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부터 18일까지 펼쳐졌던 동경게임쇼 2005가 숱한 화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번 TGS 2005는 당초 거대 게임사들의 잇단 불참선언으로 목표관람객이 15만명으로 낮게 책정되는 등(TGS 2004의 총 관람객은 16만명)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차세대기(Xbox 360, PS3)가 모두 공개된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결과적으로 총 관람객 수는 사상최대인 17만6056명으로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수적으로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 사흘간 TGS 2005에 직접 참가했던 필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그대로 전해 보겠다.
Xbox 360, 총공세에 나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고, 또 질적으로도 충실했던 부스는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라 할 수 있다. Xbox360을 상징하는 흰색과 녹색으로 눈에 확 띄는 부스를 입구 바로 앞에다 차려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MS부스는 매우 공격적인 자세가 돋보였다. 발매를 세 달여 앞둔 시점에서 Xbox 360의 실기와 가격, 마케팅 정책 공개에 더불어 무려 8개의 게임을 플레이 가능한 버전으로 선보였던 것. 게다가 플레이 가능한 버전으로 공개된 게임들이 ‘나인티나인 나이츠(이하 N3)’, ‘크롬 하운즈’, ‘카메오’, ‘니드 스피드 모스트 원티드’, ‘데드 라이징’ 등 굵직굵직한 타이틀들이어서 관람객의 주목을 얻어낼 수 있었다. 또 MS 부스 외 다른 부스에서도 '테스트 드라이브', '릿지 레이서 6' 등 주목작들이 플레이 가능한 버전으로 출품되기도 했다. 필자도 직접 줄을 서서 N3, 릿지 레이서 6 등을 플레이해 봤는데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고 Xbox보다 약간 작아진 듯한 패드의 그립감이 매우 좋아 게임을 하기에 아주 편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시연대 옆에 준비된 Xbox360의 체험장 역시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곳에서는 아리따운 부스걸들의 안내를 받아 풀 세팅(65인치 HD TV, 전용 레이싱 휠, 리모컨, 라이브 기능, 아이팟까지 달려있는!)된 Xbox360을 시연해볼 수 있었는데, 기계 자체적으로 한글을 기본 지원하는데다가 리모컨의 감도가 매우 좋아서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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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군대간 애인을 기다리는 듯 애틋한 부스걸의 표정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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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다정하게 플레이. 빌 아저씨, 감사합니다! |
또 오카모토 요시키 등 유명 개발자들이 모두 행사장 근처로 찾아와 매체들과 끊임없이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여러 컨퍼런스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MS 부스의 인상은 앞에서도 표현한 것처럼 매우 공격적이었다. 플레이 가능한 버전의 게임 출시가 이례적으로 많았던 데다가, 거대한 스크린에서 DOA 4 등 기대작들의 데모 영상을 끊임없이 내보내주고, 부스걸들은 오버(?)하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내만을 제공하는 등 매우 풍부하면서도 안정감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동영상이나 사진촬영에 굉장히 민감했던 소니에 비해서 MS는 마치 일부러 촬영을 권장하는 듯 상당히 개방적인 분위기였다. 한 마디로 세달 앞으로 다가온 발매일에 맞춰 이번 TGS 2005에서 총공세를 펼쳤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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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모토 외에도 수많은 유명 개발자들의 인터뷰가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카메오의 리드 디자이너인 조디 안드레아스 |
이런 MS의 노력은 관람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일반 관람객이든 언론 관계자든 Xbox 360의 게임 하나하나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2~3시간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 TGS 2005는 Xbox 360이 점령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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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의 철밥통(?)에서 탈피해 확실히 놀이기기라는 이미지를 강조한 Xbox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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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부스걸 언니들도 가장 예뻤다(무슨 상관이냐고 물으면… 음…) |
- 직접 플레이해본 Xbox 360 타이틀
나인티나인 나이츠: 진 삼국무쌍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차세대기로 발매되는 게임인 만큼 그래픽이나 적들의 인공지능은 비할 것이 아니지만, 엄청난 대군에 맞서는 설정이나 킬 숫자와 콤보를 따지는 시스템 등은 매우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반면 인공지능이 뛰어나서 아군과 공동작전을 펼친다던가 하는 재미는 최고! 현지의 반응도 매우 좋아서 Xbox 360 시연대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원이 줄을 서있었으며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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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인티나인 나이츠를 플레이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이 광경을 보니 필자도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
데드 라이징: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타이틀. 마치 삼국무쌍 시리즈처럼 수도 없이 몰려드는 좀비들을 쇠파이프, 일본도, 전기톱, 샷건 등을 이용해 베고 다지는 느낌이 굉장했다. 특히 주변의 음식들을 주워먹으면 체력이 찬다든가, 파라솔로 좀비들을 밀어내면서 달리는 등의 유쾌한(?) 요소들도 많아서 정통 B급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미리 말했지만 게임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이 약점이랄까?
