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 반다이(이하 남코)’는 우리에게 ‘에이스 컴뱃’, ‘철권’, ‘소울 칼리버’ 등으로 친숙한 게임회사다. 저 멀리 ‘팩맨’부터 지금의 ‘철권6’까지 이어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코’의 게임은, 그 역사만큼 뛰어난 게임성을 자랑한다. 덕분에 지금까지 ‘남코’라는 브랜드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좋은 게임을 만드는 브랜드로 인식되어 왔다.

▲ 남코와 반다이가 합병하고 나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한 것이 우연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남코’라는 브랜드가 게이머들에게 악명을 떨치고 있다. 바로 Xbox360용 ‘유료 다운로드 컨텐츠’ 때문이다. ‘유료 추가팩’ 개념인 ‘유료 다운로드 컨텐츠’는, 일정 금액(MS포인트)을 지불하고 게임에 관련된 여러 서비스(스킨, 추가 미션 등등)를 받는 방식의 게임 컨텐츠 판매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시 아이템’을 생각하면 되겠다.)

▲ 다운로드 컨텐츠를 판매하는 온라인 샵인 Xbox360 Marketplace
사실 ‘유료 다운로드 컨텐츠’ 자체는 Xbox360이 등장할 때부터 있었던 것이고, 다른 게임 회사들도 각자 ‘유료 다운로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니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 ‘남코’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악명을 떨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들어 ‘남코’의 ‘유료 다운로드 컨텐츠(이하 DLC)’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 이것이 문제의 '마이크로소프트 포인트 카드'. 3500포인트면 약 5만원 정도다.
전투기 스킨이나 게임 추가 곡을 500~1000MSP(6600원~12000원 상당)을 받고 파는 것은 ‘남코’의 DLC정책에서 비교적 양호한 축에 속한다. 본래 게임 DVD 안에 들어있는 컨텐츠를 돈을 내야만 언락 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심지어 RPG 게임의 레벨 업을 MSP로 구입하는 등의 황당한 DLC까지 내놓고 있어 게이머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캐릭터 스킨’이 개당 6600원: 아이돌 마스터, 아이돌 마스터 L4U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남코’의 악명 높은 DLC정책이 시작된 게임으로, Xbox360용 ‘아이돌 마스터’를 꼽는다. ‘아이돌 마스터’는 2005년 아케이드 게임 센터용으로 출시되었던 게임이다. 9명(Xbox360용은 10명)의 여자아이 중 한 명(세 명으로 팀을 꾸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메인은 1명)을 골라 최고의 ‘아이돌’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인 이 게임은, 그 인기에 힘입어 2007년 Xbox360으로 이식되었다.

▲ 오리지널 '아이돌 마스터'의 등장 캐릭터는 9명(2명은 쌍둥이다.)이다.
문제는, 이 ‘아이돌 마스터’의 DLC가 게임에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캐릭터 스킨과 미니 드라마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작은 액세서리 하나에 500MSP, 수영복 하나에 1000MSP… 등으로 구성된 ‘아이돌 마스터’의 DLC를 보고 있자면, ‘이걸 다 사면 과연 얼마나 할까…’ 라는 의구심이 자연스레 든다.
실제로 ‘아이돌 마스터’ DLC의 총 금액을 계산해 본 결과, DLC를 전부 구입할 경우 45,550MSP가 든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0만원의 금액이다! ‘아이돌 마스터’ 발매 당시의 정가가 7140엔, 우리 돈으로 약 7만원 정도라는 걸 감안해 보면 게임 10개를 살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 등 뒤의 기타, 입고 있는 턱시도 전부 유료 아이템이다. 게다가 아무 능력치도 없다.
이런 엄청난 금액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마스터’의 DLC는 꽤 인기가 좋았다. ‘아이돌 마스터’ 자체가 특정 계층(?)을 노린 게임인 만큼, 미소녀 마니아가 대부분인 지지층은 가격에 별 관계 없이 DLC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돌 마스터’는 DLC 매출이 게임 자체의 매출을 능가하는 기현상까지 보이며 ‘남코’에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었다.
물론 소수의 마니아를 제외한 일반 게이머들은 ‘아이돌 마스터’ DLC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상식적인 게이머라면 별 효과도 없는 스킨에 6,600원에서 비싸게는 10,000원 넘는 돈을 들이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코’의 비범한 상술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최소한의 상도의 마저 저버린 상술: ‘뷰티플 괴혼’ 추가 미션 DLC
‘남코’의 DLC 정책의 원류가 ‘아이돌 마스터’라면, ‘남코’ DLC 정책의 절정은 누가 뭐라 해도 ‘뷰티플 괴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PS2용으로 나왔던 인기 게임인 ‘굴려라 괴혼!’시리즈의 최신작이었던 ‘뷰티플 괴혼’은 Xbox360의 강력한 힘을 빌어 좀 더 깔끔한 그래픽과 재미를 선사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다.
하지만 ‘뷰티플 괴혼’은 지금까지의 남코 게임답지 않게, 게이머들에게 말 그대로 욕을 바가지로 먹게 된다. 이유는 황당한 플레이 타임과 DLC 때문. 불과 3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 타임을 '채우기 위해', 게임 발매 후 공개된 DLC가 실은 ‘다운로드 컨텐츠’가 아니고 ‘뷰티플 괴혼’에 이미 들어 있던 미션을 ‘언락’하는 기능이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처음부터 ‘게임 DVD’에 들어있던 컨텐츠를 돈을 받고 풀어줬다는 이야기다.

