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나는 네가 지난 여름 오락실에서 한 짓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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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시모나미


당신은 80년대와 90년대 황금기를 누리던 오락실을 기억하고 있는가? 비록 지금은 피시방, 플스방, 성인오락실에 밀려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지만, 오락실에도 한 때는 동네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때로는 오락실의 입구를 봉쇄하고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가압류하는(빌린다는 명목하에) 나쁜 형아들이 있기도 했으며 오락실 가는 학생은 불량학생이라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낙인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도 했지만, 백원 동전으로 무장한 우리의 게이머들은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오락실을 찾아 레버를 흔들며 버튼을 두들겼다.

이따가 `만두집(만나서 두드리는 집)가자!`라는 은어로 이따 오락실 가자는 의도를 기도비닉하기도 했던 그 때 그 시절... 그 시절엔 백원짜리 동전 하나면 코만도가 되기도 했고, 세계최고의 스트리트 파이터가 되기도 했으며 파이널파이트의 전사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기도 했다.


▲ 초딩 작명센스 작렬! 만나서 두드리는 `만두집`

 90년대 초 오락실은 게임당 이용요금이 50원에서 100원으로 인상되던 ‘격동의 시기’이자 ‘혁명의 시기’였다. 가히 살인적인 100%인상에 따라 주머니가 헐거운 어린 게이머들은 게임비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에 들어갔다. 성실한 누군가는 병을 주워다가 팔았으며 그렇지 못한 누군가는 부모님의 지갑에 손을 대는 등 게임비 마련에 저마다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부 잘못된 무리들은 일신상의 안위에 눈이 어두운 나머지 천륜을 저버리고 ‘무백원 무게임’원칙조차 망각한 채 부정한 도구를 사용하며 평화로운 무림을 혈겁으로 물들였던 저열(低劣)한 무리들이 있었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그 시절 사용되던 정의롭지 못한 도구들을 공개하며 그간 자연스레 이 도구들을 써왔던 금수의 무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1. 오락기계를 낚는 강태공, 관통전 (貫通錢)

첫 번째로 소개할 방법은 관통전(貫通錢)이다. 주로 동전 가운데에 구멍을 뚫은 후 가운데 구멍에 낚시줄 등을 걸어서 사용했다. 동전투입구에 동전을 밀어 넣은 다음 크레딧이 올라가면 다시 당겨서 동전을 빼내는 방식이었다.

이 동전을 만드는 방법은 은근과 끈기를 요구했다. 집에 최첨단 전동드릴이 있는 부르주아의 경우는 손쉽게 만드는 반면(집에 전동드릴 있는 집안 같으면 이런거 안 만들었다.) 그렇지 못한 프로레타리아 계층에서는 칼과 책을 이용한 가내수공업 내지는 교내수공업으로 본 동전을 제작했다.(자세한 제작방법은 모방범죄 예방차원에서 밝히지 않음.)


▲ 필자가 `어쩌다 얻은` 관통전  

 

동전의 가운데 구멍에는 실을 끼우는데 내구도가 좋은 보통 낚시줄이 가장 선호되었다. 낚시줄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불 꿰매는 실 등이 대용품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손맛이나 내구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낚시줄에 비해 두껍고 잘 보여서 발각의 위험이 크기도 했다. 잘 만든 관통전같은 경우는 학내 암거래 시장에서 약 1천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할 정도로 널리 사용되던 아이템이며 비단 오락실 뿐 아니라 자판기 등에서도 자주 쓰였던 아이템이었다.

관통전을 사용할 시에는 기본 2명 이상의 인간병풍으로 오락실의 GM(주인아저씨)의 시야를 차단하는 것이 필수였다. 사실 그 아저씨들은 대부분 고령에다가 종일 TV를 보며 영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 하지만 그 모습에 속아서는 곤란하다. 온종일 딴 짓만 하면서도 관통전의 사용같은 부정한 행동은 귀신같이 바로 적발해내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관통전의 사용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작업이 아닐 수 없었다.

일부 피해액이 크다고 생각하는 GM들은 현상금을 걸기도 했었다. 관통전 사용하는 아이를 신고할 경우 500원을 포상하는 국내최초의 ‘파파라치’제도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는 오늘날 각종 관청에서 ‘O파라치’제도로 이어받았다고 뻥을 쳐도 좋을 만큼 그 효과가 우수했다. ‘파파라치’제도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신(新)‘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오락실의 민심이 흉흉해져 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2. 따금따금 강렬한 유혹! 따딱이

두 번째로 소개할 ‘작업도구’는 휴대용 가스렌지의 점화플러그다. 흔히 ‘따닥이’, ‘따끔이’ 등으로 통칭되던 이 점화플러그는 버튼을 누르면 피복이 벗겨진 전선 끝에 전기가 흐르는 작은 도구였다.


