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게임장르였으며 국내에서도 한 때 전성기를 누리다 지금은 저 멀리 역사의 뒤안길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장르 슈팅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시작으로 ‘갤러그’, ‘자낙’, ‘그라디우스’, ‘알타입’, ‘라이덴’, ‘1945’, ‘에스프레이드’, ‘도돈파치’, ‘이카루가’에 이르기까지 명작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슈팅게임들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슈팅은 점점 플레이하는 사람들만 하는 마니아 성이 짙은 장르가 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단 슈팅게임뿐만 아니라 대전격투, 리듬액션 등의 다른 장르들도 복잡한 시스템과 높아져만 가는 난이도로 새로운 유저들이 손쉽게 다가갈 수 없는 장르가 돼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슈팅이란 장르는 너무도 빠르게 무너져갔으며 그런 현실을 볼 때 슈팅게임을 사랑하는 필자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안타까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슈팅이란 장르는 어째서 그토록 마이너한 장르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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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슈팅게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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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슈팅게임은 어디로 갔는가?
필자는 이런 슈팅게임의 현실에 대한 원인을 슈팅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인들의 잘못된 선입견과 국내에 유입되는 슈팅게임의 다양성 부족 그리고 슈팅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부재 등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선 일반인들의 잘못된 선입견이란 ‘최근 등장하는 슈팅게임은 너무 어려워!’, ‘슈팅게임은 뉴타입을 위한 장르야!’라는 것 등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우선 말해주고 싶다. 최근 슈팅게임을 조금이라도 깊이 즐겨본 사람은 알겠지만 최근 슈팅게임은 예전에 비해 결코 어렵지 않다. 그래픽이 발달하고 시스템이 다양해져 겉보기에 어려워 보일 뿐이지 평범한 사람이 예전처럼 꾸준한 노력을 들인다면 충분히 클리어 가능한 게임이 대부분이다.
또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했다 해도 반드시 클리어 해야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하는 도중에 재미를 느낀다면 그것으로 게임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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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오래된 알타입, 오른쪽은 알타입 시리즈 최신작. 하지만 난이도는 최신작이 더 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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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는 국내 슈팅게임의 다양성 부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슈팅게임이 주로 아케이드게임으로 가동되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센터에 어떤 슈팅게임이 자리하고 있는가만 확인해본다면 현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동네구석의 조그만 게임센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슈팅게임인 사이쿄 사의 ‘스트라이커즈 1945’. 실제로 필자는 ‘슈팅’이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봤어도 ‘1945’란 게임을 모르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1945란 게임이 슈팅게임이란 장르의 벽을 깨고 일반유저에게까지 자리 잡게 됐을까?
필자가 사회학자도 아닐뿐더러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릴 수는 없지만 대충 예상해보자면 이렇다.
‘라이덴’, ‘마크로스’, ‘파로디우스’와 같은 과거 슈팅명작(당시는 이름도 모르는 다양한 슈팅게임이 가동됐던 시대기도 했지만)들은 90년대 초 격투게임 붐이 일면서 그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었다. 특히 슈팅은 장르는 잘 하는 사람의 경우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으면 몇 십분 동안 플레이할 수 있었던 장르였기에 당시 대전격투게임이 올려주는 인컴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는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94, 95년에 출시된 ‘건버드’, ‘스트라이커즈 1945’, 97년에 출시된 ‘스트라이커즈 1945-2’는 깔끔한 그래픽과 게이지 시스템을 이용한 모아 쏘기, 일반 비행기와 전차가 인간형 로봇형태의 보스로 변신하는 등의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연출로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게임센터 업주들은 슈팅게임이 거둘 수 있는 인컴이 개선될까 싶어 너도나도 ‘스트라이커즈 1945-2’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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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컨셉을 보여준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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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시 그나마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슈팅게임인 ‘건버드’ 시리즈와 ‘텐가이(원제: 전국블레이드)’의 개발사가 사이쿄였기 때문에 게임센터 업주들은 ‘기왕 슈팅게임을 들여오려면 현재 국내 플레이어들의 입맛에 맞는다고 판단되는 사이쿄 슈팅게임을 들여오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고 인컴이 그다지 좋지 않는 슈팅게임을 들여오는데 있어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른 슈팅제작사가 개발한 게임보다 우선 사이쿄의 최신작인 ‘건버드 2’나 ‘스트라이커즈 1945-3(원제: 스트라이커즈 1999)’가 먼저 게임센터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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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쿄 사의 대표적인 슈팅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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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슈팅 중에서도 사이쿄 슈팅이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사이쿄 류 슈팅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은 가끔씩 들여오는 다른 스타일의 슈팅게임을 쉽게 외면했다. 