▲ '뷰티플 괴혼'의 플레이 타임은? 3시간!
이전 ‘괴혼’ 시리즈의 게임성을 믿고 ‘뷰티플 괴혼’을 구입했던 게이머들에게 이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실질적으로 ‘다운로드 컨텐츠’라는 것이 웹을 통해 전달되는 ‘추가’ 컨텐츠를 말하는 것인 만큼, 남코의 ‘뷰티플 괴혼’ 언락 DLC는 게이머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비싼 돈 주고 산 게임 DVD에 본래부터 들어있는 ‘컨텐츠’를 도대체 왜 추가금을 주고 풀어야 하는가? 관련 커뮤니티의 게시판은 남코를 성토하는 글로 봇물을 이뤘고, ‘뷰티플 괴혼’ 이후로 다시는 남코 게임을 사지 않겠다는 게이머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게이머들의 성토에 굴할(?) 남코가 아니었고, 남코의 DLC 전통은 다른 게임들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사나이의 피가 끓어 넘치는 전장에 알록달록한 미소녀 기체가? ‘에이스 컴뱃6’
불꽃 튀기는 전장에 알록달록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소녀 전투기가 돌아다닌다면 어떻겠는가? 게다가 멀티플레이에서 좀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유료 전투기라면? 미소녀에 사족을 못 쓰는 마니아라면야 좋아하겠지만, 평범한 게이머들에게는 껄끄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남코의 3D 비행 슈팅인 ‘에이스컴뱃6’의 DLC가 바로 그랬다.

▲ 3D 비행슈팅게임의 간판 스타 격인 '에이스컴뱃6'
‘에이스 컴뱃6’은 2007년 발매된 남코의 3D 비행슈팅게임이다. 미사일이 난무하는 뜨거운전장을 혁신적인 그래픽으로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했다. 하지만, ‘에이스컴뱃6’에도 ‘남코표 DLC’의 손길은 뻗쳐왔으니… ‘아이돌 마스터’의 DLC로 큰 돈을 번 남코인 만큼, ‘에이스 컴뱃6’에도 뭔가 황당한 DLC가 등장하지 않을까? 라는 게이머들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 알 수 없는 부조화가...
바로 ‘에이스 컴뱃6’에 유료 DLC로 ‘아이돌 마스터 기체’가 등장한 것. 전투기 겉 면에 미소녀가 화려하게 그려진 외관은 둘째치고, 미사일을 쏘면 색색깔의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성능도 오리지널 기체보다 나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기체들이다.
여기에 ‘미소녀 기체’답게 가격도 다른 유료 기체보다 비싸다. ‘에이스 컴뱃6’의 일반 유료 기체가 200MSP인 반면, ‘아이돌 마스터’ 기체는 보통 400~500MSP를 받는다. 1캐릭터당 1기체로 총 11종류(마지막 1종류는 전원이 그려진 A-10)인 ‘아이돌 마스터 기체’를 다 산다고 치면, 원본 게임에 육박하는 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 이런 기체를 보면 적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어쨌든 아이돌 마스터 기체의 성능이 좋은 만큼 멀티플레이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으니, 돈 값은 하는 셈이다. 하지만, 멀티플레이에서 우세를 점하기 위해 게임의 분위기와 맞지도 않는 DLC를 구입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나는 아이돌 마스터에 별 관심은 없지만, 멀티플레이에서 좋은 성능이라고 하기에 결국 한 대 샀다’라는 게이머의 말은 ‘울며 겨자먹기’라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콘솔용 RPG에서 현금으로 레벨업도 하고 게임머니까지!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최근 들어 남코의 DLC 정책은 좀 더 색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나 가능했던 ‘현질’을 콘솔용 RPG 게임에까지 끌어들인 것. 최근 Xbox360의 구세주로 등장한 JRPG인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의 DLC가 바로 그렇다.