▲ 이게 언제부터 이런 용도로 사용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 전선의 끝을 동전투입구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경우에 따라 크레딧이 올라가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어떨 때는 1이나 2정도만 올라가지만 재수가 없는 경우는 크레딧이 99가 되기도 했으며 더 재수가 없는 경우엔 기계자체가 꺼지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 레벨이 낮은 하수라면 당황하며 머뭇거리다가 적발되어 잔인한 보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수라면 서둘러 오락기 하단에 위치한 종료스위치를 눌러서 껐다가 켜는 기민함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기계가 돈을 먹었다며 GM에게 환불을 요구하는 당당함까지 보여준 만렙 고수들도 있었다.

실제로 마주보며 하는 대전게임인 경우에는 1P쪽에만 종료스위치가 붙어있어서 따닥이 사용자는 반드시 1P쪽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GM(오락실 주인)의 레벨이 중급 이상인 경우 반드시 1P를 카운터 쪽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따닥이’ 사용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1P플레이를 하거나 2P의 코드위치를 알아내는 등의 보통이상의 위험과 노력을 요구했다.

 


▲ 항상 지켜보고 있는 그들의 눈을 피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따닥이’의 입수경로는 학교 앞 문구점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뽑기 기계인 경우가 많았다. 당시 ‘따닥’이 뽑기 기계의 경우는 200원 내지는 500원으로 책정되어 있어 그 높은 인기를 반영했다.

일부 성질 급한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집에 있는 휴대용 가스렌지에서 떼어오는 경우도 있었으며 그런 경우 뽑기에서 나온 물품과는 비교되지 않는 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대형 가스렌지인 경우에는 탈착이 어려운 관계로 거의 쓰이지 않았다.


▲ 드르륵! 요즘에는 따닥이 뽑기가 하늘의 별따기

 

 3. 동전의 가치를 높이자! 테이핑

세 번째로 소개할 방법은 테이핑을 한 10원 동전이다. 10원 동전에다 전기테이프 등을 주변부에 두름으로써 동전의 크기를 100원과 비슷한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10원짜리 동전의 주변부에 테이핑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기껏 만든다고 해도 동전투입구에 걸려 들어가지 않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따라서 일부 숙련공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므로 100원 동전보다는 500원 크기를 만들어서 자판기에 사용하는 사람이 가끔 있었다.

 
▲ ‘절연테이프’ 감는 방법도 따로 있었으나 밝히지는 않겠다

 

 4. 기계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라! 쑤시기

위와 같은 하드웨어적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그럴 지능이 되지 않는 부류들이 많이 시도하던 방법으로 그냥 ‘쑤시기’가 있다. 보통 세탁소 옷걸이나 철사 등이 많이 쓰였고 좀 더 머리를 많이 쓴 학생이라면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쓰는 녹색 빗자루의 털 하나를 뽑은 후 칼로 반을 가르면 그 안에 있는 하얀색의 플라스틱 심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비를 동전투입구에 넣은 후 동전의 투입을 감지하는 클립을 건드리면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쑤시기’는 이러한 기계의 메커니즘을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성공률은 그다지 높다고 보긴 어려웠으며 쑤시는 모습이 적발되기에는 제일 쉬웠던 만큼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가 많이 쓰였다

지금까지 과거 오락실을 혈겁으로 물들였던 정의롭지 못한 도구들에 대한 약간의 고찰을 해보았다. 독자 분들 중에는 분명 ‘나는 한번도 안 걸렸다.’ 내지는 ‘내가 저거는 잘 만들었다’라며 자랑하실 분이 계시리라. 자랑할 일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범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100 원 동전에 구멍을 뚫거나 10원 동전에 테이프를 감는 등의 행위는 화폐손상 및 화폐 위조에 해당하는 중죄이다. 그러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불법행위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동전에 실을 꿰어 크레딧을 올리는 행위도 요즘 기계에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의 기계는 모두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이기 때문에 클립으로 인식하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쑤시기 또한 통하지 않는다. 점화플러그로 전기적 충격을 주던 방법 역시 요즘은 무용지물이다. 그 이유는 동전투입구 부분이 절연 처리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글에서 밝힌 예전의 방식들은 모두 무용지물이다.

이런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에 대해 그냥 어린이들의 귀여운 장난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잠시 술자리의 안주거리나 추억거리로 생각해보는 것은 괜찮지만 절대 절대 따라 하진 말자. 푼돈 아끼려다 인생 망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 지금은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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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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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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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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