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광복60주년, 게임속 미화된 일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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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프리라이터 이홍규

우리는 게임속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얼마 전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자국의 신문에 KBS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관한 칼럼을 기재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칼럼에서 “불멸의 이순신은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밝히며, “마치 만화 같다”,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은 쓸데없이 일본군을 추격하다 죽었다”는 등의 어이없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의 대표 언론매체의 국장까지 이러한 망언을 일삼는 것을 보니 일본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커녕 오히려 정당화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물어보고 싶다. 일본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충무공의 업적까지도 ‘역사왜곡’이라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이 표현한 그들의 역사는 얼마나 깨끗한가? 정작 일본 미디어에 나오는 그들의 역사야말로 상당부분 과장되고 미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당신은 알고 있는가?

▲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국내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비하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게임 안에서 일본의 역사는 어떻게 미화되고 있을까? 광복60주년을 맞아 게임 속에 나타난 일본역사, 그리고 그 진실에 대해 알아보자.

▲ 일본게임에 나타난 충무공의 능력치는 평균 75다. 만약 충무공이 노부나가만큼만 알려져 있었다면, 이런 어이없는 일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형화된 일본식 이미지, 코에이 사관!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삼국지.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해 자웅을 겨루는 이 매력적인 스토리는 나관중에 의해 동양 최대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자, 그럼 잠시 책을 덮고 삼국지의 영웅들을 연상해 보자. 일기당천의 무용을 보여준 ‘여포’와 주유의 아내이자 강동의 이교로 불린 ‘소교’를 머릿속에 그려보자. 만약 준수한 미청년과 한 쌍의 더듬이, 혹은 깜찍한 소녀에 큼지막한 부채가 연상된다면 당신은 이미 일본식 캐릭터에 젖어있다는 뜻이다.

▲ 여포의 더듬이나, 소교의 부채가 생각난다면 당신은 이미 일본식 삼국지에 빠져있는 것이다

게임 좀 해본 사람치고 코에이의 삼국지란 게임을 밤 세워 플레이해 본 경험들은 한번씩 있을 것이다. 90년대 전까지만 해도 삼국지 속의 영웅들은 말 그대로 소설 속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역사 시뮬레이션인 ‘삼국지’가 발매되면서 그 이미지는 코에이가 구상한 모습으로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PS2의 히트작 ‘진삼국무쌍’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더욱 심화됐다.

여포는 더듬이 투구의 미청년, 장합은 중성적인 게이 캐릭터, 조운은 누구라도 반할만한 꽃미남, 조조는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유저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게이머들은 삼국지를 플레이하며 원작이 아닌 일본의 취향이 가미된 또 다른 코에이식 삼국지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게임문화와 함께 우리의 역사관에 파고든 ‘코에이 사관’의 모순이다.

게임으로 인한 지속적인 세뇌은 자칫 진실이 왜곡되어 받아들일 수도 있기에 심각하다.

▲ 삼국지 10의 제갈량. 말만 동양인이지 생김세는 천상 서양인이다. 서양 지향적인 일본의 취향을 알 수 있다

삼국지 뿐만이랴? 일본게임은 남의 나라 역사뿐만 아니라 자국의 역사도 철저히 미화하고 있다. 그곳에 등장하는 일본 영웅들은 사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미지를 형성하며 유저들의 머릿속에 변치 않는 하나의 형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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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의 그늘에 가린 독재자의 망령, 오다 노부나가
일본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 바로 ‘오와리의 얼간’이라 불렸던 오다 노부나가다. 그는 철포를 적극 활용한 전법으로 여러 다이묘들을 제압해 나갔다. 하지만 혼노사에서 자신의 부하였던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암살을 당한다. 400년이 지난 지금, 노부나가는 일본 게임 속에서 또 하나의 생명을 얻고 있다.

▲ 모든 게임에서 노부나가는 이와 같이 인간을 초월한 신적인 이미지로 정형화 되어있다

게임 속 오다 노부나가 하면 무소불위의 ‘카리스마’가 연상된다. ‘귀무자’의 노부나가는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사망하지만 환마의 힘을 빌어 마왕으로 부활한다. ‘전국 바사라’의 노부나가의 이미지도 귀무자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찢어진 망토를 휘날리며 해골로 된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신’의 모습으로까지 비춰진다.

