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것의 모습과 강대한 힘과 훌륭한 자태에 대하여 가만있지 못하느니라.
누가 그 가죽을 벗기겠으며 그 아가미 사이로 누가 들어가겠는고.
누가 그 턱을 벌릴 수 있을까. 그 늘어선 이빨이 두렵구나.
견고한 비늘은 그의 자랑이라. 붙어있는 모습이 빈틈이 없구나.
이것, 저것이 한 데 붙었으니 바람도 그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겠고.
서로 빈틈없이 붙어 있으니 능히 가를 수도 없구나.
그것이 재채기를 한 즉 광채가 발하고 그 눈초리는 새벽 여신의 눈망울 같으며
그 입에서는 횃불이 뿜어져 나오고 불똥이 튀어나며
그 콧구멍에서는 연기가 나오니 마치 갈대가 타오르는 아궁이와 같구나.
그 숨이 능히 불을 일으키니 불꽃이 그 입에서 나오며
목덜미에 힘이 도사려 있어 그 앞에선 두려움만이 뛰노는 구나.
그 살덩어리가 치밀하고 견고함에 몸이 꿈적도 아니하며
그 심장이 돌같이 단단하니 그 단단함이 마치 맷돌과 같구나.
그것이 일어나면 용사라도 두려워하여 혼비백산하며
칼로 치더라도 듣지 않고 창이나 화살도 소용이 없구나.
그것은 쇠를 지푸라기같이, 청동을 썩은 나무같이 여기니
화살이라도 그것을 위협하지 못하고 돌맹이를 던져도 그것은 먼지같이 여기는구나.
몽둥이도 검불같이 보고 창을 던져도 우습게 여기며
그 뱃가죽은 날카로운 질그릇 조각과도 같으니 진흙 위로 골을 파는구나.
깊은 물웅덩이를 솥 안의 물처럼 끓게 하고 바다를 가마처럼 부글거리게 하며
자기 뒤로 빛나는 길을 내니 사람이 보기에 백발 같은 바닷물이로구나.
땅 위에는 그와 겨룰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것이 없느니라.
이는 모든 높은 것을 낮게 보는 모든 교만한 것의 왕이니라.
[욥기 41:12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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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iathan! 리바이어던, 레비아탄, 레비야단 등의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 마수는 서양의 대표적 마수인 드래곤(Dragon)의 한 부류에 속한다. 원래는 아카드 신화에 등장하는 죽음과 파괴의 신 모토(Moto)의 수하였던 리바이어던(편의상 필자는 이렇게 부르도록 한다)은 리탄, 샬리트라는 별칭을 지닌 바다에 산다고 전해지는 거대한 환수였다. 신화등장 이후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를 통해 신의 피조물로 등장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버림받는 마수로 기록됐고 이 때문에 중세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마수를 신으로 섬기길 거부하고 지상으로 추방당한 타락천사들과 같은 부류에 끼워 넣어 악마와 같은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몬스터에 관한 이야기를 한답시고 서두부터 이런 오래된 신화의 내용을 뒤적여 봤자 전문 지식인들 앞에선 장난수준일 테니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신화 속 마수 리바이어던의 웅장한 모습. 하지만 마수답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리바이어던? 레비아탄? 학술적 명칭이 있을까?
이런 리바이어던(Leviathan)의 명칭은 정확한 학술적 명칭 없이 현재 크게 레비아탄, 리바이어던 등 다양한 명칭으로 제각각 쓰여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혼동만 초래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레비아탄’이란 이름은 구약성서에 언급된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고 ‘리바이어던’의 경우는 17세기 유럽의 철학자인 토마스 홉스가 교회 및 시민 공동체의 내용, 형태, 권력이란 부제로 1651년 출간한 그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교회권력으로부터 해방된 국가를 가리키며 그러한 국가의 성립으로 처음 언급되며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두 가지 발음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스퀘어에닉스의 대표적인 RPG 타이틀인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서는 이런 리바이어던이 ‘리바이어선’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기는 하지만 이는 고전적 일본식 외래어 표기인 リヴァイアサン(일본어 발음에 따르면 리바이아산)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에 등장했던 리바이어산! 분명 일본어 발음은 '던'이 아닌 '산'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간혹 성경을 뒤지다 보면 구약성서에 기록된 레비아탄이 ‘레이야단’으로 표기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영어권에서의 Leviathan의 발음은 ‘리바이어던’ 쪽이 정확하며 한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도 ‘리바이어던’이란 명칭이 더 설득력 있다고 하겠다.
일단 마수로서의 리바이어던에 대해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알려진 리바이어던은 바다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거대한 바다뱀의 모습이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의 자세한 모습은 신화와 시대마다 제각기 해석이 달라 리바이어던이 처음 등장한 아카드 신화에서는 리바이어던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너는 구부러진 몸에 일곱 개의 머리를 가진 사악한 뱀 레비아탄을 무찌르고……”
이처럼 아카드 신화에서 리바이어던은 마치 히드라(Hydra)와 같이 머리를 여러 개 가진 환수의 모습으로 등장했으며 반대로 신의 피조물에서 마수로 기록되기 시작한 구약성서에서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턱을 지닌 악어와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혹자는 리바이어던을 대지의 마수라 불리는 베헤모스(Behemoth)와의 연결점을 통해 거대한 하마로 표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리바이어던을 모두 물과 관련된 생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리바이어던은 바다 속에서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으며 이 세상에 종말의 때(흔히 말하는 최후심판의 날)가 찾아와 하늘이 떨어지고 땅이 갈라지며 세상이 홍수와 불로 휩싸일 때 죄를 용서받지 못한 자들을 삼켜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마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신이 창조한 또 하나의 괴물인 베헤모스 뿐 이라고 한다. 베헤모스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런 정황을 살펴본다면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턱을 가진 물뱀으로 유추해 볼 수 있고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몬스터인 갸라도스로 그 모습을 대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붕어빵
3년이면 개천에서도 용이 난다는 전설의 생물체 갸라도스!!
