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EA에서 자사의 게임 ‘매스 이펙트’ PC판에 불법복제 방지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EA가 발표한 ‘불법복제 방지 기술(이하 ‘락lock’으로 줄임)’때문에 PC게임 관련 커뮤니티가 한 바탕 술렁거렸습니다. ‘매스 이펙트’에 적용한다는 락이 일반적인 ‘불법복제 방지’의 수준이 아닌, 정품임을 인증해도 다시 10일마다 인증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락이었기 때문입니다.
EA의 이런 정책을 가지고 ‘PC게임 시장에서 얼마나 불법복제의 피해가 심하면 저렇게까지 하겠느냐. 반성해라.’ 라는 사람들과 ‘그렇게까지 불편한 락을 걸어놓으면 남아있는 PC게이머들마저 떠나버릴 것이다’라는 사람들이 맞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한 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대체 ‘락’이 뭐길래 게이머들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요? 왜 EA는 저런 불편한 기능을 자사의 게임에 넣겠다고 선언한 것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PC게임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락’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 있는 곳에 복돌이 있고, 복돌이 있는 곳에 락이 있다

▲ 이거 써 보신 분? 전 못 써봤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불법복제 방지 기술의 역사는 PC게임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락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저 유명한 ‘Apple][‘와 ‘Commodore 64’를 마주치게 되는데, 이들이 등장한 것이 1980년대 초반이니 락의 역사가 벌써 30년 가까이 된 것이죠.
가정용 PC 소프트웨어(주로 게임)가 처음으로 판매 될 무렵부터 불법복제는 개발자들에게 골칫거리였습니다. 원본과 사본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책이나 LP레코드 같은 아날로그 저작물과는 달리, 적은 비용으로도 원본과 100% 동일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저작물에는 공짜를 노리는(?) 복돌이의 손길이 어김없이 뻗쳐왔습니다. 잠재적인 수익을 복돌이 때문에 뺏겨버린 개발자들은 불법복제(그리고 복돌이)를 막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곧 정품을 함부로 복제할 수 없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당시 널리 쓰이던 매체는 자기력(Magnetic)을 이용해 디지털 신호를 기록하는 자기 테이프와 플로피 디스크였습니다. 그런데, 이 매체들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신호를 기록하기 전에 특별한 명령을 통해 파일 시스템을 설정해야 합니다.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르는 포맷(Format)과정입니다.

▲ 이 포맷 맞습니다. 맞구요.
개발자들은 매체 사용에 필수적인 이 포맷 과정을 불법복제 방지의 도구로 이용했습니다.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일반적인 포맷을 해서 파일 시스템을 설정하되, 특정 위치를 특별한 방식으로 포맷합니다. (매체에 일종의 ‘점’을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 다음 이 매체에 해당 위치를 찾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을 기록하면 됩니다.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본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특별하게 포맷한 ‘점’을 찾아 점이 있으면 정품으로 판정해 정상적으로 실행하고 점이 없으면 복제품으로 판정해 실행을 거부하는 방식인 것이죠.
이 방식은 간단한 원리지만 효과적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사용자가 쉽게 파일 시스템을 건드릴 수 없었기 때문에 ‘특별하게 특정 위치를 포맷’하는 것은 힘들었고, 따라서 함부로 프로그램을 복제해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불법복제 방지기술은 저렴한 비용으로 불법복제를 방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곧 수많은 소프트웨어에 채용되었고 불법복제 피해는 크게 줄게 됩니다. 바야흐로 ‘락’의 시대가 열린 것이죠.
자물쇠가 있다고 도둑질을 못 하랴: 크래커의 등장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다 사망한 영국의 산악인 조지 리 멜러리(1886~1924)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아니, ‘락’이야기 하다 말고 갑자기 웬 등산 이야기일까요? 바로 ‘락이 거기 있기 때문에 크랙한다.’라는 말과 함께 나타난 ‘크래커’들을 이야기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 이 크래커 아닙니다. (철자는 같지만)
‘락’의 등장으로 말 그대로 ‘개나 소나’ 불법복제를 하던 시대는 끝났지만, 반대로 ‘락’에 도전하기 위해 락을 쳐부수는 전문가들이 등장했으니 그들이 바로 ‘크래커’입니다. 불법복제로 돈을 벌기 위해서, 혹은 락이 거기 있으니까 도전해 보고 싶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했지만, 크래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뿐. 바로 ‘자물쇠(락)’을 부수는(크랙)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크래커(부수는 사람)’입니다.) 이들 ‘크래커’의 등장과 함께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있는 크래커와 락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크래커들은 어떻게 락을 크랙 했을까요? 락의 원리가 ‘점’을 찍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었듯이, 크래커들이 락을 크랙하는 원리 또한 간단했습니다. 앞에서 프로그램이 ‘점’을 읽어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혹은 실행 거부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습니다. 그렇다면 크래커들이 어떻게 해서 복제품을 실행시킬 수 있었을까요. 일반적인 방법으로 쉽게 만들 수 없는 원본의 ‘점’을 힘들게 만들었을까요?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 ‘점’을 만들 수 없다면 굳이 거기에 집착할 필요 없이 애초에 프로그램이 ‘점’을 읽지 못하도록 하면 됩니다. 바로 최초의 크랙이 그런 원리였습니다. 원본 프로그램이 매체에서 ‘점’을 읽지 못하도록 강제로 수정한 것이지요. 마침내 크래커들이 ‘콜럼부스의 달걀’을 발견한 것입니다. Viva!
당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비슷한 원리의 락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크랙법이 등장함과 동시에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의 락이 무력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마침내는 락을 ‘알아서’ 없애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바로 ‘Locksmith’의 등장입니다.

