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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기획] 야구게임 3종, 실제선수 데이터 어떻게 반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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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기록(記錄)의 게임이다. 타자의 타율, 투수의 방어율, 야수의 에러율.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모두 수치화 되어 그 선수를 말하는 잣대가 된다. 이 세상 존재하는 어느 프로 스포츠가 ‘기록’이라는 숫자놀음에서 자유로우랴 만은, 그 중에서 야구는 유독 수치와 기록에 집착하는 스포츠다.

야구의 기록싸움은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이라는 야구 본연의 성질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4할을 넘는 타율을 가진 타자라도 특정선수의 특정 공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선수를 유연하게 배치해야 하는 것이 야구 감독의 임무다. 이때 감독은 그동안 쌓여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야구 선수는 유기물로 이루어진 인간인 동시에 숫자로 이루어진 데이터라는 말은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 KBO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프로선수들의 기록

‘신야구’, ‘마구마구’에 이어 ‘슬러거’가 최근 오픈됨으로서 온라인 게임에도 비로소 야구게임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될 씨앗이 뿌려졌다. 이들 세 게임은 모두 실존 선수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아날로그’ 현실에서도 데이터를 중시했던 야구게임이 ‘데이터’뿐인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게임메카가 세 게임을 비교해봤다. 본문에서는 세 게임의 우열이 아닌 각각의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현실의 데이터를 살리려 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야수 파워편 - 일렬로 세운 뒤 대표 선수 기준으로 능력치 깎어

세 게임에서 야수들의 능력치는 기본적으로 파워, 정확도, 스피드(주력), 수비, 송구 등으로 나눠져 적용된다. 타자를 기용할 때 가장 첫 번째 기준이 되는 파워는 보통 홈런과 장타율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이 때 참고하는 기본수치는 세 게임 모두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데이터다.   

‘슬러거’와 ‘신야구’는 일단 전체 선수들의 등급을 나누어 분류한 후 세부 데이터를 적용한다. ‘슬러거’는 1등급부터 7등급까지, ‘신야구’는 S급에서 C급까지 다섯 등급으로 전체 선수를 일렬로 세운다. 보통 한대화, 김성한, 장효조, 이만수 같은 전설급 선수들이 이 단계에서 가장 윗 부분을 차지한다. 김동주, 심정수, 이대호 등 유명 현역 선수들은 이들 바로 밑에 위치한다.

분류가 완료되면 가장 대표적인 선수를 기준으로 수치를 집어넣고 시물레이션을 한다. 예를 들어 이만수의 파워를 50으로 설정했을 때 평균적으로 홈런이 몇 개가 나오는 지를 측정해 실제 데이터에 최대한 가깝게 파워수치를 정한다. 대표 선수의 파워가 정해지면 그것을 기준으로 다음 선수의 파워를 깎는다. 쉽게 말해 최대치의 파워를 설정한 후 거기서 조금씩 파워를 줄이는 방식으로 개별 선수들의 파워 레벨을 맞추는 것이다.

‘마구마구’는 ‘신야구’와 ‘슬러거’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파워 게이지를 설정한다. 각 선수의 성적을 연도별 카드로 제공하기 때문에 종합치가 아닌 해당년의 데이터를 그대로 삽입한다. 같은 이승엽이라도 99년도의 이승엽와 02년도의 이승엽은 다른 파워 게이지를 가지고 있다.

또 ‘신야구’와 ‘슬러거’가 선수를 미리 분류한 뒤 순서에 따라 데이터를 매긴다면, ‘마구마구’는 이미 정해진 데이터에 의해 선수의 등급이 매겨진다. 엘리트, 레어, 스페샬, 노말 등의 등급으로 나눠지는 마구마구의 카드 등급은 이미 매겨진 수치에 의해 나눠지는 것이다.

▲ 전설적인 거포들 왼쪽부터 이만수-김성한-이승엽

이승엽은 현역이지만 레전드 급 선수로 분류된다

야수 정확도 편 - 방망이를 크게 혹은 공을 크게

타율은 타석에 비례해 안타를 얼마나 만들어냈냐에 따라 정해진다. 홈런 타자가 팀의 척추라면 교타자는 갈비뼈다. ‘슬러거’와 ‘신야구’의 타자 정확도는 기본적으로 파워를 정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정확도는 개별 선수의 타율을 참고해 작성되는데 파워와 달리 게임 안에서 눈에 보이는 장치가 있다.

