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종횡무진] 메탈기어솔리드4, 무엇을 남겼나

/ 2

PS3 진영의 구원투수 ‘메탈기어솔리드4 :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가 엄청난 관심 속에 지난 6월 12일에 전 세계 동시발매 되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 PS3의 스펙을 최대한도로 끌어냈다는 평가대로 게임 내의 그래픽과 수준은 매우 뛰어났으며 전 세계 각국의 리뷰어들로부터 만점의 행렬을 이어나갔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장 이상이 출하되었다는 코나미의 발표대로(판매량은 200만장 이상으로 추정된다) 꽤나 선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PS2가 거의 시장을 독점하던 시장구조가 아니라 PS3의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것을 특기해보면 이 정도 판매량은 매우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20년에 걸쳐 끌어왔던 ‘Metal Gear Saga'를 마무리 지었다는 의미도 있으며 여러 가지 시사점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메탈기어솔리드4'가 어떤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블록버스터 게임의 명(明)과 암(暗)

명(明)

'메탈기어시리즈'를 꾸준히 해온 게이머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로 접어든 이후 당대 최고수준의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당대를 주름잡았던 게임이 바로 이 메탈기어솔리드시리즈이다. 2편인 ‘선즈 오브 리버티’에서도 오프닝의 물 효과가 격찬을 받았으며 3편인 ‘스네이크 이터’에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미려한 그래픽적 효과가 프리랜더링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점은 4편에서도 이어져 마치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화려한 시각적 효과가 이어졌다. 특히 액트3의 마지막 부분인 볼타 강에서의 장면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부럽지 않은 스펙터클함을 보여주었다.

▲ 정말 멋진 장면들이 연속으로 지나간다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압도적이라고 할만한 방대한 스케일과 장엄하다고 까지 할 수 있는 거대한 스토리의 완성에다 시각적 효과는 팬들을 열광시켰으며 게임을 하며 영화감상을 하는 것 같다는 착각도 안겨주었으며 게임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게임이라는 것이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커졌는지도 잘 보여주었다. 비디오게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PPL(Product Placement :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기업의 상품을 배치해 관객들의 무의식 속에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간접광고를 통한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게임이 바로 ‘메탈기어솔리드4’이다. 소니 에릭슨 휴대폰, 트라이엄프 오토바이, 리게인, 플레이보이, 아이팟, 오리시계 등을 등장시키며 게임 내에서 PPL이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한 전형을 만들어냈다.

또한 20년을 끌어온 ‘메탈기어사가’를 완전히 마무리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걸 맞는 내러티브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모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 ‘아이팟’ 음악콘텐츠의 질도 만족스러웠다

▲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및 배경스토리를 구축하여 방대한 스토리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암(暗)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그것은 바로 비용. 고화질 고퀄리티 동영상을 뽑아내려면 그만큼 돈이 드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것처럼 돈을 써야 그만큼의 효과가 드러난다. PS2에서 PS3로 오면서 그래픽과 하드웨어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상승했다. 해상도가 480p에서 1080p로 올라갔으니 그만큼 신경써야할 부분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 이런 자투리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마무리 되어있는 것에 놀랄 지경이다

비단 ‘메탈기어솔리드4’ 뿐 아니라 다른 게임들의 평균적인 제작비도 다 올라갔다. 엑스박스 진영의 버팀목 ‘기어즈 오브 워’도 1000만 달러(한화로 약 100억원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하였다. ‘메탈기어솔리드4’는 이보다도 더한 700억원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게임을 플레이해본 유저들이라면 그 돈이 다 어디 들어갔는지는 대략 납득을 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게임에 이러한 거액의 돈을 투자한다는 것이 제작사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사실 ‘메탈기어솔리드4’는 PS3의 시장지배력을 늘릴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소니에서 제작비의 절반이상을 대었다는 후문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소니와 코나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손해를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게임은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은데다 PS3의 판매량도 늘어났다.(코나미로선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눈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유저들의 눈을 무척이나 높여놓았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사실 게임유저들은 기종에 따라 기대하는 그래픽이 다르다. Wii와 NDS유저라면 애초부터 그래픽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다. Wii 유저라면 PS2 수준의 그래픽이면 만족할 것이고 NDS유저라면 PSP수준의 그래픽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PS3로 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제 PS3 유저들은 자신들의 콘솔이 현존 최강의 스펙을 지닌 하드웨어란 사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버스터 게임 몇 개가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제작사들은 또 다시 PS3 게임에 손대기가 부담스럽다. 이에 반하면 닌텐도 계열 콘솔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게임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 시어머니 소니는 그 동안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에 대해 꽤나 고민했음에 틀림없다

향후 나오는 PS3 게임들은 그래픽 논란을 피하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한번 높아진 대중의 눈은 다시 내려오기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플삼 게임인데 그래픽이 뭐 이따위야!” 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나올 것이 자명하다. 그런 면에서 PS2로 다운그레이드해서 출시하는 ‘진삼국무쌍5 스페셜’은 소나기는 피해갈 줄 아는 지혜를 지닌 것이 확실하다.

▲ ‘무쌍5 스페셜’ 장사의 A-Z 코에이!

