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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지금은 신에게서 다소 멀어져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기자는 모태 가톨릭 신자였다. 덕분에 성경은 여러 차례 읽어보았다. 만약 성경이 게임으로 개발된다면 아마도 구약성서를 다뤄야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원딜 다윗의 탱딜 골리앗 원킬, 여호수아의 나팔과 함성으로 타워 어택, 힘캐 삼손 등 게임으로 다루기 쉬운 소재가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 로딩창부터 웅장한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비록 지금은 신에게서 다소 멀어져서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 기자는 모태 가톨릭 신자였다. 덕분에 성경은 여러 차례 읽어보았다. 만약 성경이 게임으로 개발된다면 아마도 구약성서를 다뤄야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원딜 다윗의 탱딜 골리앗 원킬, 여호수아의 나팔과 함성으로 타워 어택, 힘캐 삼손 등 게임으로 다루기 쉬운 소재가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부활절 출시된 신작은 만만치 않았다. 제목부터 상당히 광오한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I am Jesus Christ)'로, 처음에는 웃음을 유발하는 종류의 게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부활하기까지 예수님의 여정을 다룬 상당히 진지하고 신성한 게임이었다. 찌든 삶에 지쳐서였을까? 알 수 없는 신성한 끌림을 느끼고 게임을 시작했다.
▲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 출시 영상 (영상출처: 더 플레이웨이 공식 유튜브 채널)
언행일치, 예수님의 삶 체험하기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는 제목 그대로 예수님의 탄생부터 시작해 그의 삶 전반을 경험한다. 천사가 나자렛의 요셉에게 찾아와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 말라, 이는 저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라고 이른다. 이후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에 강림하고, 자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에 도달한다. 이때부터 구원을 향한 위대한 여정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주어진 임무는 신약성서 그대로 세례자 요한을 만나 세례를 받는 것이다. 로마 병사들을 피해 요한의 위치를 알아낸 후, 베다니로 향한다. 그곳에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이후 황야로 나아가 악마와 대면한다. 그 과정에서 사탄을 상대할 구마의 기적을 습득한다. 이후에는 유명한 12사도를 모으고, 이들을 가르친 뒤, 이들과 함께 수많은 기적을 이룩하며 하느님 아버지의 진리를 설파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성서에 나오지는 않지만, 귀신과 악귀 들린 자들에게 구마의 기적을 선보이기도 한다.
게임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예수님이 겪은 시련을 함께 돌아보게 된다. 운명의 날이 다가오자, 영성체를 제자와 함께 나눈 뒤,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군중들에게 '이스라엘의 왕'이라며 조롱당하며, 십자가를 끌고 언덕 위에서 그 끝을 맞이한 후, 다시 부활하며 게임은 끝을 맺는다. 아쉽게도 부활 후에는 엔딩일 뿐, 예수님을 직접 조작하는 엔드 콘텐츠는 마련되지 않았다.
▲ 예수님의 탄생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후 천사와 만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구원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의외로 놀랐던 다채로움과 충실함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의외의 충실함이었다. 오픈월드에 가까운 문법이 상당히 지켜졌고, 그 과정에서 구약과 신약을 모두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미니게임 방식의 '퀘스트' 시스템이 있다. 비슷한 사례는 유비소프트 오픈월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넓은 지역에서 필요한 행동을 수행하면 보상을 받는 것이다.
예수님에게 있어 보상은 '신자의 수'이다. 지도 위에는 각각 기적을 필요로 하는 신자, 성서 지식, 주요 퀘스트 등이 놓여있고, 이들을 어느 정도 수행하면 신자들의 수가 늘어난다. 예수님이 행사하는 기적은 총 4가지로 분류된다. 각각 변형, 치유, 부활, 퇴마(구마)로, 게임을 진행하며 하나씩 배우게 된다. 그때마다 완료할 수 있는 과제들이 늘어나, 종국에는 지도 위 모든 마커를 지울 수 있게 된다.
▲ 12사도 모두를 구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부 지역에서는 직접 설교를 하시기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도 각 기적을 활용함에 있어 최소한의 플레이 요소가 구현됐다. 퇴마를 위해서는 기이한 공간에서 다가오는 사악한 붉은 영혼에게 기적을 명중시킨 후, 이를 포탈로 끌고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죽은 자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버튼을 정확히 입력하는 QTE 리듬게임 이벤트를 수행해야 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 부위에 마우스를 입력하는 기초적인 과정이 수반된다. 성당의 장사치들을 몰아낼 때는 성경에서처럼 채찍을 휘두르지는 못하지만, 가판을 부수고 동물을 풀어주며 무뢰배들을 쫓아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가장 즐거웠던 일은 의외로 넓게 구현된 사막과 숲을 내달리는 일이었다. 갈릴리 지방과 예루살렘의 모습은 사뭇 평화롭고 즐거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넓은 광야와 사막이 충실하게 구현됐고, 자동 이동도 존재했다. 예수님은 스태미나가 없어 무한으로 달릴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피해를 받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빠른 이동을 사용하기보다는, 밝은 사막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해방감과 평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 의외로 충실한 오픈월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악마는 성스러운 빛의 힘을 받아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집을 짓는 미니게임까지도 등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예수님의 눈으로 신약 성서 돌아보기
결국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리스도교 신자일 것이다. 전반적인 게임의 톤 앤 매너도 그러한데, 대표적인 요소가 바로 '기적을 얻는 과정'과 '바리새인'이다. 바리새인은 쉽게 이야기하면 당대의 교리 중심주의자로 예수님을 신성모독이라 여긴 이들이다. 인게임에서 이들은 도시 곳곳에서 퀴즈를 내는 것으로 구현됐다. 대부분 구약과 관련된 문제를 내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신자가 아니라면 인터넷 검색은 필수다.