게임에서 수치상 정확도를 아무리 높여줘도, 플레이어가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수치를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가 ‘이 선수가 정확도가 높다’고 느낄 수 있는 장치를 따로 마련해 줘야 한다.

때문에 ‘신야구’에서는 정확도가 높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경우 공이 커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공이 수박만하게 보였어요”라는 홈런 타자들의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신야구’가 공이 커지는 효과로 정확도를 표현했다면 ‘슬러거’는 방망이가 커지는 효과로 정확도의 느낌을 전달한다. 정확도가 높은 선수 일수록 방망이가 커져 타격 포인트를 대충 맞추더라도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신야구’에는 정확도가 높을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돼 (육안으로 보기에) 볼인 공을 치더라도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마구마구’에서의 기본 정확도는 역시 해당년도의 타율에 따라 결정된다. 아마채널 이상에서는 유저가 체감할 수 있도록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힛(Hit) 포인트’가 커진다.          

▲ 공이 커지거나 (신야구)

▲ 방망이가 커지거나 (슬러거)

 

야수 수비능력 편 - 수치 정하기 곤란, 종합 데이터로 산출  

수비 능력은 수치화 하기에 매우 곤란한 영역 중 하나이다. 보통 수비에 대한 능력치를 정할 때 에러율을 참고로 하지만 포지션에 따라 에러율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유격수의 대표격인 이종범이나 박진만이 보통의 외야수보다 에러율이 높다는 것은 수비 능력치가 얼마나 수치화하기 힘든 부분인지 잘 말해준다.

따라서 각 개발사들은 에러율을 기본으로 수치로 검증된 주력(도루 성공률+도루시도+주루센스 종합)과 각 포지션 별 가중치를 두어 수비 능력치를 정한다.

‘신야구’는 제 수비위치가 아닌 곳에 선수가 배치되면 주력을 깎는 방식으로 포지션에 대한 수비 가중치를 둔다. 유격수가 외야수를 보면 실제 주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마구마구’에서는 제 수비위치가 아닐 경우 에러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송구능력도 수비능력 안에 들어간다. 송구 능력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 외야수 포지션의 선수라면 일정 수준의 이상의 송구 능력을 부여해 준다. 다만 ‘슬러거’에는 중계 플레이 개념과 송구 파워게이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선수의 송구 범위가 달라진다.

‘신야구’와 ‘마구마구’는 강견(강한 어깨)을 가진 선수들에 대해 보너스를 준다. 심재학, 조인성, 심정수 등 강한 어깨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난 선수들은 수비능력에 있어 가중치를 받는다.

                                                   

 

▲ 기억하는가? WBC에서 이진영이 보여준 홈송구를

투수 구질종류 편 - 기본 구질을 바탕으로 특수구질 추가

야수가 최소 5가지 이상의 능력치가 종합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투수는 구질 종류와 각 구질에 대한 능력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구질의 종류는 여러가지지만 실제 선수들이 모든 구질을 다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 선수의 개성을 살린 구질을 지정해줘야 선수의 특징을 물려받은 캐릭터가 나오게 된다.          

실제 경기에서 투수가 던지는 구질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한국 선구들이 직구, 커브, 슬라이더 위주의 구질을 주로 사용한다. 때문에 세 게임에서도 기본적으로 이 세가지 구질을 중심으로 체인지 업, 투심, 포심, 스크류 볼 등 특수한 구질을 붙여나간다. 유명 선수의 경우 알려진 주무기를 부각시켜 구질을 심을 수 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의 경우는 특정 구질을 지정해주기가 어렵다.

투수는 타자에 비해 등장하는 횟수가 적기 때문에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데이터의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 심지어 KBO에 등록은 되어있으나 등판을 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따라서 무명선수의 경우 팀 발란스를 고려해 임의로 적절한 구질을 붙여준다. 이는 세 게임 모두 동일하게 실시하고 있다.