▲ 락? 그까짓거 내가 뚫어주마!
1980년대 초반, ‘Locksmith’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크랙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당시 존재하던 거의 모든 방식의 락을 해제해 복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락을 해제하기 위해 별도로 전문적 프로그래밍 기술을 갖출 필요(이들이 바로 크래커입니다)없이 ‘개나 소나’ 간단한 명령어 만으로 아무 프로그램이나 마음대로 복제하는 시대가 다시 열린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Locksmith’ 프로그램이 무려 돈을 받고 파는 상용(!) 프로그램이었고, ‘Locksmith’ 자체에도 락이 걸려있었다는 사실입니다. ‘Locksmith’로 ‘Locksmith’의 락을 푸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기존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락을 걸어놨으니까요.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크래커에 의해 ‘Locksmith’의 락은 깨지게 됩니다.)

▲ 게임암호 깨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RawCopy'
‘Locksmith’의 등장 이후 락을 깨는 많은 경쟁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크래커들의 비법(?)이 상호 간에 교환되기 시작하면서 불법복제 피해는 다시 늘게 됩니다.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원본을 복제해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정품을 살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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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surrender!: 새로운 락의 등장, 그리고 패배
이렇게 락이 허무하게 깨지면서 불법복제는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역시 게임 업계였습니다. 당시 막 성장하던 PC게임 시장은 불법복제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었고, 절치부심하던 게임 업계는 기존에 사용되던 락을 개량하고 새로운 락을 도입하게 됩니다.

▲ 고전게임 즐기시는 분이라면 많이 보셨을겁니다.(출처: http://nosyu.egloos.com/)
당시 게임 업계에서 크래커에 맞서서 새로이 널리 퍼진 방식이 바로 ‘매뉴얼 프로텍션’입니다. ‘매뉴얼 프로텍션’이라고 하면 조금 낯설지 모르겠지만, ‘암호표’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하!’하면서 무릎을 치실 것입니다. 어릴 때 정품 게임을 구입하신 분이라면 기억나실 겁니다. 게임을 실행하기 전에, 혹은 실행하다가 ‘몇 장 몇 절에 있는 암호를 입력하십시오’라고 암호를 물으면 암호표를 보고 암호를 입력하던 방식을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매뉴얼 프로텍션’입니다.
정품 패키지에 딸려오는 암호표 혹은 메뉴얼이 없이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방식은 곧 널리 퍼지기 시작했고, 돈 없는 복돌이(?)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프로그램을 복제하면 뭐합니까? 암호표나 매뉴얼이 없는데.