사이쿄 사는 이후에도 ‘드래곤 블레이즈’, ‘제로건너’ 등의 슈팅을 발매했지만 국내 아케이드 시장은 점점 침체됐고 신작 슈팅게임의 가격은 예전에 비해 더 올랐기 때문에 게임센터 업주들은 쉽게 슈팅게임을 게임센터에 가져오지 못했다. 여담으로 ‘제로건너 2’는 나오미 기판을 사용해 개발됐기 때문에 기판가격이 상당히 비싸 인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업주들이 쉽게 구입하지 못했던 타이틀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아케이드 센터에는 ‘1945’만이 슈팅게임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슈팅은 인컴을 올리기 힘든 장르기 때문에 게임센터에 들여올 생각은 없지만 1945 시리즈는 그나마 인기가 있는 편이니 구색 맞추기는 이것으로 됐다’는 선에서 타협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현실은 다양한 슈팅게임을 게임센터에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허락지 않았으며 신작이라고 입하되는 슈팅게임도 적자를 면할 정도의 근근한 인컴을 기록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45’ 시리즈는 슈팅게임에서도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게임이며 절대 못 만든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RPG가 달랑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하나뿐이라고 생각해보자. 상황이 이렇다면 과연 비디오게임시장에서 RPG 장르가 지금과 같은 인기를 자랑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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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전이 있었기에 1945가 대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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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게임도 마찬가지다. 같은 슈팅장르라 하더라도 각 게임의 개성, 재미, 장단점을 비교해야 그 장르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인데 사실상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슈팅이 대부분 ‘스트라이커즈 1945’뿐이니 슈팅이란 장르에 대한 인식이 1945로 고정되고 유저들은 그만큼 다양한 슈팅게임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슈팅장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론 콘솔로 발매되는 슈팅은 의지만 있다면 모두 접해보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슈팅의 주력시장은 어디까지나 아케이드이며 콘솔전용 슈팅이 아닌 이상 라이트 유저가 콘솔로 슈팅을 즐기기 시작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슈팅게임은 국내에서 가장 인컴을 올리기 힘든 장르로 낙인찍혔기 때문에 유저들이 슈팅게임에 대해 흥미를 잃어가는 것인 아닐지 생각해 볼 문제다.
이 문제는 슈팅게임을 같이 즐길 사람이 없다는 세 번째 문제와도 연관된다. 함께 슈팅게임을 즐길 사람이란 비단 2인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연구하고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당장 온라인으로 보더라도 슈팅을 주제로 하고 있는 커뮤니티나 홈페이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며 이것은 결국 혼자서만 플레이하다 지쳐버리는 유저들을 그냥 방치하는데 크게 일조한다.
여기에 첫 번째 이유인 슈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더해 ‘슈팅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모른다→함께 즐길 사람이 없어 혼자 플레이하다 흥미를 잃는다→슈팅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새로 슈팅게임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도 줄어든다→인컴이 부진하다→새로운 슈팅게임을 입하하지 않는다→신작슈팅게임의 부재로 흥미를 붙일 슈팅게임이 줄어든다’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그럼 어디 한군데만이라도 살짝 뜯어 고쳐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는 없을까?
▲고전 게임의 향수, 퍼즐형 암기슈팅
일단 위에서 설명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안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각 슈팅을 몇 종류로 분류해보고 그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슈팅게임의 종류는 크게 고전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퍼즐형식의 암기 슈팅형(알 타입, 그라디우스), 케이브 사 형태의 탄막 슈팅형(에스프레이드, 도돈파치) 그리고 국내 아케이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고속탄 암기 슈팅형(스트라이커즈 1945, 건버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물론 여기서도 여러 가지로 분류가 파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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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슈팅의 대명사 그라디우스(좌), 탄막슈팅의 걸작 돈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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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게임을 굳이 이렇게 분류를 한 것은 각각으로 분류된 슈팅에서 플레이어에게 요구하는 것, 그 게임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명확히 다르기 때문이며 해당 게임들을 제대로 즐기고 이해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퍼즐형 암기슈팅에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인내력, 반복연습, 시스템의 이해이며 탄막슈팅에서 요구되는 것은 집중력, 미세한 컨트롤 능력, 화면을 보는 시야, 피탄판정을 보는 능력이다. 또 고속탄 암기슈팅에서 요구되는 것은 적탄 원리에 대한 이해도와 암기다.
