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숨은 하나뿐이다. 한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어떤 종교에서는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한 성자가 있다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종교의 영역일 뿐이고, 죽어서 멀쩡하게 되살아 난 사람은 인류 역사상 한 명도 없다.
그러나 게임의 세계에서는 주인공도, 몬스터도 얼마든지 되살아 날 수 있다. 주인공이야 게임의 진행을 위해 죽으면 안되는게 당연하지만, 그를 방해하는 악역들 또한 시리즈의 연속성을 위해 죽지 못하고 다시 살아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편에 죽었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사실 난 죽지 않고...’ 라며 속편에 또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봉인당한 적이라면 100% 봉인이 다시 풀릴테니 이것은 속편을 위한 ‘떡밥’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의 ‘케니’.
매번 잔인하게 죽어도 다음 에피소드에 나오는 그는 ‘불사신’의 모범이다.
죽어도 죽지 않고 다음 시리즈에서 또 나오는 바퀴벌레같은 그들, 이번 캐릭터 스토킹에서는 이 ‘불사신’ 들을 아군적군 가리지 않고 찾아보도록 하겠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그녀, 쿠니카이 사쿠리
죽어도 죽지 않아야 하는 ‘불사신’의 요건 대로라면 ‘마리오’나 ‘소닉’ 역시 그 대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플레이어의 분신’에 불과하고, 그들의 죽음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게다가 그 ‘부활’ 역시 일정한 라이프 안에서만 가능하므로 ‘불사’ 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면에서 ‘데모노포비아’의 주인공 ‘쿠니카이 사쿠리(邦廻早栗)’는 ‘불사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게임에서 ‘사쿠리’는 죽고 죽고 또 죽는다. 추락사는 기본이고 압사, 능지처참, 익사 등등 모든 죽음의 형태를 볼 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표현의 수위가 너무 잔인한 관계로 여기서 모두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더 안타까운건 ‘사쿠리’가 계속 죽는건 ‘스토리상 정해진 장치’라는 점이다. 자신이 소환한 악마로 인해 미궁에 떨어진 그녀는 ‘죽음’이라는 개념자체가 없는 그 공간에서 끝없이 고통을 맛보게 된다. 플레이어가 노력해서 엔딩을 봐도 애초에 해피엔딩도 없는 게임인지라 어떠한 짓을 해도 ‘사쿠리’는 미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되는 몇 안되는 캐릭터다.
이젠 없으면 섭섭한 빡빡이 아저씨 - 알렌 오닐

▲ 위에서부터 메탈슬러그 1, 2. 알렌이 나오는 스테이지는 거의 비슷하므로 요령만 익히면 어렵지 않다.
한편 ‘메탈슬러그’ 시리즈에는 전통적인 적 캐릭터가 나온다. 바로 빡빡이 람보 ‘알렌 오닐’이다. 이 캐릭터는 게임의 최종보스인 ‘모덴원수’보다도 더 강력한 카리스마와 위압감을 보여준다. 특히 등장시 ‘하하하하하하하~’ 하는 호탕한 웃음과 사망할 때 말하는 ‘See you at hell!’은 명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스테이지 구성과 한결 같은 공격패턴으로 골수 유저에게는 그저 ‘헤비머신건’을 떨궈주는 존재일뿐. 나름 꾸준히 나와줬는데 대접은 영 좋지 않은 것 같다.

▲ 빡빡이 아저씨에게는 아들도 있다. 메탈슬러그 어드밴스에서 나온 알렌 주니어.

▲ 메탈슬러그 2에서 그의 최후. 조용히 죽는 법이 없다. 심지어 4에서는 사이보그화 되서 나오니...
SNK 격투게임의 트레이드마크, 루갈 번스타인과 기스 하워드

▲ 루갈하면 항상 생각나는 ‘제노사이드 커터’. 위부터 KOF 94, 95, 98, 2002.
‘SNK’의 격투게임마다 항상 보스로 나와서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하는 분도 있다. ‘킹 오브 파이터즈(KOF) 94’의 보스로 나왔던 ‘루갈 번스타인’은 ‘KOF 94’의 엔딩에서 자폭했지만, ‘KOF 95’에서 오로치 일족의 힘을 빌어 ‘오메가 루갈’로 부활한다. 물론 ‘루갈’은 95에서 오로치의 힘이 폭주하여 사망한 것으로 끝났지만 스토리상 연관이 없는 ‘KOF 98’, ‘KOF 2002’, ‘KOF 네오웨이브’에서 보스로 출여했고, 캡콤과의 크로스오버 작품인 ‘캡콤 VS SNK’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KOF 2003’부터 등장하는 ‘아델하이드’와 ‘로즈’는 성性에서 짐작할수 있듯 ‘루갈 번스타인’의 자식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공식적으로 죽긴 했지만 ‘루갈’의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 Capcom VS SNK2에 출연한 루갈

▲ 루갈의 자식들. 왼쪽이 로즈, 오른쪽이 아델하이드.
누가 자식 아니랄까봐 제노사이드 커터까지 물려받았다.