또 게임에서 가장 훌륭한 연출을 선보였던 부분은 바로 '기적'을 얻을 때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갑작스럽게 천국의 문이 열리고, 이곳에서 퍼즐을 수행하고 나면 기적을 얻게 된다. 이 퍼즐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예를 들어 벽화에 어울리는 사물을 던지거나, 순서에 맞게 문구를 맞추거나, 석판에 걸맞은 삽화를 고르는 것이다. 다만 이 문구, 벽화, 삽화 등이 모두 구약 성서에서 유래됐다. 게임 내에서도 떠먹여 주듯 답을 주지만, 흥미가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 성경의 미덕을 맞추는 미니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바리새인의 퀴즈, 성경을 모른다면 틀릴수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당연히 성경에 흥미가 있는 게이머에게는 이런 연출이 상당한 매력 포인트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신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서 분명 기대하는 연출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 악마 '군단(레기온)'을 퇴치하는 장면, 죽은 이를 일으키는 모습 등을 얼마나 성스럽게 묘사했는지 등이다.
물론 모든 장면에서 기대감을 충족시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에 이야기한 '천국의 문'과 '군단'을 퇴마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돼지가 된 악마 군단이 강으로 빠지는 모습은 상당했다. 또 마지막에 악마의 유혹에 맞서며 미로를 탈출하는 구간, 십자가를 지고 돌과 모욕을 맞으며 느리게 나아가는 연출 등은 플레이와 연출 모두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출을 단 하나 꼽자면 바로 바다 위를 걸으며 위기에 빠진 제자들을 구하는 장면이었다.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 수면을 땅처럼 내달리며 바다 회오리를 회피하고 배로 다가가면,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예수님이 바다 위를 걷는 컷신이 등장한다. 이런 신약 성경 속 명장면을 만나보는 것이 게임이 지닌 묘미다.
▲ '안심하라, 나이니 두려워하지 말라(마14:27)'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람의 아들의 고난까지 살펴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게임의 재미로서는 낙제점
지금까지는 성스러운 게임에 대한 찬양을 늘어놨다. 이제 약간의 신성모독을 해야겠다. 여기서 저지른 죄는 나중에 기도를 통해 직접 풀도록 하겠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는 '성경 공부 게임'으로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게임'으로서는 하자가 많다. 즉, 일반 게이머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우선 전반적인 분량이 게임 실제 규모에 비해 상당히 아쉽다. 지역의 크기는 매우 크지만 텅 비어있고, 엔딩까지 걸리는 시간은 5시간이 안 된다. 이마저도 모든 미니게임 임무를 마무리했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수백 페이지가 넘는 신약 성서를 게임에 전부 넣는다면 역시 문제였겠지만, 일부 장면과 플레이에 집중할 것이었다면 오픈월드가 아닌 스토리 어드벤처 방식을 택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연출에 집중하지 않은 구간의 재미와 완성도가 크게 부족한 것도 흠이다. 예를 들어 오병이어의 기적,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장면, 마지막 만찬 등은 클릭 몇 번으로 끝나 아쉬웠다. 또 이런 단순한 클릭 진행 구간이 길어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대사가 성경 구절이고 배경이 밝아 신성한 느낌은 살렸지만, 게임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재미 요소를 찾기는 어려웠다.
▲ 얼굴 묘사는 상당히 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넓고 비어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래픽 완성도 역시 부족하다. 전반적인 사물과 배경 그래픽이 간신히 합격점이었다면, 캐릭터의 외모와 얼굴 묘사는 포기한 수준이었다. 12사도와 일반 캐릭터를 전혀 구분할 수도 없을 정도였고, 성우 연기도 나빴다. 그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되어야 할 12사도와의 대화 장면에서는 집중할 수 없었고, 혼자 기적을 행하는 구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는 성경 공부를 위해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다. 신약과 구약을 두루 게임에 훌륭하게 녹여냈고, 예수님의 삶 역시 충실하게 그려냈다. 비록 재미는 조금 없었고, 인디게임다운 세밀함과 완성도에는 흠결이 꽤 있었지만. 그래도 1만 5,500원이라는 상당히 복된 가격에 판매 중인 만큼, 치킨 반 번 먹을 돈으로 플레이해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