위에 서술한 모든 종류의 요소는 그 어떤 슈팅을 즐기더라도 필요한 것이지만 특히 가장 필요한 요소들만 정리해 봤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퍼즐형 암기슈팅의 경우 인내력, 반복연습 등은 딱히 누군가의 도움이 없더라도 익힐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외우지 않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황당한 공격이 난무하기에 클리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흥미와 끈기를 가지고 계속 진행하면 반복학습을 통해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세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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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형 암기슈팅의 대표적인 작품은 ‘알 타입’ 시리즈. 최신작 알 타입 파이널의 경우는 단순히 암기로 그치지 않고 각종 지형을 삽입하거나 보통 플레이로는 진행할 수 퍼즐적 요소를 집어넣어 단순히 피하고 쏘는 재미 이상의 것을 유저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이런 퍼즐적 요소는 게임큐브로도 발매된 바 있는 트레저 사의 ‘이카루가’에서 극치를 이뤘다. 퍼즐형 암기슈팅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라면 지금까지는 몰랐던 적의 파해법이나 회피법 등을 서서히 알아간다는 학습적인 재미 그리고 완벽한 패턴을 완성해 플레이했을 때의 일종의 자기성취와 만족감 등이 있다. |
꾸준한 연습으로 패턴을 확실히 숙지하게 되면 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허둥지둥하며 계속 죽어나가던 부분을 마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여유롭게 피하며 적을 격파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이카루가’와 같은 게임의 달인은 슈팅을 제대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예술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과 플레이를 보여준다. 비록 정통슈팅게임은 아니지만 ‘메탈슬러그’ 시리즈의 경우도 이런 암기형 슈팅과 비슷한 종류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암기형 슈팅은 요즘 같은 라이트유저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마 전부터 발매가 거의 되지 않았다. 예전에야 얼마 안 되는 게임 중 하나를 붙잡고 끈기와 열혈로 조금씩 클리어해 나가며 그 깊이를 조금씩 맛보는 플레이어들이 많았지만 요즘처럼 수 많은 게임들의 홍수 속에서 뭔가 하나만 잡아 단물이 빠질 때까지 즐기기에는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머리 아프게 게임패턴을 외워서 진행해야 한다는 요소는 라이트 유저들에게 있어 환영받을만한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그나마 플레이어들에게 인기가 있는 슈팅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95년에 출시된 ‘도돈파치’로 시작된 탄막슈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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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계의 새로운 바람, 탄막슈팅
토아플랜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명작 슈팅을 많이 만들던 제작진이 새로 설립한 회사 케이브는 슈팅게임만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몇 안돼는 개발사 중 하나로 상당한 슈팅게임 골수팬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돈파치 시리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탄막슈팅이란 개념을 일반에 퍼뜨리기 시작했다.
탄막슈팅은 말 그대로 적탄의 바다 속을 헤엄치는 느낌으로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적의 공격을 유연히 피해나가면서 그를 통해 쾌감과 스릴을 만끽하는 장르로 ‘회피로 인한 쾌감의 극대화’, ‘암기란 요소가 크게 필요치 않고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엄청난 양의 탄막이 보여주는 화려함’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상당기간동안 인기몰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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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의 또다른 탄막슈팅, 에스프레이드와 구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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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막슈팅이라고 해서 적들의 공격이 플레이할 때마다 항상 다르지는 않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적이 동일한 원리로 공격을 한다는 점은 퍼즐형 암기슈팅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압도적은 적탄의 양. 한, 두 발의 적탄이 플레이어를 겨냥해서 날아온다면 레버를 옆으로 툭 치면 된다.
하지만 수십 발의 적탄이 시간차를 두고 사방에서 플레이어를 겨냥해 날아온다면 알고 있더라도 항상 같은 방법으로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움직임이 평소와 1mm만 차이가 나도 전혀 다른 형태의 탄막이 날아오는 것처럼 느끼게 되며 플레이할 때 마다 항상 다른 방법으로 그때그때 적탄을 피해야 하니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이다.
