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개발사스토리]② 한국 게임계의 RPG 연금술사 `소프트맥스`

/ 2

◎ 개발사스토리

① 돌아보는 손노리 15년, 그 질곡의 역사
② 한국 게임계 RPG 연금술사, 소프트맥스

때는 1993년, 이 시기는 ‘게임이 곧 RPG요, RPG가 곧 게임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RPG가 국내 게임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RPG가 일본 개발사의 작품이었고, 당연히 한글 RPG는 전무한 시기였다. 이 암흑의 시기에 한국 RPG계의 거목으로 성장하는 개발사가 등장한다. 바로 ‘창세기전’ 시리즈를 개발한 '소프트맥스'다.

소프트맥스는 현재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SD 건담 캡슐 파이터’를 개발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안착했다. 뿐만 아니라, 콘솔용 게임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 2’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차세대 게임기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손노리와 쌍벽을 이루는 1세대 개발사 소프트 맥스. 오늘은 흔히 우리가 ‘소맥’이라고 부르는 이 개발사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면서 앞으로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알아보자(게이머들은 흔히 소프트 맥스를 '소맥'이라고 부르지만 본인들은 이 명칭에 거부감을 가지고있다. 그 이유는 '소맥'이 '소주+맥주' 폭탄주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 김학규 씨는 본래 소프트맥스 출신이다

1993년 탄생한 소프트 맥스는 ‘리크니스’란 게임으로 게임계에 데뷔한다. 당시 최연규 개발실장을 비롯한 소프트 맥스 주요 맴버들은 하이텔 게임기 동호회를 통해 만났다. 이들은 ‘아트크래프트’란 팀을 만든다. 그리고 현재 IMC게임즈 대표인 김학규 씨를 비롯한 여러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뛰어든다. 이렇게 해서 소프트 맥스의 첫 작품인 ‘리크니스’가 개발됐다.

lychnis-000.jpg

lychnis-001.jpg

▲ 소프트맥스의 첫 작품 '리크니스'. 강제 횡스크롤 게임이였기 때문에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아트크래프트는 지하 단칸방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고 불철주야 게임만을 바라보면서 개발에 임했다. ‘리크니스’ 개발 직후, 아트크래프트는 조영기 씨를 주축으로 한 현 소프트 맥스 개발자와 김학규 씨를 중심으로 한 당시 그라비티 개발자들로 나뉘어진다. 조영기 씨와 최연규 씨 등은 지금의 소프트맥스로 자리를 옮긴다.

1995년 12월 소프트맥스는 한국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을만한 대작을 개발한다. 그것이 바로 ‘창세기전’이다. ‘창세기전’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한국 최초의 SRPG(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라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소프트맥스가 개발하게 될 게임들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소프트맥스는 특유의 감성적인 스토리와 개성있는 캐릭터를 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

genesis1-000.jpg

genesis2-001.jpg

▲ 소프트맥스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창세기전'. '창세기전' 시리즈의 신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 창세기전 신화의 시작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1’편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 해인 1996년 ‘창세기전 2’를 내놓는다. 이 역시 큰 성공을 거두고 당당히 메이저 개발사의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편의 시스템에 내용만 조금 추가시킨 수준이라 게이머들에게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창세기전2’이 후 소프트맥스는 차기작으로 RPG가 아닌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을 시도했다. 바로 수중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판타랏사’를 개발한 것이다. ‘판타랏사’는 전략시뮬레이션에 RPG요소를 가미시켜 색다를 맛을 표현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부터 매년 12월에 게임을 발매하는 소프트맥스만의 독특한 전통이 생겼다는 것이다.

genesis2-002.jpg

genesis2-004.jpg

▲ '창세기전' 신화의 밑바탕이 됐던 '창세기전 2'. '흑태자'와 '이올린'의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는 많은 게이머들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panta-001.jpg

panta-000.jpg

▲ 전략시뮬레이션에 RPG의 요소를 가미시킨 '판타랏사'. 수작으로 평가받지만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한다

