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터페이스 진화에 대하여
게임메카 독자 여러분 매우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그동안 필자의 글을 기다리시는 독자(가 과연 있을지?)를 외면하고 잠시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어 꽤 오랫동안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으나 여러분께 큰 재미와 정보를 드려야한다는 우국충정(憂國衷情)에 전전반측(輾轉反側)하며 멸사봉공(滅私奉公)했다는 사실만은 알아주시기를 바란다. 그간 쉬면서 구상한 아이템은 게임사의 혁명적인 변화를 남긴 인터페이스의 진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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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터페이스란 무엇이냐? 사전적 의미로는 인터페이스(interface)【명사】『컴』 1. 사용자인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여 주는 장치. 키보드나 디스플레이 따위. 2. 서로 다른 두 시스템, 장치, 소프트웨어 따위를 서로 이어 주는 부분. 또는 그런 접속 장치. 뭐 이렇다고 한다. 그럼 게임에서의 인터페이스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개인의 해탈만을 목표로 삼는 소승불교적 입장에서 벗어나 중생의 제도를 목표로 하는 대승불교적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
접속화면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작은 인터페이스 말고 대승불교적 마인드로 크게 본다면 게임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도구, 즉 컨트롤러 및 접속장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세상은 3가지로 분리되어 있기 마련인 만큼 이 기사는 쑨원의 3민주의, 기독교의 믿음, 소망, 사랑과 3위일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3권분립, 3부요인, 버뮤다 삼각지, 철의 삼각지대, 돌아가는 삼각지처럼 콘솔, 오락실, PC의 3개파트로 나누어서 그 진화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콘솔부문
■ 십자키
당신의 콘솔 컨트롤러를 한번 들여다보자. 왼손으로는 십자키. 오른 손으로는 버튼을 누르는 구조 아닌가? 마치 떡볶이에 떡과 어묵이 들어가는 듯 자연스런 패턴이다. 만약 떡볶이에 떡이 없다고 생각해보자. 이건 마치 컨트롤러에 십자키는 없이 버튼만 잔뜩 달린 형국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 ‘게임&워치’ 십자키의 효시
이 ‘십자키’는 닌텐도가 내놓은 역작 중의 역작이다. 십자키가 뭐 별거냐 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십자키가 별게 아니었다면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을까?
최초의 십자키는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워치’에서 쓰였다고 한다. 이 위대한 발명은 이후 닌텐도 패미컴에 장착되었고 게임계의 ‘사서삼경’이자 클래식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마치 ‘사서삼경’이 인류의 영원불멸한 고전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게임에는 십자키가 필수불가결한 존재처럼 자리잡게 되었으며 오늘날 어느 게임기를 봐도 반드시 장착되어있는 필수옵션이 되었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 없으면 못마시는 것처럼 위닝일레븐 2008이 떠도 십자키 없음 못합니다)
만약 이 십자키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한손에 들어오지 않는 무거운 패드를 들고 요상한 방식으로 게임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 패미컴에 장착된 십자키

▲ '아타리 2600' 장시간 플레이는 무리가 따를 듯
■ 터치펜
닌텐도가 십자키를 만들어 낸 이후 게임업계에서는 십자키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 그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임기를 위주로 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업계에 대 지각변동이자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놀라운 사건이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터치펜의 등장이다. 터치펜으로 글씨를 쓰고 명령을 입력한다는 실로 기막힌 인터페이스가 등장한 것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게임이라고는 엄두도 못내던 사람들도 용기를 내어 펜을 쥐었고 ‘쓰기’라는 인류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작을 통해 게임계에서 소외되어 있던 중장년, 노년층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였다. 터치펜이라는 걸출한 입력도구는 그 동안 생각지못한 여러 가지 게임과 비(非)게임물을 닌텐도 DS에 탄생시키며 닌텐도 DS의 승승장구를 이끄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닌텐도 DS. 어른들도 아이들도 노인들도 에블바디 부처핸섬~
오락실 부문
■ DDR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오락실은 흔히 ‘만두집’이라고 불리곤 했다. ‘만나서 두드리는 집’이라는 뜻의 약어로 그 방점은 ‘두드린다’에 찍혀있다. 두드리는 건 무엇으로 두드리느냐. 바로 손으로 두드리는 것이다.

▲ '오락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레버를 움직이고 버튼을 두드리는 식
게임업장이 시작된 이래로 모든 게임은 손으로 레버를 움직이고 버튼을 두드리는 방식이 ‘공통 게임의 정석’인양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퍼졌던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통 게임의 정석’에 반기를 들었던 ‘개념원리’같은 새로운 테크트리가 등장했으니 바로 DDR이 되겠다!!

