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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김명희 기자
“열려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기 안에서 하나를 추구하고 단 하나의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기본이 있어야 열려있어도 감응할 수 있습니다. 갖고 있는 것이 많아야 가능성도 높아지죠. 음악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의 악기에 대한 기본적인 능력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다양한 분야에 열려있거나 받아 들일 수 있겠죠.”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퓨전, 의사 출신 음악가, 재일 한국인, ‘아이온’의 음악감독 양방언을 설명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만드는 음악은 어떤 색깔일까?
양방언은 제주도 출신이지만 사상적인 이유로 ‘북조선’을 선택했던 아버지로 인해 일본에서 태어나 조총련계 학교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다시 ‘한국’ 국적을 선택하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학교를 다녔고 의대 졸업 후에 2년 동안 마취과 의사로 활동했다. 이데올로기, 국적, 출신으로 토막토막 나뉘어져 있던 과거의 세계. 차별과 장애 속에서 자라난 자식들이 의사로 당당히 살아가길 바랬던 아버지와의 갈등. 그는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음악은 놓을 수 없었다. 이윽고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도를 방문할 수 있었다. 그의 삶을 가로막았던 태생적 경계를 넘어서고 난 다음에 만났던 음악 산업, 그 속에서도 마찬가지의 난관은 있었다. 예술가의 열정을 제한하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공장’을 벗어나 솔로로 데뷔하면서 그는 원하던 자유를 얻었다. “음악을 카테고리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미디어의 입장이나 듣는 입장에서는 편하지만, 재미가 없어요. ‘오늘은 집에 가서 뉴에이지 음악을 들어야지’하고 생각하시나요? 사람은 그 때 그 때의 사이클이나 바이오리듬에 맞는 다양한 음악을 듣곤 하죠. 제가 건방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요즈음은 야외 공연을 주로 보는데 ‘후지록 페스티벌’이나 ‘썸머소니’같은 공연을 가요.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고, 재미가 없으면 맥주를 먹고 아무데서나 자기도 하죠.” 양방언은 스스로 어느 하나의 세계에 고정되거나 인식되는 것을 거부했다. 자신의 음악이 아시아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한국적인 혹은 아시아적인 음악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음악가로서, 경계 없는 삶을 살아가는 ‘자유인’ 양방언은 지금 무엇에 빠져있나?
현재 그는 여섯 번째 솔로음반 작업과 ‘아이온’ 두 개의 작업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아이온의 경우, 게임의 개발 일정에 따라 정해진 마감이 존재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작업은 마무리된 상황. 개발 초기에는 원화 이미지, 동영상, 스크린샷부터 전체적인 게임 컨셉에 대한 설명까지 방대한 양의 자료를 개발사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를 직접 방문하여 제작 과정을 지켜보기도 하고, 아이온 관련 이미지로 작업실 사방 벽을 도배하면서 상상에 세계에 빠져 지내기도 했다. 그가 상상하고 찾고 있었던 것은 아이온의 무엇일까? “일단, 제 느낌이나 생각보다는 게임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질감을 찾아야 했어요. 많은 자료를 통해 제 안에서 이미지를 상상하는 거죠. 음악적인 느낌이나 그 세계의 질감, 공간을 상상해요. 예를 들면, 온도감 같은 것? 공기감? (그 곳은) 차가운 세계인가? 이런 것을 생각하죠. 기본적으로 제가 만든 음악은 ‘게임을 위한 음악’이기 때문에 개발진으로부터 많은 설명을 들어요. 어떤 게임이고 어떤 세계관이 있고, 많은 이야기를 듣죠.” 그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사(현실)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상 세계의 공기나 호흡 같은 그 세계만의 살아있는 분위기를 음악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계적인 세계지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세계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게임 속 세계를 ‘멀리 있는 풍경’과 같이 느껴지도록 음악을 만들었다. 이미 ‘십이국기’, ‘엠마’ 등의 애니메이션 음악 작업을 진행한 바 있으며, 게임음악과의 인연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양방언은 아이온을 ‘스케일이 매우 큰 세계’라고 받아들였다. 그가 사랑하는 공간인 몽골의 초원 같은 드넓은 느낌이었을까?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하는 음악은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면, 게임에서 음악은 전체적인 세계의 깊이와 감각을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온의 가장 큰 축이 되는 천계와 마계의 대립적인 이미지는 음악의 색깔을, 혹은 악기를 어떻게 구성했을까? “천족과 마족은 다르죠. 