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1년 천하를 단숨에 휩쓸며 장안의 꼬꼬마들은 물론이고 한다하는 양아치 형아들 까지 모조리 오락실로 불러들이는 게임이 있었다. 그 이름하여 ‘스트리트 파이터2’!!
전국에 ‘아도겐’과 ‘오류겐’, ‘아따따뽀겐’이라는 이른바 ‘3겐 천국 라뎃꾸 지옥’이라는 복음을 전파하며 무주공산이던 게임센터의 주인자리에 단숨에 무혈입성 하고야 말았다던 바로 그 게임. ‘슈퍼패미컴’에게 통합 챔피언 벨트를 안겼다는 바로 그 게임. 지금도 게임센터를 돌아다니다보면 한 대씩 남아있다는 전설의 게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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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종차별의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던 그때 그 화면
앞서 밝혔듯이 이 ‘스트리트파이터 2’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광풍을 일으키며 단독으로 이 게임팩을 출시한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을 게임기의 ‘왕중의 왕’ 권좌에 앉혀줬다. ‘슈퍼패미컴’ 유저들은 환호하였지만 그 영광된 복음을 전해들을 수 없었던 이교도들(타게임기 소유자들)은 땅을 치며 이제나 저제나 구원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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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라 이 저렴한 그래픽! 빈부의 차는 그래픽의 차로 드러났다
그러던 어느 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요원의 불길처럼 퍼진 구원의 게임팩이 있었다. 그 존성대명(尊姓大名)은 차마 입에 담기도 거룩하다던 ‘마스터 파이터’였다. 이 게임은 당시 도탄에 빠진 나머지 ‘슈퍼패미컴’으로 개종하려고 하던 ‘패미컴’ 유저들에겐 가뭄에 단비였으나 “땅끝까지 ‘스트리트파이터2’의 재미를 알게 하라!”는 ‘슈퍼패미컴’의 영광된 복음을 전하려는 닌텐도와 캡콤에게는 예기치 않은 아프간피랍 사태 같은 일이었다. 당시 오락실에서 즐기던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재미를 패미컴에서도 즐길 수 있단 점은 분명 다행이었으나 뭔가 석연치않은 점은 존재했다. 제목부터 뭔가 다른 분위기를 물씬 풍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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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일 최강의 기술인 소닉붐(라뎃꾸) 역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다. 이 게임은 정식으로 캡콤에서 라이센스을 내준 작품이 아니라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어둠의 세력들이 일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해적판으로 내놓은 게임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게임을 단순히 불법복제 짝퉁게임이라고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구약(패미컴)만을 철썩 같이 믿고 그를 따랐으나 어느날 갑자기 신약(슈퍼패미컴)으로의 개종을 강요하는 시대의 흐름 앞에 당당히 나의 종교를 지키고 싶다는 민중의 열망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라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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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캐릭터의 엔딩은 류의 엔딩을 돌려쓰는 검소함까지. 과연 ‘아나바다 운동’의 아버지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아쉽게도 이 위대한 구원자에게도 단점은 있었으니 캐릭터가 단 4명만 골라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패미컴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즐길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모든 단점이 커버되기도 했다. 해적판이지만 본래의 기술들을 거의 모두 구현하였으며 엔딩까지 존재하였으니 이는 짝퉁게임의 알파요, 오메가라 하겠다. 이 ‘마스터 파이터’의 인기는 마리오가 장기에프의 기술을 쓰는 ‘마리오 파이터’라는 이름의 또 다른 짝퉁게임도 나오게 했으나 그 게임의 완성도(라 쓰고 참상이라 전한다)는 이 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의 손가락을 마디마디 부러뜨리고 싶을 만큼 실로 목불인견이었다고 당시의 생존자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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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오파이터’ 56인 캐릭터를 자랑했지만 나온 놈 또 나오는 패턴
‘마리오 파이터’에 놀란 시신경을 맛사지 하기도 전에 이런 게임을 또 다시 소개시켜 드리게 되어 참으로 송구스럽기 이를 데 없지만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희대의 짝통게임을 소개해드리는 필자를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바로 ‘소마리’되겠다. ‘소마리’란 무엇인가? 소 한마리 두 마리의 줄임말? 물론 그건 아니다. 소말리아의 줄임말? 또한 아니다. 정답은 바로 소닉+마리오의 줄임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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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마리,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대대로 닌텐도와 세가는 콘솔업계의 라이벌이었으며 업계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항상 자웅을 겨루던 업체들이었다. 마치 호빵맨과 세균맨처럼 그들에게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따라서 닌텐도 계열의 게임기에서는 세가의 소닉을 플레이할 수 없었으며 세가 계열의 게임기에서는 마리오를 즐길 수 없었다. 이 깊은 내막을 알리 없는 어린 게이머들은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저 이제나 저제나 소닉을 플레이 할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패미컴’에서도 소닉을 즐길 수 있다는 낭보가 도달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소마리’였던 것이다.
게이머들은 마리오가 소닉처럼 하이스피드 스타일리시 액션(이라고 쓰고 안쓰러운 질주라고 읽는다.)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열광했다. 마리오가 360도 회전루프를 타는 모습과 스핀대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열광한 이도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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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0루프, 링은 한번에 3개씩만 먹어진다
뿐만 아니라 소닉의 데뷔작 ‘소닉 더 헤지혹’의 본래 7개 스테이지 컨셉을 유감없이 재현한 게임성은 짝통게임 제작에도 프로페셔널이 있다는 것을 업계에 각인시켰으며 ‘마리오 파이터’같은 조악한 게임들에게 “허허 이 친구들 아마추어로구만.”이라는 비아냥을 날릴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이 프로들의 솜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욱 빛났다. 원작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이것은 짝통 게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 두듯 다운그레이드 한 그래픽은 여러 사람의 눈을 아프게 했다.