▲ DDR 게임을 발로 한다는 실로 발칙한 게임기였다
이 문제의 DDR은 출시되자마자 순풍에 발 단듯 발소문을 타고 전국의 오락실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손으로 하는 오락이 정석(定石)이자 진리(眞理)라고 믿었던 일부 원리론자들은 발로 하는 DDR을 이른바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규정하며 이야 말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현상이라며 배타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열심히 500원 동전을 바꿔가며 DDR을 실시하였고(일부는 가정에서 손으로 하였다고도 전한다) 그 인기는 DDR 노래방을 탄생시키고 5개의 발판을 가진 ‘펌프 잇 업’을 탄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결국 DDR은 게임의 영역을 손에서 온 몸으로 넓히는 전격적인 시도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 '펌프잇업' 후반부엔 오히려 펌프가 DDR을 누르고 최강자로 군림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특이한 컨트롤러
오락실에 갔을 때 일반적인 오락기 말고 특이한 방식의 컨트롤러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두드리기만 하던 오락실에 당기거나 땡기거나 하는 컨트롤러는 일대 혁명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일반 게임은 100원하는데 비해서 2, 3배 혹은 5배에 달하는 이용 요금은 특수 컨트롤러에 대한 동경을 키우기도 했으며 게임비 인플레의 주 원인이 되기도 했다.

▲ '타임크라이시스' 총질 한번 시원하게 해보고 싶지 아니한가?
총을 쏘는 이른바 건콘류 게임은 버추어캅, 하우스 오브 데드, 타임 크라이시스 등으로 계보를 이어 오고 있으며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오락실의 인기종목이자 효자종목이다. 한때 버추어캅 2인용을 혼자서 쌍권총으로 플레이하는 나름 첩혈쌍웅 형아들이 계시기도 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안 남은 상태이다.
특수 컨트롤러의 고전적인 형태로는 레이싱휠과 바이크 게임이 있다. 레이싱 게임과 바이크 게임은 운전대와 바이크를 갖춘 형태로 가장 오래된 특수 컨트롤러라고 볼 수 있다.
인류의 스피드에 대한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주는 게임으로서 남녀노소 친숙히 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되겠다. 80년대 후반부터 오락실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영원한 베스트셀러가 아닐까 생각한다.

▲ 남녀노소 가라지 않는 '오토바이'
이외에도 ‘비트매니아’ 라던지 ‘EZ 2 DJ', ‘드럼매니아’, ‘기타 프릭스’ 등의 특이한 컨트롤러는 오락실에서 여러 게이머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스로 DJ가 되는 기분을 만끽한다던지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색다른 조작감은 기존의 레버와 버튼으로는 맛보기 힘든 것이기도 하지만 게임 조작기의 한계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있기도 하다.
▲ 비트매니아, EZ 2 DJ, 드럼매니아, 기타프릭스. 잘할 때까지 코인러쉬가 필요하다
PC 부문
PC게임 파트에서 하드웨어적 인터페이스 혁명을 꼽으라면 단연 첫손에 ‘마우스’의 도입이 꼽힐 것이다. 1968년 제록스 사의 더글러스 엥겔바트가 발명한 이래 미국의 애플 컴퓨터사가 매킨토시의 표준 입력장치로 채택한 후 기능을 향상시켜가며 컴퓨터 하드웨어의 하나로 널리 사용되었다. 클릭, 드래그, 더블클릭 등의 동작이 사용되면서 가히 게임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게 되었다.

▲ '세계최초 마우스' 이걸로 게임은 할 수 없겠다
이 것은 마치 맨땅에 헤딩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도구를 쓰는 인간인 호모 하빌리스로의 진화와도 같은 일이었다. 마우스를 손에 쥔 인간은 그 뒤로 어마어마한 양의 응용게임을 만들어 내며 호모 사피엔스(머리를 쓰는 인간)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스타크래프트’에서의 현란한 컨트롤, FPS게임에서의 순간적인 헤드샷, 온라인 게임에서의 광렙 노가다. 이 모든 것들이 마우스가 없었다면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마우스는 키보드의 4방향 진행에만 국한되던 컨트롤러의 한계를 보완하며 보다 사실적이며 정교한 움직임과 쾌적한 게임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받을 만 하다.

▲ 마우스 없이 게임을 한다는 건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인터넷
인터넷의 도입은 게임 뿐 아니라 역사의 커다란 혁명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이 도입됨으로 인해 엔딩이 있는 패키지게임에서 네버엔딩 온라인게임 시대가 열렸으며 멍청한 CPU와의 대전에서 살아있는 인간과의 실시간 대전이 가능해졌다. 바야흐로 무한한 세상이 열린 셈이며 불교식 표현을 빌자면 할, 푼, 리, 모의 세상에서 아승기, 불가사의, 무량대수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즉 게임 산업에 큰 기반이 잡힌 것인데 이를 산업에 비유하자면 공장으로 통하는 왕복 16차선 도로를 깔아 준 것과도 같다. 이 왕복 16차선 도로를 통해서 공장이 공단으로 성장했으며 수 많은 업체가 빌딩을 산 반면 많은 업체가 GG를 선언, 사람들을 아연실색케했으며 알게 모르게 산업재해도 많이 났다.

▲ '넥슨' 온라인 게임 사업으로 빌딩 산 넥슨
인터넷으로 인해 온라인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게임의 패러다임 자체가 크게 달라졌으며 PC방을 필두로 한 새로운 산업이 부가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내었다. 그러나 팀킬과 현피, 폐인 양성, 아이템 현금거래로 인한 윤리도덕적 문제와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패키지 시장의 초토화 등의 이면은 인터넷이 가져온 게임 상의 어두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팀킬 후 강제종료는 당연한 수순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게임사에 남을 인터페이스 혁명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공감할 만한 내용인만큼 독자들도 공감하셨으리라 본다. 다음에도 재밌는 기사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이만 여기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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