▲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게임 자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판매중인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의 DLC는 보는 이의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남코식(?) DLC의 전형인 캐릭터 스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레벨 업과 게임머니를 올려주는 DLC는 게이머를 황당하게 만든다. 각각 200MSP, 300MSP에 레벨 업 +5, 레벨 업 +10의 기능을 제공하는 이 DLC들은 온라인 게임의 ‘현질’이나 다를 것이 없는 요소다. 여기에 추가로 300MS를 지불하면 게임머니 30만 ‘갈드’를 얻을 수 있는 DLC까지 있다.

▲ 문제의 DLC. 잘 보면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합성 소재'도 돈받고 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레벨 업이 또 다른 게임의 즐거움인 RPG에서 ‘레벨’을 돈 받고 파는 정책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해 행위? 게다가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의 난이도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게임 할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에게야 좋은(?) 정책일지 모르겠지만, RPG의 ‘레벨 노가다’를 묘미로 삼고 즐기는 게이머에게는 허탈하기까지 한 부분이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부도덕한 상술이지만 회사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정책
이런 남코의 DLC 행보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비판을 받아왔다. 게이머가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PC 게임과는 달리, 게이머가 게임 컨텐츠에 제한적으로 밖에 개입할 수 없는 콘솔 게임의 특성을 이용해서 과도하게 DLC를 판매하려 한다는 것이 많은 게이머들의 비판이다. 기껏해야 스킨 레벨에 불과한 아이템을 6600원의 가격에 판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다는 것이다. 특히 ‘뷰티플 괴혼 언락 DLC’의 경우에는 ‘최소한의 상도의도 없는 상술’이라는 것이 많은 게이머들의 중론이다.

▲ 솔직히 '뷰티플괴혼'의 경우에는 좀 심하긴 했다.
하지만, 남코 입장에서도 이런 DLC 정책에 대해 할 말은 있다. 먼저, 게이머들의 ‘흥미’를 유도해서 게임을 롱런시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매체인 1UP과의 인터뷰에서 ‘에이스컴뱃’의 프로듀서인 ‘이치야나기 히로유키’는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다운로드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발매하면, 기존 유저들이 질려버린 게임을 다시 잡게 할 수 있고 게임을 잘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도 게임을 홍보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대부분의 콘솔 게임은 발매 된지 약 6개월이 지나면 게이머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지게 되는데, 남코는 DLC 정책으로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돌 마스터’가 판매량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아이돌 마스터 L4U’라는 후속작까지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남코의 DLC 정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 이런거 계속 만들면 좋든 나쁘든 일단 '이목'은 끈다는 이야기.
여기에 남코가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Xbox360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개발비를 뽑기 위해서도 DLC의 투입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예로 거액의 개발비가 투자된 ‘에이스컴뱃6’의 경우에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을 올렸고, ‘에이스 컴뱃6’의 퀄리티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닌 만큼 개발비를 뽑기 위해서라도 DLC는 필요하다는 논리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게임회사가 게이머에게 ‘봉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 훌륭한 물건을 만드는 데에는 그만한 비용이 들어가고, 그 비용을 이익까지 합해 건지고 싶은 것이 자본주의 체제 하의 ‘기업’의 욕망이니까. 넥슨의 부분 유료화 정책이 초창기에는 게이머로부터 많은 비난을 들었던 것처럼, 남코 역시 이런 비난을 감수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게이머들이다. 아이돌 마스터 기체 같은 것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뷰티플 괴혼’처럼 이미 들어 있는 컨텐츠를 ‘유료로’ 언락하는 황당한 정책은 분명히 게이머에게 반감을 살 수 밖에 없다. 향후 남코가 게이머들의 이런 반감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 너무 많이 써먹는 것 같지만, 남코의 DLC를 보면 위 아이템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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