▲ 이 정도라면 복사할 만 하네요. (출처: http://nosyu.egloos.com/)
그러나 여기서 좌절할 복돌이들이 아닙니다. 곧 간단한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게임도 복사하는데 암호표를 복사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약간 돈이 들긴 했지만 암호표를 통째로 복사하거나 문서 파일로 만드는 형태로 바꿔 암호표까지 복사해 버렸고, 곧 수많은 게임들이 복사되어 나돌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기존의 크래커들까지 가세했습니다. 아예 프로그램을 조작해 암호를 아무거나 넣어도 통과되게 변형하거나 아예 암호를 묻지 않도록 크랙해 버린 것입니다. 머리를 쥐어짜내 새로 개발한 락이 순식간에 뚫려버린 것이지요.
이 ‘매뉴얼 프로텍션’을 강화하기 위해 복사방지가 된 용지에 암호표를 인쇄하거나, 빨강 셀로판지가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암호표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모두 생산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는 방법이라 널리 이용되지는 못했습니다. 드물게 매뉴얼에 게임 내에서 아주 중요한 특정 마법의 스펠링을 적어넣거나 퍼즐의 해답을 넣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들 역시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에 널리 사용되지는 못합니다.
어쨌든 창과 방패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이제 락과 크래커 간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플로피디스크의 시대가 저물고 CD-ROM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새 시대가 열리다: CD-ROM의 등장
광학매체인 CD-ROM은 플로피 디스크와 비슷한 크기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용량을 기록할 수 있었기에 많은 개발자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CD-ROM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1992년 트릴로바이트에서 어드벤처 게임인 ‘7번째 손님(The 7th Guest)’를 CD-ROM 전용으로 발매하면서 바야흐로 CD-ROM 게임의 시대가 개막됩니다.

▲ CD-ROM 게임 시대의 개막을 알린 '일곱번째 손님'(리뉴얼판)
CD-ROM 도입 초기에는 CD-ROM 자체가 일종의 불법복제 방지 장치의 역할을 했습니다. CD-ROM 매체의 용량 자체가 당시 사용되던 평균적인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능가했었기 때문에, CD-ROM에 락이 없다고 해도 함부로 불법복제 해 사용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게다가 CD-ROM을 기록할 수 있는 ‘CD-Recoder’의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에 일반인이 CD-ROM를 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CD-ROM 드라이브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CD-ROM으로 출시되는 게임의 수는 점점 많아졌고, 이 게임들을 불법복제(혹은 사적인 목적에서 복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점점 늘어갔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은 사람들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그다지 넉넉치 않았기에 새로운 방법이 동원됐고, 마침내는 또 하나의 빛나는 편법(?)인 ‘립버전’이 탄생하게 됩니다.

▲ 이 덩치 큰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300MB 입니다.
보통 ‘시디립(CD-RIP)이라고 하면 오디오시디나 비디오시디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파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하지만, 게임의 경우에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전까지 플로피디스크로 10~20MB면 충분했던 게임 용량이 급작스럽게 650MB를 사용하는 CD-ROM 매체로 변화해 버렸으니, 이것을 몇 백 메가, 최첨단이라면 1기가 정도가 고작이었던 하드디스크에 그대로 옮기기란 어려운 일이었지요.
그래서 크래커들은 머리를 써서, 게임 CD-ROM 데이터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동영상이나 음악을 빼버리고, 게임만 즐길 수 있도록 핵심 컨텐츠만 남겨놓는 방법을 동원하게 됩니다. 이런 방법을 쓴다면 CD-ROM 한 장을 다 쓰던 게임을 약 100~200MB 정도를 사용해 하드디스크로 즐길 수 있으니 용량 면에서도 아주 효율적(!)이니까요.

