임 유통으로 특화된 새로운 유통 시스템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과도기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도매상은 살아 남고 구태의연한 경영 체질의 도매상은 도태입니다. 이러한 '적자생존'의 원칙은 게임 세계에서도 적용됩니다.

註 1: 양질의 소프트라면 실제 수요 이상으로 매입하여 자금을 발매원에게 환원함과 동시에 판매점이나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것이 도매상이 하는 '파이넌스 기능'이다.

註 2: 예를 들어 정교한 판매 예측 시스템을 갖고 있는 야마구치나 닌텐도도 초심회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註 3: 지금도 존재한다. 다만, 규제가 더욱 강하고 비즈니스로서 이익도 많은 플레이스테이션에 언더그라운드 유통의 공격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하고 해야 할까?


5. 프로덕션의 이합집산

주요 게임 회사가 발매하는 게임 소프트도 자사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소프트 개발 회사에 개발을 위탁하기도 하고 기획이나 완성품을 의뢰하여 자사의 브랜드로 발매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소프트 1개당 매출 개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주식을 공개하는 주요 기업이라면 매출액과 경상이익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소프트의 발매 개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소프트 1개로 1백만 개를 예상할 수 없게 되자 25만 개짜리 소프트를 4개 만들면 된다는 것입니다.(그러나 그 다음에는 10만 개짜리 소프트를 10개 만들게 되어 공급과잉, 남발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첫걸음입니다.

그러나 사내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외부의 소프트 개발 회사(프로덕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집니다.

크리에이터의 처우에 관한 인사정책도 이런 외부 위탁에 박차를 가합니다. 주요 소프트 개발 회사는 개발 부분애 있어 크리에이터와 어떤 계약 형태를 맺을 것인가, 개발한 소프트의 '성공 보수'를 어떻게 대우할 것이냐 하는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영원히 '사원 크리에이터'에 안주하고 싶지 않고 독립하여 재능으로 승부하고 싶어하는 크리에이터측의 '의지'도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이 복합되어 크리에이터는 계속해서 소프트 개발 회사에서 나와 자신의 회사를 설립합니다. 게임 업계의 역사는 크리에이터의 독립의 역사, 소규모의 프로덕션이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반복하는 역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 개발 회사들은 그런 프로덕션을 산하에 거느리고 '하청업자'로 사용하는 것이 경영효율 부문에 있어서 바람직한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프로덕션측 스스로도 서드파티 계약을 맺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력, 사회적 신용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벽이 존재합니다. 그런 까닭에 소프트 개발 회사의 그늘에 수많은 프로덕션이 무리 지어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온 것입니다. 소프트 개발 회사는 실질적으로는 퍼블리셔로 변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 개발 회사에 있어서 서드파티 계약이 일종의 '이권'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적 출판사에 있어서 중개회사에 '중개(대리) 구좌'를 개설하는 것이 일종의 '이권'인 것과 같습니다. 출판의 세계도 출판의 배후에 수많은 편집 프로덕션이 있는 업계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TV나 영화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 소프트 비즈니스에서는 산업이 성숙됨에 따라서 퍼블리셔와 디벨로퍼가 분화되어 가는 것은 이미 자리잡은 법칙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스탭의 이름을 확실하게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영화가 끝난 후 5분 이상 길게 크레디트 롤이 계속됩니다. 감독의 비서, 로케이션 버스 운전수, 때로는 점심을 만든 주방장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종사한 스탭의 이름이 빽빽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에는 재산권 측면과 인격적 측면이 있습니다. 재산권은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있어도 저작자 인격권은 양도할 수 없습니다. 관련된 저작물에 성명을 명기하게 하는 '성명 표시권'은 저작권자 인격권의 중요한 구성요건입니다.

일본에서도 영화나 TV프로그램에서 성명 표시권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에서도 CD의 재킷에 관계자의 이름이 열거되는 것이 상식입니다. 저작물에 관련된 사람의 업무와 내용과 성명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것, 좋은 일을 한 사람에게는 더 좋은 일을 의뢰하는 순환이 있는 것, 또는 인세 계약 등의 2차적인 이용도 포함하여 이용의 많고 적음에 따라 참가 보수가 지불되는 것.

