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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게임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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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게임계의 중요한 특징을 보면 기존의 정통적인 게임과는 ‘다른’ 게임들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어사전을 참고해 볼 필요도 없이 ‘다르다’라는 말이 분명 ‘좋다’는 말과는 전혀 상관없는 개념임에도 적어도 최근 온라인 게임판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어왔지만 유독 최근에 정통을 거부하는 색다른 게임이 각광받으며 다채롭고 다양성이 돋보이는 게임들이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격화된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을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정통 MMORPG를 중심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초기 온라인게임부터 최근에 발표된 온라인게임에 이르기까지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매달 여러 개의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는 상황이다. 고객의 급격한 양적, 질적 확대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시장에서의 과도한 경쟁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인구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소비자 1인당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 역시 갑작스러운 증가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과도한 경쟁의 결과로 최근에는 정액제와 같이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과금 제도를 도입하는 게임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이런 격화된 게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게임개발 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색다른’ 게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콘솔이나 게임장에서나 즐기는 것으로 알았던 레이싱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최근에 나온 게임이 맞는지 놀랄 만큼 복고적인 스타일의 게임(그렇다고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스타일이 복고적이란 것이다)이 눈길을 끈다.

이런 파격적인 온라인 게임들은 큰 틀에서는 별 차이 없이 공성을 강화했다든지, 몬스터가 멋지다든지, 시나리오가 재미 있다든지 하는 식의, 소비자가 보기에는 ‘그 밥에 그 나물’인 MMORPG에 비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오기가 훨씬 쉬웠다. 경쟁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그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일단 그 동안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아니, 스스로 온라인 게임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많은 비게이머들을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콘솔게임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게이머가 온라인 상으로 불특정 다수의 다른 게이머와 레이싱을 즐기는 짜릿함을 느꼈고 30~40대 성인들의 옛추억을 자극하면서 이들을 컴퓨터 앞으로 유혹했다.

지나치게 청소년 시장에 의존했던, 그래서 장르와 소재 면에서 다양성을 갖지 못했던 우리 온라인게임 업계에 분명 좋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창출과 온라인 게임의 다양성 확대로 인한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는 ‘표절 시비’라는 부작용이 있음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게임과 다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이전에 자신이 해보았던 게임과 개념상에서 또는 게임방식에서 유사한 형태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일부 노골적이고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표절은 이미 보호나 변명의 기회를 잃어야 마땅한 것이겠으나 일부 유사성이 있다거나 게임의 방식에서 동질감이 느껴진다는 다소 막연하고 모호한 정도만으로도 표절 게임이라고 마녀 사냥식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우리나라 게임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우리 온라인 게임 시장은 새로운 게임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 떨어지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시장이다. 다만 이런 새로운 시도의 역사가 짧고 기존의 축적된 콘텐츠가 없다 보니 여러 곳에서 소재와 아이디어를 구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이유로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표절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개발사가 최근의 과도기적인 현상을 뛰어넘어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스로 내놓는 노력을 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려고 한다면 과도기는 더 이상 과도기가 아니라 그 자체로 파국적 결말이 되어 버릴 것이다. 소비자들에게는 좀 더 넓은 아량과 이해심을, 개발자들에게는 뼈를 깎는 창조의 고통을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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