▲ 학교 전산실에서 이걸로 떡볶이 내기를 했었습니다.
매체의 용량을 믿고 허술한 락을 사용하던 많은 CD-ROM 게임이 이런 식으로 공략당했습니다. 예를 들어 ‘C&C: 적색경보’의 경우 CD-ROM 2장으로 약 1.2GB 분량이었지만 립 버전의 경우 고작 300MB에 불과했고,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채 100MB도 되지 않는 용량으로 탈바꿈(?)해 인터넷에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런 ‘립버전’의 등장, 그리고 인터넷의 전 세계적인 보급과 함께 ‘와레즈’가 크게 성장하고 ‘립버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서 배포하는 ‘릴리즈 그룹’이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다루도록 하고, 다시 ‘락’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립 버전의 형식으로 CD-ROM 매체도 뚫릴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개발자들은 경악했습니다. 그래서 플로피 시절에 쓰이는 락 기술(앞에서 언급했던 ‘점’방식이나 ‘매뉴얼 프로텍션’)을 CD-ROM에 그대로 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 뚫린 기술을 CD-ROM에 그대로 응용했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사실. 금세 뚫려버리는 이런 구식 기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마 동안 CD-ROM을 위한 이름도 없는 수많은 락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CD-ROM 시대에 걸맞는 제대로 된 여러 락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CD-ROM과 유사 매체인 DVD-ROM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CD-ROM 등장 초기처럼 락이 전혀 걸리지 않은 상태의 CD-ROM이나 DVD-ROM은 찾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다시 불법복지 방지 기술이 승기를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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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락을 깰 필요 있나? 그대로 옮기면 되지: 가상 CD 에뮬레이터의 등장과 현재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하드디스크의 용량과 인터넷 전송속도는 급격히 향상됩니다. 몇 백메가만 해도 ‘와 용량 많다’라며 부러움을 사던 하드디스크가 순식간에 몇 기가, 몇십 기가로 단위 용량 자체가 아예 바뀌게 되지요. 인터넷 전송속도 역시 찍찍거리는 24kbps 구닥다리 모뎀 대신 Mbps단위의 케이블모뎀과 ADSL이 보급되기 시작합니다.

▲ 아마 모뎀으로 PC통신하다 전화비 20만원 나와 두들겨 맞아 본 분들이 계실겁니다.
이런 기술의 발달은 플로피디스크 내용물을 하드디스크에 옮겨 게임을 하던 옛 시절(?)을 자연스럽게 부활시킵니다. 귀찮게 락을 깰 필요 없이 원본CD를 그대로 하드디스크에 담으면 락이고 뭐고 필요없이 정품과 똑같이 돌아갈테니까요. 이제 전송속도도 꽤 빨라져서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이면 다운받아 즐길 수 있고, CD-R기계 값도 싸져서 술 먹을 돈 몇 번이면 기계 한 대 사서 시디를 편히 구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물론 가만히 있을 개발자들이 아니었습니다. CD-ROM 데이터만 복사해서 하드디스크에서 즐기는 사태를 막기 위해, 개발자들은 해당 드라이브가 진짜 CD-ROM드라이브인지 체크하는 기술을 넣기 시작합니다. 진짜 CD-ROM 드라이브가 아니라면? 당연히 ‘CD-ROM을 넣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뜨고 게임 실행은 되지 않는 그런 기술이지요. CD-ROM드라이브 자체를 체크해도 되고, CD-ROM에는 쓰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쓰기 가능 여부만을 체크해도 되기 때문에 이 방식도 널리 퍼지게 됩니다.

▲ 굽고 굽고 또 굽고..
그러나 이런 개발자들의 노력도 다 헛수고였으니… 바로 ‘가상드라이브’가 등장한 것입니다. 사실 MS-DOS자체에도 ‘가상드라이브’ 기술이 내장되어 있었습니다. ‘subst’명령어로 임의의 디렉토리를 ‘드라이브’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읽기/쓰기’체크를 하거나 ‘CD-ROM 드라이브’의 물리적 하드웨어 주소를 체크하면 금방 들통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기술이 등장합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CD-ROM 드라이브’를 만들어 프로그램에서 이 드라이브를 ‘진짜 CD-ROM 드라이브’로 인식하게 하는 이 기술이 바로 ‘가상드라이브’입니다. (이 기술을 ‘가상 디스크 에뮬레이터’라고도 합니다.)

