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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 <차이나 조이>를 통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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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회를 맞이한 <차이나 조이>는 작년 베이징에 이어 올해는 상하이에서 선을 보인 중국의 게임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의 단계다. 아직 국내 게이머들에겐 생소한 <차이나 조이>는 인지도 면에서는 E3, ECTS, 동경게임쇼 등 다른 게임쇼에 비해 아직 뒤쳐지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게임쇼라는 점에서 앞으로 눈여겨볼 행사. 현지인들의 평가에 의하면 경직된 작년의 분위기보다 한층 다이나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모, 관람객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해진다. 이미 많은 한국 개발사들이 닻을 내리고 깃발을 꽂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무궁무진한 미개척지를 가지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 <차이나 조이>라는 작은 단편을 통해 투영해봤다.

[차이나 조이]

행사일정: 2004년 10월 5일~7일
행사장소: 중국 상하이 뉴 인터내셔널 엑스포
참여게임: 100여 작품
전시품목: PC, 온라인, 비디오, 코스튬플레이

 

한국 게임, 온라인 게임 그리고 무협 RPG

솔직히 큰 땅 덩어리 중국의 게임쇼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탓일까? 기대보다 전시장 규모는 작았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코엑스 전시장 정도의 규모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게다가 필자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입장권을 봉고차에서 판매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본주의의 물결이 휘몰아치는 중이라고는 해도 고부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해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 봉고차에서 이뤄지고 있는 매표행위. 설마 암표는 아니겠지?

2개의 홀로 이루어진 전시장으로 들어가자 ‘앗? 한국 게임쇼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차이나 조이의 첫인상이었다고나 할까. 현재 한국시장에서 상용화된 작품들과 국내에서 베타테스트 중인 작품, 심지어는 한국에서 소개되지도 않은 작품들이 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익숙한 광경이 마치 한국에서 열리는 게임쇼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한국 게임회사에서 직접 부스를 낸 경우와 한국 게임을 중국의 퍼블리셔가 출품한 경우를 합쳐 전체 부스의 약 70~80% 정도는 한국게임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한국 업체들이 함께 전시한 한국 게임관도 물론 별도 부스를 꾸미고 있었다).

전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부스 역시 샨다의 <미르의 전설>을 위시해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선보인 <리니지 2>, 최근 중국 수출 성사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씰 온라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메틴 2>, <BnB>, <거상>, <릴 온라인>, <미르의 전설 3> 등이 눈에 띄었고, 이 가운데 위메이드의 “창천”은 중국에서 지명도 높은 위메이드가 전략적으로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타이틀의 소개라는 점에서 특히 큰 의의를 지녔다. 아쉽게도 모두 중국화 된 제목 때문에 쉽게 게임을 식별하기 힘들긴 했지만, 영문 제목과 낯익은 일러스트 등을 통해서 한국 게임과 중국게임은 구별할 수 있었다.

수적으로 약세를 보이긴 했지만 한국게임과 중국게임 이외에 해외 굴지의 유명 게임회사인 EA, Ubi소프트,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이 자사의 온라인, 패키지 게임 등을 선보였고, 네트웍 게임 로마와, 대항해시대 온라인에 대한 현지 관심도도 뜨거웠다. 아이토이를 가지고 나온 플레이스테이션 관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인의 입장에서 많은 한국게임들의 전시는 차이나 조이의 국제 게임쇼다운 면모를 느끼게 했을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의 입장으로 참관한 차이나 조이는 오히려 마치 해외 타이틀을 다수 영입해온 국내 게임쇼 같다는 아이러니컬한 경험을 맛보게 했다.

▲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차이나 조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저사양에서 구동되는 3D게임을 위한 몸부림

전반적인 게임별 플랫폼의 구성은 중국 역시 온라인 게임의 강세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온라인 게임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게임들의 경우 외양은 한국 게임들을 많이 따라온 듯했지만 실제 플레이를 해본 결과 조작감이나 리얼리티, 세세한 표현 구사 면 등 아직 고쳐야야할 점이 많이 발견됐다. 이러한 중국 현지 게임들의 미숙함은 마치 2~3년 전의 한국 온라인 게임 개발 수준을 보는 듯했다. 중국의 게이머들의 눈은 한국 게임에 이미 익숙해져있고,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한국의 게이머들과 같으나 현실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PC 사양은 턱없이 저사양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가 너무 큰 것이 한탄할 노릇.