▲ 전국무쌍에 등장하는 노부나가는 마치 스타워즈의 제다이처럼 광선검을 휘두르며 난세를 평정하는 인물로 표현됐다

이러한 이미지는 ‘노부나가 = 카리스마’이라는 공식으로 그를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강력한 일본식 영웅으로 재탄생시켰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카리스마의 제왕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노부나가가 게임에서처럼 카리스마의 화신이었을까? 물론 혼란한 전국시대, 통일의 기틀을 마련했으니 분명 비범한 인물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는 분명 영웅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결함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승려를 비롯해 민간인을 숫하게 학살한 인물이다.

또 죽인 적군의 해골에 술을 담아 마셨을 만큼 엽기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만약 그가 끝까지 살아남아 임진왜란을 일으켰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큰 비극을 낳았을 것이다.

독단적인 성품으로 인해 그는 수많은 가신들에게 불만을 샀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아끼던 가신 아케치 미츠히데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 노부나가의 실제 생김새는 일반적인 전국시대 무장과 다를바 없다

그가 진정 카리스마의 화신이었다면 자신이 아끼던 가신에게 저토록 어이없이 암살당했을까? 자신의 부하들에게 조차 버림을 받은 노부나가는 결국 실패한 독재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독재자의 노부나가의 모습은 카리스마로 포장돼 유저들의 경외감을 사고 있다.

▲ 노부나가를 등장시켜 공전의 히트를 친 귀무자 시리즈. 오다 노부나가는 일본게임에 있어서 영원한 흥행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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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엑스트라에서 게임의 주인공으로…, 전국시대 과대포장 된 영웅들

사나다 유키무라
전국시대에는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등장했다 사라졌다. 이중에는 실제 엄청난 활약을 한 영웅들도 있지만 후세사람들의 과장에 의해 영웅화된 인물도 적지 않다. 그리고 게임은 이런 영웅들을 놓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 사나다 유키유라다. 사나다 가문은 다케다 신겐을 모시면서 메이지 유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한 대단한 가문이다.

▲ 전국무쌍의 사나다 유키무라. 게임속에서 일기당천의 쾌남아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전국시대에 별 비중이 없는 장수였다

하지만 타케다 가문의 몰락 후 5번이나 주군을 바꾼 어찌 보면 기회주의자 적인 가문이기도 하다. (실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는 아버지는 서군, 큰아들은 동군으로 참여해 양다리를 걸치고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 사나다 가문을 이끌었던 이가 사나다 마사유키였고 그의 둘째 아들이 유키무라다. 유키무라는 세키가하라에서 승리한 이에야스에게 마지막까지 저항한 인물이다.

▲ 코에이의 전략시뮬레이션 결전, 임진왜란 전범들도 다수 등장하는 이 게임에서 유키무라는 붉은 갑옷으로 상징되는 A급 장수로 묘사된다

당시 일인자였던 이에야스에게 저항한 점을 높이 샀던 것일까? 이후 게임 속에서 재탄생한 사나다 유키무라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로 부활한다.

신장의 야망에서는 전국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엄청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무쌍이나 전국 바사라에도 주인공급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게임 속 능력처럼 화려한 전공을 이룩했다는 기록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또한 그는 호죠 가문을 시작으로 이에야스, 우에스키, 히데요시 등 여러 가문에서 인질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그가 세운 가장 큰 전공은 오사카 여름전쟁에서 이에야스를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것 정도.

게임에서는 전국을 호령하며 각국의 다이묘와 맞짱을 뜬 인물로나오지만 실제 역사에 그의 존재는 미미할 뿐이다.

하지만 그가 죽은 이후 일본인들은 있지도 않는 사나다 10용사까지 만들어 내며 유키무라를 사무라이의 표상으로 만들고 있다.

▲ 캡콤의 전국바사라. 사나다 유키무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에다 게이지
유키무라 만큼이나 과장된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마에다 게이지이다. 마에다 게이지는 전국시대 명문 집안이었던 마에다 가문의 양자였다. 마에다가를 대표하는 마에다 토시이에가 그의 삼촌이다. 마에다 토이시에가 전장을 누비며 활약했던 것과는 달리 마에다 게이지는 낭인이 되어 전국을 떠돈다.