소프트맥스는 1998년 12월 최고의 히트작인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이하 서풍의 광시곡)’을 내놓는다. ‘서풍의 광시곡’은 SRPG였던 전작과 달리 전통 일본식 RPG를 표방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알렉산더 뒤마의 장편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개발됐으며, 당시 국산 게임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서풍의 광시곡’은 ‘창세기전1’과 ‘창세기전2’의 주요 인물이었던 ‘이올린’이 직접 게임에 등장하는가 하면, ‘흑태자’의 필살기 ‘아수라파천무’를 주인공 '시라노'가 이어받는 등 전작과의 연결고리를 충실하게 구축해 기존 팬들을 흡수했다. 또 등장인물간의 사랑과 복수,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관계를 그려 그래픽뿐만 아니라 스토리에 있어서도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때부터 '창세기전' 시리즈 특유의 비극적인 비장미가 유저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zehi-001.jpg

zehi-004.jpg

▲ 알렉산더 뒤마의 장편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작으로 개발된 '서풍의 광시곡'. '창세기전' 신화의 전주곡을 울린 작품이다

이 게임은 판매율뿐만 아니라 ‘98년 소프트 엑스포 상품상’, ‘소프트웨어 상품대상’, 심지어 일본 수출까지 되는 등 소프트맥스에 부와 영광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물론 이후에도 소맥은 ‘창세기전 외전:템페스트’, ‘창세기전 3’등 매해 겨울마다 히트작들을 쏟아냈다.

특히 ‘창세기전 3’에서는 게임을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을 선보인다. 주인공 역시 세 명으로 나눠지는데 게이머는 시반슈미터의 ‘살라딘’, 크림슨 크루세이더의 ‘버몬트’, 아포칼립스의 ‘크리스티앙’을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하게 된다. 세 개의 에피소드는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는 전쟁과 사랑, 형제간의 대립과 복수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창세기전 3’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genesis3-004.jpg

genesis3-005.jpg

genesis3-000.jpg

genesis3-001.jpg

▲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3’에서 작품에서 그들 특유의 치밀한 스토링텔링 능력과 캐릭터 창조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소프트맥스

2000년은 창세기전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그 이유는 바로 모든 ‘창세기전’시리즈가 집대성된 ‘창세기전 3:파트2(이하 파트2)’가 발매됐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창세기전’이라는 한국 최대 블록버스터 RPG의 완결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게이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파트2’는 ‘창세기전 3’의 단점을 보완하는 한편, 2편의 TP(전략 포인트) 시스템과 링커맨드를 부활시켜 ‘창세기전’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3’와 ‘파트2’에서 뛰어난 게임 스토리와 더불어 ‘살라딘’, ‘세라자드’, ‘베라모드’ 등 개성있는 캐릭터를 선보여 많은 팬층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시나리오상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진실이 실타레처럼 하나하나 풀어지고, 동시에 진행되는 줄 알았던 2개의 에피소드가 사실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다는 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많은 게이머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genesis4-003.jpg

genesis4-002.jpg

genesis4-007.jpg

genesis3-007.jpg

▲ 많은 게이머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창세기전3:파트2'. 이 작품에서 그 동안 출시됐던 '창세기전' 시리즈의 모든 비밀이 풀리게 된다. '파트2'를 끝으로 창세기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필자는 엔딩부분에서 조금 울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빅 히트로 게임업계에서는 드물게 코스닥에 입성하게 된다. 한마디로 부와 명성을 모두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소프트맥스가 코스닥 입성과 함께 개발사 본연의 아마추어 정신을 망각하고 돈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2001년을 기점으로 소프트 맥스는 과거의 영세 개발사가 아닌 떳떳한 기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 버그나 깔았다? 웅덤이에 빠진 소프트맥스

2001년 12월 소프트맥스는 회심의 작품을 선보인다. 바로 3D RPG ‘마그나 카르타’다. 당시 한국 PC 패키지 시장은 절벽 끝까지 몰려 있었다. 때문에 ‘마그나 카르타’는 쓰러져가는 PC 패키지 시장을 일으킬 마지막 기대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물론 그에 따른 개발과 마케팅 비용도 엄청나게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타이틀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각종 버그와 엉성한 시스템 등, 수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게다가 일부 PC에서는 게임이 진행조차 안되는 치명적인 버그와 게임내용이 매뉴얼의 내용과 달라 급기야 리콜사태까지 일어나는 등 ‘마그나 카르타’는 현재까지도 소프트 맥스 최악의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죽하면 ‘버그나 깔았다’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까지 붙여졌겠는가.

magna-005.jpg

magna-004.jpg

▲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뒤를 이을 RPG '마그나 카르타'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 게임은 치명적인 버그와 엉성한 시스템 등, 수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 '버그나 깔았나'라는 오명까지 얻게된다

코스닥 업체인 소프트맥스가 실적을 내기 위해 완성되지도 않은 게임을 급하게 내놓았다는 일부 추측으로 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리하여 소프트 맥스는 ‘마그나 카르타’를 마지막으로 PC 패키지 게임개발을 중단했다.