달라요. 하지만, 사실은 제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개발사측에서 제시하는 이미지를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죠.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가상세계의 다양한 것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거에요. 천족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화려하고 신비롭고, 마족은 차가우면서 이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아, 어떻게 설명해야 하죠.” 이때 인터뷰를 도와주던 엔씨소프트 측 사운드팀 변종혁 과장이 조심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이어주었다. 두 사람은 제작 기간 동안 이메일과 웹하드를 통해 게임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음악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방언은 한국의 젊은 개발자들과 교류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했다. 일할 때는 ‘즐겨야 한다’는 것은 그의 원칙이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제시해주는 개발진 측과의 작업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물론, 때로는 지난 ‘천년학’의 음악작업처럼 말이 없는 대가의 마음을 ‘알아서 읽는’ 수고로움도 필요하다. 그것은 일종의 ‘믿음’으로 맺어진 작업이다. 양방언은 당시에도 촬영현장을 방문하거나 말이 없는 임권택 감독이 가끔 던지는 ‘현명한 말씀’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상대방과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고 서로 생각하는 바가 너무 다르면 작업이 힘들지만, 이번은 그런 경우가 전혀 없었어요.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음악이 몇 번 바뀌는 경우가 있었지만 모두 열심히 했어요. 저는 여러 번 고민하고, 새로운 것에 계속 도전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좋았어요. 혹시 힘들었어요?(웃음)” 조용히 인터뷰를 경청하던 변종혁 과장에게 다시 화살이 돌아갔다. ‘힘든 일이 있었다면 지금 꺼내보아라’는 식으로 양방언은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아이온의 메인테마는 E3에서 공개 당시와 많이 다른 음악이에요. 당시에 공개되었던 음악이 화려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는데, 아이온의 메인테마는 천족, 마족, 용족을 모두 아우르는 음악이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것은 천족의 음악으로 하고 새로운 메인테마를 만들어달라고 요청 드렸어요. 7번 정도 바뀌는 동안의 파일을 제가 모두 다 가지고 있는데, 저는 굉장히 재미있어요.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시고 변화를 주시고 있거든요.” “그 당시에 충분히 이해되었어요. 수정을 못하는 사람은 재능이 없는 거죠. 적당한 표현을 찾아가며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서울시 홍보대사 임명식을 비롯하여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인터뷰와 공식일정을 소화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프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식의 설명을 떠나 그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다. “시골에서 살기 때문이에요. 항상 열려있을 수는 없지요. 저도 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합니다.” 약간의 어눌함은 있지만 정확한 한국어 사용과 재치 있는 말솜씨, 상대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여유. 30년 가까이 일본에서 살았지만, 그는 한국어 통역 없이도 능숙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한국어 홈페이지에 일기와 같은 가벼운 글을 올리며 팬들과 직접 교감했다. 경계 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음악인,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 가지 조심스러운 당부를 전했다.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어요. 아시아가 아니에요. (웃음) 한국적인 내용을 많이 작업했고, 아시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인식이 힘들어요. 인식이나 선입견 같은 것 때문에 제가 하는 음악이 제한되죠. 저는 오케스트라도 많이 하고 밴드도 많이 했는데, 여전히 아시아적이다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번 아이온은 매우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서 좋아요. 꼭 써주세요. (웃음)” ※아이온 OST 감상하기 바로가기: http://aion.plaync.co.kr/data/ost/inde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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