에브리 파티: 오카모토 요시키가 내놓은 의외의(?) 캐주얼 보드게임 에브리 파티는 말 그대로 온 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타이틀. 보드게임을 즐기는 중간중간 단순하지만 흥미로운 미니게임들이 튀어나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의 템포를 살려주고 있다. 한 맵당 플레잉 타임이 약 40분 정도로 혼자서 플레이할 때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여럿이서 모여 떠들썩하게 웃고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게임. ‘역시 오카모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로 재미있는 구성이 매력적인 게임.
카메오: 엘리멘츠 오브 파워: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 기대작! 한 화면당 최고 4,000개의 유닛이 등장하는 웅장한 전투씬, 개성이 뚜렷한 엘리멘트들과 그것을 조합해 만들어내는 특수기술은 정말이지 흥분의 도가니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배경이 개연성을 가진다는 것. 가령 어떤 성에서 전투를 치르면서 실수로 벽을 부쉈다면, 그 다음 스테이지에서 성 아래로 내려가 플레이할 때 부숴진 벽이 멀리에서도 보인다. 게다가 그 아름다운 그래픽이란! 그래픽이든 몰입감이든 조작감이든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최고의 작품. 필자는 이 타이틀 하나 때문에 바로 Xbox 360의 구입을 마음먹을 정도였다.
소니, PS3를 내놓기엔 너무 일렀나?
반면 소니 부스는 PSP에만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발매중이거나 발매를 앞둔 PSP용 ‘위닝 일레븐 유비쿼터스’, ‘슈퍼로봇대전 MX 포터블’, ‘파워풀 프로야구 포터블’ 등은 플레이 가능한 버전을 공개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으며 또 PS2 관련 소프트도 ‘완다와 거상’, ‘파이널 판타지 켈베로스의 만가’ 등을 내놓으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PS3에 관련해서는 단지 게임기의 외형만을 공개했을 뿐, 기능을 느껴볼 수 있는 어떠한 구성도 없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물론 코나미 부스나 소니 씨어터 등에서 PS3용 타이틀들의 동영상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미 E3에서 공개된 동영상을 재편집해 내놓은 것이 많아 신선한 느낌은 적었다. 게다가 언론의 취재나 촬영을 극히 꺼리는 분위기로 일관해 해외 매체들에서도 불평이 터져나올 정도였으며(필자가 만나본 한 해외 유명웹진의 기자는 ‘도대체 저럴 거면 왜 나왔냐’며 분통을 터뜨릴 정도), 시연대에서도 워낙 빡빡한 태도를 보여 일반 관람객조차 피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프레스킷(언론에 공개할 자료를 간단히 정리해둔 것)조차 충분히 준비해놓지 않아서 늦게 간 기자들은 아무런 정보도 건지지 못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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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MGS 4와 MGS 3 서브시스턴스 등을 출품한 코나미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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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하자드 5, 데빌메이크라이 4 등을 선보인 캡콤의 부스가 위안거리 |
하지만 PS3도 타이틀의 네임밸류에 있어서 만큼은 Xbox 360에 절대 뒤지지 않는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 ‘MGS 4’를 필두로 ‘데빌 메이 크라이 4’, ‘어쌔신’, ‘바이오하자드 5’, ‘모터스톰’, ‘어둠 속의 나홀로’ 등의 타이틀, 특히 유명 게임들의 후속작들은 PS3의 미래를 밝게 예측할 수 있는 초 기대작들! 게다가 단지 TGS 2005에서의 모습이 실망스러웠을 뿐, 아직 PS3의 발매가 10여 개월 정도 남은 것을 감안해보면 어떤 판단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 이번 TGS 2005에서는 Xbox360에 압도당한 면이 없지 않지만, 내년 E3에서는 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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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도로 노출을 꺼렸던 소니 부스. 글쎄 부스걸들이 촬영 못 하게 막느라 바빠서 사진 한장 찍자는 요청도 무시하더라니까~ |
한국 온라인게임, 대만에 밀리다?
