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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마! 오묘한 중국 온라인 게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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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중국 온라인 게임’하면 표절 게임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사실, 많은 온라인 게임이 아직도 표절과 모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의 중국산 온라인 게임은 국내 게이머들에게 관심조차 끌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 온라인 게임만 표절하는 건 아니다. 사진은 'Vii'

그러나 ‘중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우리나라의 낮은 관심과는 달리, 중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게임 시장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중국 온라인 게임에도 단순한 표절이나 모방이 아닌,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게임이 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륙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오묘한 중국 온라인 게임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중국 온라인 게임의 역습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던 초기인 2001년만 해도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한국 온라인 게임의 독무대였습니다. 국내에서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하고 퇴출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게임도 일단 중국에 진출하면 최소한 ‘소박’ 정도는 터트려 주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 중국에서 성공한 '뮤' 온라인

중국 게이머들도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해 일종의 ‘명품’취급 하는 인식이 있었고, 온라인 게임 시장에 막 뛰어든 대부분의 중국 개발사들은 한국 온라인 게임을 표절하거나 모방하기에 바빴습니다. 말 그대로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 게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버린 꼴이었지요.

하지만 이런 한국 온라인 게임의 강세는 결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이자, 중국 게임 개발사와 중국 정부는 이에 위기감을 느낀 것입니다. 결국 중국 정부와 개발사가 협력해 ‘한국 온라인 게임을 타도하자’라는 모토로 다양하고 참신한 온라인 게임 개발에 주력하게 됩니다.

이러한 중국 게임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명품 한국 온라인 게임’ 덕분에 눈이 높아진(?) 중국 게이머들의 반응도 중국 온라인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한국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중국 게이머들은 ‘온라인 게임은 최소한 한국 게임 만큼은 나와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고, 중국 게임 개발사들은 이에 맞춰 게임의 질을 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중반대 접어들면서 외국산 온라인 게임(특히 한국산)이 점령하고 있던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중국산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 온라인 게임의 성지(?)로 여겨졌던 MMORPG에서도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제압하기 시작했습니다.

▲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도 온라인'

단순히 중국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한국 게임을 누른 것뿐 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일본 등으로 해외 서비스를 하는 중국산 온라인 게임도 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한 표절작이나 모방작을 벗어나 중국 고유의 문화 코드가 담긴 온라인 게임이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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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 게임의 특징: 고전, 무협, 그리고 모방

중국에서 제작된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온라인 게임(특히 MMORPG)에 담긴 중국식 문화 코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의 상당수가 국적 불명의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반면, 중국 온라인 게임은 전반적으로 중국 4대 기서로 꼽히는 ‘삼국지’,’서유기’,’수호지’,’금병매’를 소재로 한 게임이나 무협, 그리고 중국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이 많습니다.

토막상식: 중국 4대 기서 - ‘금병매’

우리에게 ‘삼국지’,’서유기’,’수호지’는 친숙한 반면, ‘금병매’는 그 이름이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금병매’는 작가와 저작연도가 불분명한,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100회 분량의 소설이다. 생약상을 경영하는 실력가인 서문경과 그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통해 명나라 시대의 부패한 사회상과 봉건 사회의 죄악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에로티시즘의 묘사가 많으며, 다른 3개의 소설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냉혹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는 소설이다.

현재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MMORPG인 무협을 배경으로 한 ‘정도 온라인’이나 서유기를 배경으로 한 ‘몽환서유’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게임 이외에도 ‘무협’과 ‘서유기’를 코드로 삼은 중국 게임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죠. 특히 중국에서는 ‘서유기’를 소재로 한 게임이 다른 게임을 압도한다고 말할 정도로 ‘서유기’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 중국에 'WOW'가 진출하기 이전 큰 인기를 끌었던 '몽환서유'

역사를 배경으로 한 중국 게임이 있다면 ‘수 온라인’이 좋은 예입니다. ‘수 온라인’의 배경 설정은 ‘미래의 특수부대원인 주인공이 시간 이동 실수로 수나라에 표류한다’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SF물에 가깝지만, 정작 전체적인 게임의 배경이나 분위기는 ‘수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도 주인공은 미래세계의 ‘특수부대원’임에도 불구하고 무협 소설에나 나올 법 한 온갖 무공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출간된 ‘시간이동물’ 판타지 소설하고 비슷하죠.

워낙 중국 역사 자체가 소재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서 그렇겠지만, MMORPG에 역사를 억지로 구겨 넣으려다 보니 이런 ‘시간이동’류의 스토리가 많은 것도 중국 온라인 게임의 큰 특징입니다. 우리에겐 ‘시간이동’ 같은 건 좀 식상한 이야기인데, 중국 게이머들은 이런 이야기에 열광한다니 문화 차이겠지요.

중국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역시 ‘모방’입니다. ‘또 짝퉁게임이야?’라고 식상해 하실 분. 짝퉁게임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게임을 모방해서 중국 특유의 문화 코드를 붙이는 게임들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최근에 국내에 서비스가 확정된 ‘클럽데이 온라인’이 그렇습니다.

‘클럽데이 온라인’자체는 예당온라인의 ‘오디션’을 모방한 게임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오디션’식의 댄스 게임에 자기 마음대로 무대를 돌아다니면서 마음대로 춤을 출 수 있게 했고, 다양한 아이템으로 무대를 꾸밀 수 있도록 RPG적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자신만의 색깔을 살렸습니다. 이제 중국 게임들이 단순한 ‘짝퉁’게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을 슬슬 갖추기 시작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봐도 좋겠죠.

▲ 하늘을 나는 MMORPG라는 신선한 테마였던 '완미세계'

‘클럽데이 온라인’의 경우에는 모방에 자기 색깔을 살짝 입힌 정도였지만, ‘완미세계’나 ‘항해세기’같은 경우에는 모방을 넘어서 아예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낸 경우입니다. 실제로 ‘완미세계’의 경우에는 독창적인 MMORPG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2007년 국내 베타 테스트 당시 중국 게임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도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 방대한 자유도와 고증으로 주목받았던 '항해세기'

‘항해세기’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16세기 대항해시대를 주제로 한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코에이사의 유명 게임인 ‘대항해시대 시리즈’와 유사했습니다. 실제로 ‘항해세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대항해시대 짝퉁 아니냐?’라는 의견이 많았지요. 그러나 ‘항해세기’의 경우에는 각 지역의 건물이나 풍경을 정밀하게 재현해 내는 등 ‘대항해시대’를 뛰어넘으려 노력했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북미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상업적인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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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라인 게임, 더 이상 표절 만이 판치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아직까지도 중국 온라인 게임의 다른 게임 표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용신전설’이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갖다 썼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죠.) 그러나 그런 게임들은 차츰 중국 게이머 자신들에게 외면 받고 있고, 오히려 ‘완미세계’등의 독창적이고 우수한 게임이 인정받는 풍토로 서서히 변하고 있습니다.

▲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가...

중국 온라인 게임 자체가 유명 게임을 조악하게 표절한 게임으로 잠깐 반짝 하려 보다는 유명 게임을 절묘하게 모방하지만, 표절이 아니라 거기에 자신만의 색깔을 넣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지요.

▲ 뭐, 아직 이런게 나오긴 합니다만.

바로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초창기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이 같은 길을 밟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보다 더 빨리 발전하는 중국 온라인 게임을 보면 두려움마저 느낍니다. ‘온라인 게임의 강자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이제 곧 ‘온라인 게임의 강자 중국’으로 바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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