그럼 날아오는 적탄도 적고 암기를 해야만 피할 수 있던 고전슈팅들도 어려웠는데 적탄도 더 많이 날아오고 암기도 소용없는 탄막슈팅게임은 암기형 슈팅게임보다 더 어려운 것인가? 답변은 아니다! 사실 엄청나게 뿌려대는 적의 공격을 보고 지레 겁먹고 아예 손도 대지 않는 유저가 많지만 적의 공격이 엄청날 만큼 느리기 때문에 오히려 수월하기까지 하다. 탄속이 빠르기로 유명한 ‘라이덴 파이터즈’ 시리즈의 적탄속도와 비교한다면 평균 몇 배는 차이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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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왼쪽보다 오른쪽이 낫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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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탄막슈팅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플레이어의 기체 중 적탄이 유효한 범위를 나타내는 피탄판정이란 요손데 옛날 게임들의 경우는 기체에 적탄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플레이어 기체가 파괴될 정도로 피탄판정이 까다로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피탄판정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그냥 보이는 대로 맞으면 죽게 하거나 기체자체를 작게 그리면 그만이지 알아보기 힘들게 왜 거대한 기체에다 콩알만한 피탄판정을 만드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이는 적탄이 조금밖에 날아오지 않고 다른 암기, 퍼즐적인 요소로 재미를 추구하던 예전과 달리 최근 슈팅게임이 추구하는 재미는 압도적인 탄으로 그물을 펼쳐놓고 그 사이를 조금씩 피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최근 슈팅게임이 추구하는 재미란 최근 유저들이 추구하고 있는 재미라는 뜻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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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의 날아오는 적탄 사이를 상쾌하게 피해나가기 위해서는 피탄판정이 작아야 하는데 반대로 피탄판정을 크게 만들어 기체의 날개 끝만 살짝 맞아도 죽는 일이 일어난다면 쾌감은커녕 스트레스만 쌓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기체크기 자체를 콩알만하게 한다면 기체디자인의 퀄리티를 향상시킬 수 없다. 참고로 ‘도돈파치 다이오죠’의 기체 그래픽과 실제 피탄판정으로 다음과 같이 비교해 봤다. 과연 저런 콩알만한 판정범위 내에 기체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을까? 큰 기체 그래픽에 콩알만한 피탄판정은 탄막슈팅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덕분에 플레이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피탄판정을 이해하고 그 콩알만한 부위만 맞지 않도록 플레이하지만 막상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저것이 잘 피하는 것인지, 맞아도 안 죽는 건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며 피탄판정이란 개념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미 인간이 건드릴 경지의 게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
느린 탄속과 엄청나게 작은 피탄판정이란 두 가지 요소로 인해 탄막슈팅은 의외로 쉽게 즐길 수 있으며 항상 다른 방법으로 적탄을 피해야 하니 유저는 탄막슈팅만의 엄청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적의 총알은 많지만 탄속은 느리고 기체의 피탄판정은 작고…. 실제로 기체를 노리는 공격은 정해져 있으며 나머지 공격은 화면을 화려하게 채우는 장식품이니 이런 탄막슈팅을 플레이할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해 자신의 기체를 바라보고 눈앞에 펼쳐지는 길을 따라 요리조리 피해다니면 의외로 쉽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마치 실시간으로 조금씩 변하는 미로를 풀어간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도돈파치 다이오죠’처럼 올 클리어 플레이어가 전 세계를 통틀어 4명밖에 없을 정도로 극악한 슈팅게임도 있지만 탄막슈팅 중 가장 쉽다는 ‘에스프레이드’도 국내 게임센터에 많이 보급돼 있으니 발견하게 된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자.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언젠가는 올 클리어가 가능하며 슈팅의 새로운 재미에 눈 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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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이드는 탄막슈팅이라고는 하지만 쉬운 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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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회피로 인한 쾌감’을 극대화 시켜 슈팅의 새로운 장을 연 탄막슈팅이지만 ‘회피로 인한 쾌감’은 말 그대로 슈팅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재미의 한 요소에 불과하며 슈팅게임으로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무궁무진하다. 탄막슈팅의 경우도 단순히 클리어를 하는 클리어를 목적으로 하는 것 이상으로 깊게 파고 들어간다면 플레이어는 분명 슈팅게임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슈팅의 변환기로 보면 이런 특징은 돌발상황에서 항상 다르게 피하는 회피의 재미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적의 공격패턴을 암기해서 미리 알고 공격을 피한다’라는 개념을 가진 기존의 암기형 슈팅과 다음에 소개할 고속탄 암기슈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생겨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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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탄 암기슈팅과는 어쩔 수 없는 반목을 보이고 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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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는 속도인가! 고속 암기슈팅
고속탄 암기슈팅이란 말 그대로 엄청난 스피드로 적탄이 날아오는 슈팅게임을 이른다. 대표적 게임으로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사이쿄가 개발한 건버드 시리즈와 세이부의 라이덴 파이터즈 시리즈가 있다.