▲ 기스의 첫번째 죽음. 분명 죽었다고 나오지만…
사실 ‘루갈’은 딱 한번 살아나고 죽은 것이 전부지만, ‘아랑전설’ 시리즈의 보스 ‘기스 하워드’는 죽음과 삶을 밥먹듯이 한 인물로 격투게임계의 진정한 ‘불사신’이라 할 수 있다. ‘용호의권 2’에서 숨겨진 보스로 처음 출연한 그는 ‘아랑전설 1’의 엔딩에서 ‘테리 보가드’에게 패배해 타워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첫번째 죽음을 맞는다. 본래대로라면 이것이 ‘기스의 최후’여야 했지만, 제작진의 농간(?)으로 ‘아랑전설 3’에서 비전서의 힘으로 되살아났다는 설정이 붙어 다시 나오게 되었다. ‘기스’의 인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2의 보스 ‘볼프강 크라우저’의 카리스마가 떨어져서였을까?

▲ 다시 살아 아랑전설 3에 등장. 이번에는 타죽는다.
이렇게 억지설정까지 붙여가며 다시 살아난 기스지만 그의 두번째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주인공 ‘테리'한테 또다시 쓰러지고. 이번에는 타워와 같이 불에 타서 두번째로 죽었다. 그러나 이걸로도 부족했던지 그는 ‘리얼바우트 아랑전설’에 다시 등장해 세번째 삶(?)을 산다. ‘비전서의 힘으로 다시 살아났다’는 억지설정을 또 추가해서 말이다. 물론 그렇게 살아나도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테리’에 의한 죽음 뿐이다. ‘아랑전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세운 타워에서 장렬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기스 하워드’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끝을 맺게 된다. 그래도 크로스오버나 외전격 시리즈에는 계속 나온다.

▲ 리얼바우트 아랑전설의 엔딩. 기스는 테리의 손도 뿌리치고 직접 죽음을 선택했다.
WOW의 동네북, 샌드백 NPC 가몬

▲ 가몬의 모습. 아마 살아있는 때보다 죽어있는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몬스터들이야 죽어도 다시 생성(리젠)되는 존재이니, 딱히 ‘불사신’에 해당되는 캐릭터는 없다. 다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NPC, ‘가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몬’은 도적 클래스의 퀘스트 수행을 위해 오그리마 여관에 있는 NPC인데, 공격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호드’ 유저의 공식적인 샌드백이 되었다. 살아있을 틈이 없을 정도로 유저들이 심심하면 죽이기 때문에 정작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도적들이 죽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종종 있다.

▲ 누가 누구를 구한다는건지 알 수가 없다
‘블리자드’도 ‘가몬’이 허구한날 맞는 ‘동네북’임을 잘 알아서인지, 최근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에서 새로운 역할을 넣어주었다. 죽음의 기사 플레이어가 초반 퀘스트를 마치고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오그리마’로 가면, ‘오그리마’의 NPC들이 플레이어를 보고 ‘스컬지(얼라이언스, 호드의 공통의 적)’가 왔다면서 비난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가몬’이 나와 자신이 플레이어를 막겠다면서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의 레벨을 생각해보면 전혀 다칠 일이 없다. 그리고 이때 ‘가몬’을 때려도 별다른 손해가 없으니 신나게 때려도 된다. 오히려 다른 플레이어가 ‘가몬’을 죽이는 일도 있다.
우리의 실패를 대신하여 죽고 인기를 위해 죽었음에도 다시 부활하여 나타나는 불사신들은 어찌 보면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플레이어가 ‘디아블로’ 시리즈의 ‘하드코어 모드(죽으면 그대로 캐릭터가 삭제되고 처음부터 시작)’를 하지 않는 이상,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 주인공들은 죽어도 부활하여 반복적인 게임 플레이를 유도한다. 또한 보스들은 시리즈의 전통과 인기를 수호하기 위해 쓰려져도 쓰러져도 꿋꿋이 일어선다. 그러니 이들을 어찌 ‘우려먹기’라면서 화낼 수가 있겠는가? 알고 보면 다들 진짜로 ‘편안하게 죽고 싶어’ 안달이 난 캐릭터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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