▲ 여포와 필적할 만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마에다 게이지? 일본은 마에다 게이지라는 인물을 내세워 전국시대의 스케일을 삼국지와 동일시 하고 있다

그의 기록은 주로 야사에 의존한다. 그가 삼촌인 마에다 토시이에처럼 역사의 전면에 나서 무공을 세운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장이 난무하는 야사의 특성상, 마에다 게이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천하제일창의 모습일까’에 대해서는 의심스러운바가 많다.

게임에서의 마에다 게이지는 천하무적의 용장으로 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코에이는 마에다 게이지의 이미지를 진삼국무쌍의 여포에 투영시키고 있다. 최강의 무를 가지고 있으며 막무가내적인 성격에 마초적인 모습까지 여포와 닮았다.

이는 마에가 게이지를 여포와 동일선 상에 놓음으로써 일본 전국시대가 삼국지를 능가하는 방대한 역사라는 것을 은연중에 인식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일본 신비주의 마케팅의 상징, 닌자
닌자는 일본문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그들은 첩보요원으로써 정찰이나 요인암살 등 주로 물밑 공작활동에 주력했던 부대다. 그들은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엄청난 미화와 과장의 대상이 되었다.

▲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닌자는 일본의 문호 시바 료타로가 쓴 `올빼미의 성`이란 소설에서 형상화 됐을 뿐 실제와는 다르다

핫토리 한조.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그는 닌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핫토리 한조는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가신으로 닌자부대를 이끌었다. 대부분의 닌자들이 관직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에 비해 핫토리 한조는 닌자로써는 드물게 관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게임 속 한조는 엄청난 인술의 소유자로 등장한다.

코에이의 역사시뮬레이션 신장의 야망에서는 보병S급에 전국에서 탑 클래스에 꼽힐 만큼 출중한 능력치로 등장한다.

또한 전국무쌍의 경우도 인간의 움직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신출귀몰한 슈퍼맨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는 일본 문화속에 비춰진 ‘닌자의 허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존재다.

게임과는 달리 실제 역사에서 한조의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한조 뿐만아니라 닌자라는 존재 자체가 과장된 것이다. 우선 닌자의 주요임무인 첩보를 예로 들어보자.

▲ 사무라이 쇼다운의 메인캐릭터로 등장하는 핫도리 한조. 일본 닌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당시 대부분의 정보제공자는 닌자가 아닌 상인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다 노부나가도 상인들로 형성된 마을인 사카이를 발전시켰고, 이후 실권을 잡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사카이 상인들과 끊임없는 친분을 유지했다.

▲ 신장의 야망, 전국무쌍, 사무라이 쇼다운 등 인기게임에 단골 캐릭터로 등장하는 핫토리 한조. 일본에 의해 미화된 캐릭터 중 하나다

닌자의 특기인 암살을 어떤가? 대부분의 다이묘는 암살에 의해 그 생을 마치지 않았다. 전국시대의 강자 타케다 신겐의 암살도 닌자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닌자의 비중이 오늘날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어느 전쟁터에나 있을 법한 첩보, 정찰부대에 지나지 않았다.

▲ 한때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닌자거북이. 이처럼 닌자라는 캐릭터는 동양적 신비주의와 접목되면서 하나의 초인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하지만 일본의 거의 모든 게임에서 닌자는 슈퍼맨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비단 핫토리 한조뿐만 아니라 모든 닌자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신출귀몰한 둔갑술에, 빠르고 기민한 몸동작, 분신술을 행하는 등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인들은 철저히 미화된 닌자를 통해 일본을 신비한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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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영웅은 형제의 난의 패배자였다! 미나모토 요시츠네
일본인이 가장 추앙하는 세 명의 영웅이 있다. 에도막부의 창시자 ‘도쿠가와 이에야스’, 메이지 유신의 불씨를 놓은 ‘사카모토 료마’, 그리고 소설 ‘겐지’의 주인공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다. 이중 요시츠네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일본인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일본 설화에서는 요시츠네가 죽지 않고 대륙으로 건너가 칭기즈칸이 되었다는 가설까지 나오고 있다.

