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스타크래프트 10년, 한국 게임계에게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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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메카>메카리포트]

3월 27일 ‘스타크래프트’가 개발 10주년을 맞았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게임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고 또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게임업계를 뛰어넘어 하나의 사회적 코드로 자리잡은 ‘스타크래프트’. 과연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우리는 ‘스타크래프트’가 가져온 변화에 능숙하게 적응했을까?

‘스타크래프트’ 발매 10주년을 맞이해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한국 게임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되새겨 보고,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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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는 어떤 존재인가

‘스타크래프트’ 전 세계 판매량 950만장, 그 중 약 50%인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다(2007년 기준). 여기에 불법 사용자 수를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창 ‘스타크래프트’가 주가를 올리던 2000년 대 초, ‘스타크래프트’는 하나의 사회적인 트랜드였으며, 이슈였다.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국민게임’이라는 신조어가 최초로 등장했으며, e스포츠가 탄생했다.

게임업계에서 철저한 ‘마이웨이’로 유명한 ‘블리자드’가 한국에서 최초로 ‘스타크래프트2’와 저그 종족을 발표한 사실만 봐도 한국이 ‘스타크래프트’에 있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게임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 왔고 또 변화시켰다.

‘스타크래프트’가 남긴 보물 두 가지

‘스타크래프트’ 긍정적인 영향으로 인터넷 인프라의 폭발적인 팽창과 게임 콘텐츠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변화를 들 수 있다. 어떤 산업이든 그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인프라는 필요하다. 인프라가 구축되기 위해선 활발한 수요도 필수적이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온라인 관련 산업인프라 구축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일반 대중들이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눈을 뜨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1. 게임 산업과 관련 산업 인프라 구축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얻기 이전까지만 해도 전화선을 이용한 모뎀 사용자가 대부분이었다. 일반 가정에서 전용선을 설치하기 위해선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당시 국내 환경을 배경으로 탄생한 산업이 바로 PC방 산업이다. 그리고 PC방 산업의 양적, 질적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패키지 게임을 주로 즐겼던 당시 게이머들은 새로운 콘텐츠인 온라인 게임과 멀티플레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여러 멀티플레이 게임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단연 톱이었다. 많은 게이머들이 매일 ‘스타크래프트’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PC방으로 몰려들었다. ‘스타크래프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전국적으로 수 많은 PC방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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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 전성기였던 2004 당시 시장 비중 그래프(출처: 2005 대한민국 게임백서)

PC방 산업의 팽창과 함께 대두된 산업이 인터넷 서비스 산업이다. 인터넷 서비스 산업은 PC방은 물론 일반 가정에 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주는 산업이다. 두루넷, 하나로, 메가패스, 케이블 TV인터넷 등 수 많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생겨났다.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 새로운 서비스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면서 개인 가정에서도 싸고 빠르게 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스타크래프트’를 촉매제로 구축된 인터넷 인프라는 이후 ‘리니지’, ‘포트리스’ 등 당시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게임들의 성장 동력원이 된다.

물론 모두 ‘스타크래프트 덕이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과장이다. 하지만 분명히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본격적인 게임 산업의 효시가 쏘아 올려졌다는 점과 관련 산업 인프라가 급속도로 성장했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와 e스포츠 탄생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계에 미친 또 한 가지 주요한 변화는 게임의 대중화다. 80, 90년대 오락실 세대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게임이라고 하면 ‘꼬마 애들이나 즐기는 무익한 존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적인 놀이문화’로 인식이 전환됐다.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대학생에서 직장인에 이르기 까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란 인식이 강해졌다. 단적인 예로 당시나 현재나 PC방에 가보면 이용자중에 30, 40대가 상당히 많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등에 엎고 등장한 새로운 콘텐츠가 바로 e스포츠다. e스포츠는 게임을 통해 선수들이 경쟁하는 모습을 대중들이 관람하며 즐기는 콘텐츠다. e스포츠라는 콘텐츠는 대중들을 사로잡았고 현재는 프로구단까지 생길 정도로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e스포츠가 이렇게 성장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타크래프트’에서 나왔다. ‘스타크래프트’가 남녀노소 즐기는 대중적인 게임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스포츠 역시 일반적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경기의 룰이나 관전포인트를 모른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대중적인 게임이었기에 e스포츠가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봐도 명명백백하다.

즉,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대중들은 자신이 직접 플레이하며 즐기는 범주에서 벗어나 관람하며 즐기는 단계까지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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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당시 게이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성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장르는 단연 RTS 게임이었다(출처: 2005 대한민국 게임백서)

‘스타크래프트’가 우리에게 남긴 찌꺼기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문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스타크래프트’가 가져온 변화에 국내 게임업계와 정부가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약점이 드러났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급격한 양적 팽창, 그러나 인식 성장은 제로

폭발적인 인터넷 인프라 팽창으로 인해 게임 산업, 관련 산업은 양적으로 수 년간 고속성장 고속도로를 달렸다. 하지만 인식 성장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불법복제에 의한 PC패키지 시장의 몰락을 들 수 있다. PC패키지 시장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불법복제였다. 앞서 밝힌 것처럼 ‘스타크래프트’를 촉매제로 활발하게 보급된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게이머들이 쉽게 불법복제 된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됐다. PC패키지 관련 산업은 급속히 위축됐고 결국 설 자리를 잃었다.

따져보면 불법복제 게임 사용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게임업계와 정부의 미온한 대처가 지금의 결과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와서야 관련 법규 제정됐고 불법복제 게임 이용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게임관련 산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정부기관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산업 전반적인 관리를 문화관광체육부(구 문화관광부)가 책임지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게임산업의 크기에 비해 관리와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정부조직 없이 게임관련업체들로만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지탱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두 번 로 e스포츠 분야를 들 수 있다. 지금의 e스포츠를 과연 e스포츠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스타크래프트 전용 채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물론 지금까지 e스포츠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를 독식하고 있는 상태라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는 기회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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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시장 전체 점유 추이 그래프. PC게임 점유율을 보면 2001년 6.5%이던 것이 2005년에 와선 1.2%로 급하락했다(출처: 2005 대한민국 게임백서)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가 10년 동안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았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 온라인 게임 산업이 지금보다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스타크래프트’가 남긴 찌꺼기를 청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지난 10년을 헛되이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글: 게임메카 나민우(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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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RTS
제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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