‘마구마구’에는 ‘신야구’, ‘슬러거’와 달리 마구(魔球)의 개념이 있어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구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구질 능력치 편에서 알아보자.  

 

▲ (위) 무등산 폭격기 선동렬, (아래) 마구마구에 구현된 선동렬

투수 구질 능력치 편 - 유명 선수 기준으로 다른 선수 능력치 깎아

전성기 시절 선동렬이 던진 슬라이더는 아직까지도 그 위력을 따라잡은 선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선동렬=명품 슬라이더’라는 이미지처럼 각 선수들에게도 저마다 특화된 구질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비능력과 마찬가지로 구질에 대한 능력치를 수치로 지정해준다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때는 파워와 마찬가지로 선동렬, 구대성 등 일부 유명 선수들의 특화된 구질 능력치를 기준으로 다른 선수의 능력치를 깎는 방식으로 수치를 집어넣게 된다. 단 구질의 능력치는 피 안타율(안타를 맞을 확률)보다는 꺾이는 각도(변화구), 빠르기(직구)처럼 눈에 보이는 요소를 중시한다. 이는 능력치가 좋은 구질을 던지더라도 플레이어에 따라 얼마든지 받아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마구마구’의 마구는 개별 선수의 구질 능력과 상관없이 일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마구 카드로 마구를 시전하면 투수가 누구든 똑같은 마구를 던질 수 있다. 마구카드는 마타카드와 서로 상성을 가져, 먹고 먹히거나 소멸된다. 다분히 게임적인 요소가 강조된 ‘마구마구’의 마구카드는 다른 두 게임에 비해 특징적이다.                                                                      

 

▲ '마구마구'에는 말 그대로  마구(魔球)가 있다

 

선수 육성 - 정통 육성, 인챈트 성장, 카드 수집

세 게임의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이 육성이다. ‘신야구’와 ‘슬러거’에는 선수육성의 개념이 들어있다. 육성의 여지를 남겨 놓아야 하기 때문에 ‘신야구’와 ‘슬러거’는 초기 선수들의 능력치가 낮다. 실제 선수의 야구인생을 종합한 데이터를 반영했지만, 육성 시스템 때문에 한번 더 머리를 써 캐릭터의 데이터를 잡아야 했던 게임이 ‘신야구’와 ‘슬러거’다.

‘슬러거’는 고교야구를 시작점으로 한 만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시점을 추측해 데이터를 적용했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세 게임 중 초기 능력치가 낮다. ‘슬러거’에선 장타를 얼마나 많이 치느냐에 따라 파워가, 안타를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에 따라 정확도가 높아지며 게임 수와 연습에 의해 구질의 종류가 많아지고 그 능력치도 발달하게 된다. 현실과 비슷한 매커니즘을 지닌 육성 시스템이다.

‘신야구’의 육성 시스템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완전히 바뀌었다. ‘신야구’는 원래 ‘슬러거’처럼 정통 육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코치를 통한 성장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각 개별선수마다 코치를 붙여 성장을 시키는데 임의로 주어지는 코치와의 궁합이 선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하자면 MMORPG의 무기 인챈트 시스템과 유사하다. ‘인챈트’에 실패하면 능력치가 오히려 떨어진다.  

 

▲ 코치와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마구마구’에는 성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수집에 의미를 두어 각 연도별 선수를 쓸 수 있는 선수카드를 제공한다. 신인 시절부터 전성기 그리고 퇴행기까지의 선수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수직 상승이 아닌 곡선의 성장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신야구’, ‘마구마구’, ‘슬러거’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의 스포츠’ 야구를 온라인에 재현해 냈다. 네오플, 애니파크, 와이즈 캣 등 각 게임의 개발사는 ‘정확한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정서상 일반 유저와 야구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결과치를 내놓는데 중점을 맞췄다.’고 입을 모았다.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는 이제 마련 되었다. 둥근 공이 만들어내는 ‘변수의 공’은 이제 게이머의 손에 쥐여져 있다.  

 

▲ 어떤 공을 던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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