▲ 미나모토 요시츠네의 일대기를 다룬 요시츠네 영웅전. NHK 대하사극과 같이 발매되 인기를 끌었다

게임 속에서도 요시츠네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외모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미청년(꽃미남)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준수한 외모, 기발한 책략과, 화려한 무공, 그리고 사람을 끄는 덕망까지 갖춘 완벽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진다.

요시츠네 영웅전’에서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적진을 누비는 꽃미남의 모습으로, 최근 발매된 ‘겐지’에서도 신비한 힘을 사용해 나라를 구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Xbox로 출시된 ‘오토기’에서 화려한 비무로 마물들을 물리치는 라이코우 역시 요시츠네를 모델로 만들어 졌다.

또 그의 가신도 요시츠네 못지않은 정형화된 모습을 보인다.

괴력의 사나이 벤케이는 엄청난 거구에 황소와 같은 파워를 보여주고 있으며, 요시츠네가 평생 동안 사랑했다던 시즈카는 신비로운 무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 겐지에 등장하는 요시츠네. 역전의 맹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예쁘게 생겼다

이들의 이미지는 모든 게임속에 정형화된 이미지로 등장한다. 하지만 과연 게임 속에서처럼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완벽한 인물이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많다.

물론 그가 가마쿠라 막부를 세우는데 1등공신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는 여러모로 과대포장 된 부분이 많다. 요시츠네는 눈부신 전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형에게 버림받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 요시츠네의 충복 벤케이와 요시츠네의 연인 시즈카. 이들의 이미지 또한 정형화 되어 수많은 게임에 영향을 준다

일본인들은 그의 삶보다는 죽음에 더 많은 애정을 느낀다. 마치 중국인들이 한나라를 세워 진나라의 폭정을 종식시킨 유방보다 극적으로 죽음을 맞는 항우를 더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시츠네가 게임에서 묘사된 대로 완벽한 능력의 소유자라면 과연 부하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죽음을 맞는 패배자가 됐을까?

결국 그 또한 형제간 권력다툼의 패배자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것뿐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요시츠네 열풍이 불고 있다. 게임은 물론 만화나 소설로도 재구성되며 초대형사극으로까지 제작되고 있다.

거의 모든 매체에서 요시츠네의 이미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형화 되어있다. 한편으로는 ‘일기당천의 영웅’으로, 한편으로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요시츠네는 과대 포장되고 있다.

그리고 비운의 영웅 이미지 그대로 우리나라에 무차별 공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습에 우리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의 화려한 갑옷속에는 역사의 패배자 요시츠네의 뒷모습이 숨겨져 있다. 사진은 NHK 사극 요시츠네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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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깡패가 구극열사로 미화되다, 풍운 신선조!!

도쿠카와 정권 말기, 일본을 공포에 떨게 했던 신선조를 아는가. 공교롭게도 그들은 역사미화를 통해 하루아침에 살인마에서 우국지사로 탈바꿈한 존재들이다.

신선조는 에도막부 말기 막부편에 서서 치안을 담당했던 낭인집단이다.

그들은 패를 형성하고 다니며 치안을 유지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살인과 암살을 자행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신선조는 일본을 좌지우지했던 막부의 지원을 받는 ‘정치깡패’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막부에 대항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척살했으며 막부와 자신들의 이익에 준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았다.

신선조가 주도해 수많은 유신지사들을 죽였던 이케다야 사건은 일본 메이지 유신을 10년 후퇴시켰다는 말도 있다.

▲ 신선조의 활약을 다룬 풍운 신선조

그들의 행동은 마치 이승만 정권의 비호아래 악행을 일삼았던 한국의 정치깡패들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한 행동은 나라의 발전에 어떠한 보탬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에서 묘사된 신선조는 정치깡패가 아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구극열사로 묘사되고 있다.

▲ 막부정권하에서 치안을 담당한 정치깡패 신선조. 일본은 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철저히 가린체 영웅적인 모습으로 부각시켰다

게임속에서 신조조의 모든 살인행각은 민족을 위한 거룩한 행위였다고 미화되고 있다. ‘풍운 신선조’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끝까지 저항하는 비장미 넘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 모습 그대로라면 신선조는 무사도의 화신이며 구극의 열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수많은 악행은 가려진체 말이다.