앞서 ‘메탈기어솔리드’는 디지털 시대에 걸 맞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었다고 이야기 한바 있다. 그러나 이 방대하고도 탄탄한 스토리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스토리의 깊은 바닥까지 천착하기 때문에  기존의 팬이 아니라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이는 그만큼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야기다. 사실 게임의 넘버링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유저가 느끼는 진입장벽은 높아지기 마련이고 스토리가 매우 중요한 메탈기어솔리드의 특징상 메탈기어의 초보자들은 빈번한 이벤트 영상을 보며 스토리에 대한 납득은 커녕 20분 플레이 40분 감상 패턴에 짜증을 내기도 했을 것이다.

▲ ‘라이덴’ 멋지긴 하지만 계속 보고 있자면 길게 느껴진다

 

독점 문제

‘메탈기어솔리드4’는 PS3 독점으로 출시되었다. 엑스박스 쪽으로의 멀티 설이 끊임없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으나 제작비의 절반이상이 소니로부터 제공된 만큼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또한 게임 중에서 오타콘이 디스크2로 바꾸어 넣으라는 농담을 하는 부분과 액트5의 사이코맨티스 등장하여 PS1의 메모리카드와 육축패드의 무진동을 비꼬는 장면에서도 PS3 독점에 대한 강한 의욕을 느낄 수 있었다.

▲ ‘듀얼쇼크3’ 이 장면 하나로 멀티설을 일축하는 분도 있다

PS2 시절 쏟아져나오는 독점타이틀은 PS2의 위치를 공고히 유지해주었다. 그러나  “전쟁은 변했다.”

PS3 출범과 동시에 시장에서의 소니 몫은 줄어들었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소니는 독점 킬러타이틀을 내세우며 유저이탈을 막으려 했다. 그 가운데는 ‘파이널판타지13’이 있었다. 그러나 운명의 ‘E3 2008’.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13’이 엑스박스 360으로도 출시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선언을 한다. 소니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멀티선언은 납득이 된다. 현재 거치형 콘솔시장의 쉐어는 닌텐도 Wii가 선두를 달리고 나머지를 PS3와 엑스박스360이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지만 PS3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과거처럼 PS2가 70% 이상 차지하고 있던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하드웨어 보급량은 Wii가 2962만대, Xbox360이 2030만대로 집계되었다. 하지만 PS3는 ‘메탈기어솔리드4’ 등의 대작 라인업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1442만대 수준이다. 높아진 개발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많이 깔려있어야 한다는 건 필수선행조건이다. 하지만 그런 면에서 소니는 스퀘어에닉스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스퀘어에닉스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 손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최대한의 조치인 셈이다.

▲ 소니 입장에선 배반의 스퀘어에닉스

필자의 예상으로는 PS3 독점으로 되어있는 타이틀 중 1~2개의 이탈작이 생길 것으로 본다. 소니가 대폭 지원한 PS3 진영의 희망이라고 불리는 ‘메탈기어솔리드4’ 마저 만족할만한 시원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소니가 직접 개발하는 타이틀이야 그럴 일이 없다고 치더라도 서드파티들이 제작하는 타이틀은 불안하다. 기껏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여 만든 타이틀이 대박을 터뜨리지 못한다면 매우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는 소니가 PS3의 보급률을 늘리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메탈기어솔리드4’의 사례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줄 것이냐. 앞으로 소니가 붙들고 가야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문제

'메탈기어솔리드4'는 온라인 기능을 지원한다. 코지마 감독 역시 본편을 즐긴 다음엔 꼭 온라인을 즐겨달라고 말할 정도로 온라인에 심혈을 기울인 것을 볼 수 있다. 본편 이외에 온라인팩을 따로 출시한 것도 온라인에 거는 기대를 보여준다. 온라인 기능은 ‘메탈기어솔리드3’부터 등장하였으며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온라인 FPS가 유행하고 있는 근래의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문제는 분명해진다.

바로 ‘중고’이다. ‘메탈기어솔리드’ 같은 게임은 대작임에는 분명하나 출시 이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중고물량이 쏟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본편을 클리어하고도 지속적으로 유저로 하여금 타이틀을 매각하지 않고 붙들고 있어야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이 온라인 대전 기능이다. 때문에 코나미에서 메탈기어온라인 세계대회 개최 등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XBOX 라이브와 달리 무료로 제공되는 PS3 온라인 기능의 특성상 어느 순간 서비스를 접을 수도 있다는 것이 불안하긴 하지만 상당기간 동안은 중고물량을 줄이는데 큰 공헌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탈기어온라인의 성공여부는 이후 다른 게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  

▲ 흥미진진한 온라인 대전

'메탈기어솔리드4'라는 타이틀은 현재 PS3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잘 보여주는 타이틀이다.최고의 게임기라는 이름 뒤에 따르는 최고의 제작비 문제를 포함하여 온라인과 중고 문제 등 해결해야할 여러 가지 문제를 제시해주었다. 사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PS3 보급대수를 늘리면 되는 것이다. PS3가 과거 PS2 시절처럼 독주한다면 독점타이틀은 쏟아질 것이고 블록버스터게임 역시도 안정적으로 쏟아질 것이다. 문제는 현재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PS3를 판매하려면 블록버스터게임이 필요한데 블록버스터를 내기에는 보급대수가 모자라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니가 어떻게 이 위기를 타개할 지 지켜볼 일이다. 그 과정에서 '메탈기어솔리드4'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지. 그것은 현재로서는 판단을 보류할 일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