‘마그나 카르타’ 실패 후, 소프트맥스는 다가올 온라인 게임 시대를 대비해 ‘테일즈위버’를 개발한다. 하지만 패키지 게임 시절의 영광이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에는 소프트맥스가 만드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창세기전' 시리즈의 후광덕분이었다. 아기자기한 겉모양과는 달리 시스템이 복잡해 라이트 유저가 주를 이루는 당시 온라인 게임시장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 그렇게 ‘테일즈위버’는 소맥의 명성과는 달리 그저 그런 성적을 보이며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tale-0001.jpg

tale-0000.jpg

▲ ‘마그나 카르타’ 실패 후, 소프트맥스는 다가올 온라인 게임 시대를 대비해 ‘테일즈위버’를 개발한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겉모양과는 달리 시스템이 복잡해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 소프트맥스, 일본 콘솔 RPG계에 깃발을 꼽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프트맥스는 비디오 게임기로 눈을 돌려 2004년 12월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이하 진홍의 성흔)’을 발표한다. ‘진홍은 성흔’은 한국 최초의 PS2용 RPG로 독특한 커맨드 입력방식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호평을 받는다. 특히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소프트맥스 특유의 감성중심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캐릭터 창조능력을 백분발휘해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는데 일본에서만 18만장 판매라는 기록을 새운다. 그렇게 바야흐로 소프트 맥스는 다시 한 번 재기의 시기를 맞이한다.

cru-002.jpg

cru-001.jpg

cru-000.jpg

cru-003.jpg

▲ 소프트맥스는 한국 최초의 PS2 RPG '마그나 카르타: 진홍의 성흔'을 개발한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만 18만장이 팔리는 대박을 터트린다. 그리고 '진홍의 성흔'을 통해 소프트맥스는 비디오 게임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같은 1세대 개발사인 손노리와 극명하게 갈린다. 손노리 역시 비디오 게임기로의 진출을 꿈꾸면서 '소울리스'를 개발하지만, 내부사정에 의해 좌절되고 만다. 이 시점에서 손노리는 울며겨자먹기로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게 된다. 하지만 소프트맥스는 '진홍의 성흔'을 통해 비디오 게임계에 화려하게 데뷔하면서 차세대 게임기용 소프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2007년 현재 소프트맥스는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한 날개짓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반다이남코와 합작 개발한 ‘SD 건담 캡슐 파이터’는 오픈베타 테스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 XBOX360용 RPG ‘진홍의 성흔 2’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차세대 게임기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SD건담 캡슐 파이터'는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소프트맥스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소설을 바탕으로 '서풍의 광시곡'이란 멋진 게임을 개발했다. 이번에도 가장 일본적인 캐릭터인 건담에 한국인의 감성을 담아 'SD건담 캡슐 파이터'를 만들어냈다.

gundam-000.jpg

gundam-001.jpg

▲ 오픈베타 테스트가 시작되자마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SD건담 캡슐 파이터'. 소프트맥스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 온라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와 ‘마그나카르타’ 시리즈를 통해 명실상부한 한국 RPG계에 거목이 됐다. 그들이 지금과 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프트맥스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백분발휘해 게임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손노리가 재미와 웃음을 위한 ‘퍼니RPG’를 만들었다면, 그들은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모션RPG’를 만들었다. 그래서 한국 게이머들은 '창세기전' 시리즈를 잊지 못한다. 이 사실은 ‘창세기전’ 시리즈와 ‘마그나카르타’ 시리즈의 철학적인 스토리,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감정표현, 여운을 남기는 엔딩 등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genesis3-002.jpg

▲ 손노리가 재미와 웃음을 위한 ‘퍼니RPG’를 만들었다면, 소프트맥스는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모션RPG’를 만들었다

소프트맥스는 한국인 특유의 '한'의 문화를 게임으로 승화시켰다. 과연 그들이 ‘마그나카르타 2’에서 과거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그들 특유의 작품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 관련 컨텐츠

▶ RPG계의 신화, 창세기전의 모든 것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