▲ 신선조의 행동대장 히지카타 도시조. 게임에서 그는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무라이의 상징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막부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을 살육한 `살인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성황후 시해범이 메이지 유신의 선봉? 풍운 막말전

‘풍운 막말전’은 일본 메이지유신의 공신인 도막파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조슈, 사쓰마, 도사 출신의 유신지사들은 게임속에서 나라의 운명을 걸고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특히 좌막파인 신선조와의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흥미진진한 게임을 뒤로하고 우리가 플레이하고 있는 도막파 인물들이 과연 실제 역사에는 어떤 존재였는지를 생각해 보자.

도막파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의 주축인 조슈, 사쓰마, 도사 지역의 유신지사들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네들 유신의 주역들이 한결같이 정한론의 원흉이었다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된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정한론의 원조 가쓰라 고고로, 조선출병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 등 도막파의 대부분은 훗날 제국주의의 선봉에 서는 인물들이다.

▲ 풍운 막말전의 메인 캐릭터들은 메이지 유신 이후 조선침략의 기틀을 놓는다

특히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의 시해범인 이노우에 가로우, 미우라 고로 등도 도막파 출신의 인물들이었다.

▲ 도막파 중 상당수가 조선침략을 주장했고, 이들중에는 이토 히로부미, 미우라 고로 등 명성황후를 시해한 역사의 원흉들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침략의 원흉이었던 그들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인해 선각자의 이미지로 미화되고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게임을 하더라도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바람의 검심의 주인공 켄신도 도막파 출신의 암살자다. 실제로 도막파에는 유명한 암살자들이 다수 존재 했다고 한다. 또 그들 중 일부가 조선으로 넘어가 명성황후를 시해해 을미사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바람의 검심은 이런 막말 암살자들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  막말지사전에 등장한 가쓰라 고고로. 조슈 출신으로 메이지 유신의 주역인 그는 실제로 정한론에 앞장선 인물이었다.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로우 등 조선침략의 원흉들도 그의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벚꽃 속에 가려진 일제 침략주의 야욕!! 사쿠라 대전
세가의 사쿠라 대전은 화려한 비쥬얼과 멋진 음악으로 두터운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게임이다. 귀여운 미소녀들과 함께 밝고 흥겨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가볍게 플레이하며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쿠라 대전은 그렇게 가볍게 즐기고 넘길만한 게임이 아니다. 게임 전반에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가 짙게 베어 있기 때문이다.

▲ 귀여운 미소녀에만 혹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의 망령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사쿠라 대전의 배경은 태정시대다. 태정시대는 일본 대정시대를 그 바탕으로 하고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 대정시대란 어떤 시대인가? 한창 일본이 제국주의 노선에 물들어 가던 시대가 바로 대정시대다. 대정봉환으로 실권이 막부에서 천황으로 옮겨지게 되고 이를 성공시킨 유신지사들은 점차 제국주의 적인 색채를 띠게 되는데, 이 시기가 바로 대정시대다.

▲ 사쿠라 대전의 메인캐릭터 신구지 사쿠라. 전형적인 일본 여성의 스타일이다

이러한 시대배경 때문인지 사쿠라 대전에는 제국주의적 색채가 진하게 깔려 있다. 그들의 호칭 자체도 ‘제국화격단’이며,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도 제도(帝都)다. 제국의 도시라는 뜻이다. 복장은 물론, 일본을 대표하는 꽃인 벚꽃(사쿠라)이 게임 내내 흩날린다.

또 제국에 대항하는 세력은 악마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황군에 대항하는 세력은 모조리 악의 세력으로 치부했던 일본 보수주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악당으로 등장하는 크로노스 단은 도쿠가와 막부를 부활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반란을 일으킨다.

