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패키지 없어져도 괜찮아" 새 활로 찾은 日 게임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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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임 매장은 패키지 판매 중심에서 IP 쇼룸과 체험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지 게이머들은 이미 다운로드 스토어와 온라인 거래에 익숙해져 소니의 패키지 판매 중단에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게임사들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중심으로 굿즈와 협업 카페 등 IP 기반의 오프라인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에 앞서 가챠폰과 이치방쿠지 등이 확대된 바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본은 한국에 앞서 가챠폰과 이치방쿠지 등이 확대된 바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때 일본 여행을 가는 게이머들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으로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가 손꼽히던 때가 있었다. 물론 더 나은 장소도 있겠지만, 도쿄 도심에 위치한 번화가라는 점과 다양한 매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 게임과 함께 여러 서브컬처 관련 콘텐츠 혹은 굿즈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가 지나고 국내에서도 게임 매장 분위기가 대폭 바뀌었듯, 일본 현지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크게 적용됐다. 실제로 최근 일본 게임 매장들은 소프트웨어 판매점에서 IP 쇼룸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지역이나 번화가에는 게임 개발사들이 자사의 이름을 건 공식 스토어를 열고, 자사의 게임을 미디어믹스와 접목해 IP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 크게 관측됐다.


게임만 취급하는 매장은 관심과 그 수가 점차 줄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만 취급하는 매장은 점차 줄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어서일까. 현지 매장 관계자들이나 고객들은 소니 측의 디스크 패키지 판매 중단에 대해 예상보다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팬데믹 이전부터 다운로드 스토어가 활성화되어 있었으며,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해 패키지보다 다운로드를 선호하는 게이머도 많다는 이유다. 칸다에서 만난 한 게이머는 “지진 이후 사뒀던 게임을 쓰지 못하게 된 뒤 다운로드 스토어를 쓰게 됐다”며, 온라인 전환 계기가 동일본 대지진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매장 관계자나 방문객들 또한 소니의 디스크 패키지 폐지라는 변화에도 큰 체감을 느끼지는 않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는 게임 구매가 아닌 상품 수집이나 체험형 카페 방문으로 목적이 변화한 젊은 게이머들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사이게임즈, 호요버스, 해피 엘리먼츠, 요스타 등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끈 게임을 만든 다양한 개발사 및 유통사들이 굳건한 IP를 기반으로 한 여러 전략을 선보이며 매장의 분위기를 바꾼 점도 충격을 완화하는 것에 영향을 주었다.

아키하바라역에서 곧바로 만날 수 있는 요스타 스토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키하바라역에서 곧바로 만날 수 있는 요스타 스토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유팩 모양의 건물. 안에는 애니메이트 관련 상점들이 포집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우유팩 모양의 건물. 안에는 애니메이트 관련 상점들이 포집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도쿄 내에서 게이머들이 자주 방문하는 번화가와 집중 지역을 취재하는 동안 만난 게이머 다수가 라이브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을 선호한다는 점도 중요했다. 해당 장르들은 현지에서 무대, 컬래버레이션 카페, 포토존 운영 등 적극적인 협업 행사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고, 이에 대한 성과도 높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비단 게임이 아니더라도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 협업해 별도 부스를 확보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의외의 요소가 두드러진 곳은 대형 게임사들의 오프라인 매장 현황이었다. 자사의 게임을 메인으로 내세우기보다, IP를 대표적으로 선보이고 게임은 이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믹스의 일환으로 보여주는 듯한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 이케부쿠로 선샤인 시티에 속한 반다이 남코 크로스 스토어 도쿄는 가챠폰과 인형뽑기 등의 아케이드 외에도 내부에 원피스 카드 게임이나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공식 샵이 입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캡콤은
▲ 캡콤은 바이오하자드 30주년을 맞아 현지에서 특별한 가챠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중고 패키지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국내 인지도가 높았던 매장들이나 상가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들 매장 역시 현재는 중고 굿즈 거래 매장 혹은 가챠숍이 입점했거나 한 매장 내에서 이를 겸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고정 수요가 있는 유명 중고 패키지 판매처는 살아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작 중심의 패키지를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공간은 크게 줄어든 경향이었다.

중고 타이틀을 핵심적으로 취급하는 매장 관계자 또한 소니의 패키지 판매 정책에 대해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신품을 중점적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기에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나, 고전 게임의 희소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어 당장의 우려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더불어 중고 신작 패키지는 현지에서 주로 온라인으로 거래되기에 특히 체감이 낮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 중고 타이틀이나 한국 등의 해외에서만 구할 수 있는 굿즈 등, '희소성'과 직결된 제품들은 꾸준한 수요가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일본 게이머들의 중고 거래 또한 한국과 유사하게 야후 옥션이나 메루카리 등 온라인상 거래에 치중되어 있다. 오프라인 중고 취급 매장은 간혹 희귀품이 있는지 궁금해 방문하는 현지 게이머와 해외 관광객들의 집중도가 높은 상황이다. 특히 서구권 게이머의 경우 엔저 덕분에 자국에서 사는 것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실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부 매장들은 면세 적용이 가능하다는 표시를 다양한 언어로 붙여 두었다.

도쿄 내에서 잘 알려진 게이머들의 주요 방문 지역 중 신품과 중고를 포함해 게임 타이틀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이제 제법 드물어졌다. 포켓몬센터나 스루가야, 북오프 등의 인기 대형 매장이나, 종합 전자제품 매장인 요도바시 카메라 등지에서나 중고 혹은 신품 패키지를 볼 수 있었고, 이외에는 대부분이 상품이나 미디어믹스, 오프라인 이벤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게임사들의 이름이 걸린 공식 매장 또한 게임 패키지에 중점을 두기보다, IP의 핵심 미디어로 게임을 활용하는 듯한 분위기다.

아키하바라에서 만난 뽑기 아케이드. PS5라는 고가의 상품을 두고 있음에도 별도의 제재는 없어 보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키하바라에서 만난 뽑기 아케이드. PS5 Pro라는 고가의 상품을 두고 있음에도 별도의 제재는 없어 보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일반적인 쇼핑몰에서도 캐릭터 스토어 등 '덕질'용 물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다수 존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일반적인 쇼핑몰에서도 캐릭터 스토어 등 '덕질'용 물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다수 존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케부쿠로에서 만난 라신반 K-POP 스토어 등, 두터운 팬덤을 지닌 장르라면 차원을 가리지 않고 수용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케부쿠로에서 만난 라신반 K-POP 스토어 등, 두터운 팬덤을 지닌 장르라면 차원을 가리지 않고 수용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 다소 특기할 만한 점으로는 일부 중고 상품 취급 매장들이 케이팝(K-pop) 전용 매장을 이케부쿠로에 새로 여는 등 장르를 불문하고 팬덤이 굳건한 장르라면 영역을 가리지 않고 취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게임 산업의 중심 중 하나로 손꼽히던 일본 오프라인 게임 매장들은 일찍이 탈디스크 시대를 맞이했으며, 이제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 IP 기반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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