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2004년 최고의 PC게임은?

/ 2

매년 그래왔던 일이지만 올해도 역시 욱일승천하는 비디오게임과 수출역군으로 자리 잡은 온라인게임에 치여 올해의 국산 PC게임은 유사 이래 최악의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국산게임 출시는 말 그대로 한손가락에 꼽을만했고 국내시장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걸출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대부분 시장에서 2,000~3,000 카피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 2004년을 수놓았던 수많은 PC게임들. 그러나…

출시를 해도 팔리지 않으니 자연히 출시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게이머들은 와레즈에서 다운을 받던가 아니면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에서 직구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도 PC게임시장은 과거의 영광을 쫓는 듯 어김없이 주옥같은 명작이 줄을 이었으니, 게이머들은 씁쓸한 웃음으로 대작의 향연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어쨌든 새해는 밝아오고 마무리 할 연말의 해는 얼마 남지 않았다. 자조 섞인 푸념은 이쯤해두고 얼마 남지 않은 2004년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게임메카는 올해 등장한 PC게임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는 또 하나의 장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이번 게임상에선 항상 판에 박힌 듯한 장르별 게임상은 최대한 배제하고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 두각을 나타낸 타이틀 위주로 정리했다는 점을 유념해 줬으면 한다.

[2004년 게임메카 선정 부문별 최고의 게임 - 비디오게임편 보러가기]


 

 

최고의 혁신게임 - 하프라이프 2

쇼킹!이라는 표현과 함께 한창 통신가를 들끓게 했던 하프라이프 2는 전편에 이어 게임의 역사를 새로이 쓴 명작으로 기록될 만하다. 수많은 발매연기와 끊이지 잡음에 시달린 밸브소프트라지만 6년 만에 새로운 부활을 알렸던 하프라이프 2는 마치 많은 사람들에게 “입 좀 다물어! 게임만 좋으면 되는 거 아냐?”라고 버럭 화내는 듯 좌중을 숙연케 만드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영화 속 한복판에서 거닐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경이로운 그래픽과 사운드, 현실세계에 가장 가깝게 구현된 물리엔진, 전편 못지않은 치밀한 구성의 스토리라인까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1인칭액션장르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이 작품은 분명 게임의 역사를 새로이 쓸만한 가치를 선보인다. 물론 입바른 거짓말을 하는 능력에서도 ‘혁신’을 선보이고 있지만 ^^

 

 

최고의 괴작 - 플랫아웃

기라성과 같은 대작의 향연 속에서도 게이머의 뒤통수를 작렬하는 괴작의 파워는 존재했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괴작은 美 게임스팟에서 1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와 함께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던 ‘빅 릭스’와 같은 괴졸작이 아닌, 예상을 뛰어넘는 쇼킹함을 뜻한다.

언뜻 레이싱게임으로 보이기도 하는 플랫아웃의 백미는 단순한 서킷레이싱이 아니라 자동차로 각종 묘기를 보이는 스턴트에 있다. 이 스턴트는 단순히 차를 이용해 멀리 날아가거나,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일정구간을 주파하는 것이 아니다.

급브레이크나 튀어나가기 버튼(-_-;)을 이용해 보조석에 앉은 사람을 얼마나 높이 날아오르게 하느냐, 얼마나 멀리 튀어나가게 하느냐, 표적을 맞추느냐에 그 점수가 결정되는 것. 

약간 오바된 감도 없지 않지만 물리역학에 충실한 플랫아웃의 엽기 스턴트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반드시 안전띠를 매야겠다는 교육적인 효과까지 갖추고 있다. 피만 나오면 카마게돈 시리즈에 육박하는 타이틀이긴 하나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극도로 잔인한 게임이 될 수도, 최고의 안전교육게임(-_-;)이 될 수도 있는 플랫아웃에게 괴작의 영예를 안겨주자!


 

 

최고의 모드 (유저참여상) - 데저트컴뱃

공식 확장팩보다도 더 많은 멀티플레이 서버가 만들어지고 있는 배틀필드 1942계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데저트 컴뱃’은 2004년에서도 역시 최고의 모드라는 사실을 증명할만한 가치를 선보였다.

데저트 컴뱃은 미국의 아파치헬기, MLRS, A-10 탱크킬러에서 이라크 소유의 미그-29, 스커드런처까지 1991년 걸프전에서 등장한 거의 모든 장비가 그대로 재현된 배틀필드 1942의 인기 모드 중의 하나. 뉴욕에 위치한 트라우마스튜디오가 제 2의 ‘밸브’로 태어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배틀필드 2의 제작팀으로 흡수된 이들의 실력은 이미 게임판매량보다 더 높은 다운로드수치로 증명되고 있다(그런데 이거… 좋아해야 할 일일까?).

 

 


 

 

최고의 후속작 - 시드마이어의 파이어릿!

15년 만에 부활한 리메이크작 파이어릿을 ‘후속작’의 카테고리에 넣는 덴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 작품의 위대한 업적을 잘 모르고 있는 게이머들을 위해 한번쯤 언급해줄만한 가치가 있기에 주저 없이 선택했다.

1987년 등장한 이 작품은 대항해시대를 비롯 리듬액션,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심지어는 메탈기어 솔리드 류의 잠입액션게임까지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끼친 복합장르의 대표주자다. 바다를 항해하며 상선을 노리는 해적을 자처하고 숨 막히는 액션으로 전개되는 해상전 및 1:1 대결.