게다가 알 수 없는 난이도 조절과 잊을만 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버그들로 하여금 게이머들에게 역시 짝통은 오리지널의 아우라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연히 알게 하였고 웬만하면 ‘오리지널로 즐기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시 실로 예의염치와 공맹의 도를 아는 제작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마치 컨닝을 할 때 보여주는 친구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한 두 문제 다르게 베끼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패미컴 유저들을 궁휼히 여겨 소닉을 플레이 할 수 있게 한 것은 인(仁)이요,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불인인지심)으로 패미컴에 소닉을 등장시키지 않고 마리오를 주인공으로 택한 것은 의(義)요, 본작에 비하여 현격한 다운그레이드로 원작에 대한 그리움을 크게 한 것은 예(禮)요, 단 한번에 그치고 후속편을 내지 않은 것은 지(知)라고 이를만하다. 이처럼 인의예지(仁義禮智) 사단(四端)을 갖춘 게임을 어디 찾기 쉽던가?
필자는 이 아름다운 유교적 관습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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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의와 염치가 살아 숨쉬는 세상을 찾기 위한 소마리의 모험!!
짝퉁게임의 흐름이 여기서 멈췄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마는 짝퉁게임의 도도한 흐름은 그치질 않았으니 메가드라이브용 ‘버추어파이터’, 패밀리용 ‘철권’, 메가드라이브용 ‘버파VS철권’ 등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재밌을 것 같은 이 중에서도 군계일학을 뽑아 보라고 하면 단연 메가드라이브용 ‘버파VS철권’이 손꼽힌다.
‘버추어파이터 VS 철권’은 사실 모두가 꿈꾸는 드림매치다. '캡콤 VS SNK', '마블 VS 캡콤’이나 ‘킹오브파이터’같은 매치도 대단했지만 사실 그 중량감이란 ‘버추어파이터 VS 철권’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어디서도 정식 출시된 바 없지만 대만의 기술력은 이 드림매치업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성사시켰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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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추어파이터 VS 철권, 당시로서는 간지폭풍 시작화면이 아닐 수 없다. 대만의 기술력에 박수를!
이 게임은 마치 오늘날 우리가 아밀리아넨코 효도르 VS 미르코 크로캅의 재경기를 고대하듯 앞으로 나와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게임이다. 게임센터를 양분하던 격투게임의 양대산맥이기 때문에 그 무게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캐릭터 선택화면부터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느낌은 역시 복제의 명가 대만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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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선택화면, 역시 불법복제의 명가란 타이틀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꿈에도 그리던 드림매치를 시작하려는 게이머들은 시작과 동시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조작감이 지나치게 저렴해서 기술이 잘 안나간다는 것이다. 어쩌다 기술이 잘 나간다고 해도 그냥 발차기보다 데미지가 적다는 황당한 설정은 기술을 완전봉인하고 발차기만 하게 만드는 기묘한 격투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즉 캐릭터만 모여있지 사실 격투게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게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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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차기만 해도 퍼펙트가 가능하다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라며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한 구절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상황에서 필자는 이 게임을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이라 말하며 엄벌에 처하려는 순간 찰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불교에서 자주 회자되는 화두(話頭)인 “이 뭐꼬?”였던 것이다. 그렇다. 이 게임의 밑바닥에는 불교의 진리가 깔려있던 것이었다.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문(法文)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를 떠올리게 하며 게이머로 하여금 “버추어파이터는 버추어파이터요, 철권은 철권이다.”라는 깨우침이자 니르바나(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하려는 크신 가르침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가르침으로는 “버파는 세가에게 돌리고 철권은 남코에게 돌리라.” 정도가 있겠다. 역시 결론은 버킹검이 아닌 비틀즈의 ‘Let it be’라는 교훈.
이러한 사실을 알고 보니 게임장면 하나하나가 인상 깊다. 상대에게 잔혹한 기술을 시전했을 때 데미지가 크지 않고 그냥 발차기의 데미지가 더 큰 이유는 상대에게 고통을 입히지 아니하고 부드럽게 끝내고 싶은 부처님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함이 녹아있는 것이었다. 링아웃이 없는 무한필드 역시 불교의 무한한 시간의 개념인 무량겁(無量劫)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무지몽매하여 대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순한 짝통게임이라고 치부해버린 필자의 편협한 시각을 깊이 반성하며 사죄의 108배를 올렸다. 아아! TV화면 가득히 넘치는 자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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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은 이 장면 하나로 끝난다. 그 이후는 게이머의 상상의 나래를 펴라는 자비로운 엔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오묘하고도 깊은 짝퉁게임의 세계에 살짝 발만 담가보았다. 지구상에 무수한 불법복제 게임 중에서 나름 주옥같은 작품만을 소개해드렸고 또 그것들이 나름 ‘할만하다’라는 사실도 알려드렸지만 분명한 것은 불법복제는 위법행위이고 잘못된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복제게임들은 정품의 재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은 진리나 다름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게임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정품을 이용할 때가 아닌가 한다. 복제 게임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알려드릴 것을 기약하며 이만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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