‘고속탄이라고 해도 빨라봐야 얼마나 빠르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운 게임센터로 가서 건버드 시리즈나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의 2-1스테이지를 진행해보자. 사이쿄 사가 개발한 대부분의 슈팅게임은 1주차에서는 다른 슈팅게임과 비슷한 정도의 공격패턴을 보이지만 2주차부터는 플레이어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패턴의 공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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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탄 암기슈팅의 전형적인 모습. 사진은 스트라이커즈 1945 II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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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반유저들은 이런 고속 암기슈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동체시력이 좋아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동체시력이란 정지상태의 시력보다는 움직이면서 물체를 보거나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의 시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물체를 본다든가 야구에서 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을 본다든가 할 때의 시력을 말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해 동체시력은 내가 빠르게 이동할 수록, 내가 보는 물체의 상대적 이동속도가 빠를수록 자신의 일반시력이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른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동체시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동체시력은 슈팅에 있어 충분조건일 뿐 필수조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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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필자는 비공식적으로 1945-3 세계랭킹 2위를 올랐던 적이 있을 정도로 고속 암기슈팅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ez2dj의 웬만한 곡도 2배 빠르기로 플레이할 수 없을 정도로 동체시력은 좋지 못하다. 이렇게 동체시력이 좋지 못해도 고속 암기슈팅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인이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은 초, 중반에 잘 등장하지 않으며 후반에 빠른 공격패턴이 연이어진다고 해도 기체의 이동속도가 적탄의 속도를 따라 갈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동체시력은 굉장히 좋지만 몸이 둔한 사람이 여러 방향에서 날아오는 야구공을 피하지 못하는 것을 연상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빠른 적탄이 한, 두 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기체속도가 적의 공격속도만큼 빠르다고 해도 구석에 막히면 대책이 없다.
‘아니, 그럼 동체시력이 좋으나 안 좋으나 결국 못 피한다는 소리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가끔 만화에서 ‘훗! 총구의 방향과 방아쇠를 당기는 타이밍을 알면 충분히 피할 수 있지’라는 등의 달인들이 총알을 피할 때 쓰는 대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슈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적이라고 해서 개념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아무 곳에나 탄환을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알고리즘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개념대로 탄환을 뿌린다. 즉 아무리 빠른 공격이라도 그 공격이 날아오는 곳, 그 공격이 노리는 곳, 탄환이 언제 날아오는지를 알면 탄환의 속도와 상관없이 피할 수 있다.
그 많은 적들의 공격을 어떻게 하나하나 외울 수 있냐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막상 의식을 하고 플레이를 해보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을 몇 번 접하게 되면 사람은 그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머리에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이렇듯 슈팅게임은 적탄에 대한 알고리즘만으로도 책 한권을 쓸 정도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컨텐츠의 양은 많다. 중요한 것은 이런 컨텐츠를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이는 과학을 실생활에 적용해 편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과 과학자체를 연구하는 것을 즐기는 과학자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고속탄 암기슈팅에 필요한 것은 적탄의 원리에 대한 이해와 암기라고 언급했다.
때문에 1주차까지는 슈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도 플레이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반사신경과 동체시력 그리고 개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클리어할 수 있으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고속탄 암기슈팅은 탄막슈팅과 퍼즐형 암기슈팅을 적절히 섞어놓은 수준이라 라이트유저가 처음 접해도 쉽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자리에서 일어나 1945 한판 하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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