그리고 식민지를 탈취하기 위한 전략시뮬레이션 스타일의 대규모 전투, 포로로 붙잡혔을 때 탈출을 위한 긴장감 넘치는 플레이까지 여러 부문에서 이 같은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2004년에 새롭게 부활한 파이어릿은 표현의 한계에 따른 원작 발매 당시의 표현력을 극대화하고 보다 대중성 있게 만들어진 타이틀로, ‘게임이 장르의 족쇄에 묶여선 안된다’는 시드마이어의 논리를 제.대.로 보여준다. 주인공의 출세기회로 등장하는 공주들만 예뻤다면 올해의 혁신게임으로 꼽혔을 수도… -_-;

 

 

최고의 확장팩 - 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

장인정신을 가지고 만든 확장팩이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를 증명한 타이틀. FPS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새로운 개발사에서, 새롭게 개편된 엔진으로 제작된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는 ‘원작의 재미를 능가하는 확장팩’라는 칭호와 함께 콜 오브 듀티를 명작의 반열로 들여놓는데 큰 공을 세웠다.

최신 기술력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그래픽과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 그리고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연출력은 번지소프트의 헤일로 시리즈, 밸브소프트의 하프라이프와 함께 싱글플레이의 퀄티리를 한 단계 높이고 있다.

신물나는 2차 대전이라지만 이정도의 완성도라면 언제든 D-Day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최고의 섹시미남/미녀는?

양키센스 일색의 PC게임에서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는 여자를 찾는 것은 메추리알 얹어주는 짜장면집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드워프 여성에게 수염이 붙여진 삭막한 PC게임의 세상에서 유우나급 미인을 기대하는 것은 맞춰진 눈을 어찌 낮출 수 있으랴… 스타크래프트의 캐리건이나 노원리브스포에버의 케이트아처 수준만 되어도 10년 대세를 평정할 정도로 미인이 드문 이 바닥이기에 미인을 꼽는 기준은 좀 더 각별하다.

그런 의미에서 니드포스피드 언더그라운드 2에서 등장하는 미모의 여성스폰서 '레이첼 텔러‘에겐 나름대로 최고의 점수를 줄만한다. 블러드레인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섹시함을 자랑하나 브룩버크가 열연한 니드포스피드의 그녀이 왠지 한국적인 정서에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

조금은 쌩뚱 맞지만 섹시남부문에선 파 크라이의 근육질 남성(-_-) 잭 카버에게 영광을 돌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유난히도 남성 히어로의 활약이 부족했던 2004년 PC게임계에서 꼽을만한 인물이 많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 물론 최고의 남자주인공은 뽑자면 하프라이프 2의 고든프리먼을 비롯해 여러 명의 후보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최고의 영화기반 게임상 - 리딕 연대기: 부처 배이 탈출

최고의 영화기반 게임상 뿐만 아니라 최고의 게임상을 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타이틀 ‘리딕’.

단순히 영화를 답습하는 내용이 아닌. 리딕 연대기 중 가장 과거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리딕 세계관의 팬뿐만 아니라 기존 게이머들에게도 상당히 참신한 재미를 선사하는 두 종류의 게임모드를 보여준다.

바로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플롯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는 어드벤처파트와 람보식 액션을 자랑하는 FPS 파트가 그것인데, 이러한 복합장르 자체가 마치 잘 만든 칵테일처럼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부각된다.

비록 최근 발매되고 있는 높은 퀄리티의 FPS에 비해서는 최적화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영화를 기반으로 ‘원소스멀티유즈’의 가장 좋은 사례 중의 하나를 남긴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최고의 업그레이드 기여 게임상 - 둠 3

막상 뚜껑이 열린 이후의 평가는 각양각색이었지만 둠 3는 분명 PC 하드웨어 시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업그레이드 열풍에 기여한 2004년 최고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최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알파버전의 유출시절부터 경악의 프레임율을 자랑한 경력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어쨌든 발매와 함께 각종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비교하는 잣대가 된 둠 3는 파워유저를 중심으로 PC를 재편하는 바람을 일으켰다. 둠 3로 재편된 바람이 다른 게임을 즐기는데 활용되는 예가 많은 것이 옛날의 분위기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

둠 3를 최고의 해상도에서 최고의 퀄리티로 맛보기 위해서는 아직도 현존하는 PC로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시대를 앞서간 이 작품은 퀘이크 3만큼은 못되어도 새로운 그래픽카드가 발매될 때마다 벤치마킹을 하는 툴로 널리 쓰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고의 멀티플레이 - 언리얼 토너먼트 2004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필두로 한 하프라이프와 데저트컴뱃이라는 걸출한 모드를 가지고 있는 배틀필드 시리즈 그리고 무료로 배포된 리턴투캐슬 울펜슈타인: 에너미 테러토리까지 언급된 게임들보다는 부족한 유저수를 보여주지만 퀄리티면에서 적어도 2004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언리얼 토너먼트 2004’는 분명 최고의 점수를 줄 만하다.

전작의 잘못된 점들을 대부분 개선하고 훌륭한 최적화와 다른 FPS의 흥미로운 특징을 모두 흡수한 언토 2004는 현재까지 발매된 시리즈 중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한다고 평가받기도 하는 타이틀.

그러나 사양의 문제일까 난이도의 문제일까. 월등한 컨텐츠와 내용에도 불구하고 캐쥬얼FPS의 1/100에도 못 미치는 국내 멀티플레이 이용자들의 서버접속인원은 언토유저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주고, 대화가 안통하는 해외유저들과의 플레이나 무미건조한 봇(Bot)과의 플레이를 종용한다. 아무리 게임에 대한 저변이 확대됐다고 해도 전문FPS는 여전히 하드코어게임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일인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