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게임이 있다. 나는 이 게임을 하고 싶은데, 하필이면 이 게임은 외국어로 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외국어를 거의 할줄 모르고, 설상가상으로 이 게임은 대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RPG였다. 대사라도 번역되어있는 대사집을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다. 그러면 나는 이 게임을 포기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걸까?

▲사실
이정도면 양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영문을 해석하다가는 내가 죽겠다.
다행히도, 이 게임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모여서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게임의 데이터를 변경해서, 게임상의 대사와 메뉴까지 한글로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이제 나는 그들이 배포한 한글패치를 받아서 실행만 하면, 언어의 장벽 없이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까? 본 기사에서는 이제는 거론하는 것 조차 무의미해진, 비공식 한글패치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정식발매마저 가로막는 한글패치
아시다시피 국내의 패키지게임 시장은 거의 멸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의 게임 개발사들은 이미 온라인게임으로 달려간지 오래고, 유통사도 더이상 패키지 게임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한다. 게임이 팔리지 않아서이다. 어느 정도의 판매를 보장해주지 않는 게임이 아닌 이상, 수입은 철저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글화가
되지 않은 채로 출시되어, 게이머들이 직접 한글화한 문명 4.
환경이 이러하니 수입된 게임에 한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수입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판이다. 결국 대부분의 게임은 원문 그대로 나오는 일이 허다하고, 한글화가 되어 나온다고 하더라도 짧은 기간과 적은 보수 때문에 번역의 질이 떨어진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충분히 게임성이 있는데도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해외의 게임들은, 게이머들이 직접 비싼 돈을 내가며 해외에서 수입을 해서 즐겨야 한다. 게이머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서 즐기는 만큼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 게이머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한글로 즐기기 위해, 한글패치를 직접 만들어 내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그러나 이런 게이머들의 선의는 때로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스’ 시리즈의 예를 들어 보자.

▲개념없는
어떤 팀원때문에 나오지 못할뻔 했던 이 게임.
예전에 ‘이스 3: 페르가나의 맹세’가 국내에 발매되기 전에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국내의 유통사에서 ‘이스’의 개발사 ‘팔콤’과 계약을 진행하던 도중에, 한글패치 팀에서 한글패치를 배포해버린 것이다. 한글패치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받아) 즐긴 게임을 출시해봤자 팔릴 리가 없다고 판단한 유통사는 계약을 취소했다. 이후 다른 유통사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게임을 출시해, 국내의 게이머들이 공식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기는 했다.

▲타이틀까지
한글화했으나 다행히 중단되었다
‘이스 3: 페르가나의 맹세’ 의 발매중단 사건이 꽤 영향을 미쳤는지, 이후 캡콤에서는 한글화팀 ‘도시전설’에 공문을 보내 작업중지를 요청했다. 당시 ‘도시전설’은 ‘역전재판 3’의 한글화를 작업하고 있었다. 모바일 플랫폼(핸드폰)으로 발매할 ‘역전재판’ 시리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도시전설’이 한글화를 중지하는 것으로 ‘역전재판 3’의 한글화는 무산되었지만, 이후 역전재판 시리즈의 최신작 ‘역전재판 4’가 다른 팀에서 한글패치가 나와버려 많은 이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스’와 ‘역전재판’ 사태는 우리에게 한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자신들이 순수하게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한글패치였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유통사들의 게임 발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패치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 행위

▲특히나
미소녀게임은 한글패치가 많은 편이다.
게임의 비공식 한글패치는 정식발매에 지장을 준다는 것 외에도, 게임 제작사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글패치는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Use Map Settings)이나 ‘하프 라이프’의 사용자 MOD(Modification)를 만드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를 달리한다. 앞의 게임들은 게임 자체에서 고칠 수 있는 툴을 지원하고, 이렇게 생긴 맵과 MOD가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한글패치는 게임의 핵심적인 부분인 대사와 프로그램 자체를 건든다는 점에서 명백한 저작권 침해로 분류된다. 하물며 에뮬레이터의 롬을 건드는 한글화(역전재판) 같은 경우는 롬파일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니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게임 데이터의 수정 및 번역은 금지된 사항이다.
사진은 아예 공식적으로 못박아둔
경우.
'타국어로 번역했을 경우에도 장문에 걸친 인용은 금지합니다.'
(맨 마지막줄) 라고 되어 있다.
분명 게임의 비공식 한글패치는 언어의 장벽을 낮춰내 좀더 편하게 게임을 하도록 해주었지만, 그것이 게임의 정식발매를 어렵게 하고, 게임의 저작권을 훼손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에 게이머들이 한글패치된 게임을 불법복제로 구해서 한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한글패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를 무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글패치 된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우리가 게임 하나라도 사서 플레이 한다면 그것은 유통사에게 도움이 되고, 다시 새로운 게임을 수입할 힘이 될 것이다. 결국 한글패치가 불법이라는 자각과 게임의 구매만이, 한글패치라는 기형적인 구조를 극복해나가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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