▲ 이렇게 명령을 주면 해당 디렉토리를 G: 드라이브로 인식합니다.
초기의 대표적인 가상드라이브 프로그램으로는 저 유명한 ‘Fakecd’와 ‘VirtualCD’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 프로그램들의 사용법은 잘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Fakecd’야 subst명령어와 별 다를 것도 없는 저급한(?) 프로그램이었지만, ‘VirtualCD’는 말 그대로 ‘CD-ROM을 통째로 떠주는’ 진짜 가상드라이브 프로그램이었습니다.
‘VirtualCD’가 출시된 후 많은 CD-ROM 게임들이 ‘.fcd’확장자로 이미지화 되어서 인터넷을 떠다니게 됩니다. 굳이 락이 깨진 크랙판을 기다릴 필요 없이 그냥 이미지를 추출해서 편안하게 돌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VirtualCD’는 큰 인기를 끌었고, 한 때 국내에서 ‘VirtualCD’를 모르는 사용자가 드물 정도였습니다.

▲ 아직까지 'Virtual CD'는 살아있습니다. 이용자는 적지만.
이제 가상 드라이브 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CD-ROM에 도입된 락 기술까지는 이미지화 시키지 못하던 초기의 ‘VirtualCD’와는 달리, 후발주자인 ‘CloneCD’는 원본의 락까지 그대로 이미지화 시키는 강력한 기능이 있었고 심지어 (CD-R 기계가 조건이 맞다면) 원본과 ‘동일하게’ 복제시디를 구워낼 수도 있었습니다. 디지털적으로 보면 락까지 동일하게 복사되어 원본과 전혀 차이가 없는 사본을 말입니다.

▲ 컴맹도 안다는 바로 그 '데몬툴'
이후 이 ‘CloneCD’를 무력화 시키는 각종 락 기술이 개발되고, 이 락 기술들을 뛰어넘는 ‘알코올120%’나 ‘DAEMON-Tools’등의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며, 다시 이런 프로그램들을 제압하는 ‘스타포스’등의 강력한 락이 등장하면서 지금도 엎치락 뒤치락하는 싸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락’의 역사는 PC소프트웨어(특히 게임)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 함께 해 왔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PC기술이 발전하면서, 매체가 변화하면서, 그리고 게임이 변화하면서 ‘락’의 기술도 시대에 맞게 함께 바뀌어왔습니다. 패키지에 푸짐한 ‘상품’을 넣어 구매를 유도하는 ‘심리적인’ 락에서부터 일반인은 쉽게 알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원리를 가진 ‘기술적인’ 락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 공포의 스타포스
종류가 어쨌든, 역사가 어쨌든 ‘락’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 입니다. 정당하게 돈을 내고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람만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하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명제인 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 근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개발자들이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개발자들의 반대편에는 어떻게든 락을 깨고 싶어하는 크래커들이 서 있습니다. 명성을 얻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실력을 도전하기 위해, 회사가 싫어서… 등의 수많은 이유(혹은 핑계거리)를 들어 지금도 락을 부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크래커들 말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바로 우리가 서 있습니다. 때로는 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사기도 하고, 때로는 불법복제를 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평범한 대다수의 유저들입니다. 커뮤니티에서 인격적으로 모독에 가까운 말로 격렬하게 복사 유저를 욕하는 사람도 있겠고, 조용히 자기 스타일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때로는 락이 불편해 제작사를 비난하기도 하고, 때로는 락을 걸어달라고 스스로 제작사에게 요청하기도 할 것입니다.

▲ '망할놈의 스타포스 락'때문에 게임시디를 박살냈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여기)
아마 PC소프트웨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깨지지 않는 락이 발명되지 않는 한 세 계층(?)간의 전쟁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인류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도둑과 도둑을 막는 자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끝나지 않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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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복돌이와 맞서는 락의 실체를 밝힌다 2부: 스타포스는 왜 깨지지 않는가? Safedisc부터 Starforce, 그리고 인터넷 인증까지. 현재 사용되는 거의 모든 락의 구조와 그 락을 뚫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의 이야기를 밝힙니다. 최대한 기술적인 용어를 배제하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 한 기사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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