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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의 사상을 검증한다. 마리오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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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그 얼마나 유명한 인물이며 캐릭터란 말인가. 게임부터 시작하여 애니메이션, 영화까지 넘나드는 콧수염의 사나이. 배관공부터 골퍼, 드라이버, 올림픽 운동선수에 격투기, 청소까지 못하는 게 없는 전전후 캐릭터. 그의 인지도는 게임을 거의 모르는 부모님세대까지 두루 미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스네이크나 라라 크로포드, 소닉이라 하더라도 그 앞에선 한수 접어둘 수밖에 없는 슈퍼한 마리오인 것이다. 슈퍼마리오라 하면 그 밝고 따뜻한 이미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버섯과 꽃을 먹으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인물로 그 동안 널리 알려져 왔다.

▲ 마리오는 이미 닌텐도의 얼굴이자 상징

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모두가 옳다 여겨도 반드시 그것을 살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임이 분명하다. 이에 필자는 참으로 쓸데 없게도 마리오에 대한 검증을 시도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읽어볼 기사인만큼 과도한 확대해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금물이라 하겠다.

마리오의 시작

마리오는 본래 이름도 없는 조연캐릭터였다. 마리오는 동킹콩의 인기에 묻어가려는 이름없는 캐릭터였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창고에서 일하는 ‘마리오’아저씨와 닮았다는 이유로 ‘마리오’라는 이름이 붙게된다. 이후 1985년 미야모토 시게루에 의해 전설적인 게임인 ‘SUPER MARIO BROS'가 출시된다. 이 유명한 게임을 모르는 분은 없으시리라.

▲ 전설의 시작

마리오는 좌파다?

여기서부터 마리오의 행적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 마리오의 직업은 배관공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스테이지에는 배관이 자주 등장하며 마리오는 배관을 활용하여 숨겨진 스테이지로 이동하기도 하고 다른 스테이지로 워프하기도 한다. 즉, 마리오는 배관공임이 확실하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오는 노동자계급이란 말이 성립된다. 마리오는 노동자로서 프로레타리아 계급이란 말이다.

▲ 마리오 게임에서 파이프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 중 하나이다

자. 여기서 마리오가 궁극적으로 행하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마리오는 마왕 쿠파에 대항하여 싸운다. 쿠파의 직업이 무엇인가? 바로 마왕이다. 쿠파는 전제군주인 왕의 자리에 있다. 프로레타리아이자 노동자인 마리오는 부르주아계급의 대표격인 전제군주 ‘마왕’ 쿠파와 싸워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 마왕의 위치에 오른 쿠파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리오가 마르크스의 영향을 깊게 받은 좌파성향의 인물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어떤가 그동안 우리가 경시했던 몇 가지 사실 속에 이토록 놀라운 사실이 녹아있었던 것이다. 마리오가 좌파성향의 인물이란 점을 파악한 이후 그를 다시 한번 바라보자.

어떤가? 뭔가 확 와 닿는 점이 있는가? 그렇다. 바로 그거다. 마리오의 모자색을 주목해보자. 바로 ‘빨간 색’ 모자라는 점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빨갱이’로 의심될 여지가 복장에서부터 뿜어져 나온다.

▲ 그렇다면 마리오는 친북좌파이자 반미세력, 빨갱이이자 촛불시위의 배후?

 

마리오는 우파다?

다시 마리오의 행적을 살펴보자. 마리오는 전제군주인 마왕 쿠파를 물리치는데 성공하여 결국 공주를 구하게 된다. 시리즈를 거듭하며 공주를 반복하여 구한다. 왜 마리오는 절대왕정의 상징인 마왕 쿠파를 타도하였는데도 그 성과는 다만 ‘공주 구하기’에 그치고 말았을까?

답은 간단하다. 마리오는 변화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마왕 쿠파의 체제를 그대로 인정함으로 인해 몇 번이고 쿠파가 재궐기하는 기반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그 결과 몇 차례에 걸친 공주 구출만이 이어질 뿐 개혁적인 내용은 없다.

그 출발은 좌파계열의 혁명가였으나 경향은 보수온건파에 가까웠다. 마왕의 타도 이후 공주와의 결합, 즉 부르주아 계급의 최정점부에 있는 인물과 결탁하는 모습은 그가 결국 그 정도 그릇에 그치고 말았다는 걸 보여준다.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그는 ‘변절자’라고 평가절하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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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카트나 타러 다니는 유산계급

또한 피치 공주를 구하기만 하는 그의 태도를 한번 보자. 왜 피치 공주는 마리오에게 구조되는 입장이기만 한 것인가. 피치공주의 의상은 공주풍 드레스로 활동적이기 보다는 정적인 모습에 가깝다. 따라서 마리오가 등장하는 게임에서 여성을 남성에 의하여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는 여성의 입장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말한다면 마리오는 ‘마초’성향을 지닌다고도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 피치공주, 수동형 여성의 대표적 사례. 적극적 여성인 ‘라라 크로포드’와 대척점에 선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다시 마리오의 복장으로 돌아와 보자. 모자와 상의는 빨간색으로 통일하였으나 바지는 파란색이다. 그는 왜 빨간 색으로 통일하지 않고 보수의 상징인 ‘파란’색 바지를 착용하였을까?

필자가 본 바로는 그는 교묘한 ‘물타기’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좌파이기도 하지만 보수주의자이기도 하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 파란바지, 그의 교묘한 물타기

 

금전에 대한 태도는 마리오의 사상성을 또다시 의심케 한다. 마리오는 동전을 무척이나 밝힌다. 동전, 즉 금전을 추구하다가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슈퍼마리오 게임 내에서 동전을 백 개 먹으면 그것은 1개의 목숨으로 환원된다. 이는 자칫 황금만능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인데 어찌 동전 백 개 따위와 바꾸겠는가. 이러한 면에서 볼 때 마리오는 자본주의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좌파이면서도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마리오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필요로 한다.  

▲ 끊임없는 마리오의 동전 사랑

 

좌파 즉 사회주의 사상이란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세계주의를 지향한다. 각국의 프로레타리아(무산계급)은 서로 동맹하여야 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본래 의미일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티베트의 프로레타리아들을 억압하는 중국의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세계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허나 마리오는 소닉과 함께 당당하게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다. 이는 보수단체에서 말하는 이른바 ‘국익’을 위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마리오의 좌파성은 다시 한번 흔들린다.

▲ 베이징올림픽, 국익을 위한 결단?

마리오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결론은?

결론을 추론해본다면 마리오는 최초에는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시작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현실의 벽에 막혀 우향우 쪽으로 급선회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출발하였지만 나중에는 우회전을 하였다는 말이다. 초기에는 개혁진보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우파적 성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특정한 캐릭터에 대해 정치적 성향과 이념적 면모를 측정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웃긴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한 프로파간다(정치적선전)가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언젠가 대선에서 캐릭터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보는 것은 필자만의 무리한 상상에 불과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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