악마로 언급된 리바이어던의 모습
지금까지 살펴본 리바이어던의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인간과 적대하는 괴수의 이미지가 강한 마수라는 호칭이 붙여지기 시작했으며 리바이어던을 악마와 같은 부류로 인식했던 중세 가톨릭교회는 마수를 신에게 적대하는 악마의 수장으로 간주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악마, 마수라고 불리기는 좀 엄한 것 아닌가!
구약성서는 레비아탄, 즉 리바이어던은 천지창조 5일째 신이 만든 생물로 리바이어던의 창조와 동시에 물에 사는 모든 생물이 태어났으며 신은 이 때 리바이어던을 이 물짐승들의 지배자로 삼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은 태양의 빛을 가리는 ‘검은 빛’을 띤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고 신은 이를 불만스럽게 여겨 수컷 레비아탄의 지느러미 위에 대지와 큰 바다를 올려놓고 전 세계를 짊어지게 했으며 암컷은 나중에 죽일 요량으로 그냥 내버려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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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구약성서에 따르면 리바이어던은 한때 마수나 악마가 아닌 정당한 신의 피조물로 신의 사랑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뒤 신이 리바이어던을 유폐한 점에서 미루어본다면 리바이어던도 다른 드래곤들과 마찬가지로 신의 적으로 간주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중세 가톨릭의 농간(?)으로 단순히 신에 적대하는 마수가 아닌 타락천사로 편입되면서 천계의 치천사(熾天使: Seraphim)로서 천사들 가운데 루시퍼, 벨제불에 이어 세 번째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리바이어던은 천상에서 떨어져 악마가 됐다는 태생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은 배경을 갖게 됐다. ◀사실 이 정도로 귀여운 악마라면 무슨 짓을 당해도… |
게임으로 비춰진 리바이어던마수 리바이어던이 등장했던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스퀘어에닉스의 대표RPG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 리바이어던은 설명했던 바와 같이 거대한 바다뱀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바다의 마수답게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적을 공격하는 소환수로서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준다.
하지만 게임에 등장하는 리바이어던은 서양고전과 달리, 바다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어야 할 바다뱀(강조!)이 마치 동양의 용처럼 떠다니고 있어 게임으로 표현되면서 상당 부분이 문화적으로 융화된 모습을 취하고 있어 게임에서는 사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최후의 심판 때나 등장할 이 바다뱀이 그 신성한 사명은 어디다가 팔아먹었는지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나와 주인공 일행을 도와주고 있다.

▲아마노
요시타카 선생이 그린 리바이어던의 원화. 영락없는 지느러미 달린 바다뱀

▲할
일도 내팽겨 친 채 하늘을 붕붕! 이 녀석 바다뱀 맞아?
이렇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예를 보더라도 대부분의 RPG에서는 리바이어던의 모습이 ‘바다뱀’의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신화에서 비쳐진 모습과 달리 상당히 잘 빠진 몸매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독 일본에서 개발되고 있는 RPG에서 리바이어던이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마수로 등장하는 서양의 드래곤의 이미지를, 동양의 용(龍)의 이미지와 혼동해 리바이어던의 본질이 변질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임
‘바하무트 래군’의 한 장면! 이 게임에서 리바이어던은 신룡으로 대우받고 있다
한편 앞서 설명한 구약성서에 따르면 리바이어던을 물리치는 것은 마수 베헤모스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에서는 베헤모스가 몬스터로 등장하고 반대로 아군이 리바이어든을 소환해 처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게임에서는 뭔가 반대로 개념이 인식되고 있는 듯!
아카드 신화, 구약성서 등의 고전자료들을 토대로 스퀘어에닉스가 리바이어던에 대한 게임설정을 했다면 숨겨진 보스로 리바이어던이 등장하고(사실 일부 시리즈에서는 신룡이란 이름으로 숨겨진 보스가 등장했다) 주인공 일행들은 그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소환수인 베헤모스를 얻어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중에 이런 설정은 없었으니 ‘반드시 고증에 충실한 게임 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파이널 판타지 8’에서 아군이 몬스터 베헤모스를 만났다면 한번쯤 G.F로 리바이어던을 소환한 후 장렬하게 죽게 내버려두는 것도 좋겠다.
‘리바이어던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베헤모스 뿐이다. 리바이어던이 베헤모스를 죽일 수 없다’는 명제는 항상 성립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할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고증을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리바이어던을 베헤모스의 재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사진은 FFXI
리바이어던 편을 마치며
비록 중세 가톨릭교회로 인해 리바이어던은 마수에 이어 악마로 전락했지만 몇 개의 유명한 게임(이라곤 해도 필자도 아는 게 별로 없다)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각성됐다. 또 이 마수를 퇴치한 중동의 토착신 바알(Baal)은 지금까지도 악마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리바이어던의 인식변화는 격세지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몬스터에 대한 이미지는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판타지 장르에 걸쳐 고증을 통한 창작보다는 작자 나름대로의 센스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판타지 몬스터들도 비록 일부에 한정되긴 하지만 기존의 ‘쓰러뜨려야만 하는 대상’에서 하나의 ‘동료’로서 그 인식이 많이 변화됐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동양권뿐만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두루 나타나고 있고 있으며 그 예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꼽을 수 있다.
굳이 리바이어던이 아니더라도 사악한 몬스터로 분류되는 것들이 점차 하나의 동등한 창조물(Creature)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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