정보 소프트 비즈니스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조가 시스템으로 정착되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프트 디벨로퍼가 좋은 소프트를 만들겠다, 정정당당하게 평가 받고 싶다, 명성과 금전적인 성공을 하고 싶다는 등의 동기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게임 세계에는 아직 그러한 관행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엔딩 후 크레디트 롤은 표시되지만 별명이거나 이니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게임을 끝낸 사람 밖에는 '성명표시'의 효과가 없기 때문에 저작권자 인격권을 지키게 되는가는 미묘한 사항입니다.

주요 소프트 개발 회사의 사내 스탭 경우에는 '스카우트'를 두려워해서인지 성명이 공표되는 일이 드뭅니다. 잡지와 인터뷰할 경우에도 인물의 정면 사진 촬영을 허가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때로는 마치 범죄피의자처럼 모자이크처리되기도 합니다. 외부 프로덕션이 관련된 경우에도 밝히고 싶지 않는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것은 게임뿐만 아니라 CD-ROM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나쁜 관행입니다.

사내 스탭이든 외부 스탭이든 크레디트 롤이나 재킷 등에 관계자의 성명을 명기하는 것. 게임이 '작품', '저작물'인 이상 이런 관행의 정착 여부가 게임 산업의 장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7. 마구잡이 제조야말로 소프트의 활력

'오픈 아키텍처'를 표방하는 차세대 게임기가 등장함으로써 크리에이터와 퍼블리셔의 역학관계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본력과 사회적 신용이 장해가 되어 '하청업체'적인 존재를 감수했던 프로덕션 스스로가 서드파티 계약을 맺어 게임 소프트의 '발행처'가 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게임 소프트를 만든 적이 없는 회사, 프로그래머가 새로 설립한 '사내 벤처'적인 회사가 잇달아 신규 참여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개인이 참여한 회사도 있습니다. 법인이 아니면 계약할 수 없기 때문에 친척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의 정관을 변경하여 계약하게 된 사례도 있습니다.

게임이 아이디어 승부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기술, 재능, 열의, 끈기가 있으면 누구나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꿈'을 거머쥘 가능성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게임이 백 개 발매되면 그 중에 한두 개는 게임 문화를 크게 바꾸는 걸작이 태어난다'고 하는 것은 아마 진실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바노미소니(고등어를 된장만으로 맛을 내는 것)'를 폴리곤 CG로 만들어 빙빙 돌렸던 <복서즈 로드>. 복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미답의 영역에 도전한 걸작이지만 비즈니스로서는 그 노력이 보상받지 못했다. 디벨로퍼가 퍼블리셔를 겸하는 한계를 새삼 느끼게 한다.

영화, 음악, 출판, 애니메이션, 코믹 등 장르를 불문하고 정보 소프트 비즈니스에는 이런 법칙이 성립합니다. '계속해서 A급 작품만을 겨냥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졸작, 실패작, B급 작품이 쌓이다 보면 때때로 A급 작품이 배출되어 시장을 이끌어간다.'

다양성이 있는 소프트가 시장에 범람하는 것을 종종 '마구잡이 발매'라고 지탄받지만 그런 상황이야말로 정보 소프트 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그런 마구잡이 발매의 상황을 염려하며 항상 부정해 온 닌텐도도 결과적으로는 연간 3백 타이틀이나 되는, 마구잡이 발매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것도 간접적으로 이 법칙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다만 크리에이터 개인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환경도 노골적으로 예찬할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독선'에 빠지기도 하고 '대중성'이 없기도 하고 상품으로서의 완성도에 의문이 가는 '작품'이 시장에 넘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본래 그러한 작품은 시장에서 자연 도태될 것입니다. 현재의 게임 시장은 그러한 시장 원리가 작용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연'할 기회도 적고 대여 제도도 없는 현 상황에서는 실제로 구입해서 가지고 놀기 전까지는 내용이 좋고 나쁜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개인기업에 가까운 소프트 개발 회사가 소프트를 만들 뿐 아니라 광고, 선전, 판매촉진, 영업 등 소프트를 팔기 위한 업무를 모두 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그 결과 좋은 소프트인데도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져 가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개방'된 환경에서 '잠재 능력'을 갖춘 퍼블리셔의 존재가 더욱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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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ly published in Japan in 1996-2004 by Media Factory Co., Inc.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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