그라비티의 부스는 대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신작 레퀴엠과 더불어 라그나로크 2의 플레이 버전까지 공개한 라인업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으며, 여러가지 코스튬으로 꾸민 부스걸들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라비티는 주변에 대형 부스가 없다는 다소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연대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던 부스 중 하나였으며 게임에 대한 평도 좋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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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라비티의 부스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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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로 관람객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다 |
반면 그라비티 바로 옆에는 한국 게임들을 일본내에서 서비스하는 겅호 엔터테인먼트와 익사이트재팬의 부스가 있었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분위기가 썰렁했다. 물론 탄트라, 요구르팅, A3, 샷 온라인 등 다소 시기가 지난 게임들을 주로 전시했으며, 그나마 각종 이벤트 행사에서는 사람들이 좀 몰리긴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모두 감안해도 확실히 한국산 게임에 대한 관심은 아직 모자라 보였다.
이런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서울시에서 마련한 ‘하이 서울’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미리내엔터테인먼트, 모웰소프트 등이 공동으로 부스를 마련했는데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으기에는 너무 부족했다. 오히려 바로 옆에 부스를 차린 대만 공동관에서는 여러 신작들을 공개하면서 이목을 끌었으나, 하이서울 부스에서는 관람객의 숫자를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하긴 필자조차도 ‘블리츠1941’, ‘칸 온라인’이라는 라인업을 보는 순간 부스에 대한 관심이 싹 사라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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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한산했던 하이서울 부스(좌)와 대조적으로 붐볐던 타이완 부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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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그라비티를 제외하고 선전한 한국업체라면 ‘경마왕 온라인’을 선보인 로시오라고 할 수 있다. 워낙 경마팬층이 두꺼운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매리트였던 것. 특히 로시오는 현장에서 게임을 직접 시연하면서 마치 실제 경마처럼 베팅할 수 있게 이벤트를 꾸미고, 가장 과감한(?) 부스걸들로 여러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기도 했다.
총평. 수적으로는 성공적, 질적으로는 글쎄…
이번 TGS 2005는 한 마디로 ‘뭔가 빠졌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았다. 세계 1,2위의 게임사인 EA와 THQ가 부스를 차리지 않은데다가, 스퀘어에닉스 등도 소규모 부스로 주력작만을 가볍게 다루면서 볼거리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게다가 닌텐도도 없잖아!). 물론 Xbox 360이 엄청난 공세를 펼치면서 행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해나갔지만 소니의 맞장구가 없어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최근 일본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바일 게임들이 대거 출전했는데, 게임의 퀄리티보다는 그저 이름 알리기에 급급한 모습이어서 행사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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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업체들은 게임성으로 승부한다기보단 이름 알리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이었다 |
전체적으로 대작 게임의 제작소식은 많았지만 정확한 정보의 공개는 매우 적었다는 점이 이번 행사의 최대 약점이었다. 관람객들도 주요부스만 몇몇 돌아보고 2~3시간만에 급속히 빠져나가 폐막시간인 5시경에는 관람객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언론매체들은 첫날에만 열띤 경쟁을 벌였을 뿐 일반인의 출입이 허가된 둘째날부터는 아예 취재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
한편 TGS 2005가 막을 내린 지금, 2달여 앞으로 다가온 G-스타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걱정부터 앞선다. 무려 17만명이라는 관람객을 끌어 모으고도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를 받은 이번 TGS 2005가 G-스타 관계자들에게 어떤 자극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로 관계자들에 의하면 G-스타에는 아직 MS도 소니도 참가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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