▲ 제국의 군대인 ‘제국화격단’이 세상의 평화를 지킨다는 설정. 은연중 일본 침략주가 싹튼 `대정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릭터의 복식도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군복과 유사하다

이는 곧 대정시대의 상징인 일본 천황에 반발하는 세력은 무조건 ‘악’이라는 논리와 일치한다. 하지만 게임은 흥겨운 음악과 아리따운 미소녀 그리고 화사한 그래픽으로 제국주의 색채를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또 하나 위험한 것은 제국주의 군대인 ‘제국화격단’이 세상의 평화를 이끈다는 게임의 설정이다. 3편에서는 파리에까지 진출해 세계평화에 기여한다. 이는 일제가 침략전쟁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주창했던 대동아공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일제는 아직도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고 미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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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파병을 정당화 하는 일본 게임들! 현대 대전략과 망국의 이지스
게임 속에 표현되는 일본의 침략주의적 망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01년에 출시된 ‘현대대전략-해외 파병의 길’이란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선동하고 있다. 게임의 홈페이지에는 “20세기 자위대는 바다를 넘는다”라는 문구아래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 자위대를 투입해 일본이 세계의 질서를 확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자위대 파병결정!! `현대 대전략 해외파병의 길`의 광고문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에 관한 시나리오에 있다. 한국과 북한의 2차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이때 자위대가 투입되어 인천 상륙작전이나 서울 탈환전 등의 작전을 펼친다는 내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여 일본이 서울을 함락시키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위험한 발상이다.

▲ 일본이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에 자위대를 투입해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정당화 하고 있다

특히 이 게임의 스텝 중 세이타니 신이치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사람은 ‘진 대동아전쟁시리즈, 이상한 나라의 자위대’ 등의 소설을 쓴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다. 또한 이 게임이 일본의 우경화가 진행되는 시기와 때를 맞췄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현대대전략은 2001년 코이즈미 내각 탄생 후 야스쿠니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주변국과의 마찰이 대두되었을 때 발매되었다.

▲ 공교롭게도 일본 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수상 신사참배로 국제적 물의를 빗었을때 `현대 대전략 해외파병의 길`이 발매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아야 할까?

또 이듬해 현대대전략 2002는 자위대 파병을 합법화 시킨 유사법제가 발동과 때맞춰 출시됐다. 현대대전략2002는 일본이 독도를 침공해 점령하는(그들의 말로는 수복이라 표현되어 있다.) 시나리오도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 충격적인 것은 이 게임은 한일 전쟁으로 일본이 서울을 함락하고, 독도를 점령하는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이밖에 코에이가 개발한 망국의 이지스라는 게임도 자위대 파병의 정당화시키고 있다. 국내에 출시되지 는 않았지만 코에이는 `태합입지전`, `제독의 결단`, `막말 지사전` 등 그들의 게임속에서 숫한 역사왜곡을 자행한바 있다. 코에이의 최신작 `망국의 이지스는 이미 동명의 영화와 소설로 출간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바 있다. 이렇듯 일본은 자위대파병을 통한 군국주의적 야욕을 게임 속에서 미리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그 나라를 보는 거울이다

1년전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서양인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일본의 왜곡된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어 씁쓸했다.

영화에서 일본의 사무라이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용맹하고, 비장하면서도 따뜻한 존재로 그려진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보았듯 일본게임은 그들의 역사와 영웅들을 과장과 미화로 점철시켰다. 물론 게임의 특성상 과장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미화된 일본사관이 유저들에게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 코에이의 전략시뮬레이션 망국의 이지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담고 있는 내용으로 한일간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서양의 경우 이러한 부작용이 더욱 크다. 그들은 일본게임을 접하면서 일본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된다. 미화된 일본사관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 새로운 일본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벚꽃으로 포장된 제국주의’, ‘구국열사로 미화된 침략주의’, ‘카리스마에 가려진 잔인한 살육’ 등 일본의 역사왜곡이 거부감 없이 녹아있다.

▲ 영화 라스트사무라이의 한장면. 서양인들이 바라보는 일본 사무라이의 모습은 이렇듯 과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잊혀진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을 되살리는데 얼마나 노력했을까? 일본이 노부나가에 카리스마를 부여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영웅들 찾아 재평가를 시작해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 역사를 살리는 길이며 우리 역사의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게임속 왜곡된 우리역사 (클릭하면 새로운 창으로 게임메카 페이지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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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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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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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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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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