또한 전반적으로 게임쇼의 분위기 탓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한국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에 현지화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협 롤플레잉 게임의 수(數)적 우위가 눈에 두드러졌기 때문. 삼국지를 소재로 한 게임만 해도 3개에 달했으며 많은 게임들의 동영상이 중국 고유의 복장을 입고 검술을 휘두르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더욱 그랬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에서는 순수한 판타지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타이틀들이 오히려 눈길을 끌 듯 보였다.

▲ '도사 초류향'이라는 작품. 무협소설로도 유명한 고룡의 초류향 시리즈를 모티브로 삼았다. 개인적으로 부스걸 중에서는 가장 예뻤던 아가씨(물론 오른쪽)

▲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무색하게 썰렁했던 EA의 부스. 패키지 게임과 비디오 게임이 중국에서 자리잡기엔 아직 요원하다


전시문화의 정착을 위한 전조

중국 현지인들이 느끼는 차이나 조이는 흔치않은 전시회라는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전시회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그런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가운데서 느껴지는 황량감은 무엇 때문일까?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많은 게임쇼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불리는 E3, ECTS, 동경게임쇼는 비단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이유가 아니더라도 각각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쇼이며, 국내에서도 이런 게임쇼에 대해 굉장히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차이나 조이는 이런 면에서 봤을 때 각 게임쇼가 지니는 장점을 가볍게 모방한 것은 사실이나, 그 특색을 제대로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게임쇼라는 것은 그 자체로서 독특한 색깔을 갖기에 제한이 굉장히 많은 이벤트 산업이다. 어떤 게임쇼든 그 게임쇼를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는 게임 컨텐츠다. 그러나 이에 호응하는 관객, 즉 게이머들이 얼마나 쇼와 게임 컨텐츠에 열광하느냐. 그리고 같은 컨텐츠라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다른 색깔로 어필하게 만드는 그들만의 차별화된 무대배치 기술이 없고서는 특색있는 쇼를 만드는 것이 힘들다.

ECTS는 유럽을 그 무대로 하고 있는 만큼 쇼문화가 발전한 문화권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성과 쇼의 적절한 연계로 인해 굉장히 화려하고, 재미있는 잔치로 자리를 잡았다. 비록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타이틀이 공개되는 기회를 E3에 점차 뺏기고 있지만 쇼 자체가 가지는 흥미성만큼은 여전하다.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자리로서 자리잡은 E3는 쏟아지는 신작의 대향연을 이루는 세계 최대의 게임쇼로 확고하다.

두 게임쇼 모두 레이싱 및 스포츠 등 유럽권 비디오용 게임의 전시가 많은 가운데 PC게임 위주의 신작 타이틀을 소개하는 경향이 많은데 비해 동경게임쇼는 일본에서 소개되는 특색있는 비디오 게임들과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높은 관심도로 인해 자발적으로 성장한 게임쇼라 할 것이다. 중국 게임쇼 게임관에서도 소개되었던 코스튬 플레이의 원조격인 동경게임쇼 역시 특기할만한 자기색깔을 가진 게임쇼라 할 것이다.

▲ 몇 명을 빼곤 대부분의 부스걸이 이 정도였다. 정녕 장쯔이 같은 아가씨는 없단 말인가…

물론 이들 세 게임쇼 모두 기본적으로는 게임 컨텐츠의 퀄리티에 의해 그 평가가 좌우되지만 전시문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중국 게임쇼와 국내 게임쇼들은 아직까지 어떤 색깔을 띠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게임쇼들이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으로서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발군의 빛을 내고 있지만 게임 컨텐츠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다양한 구현방식에 대한 모색이 못내 아쉽다. 중국 차이나 조이의 경우 기존에 이미 알려진 컨텐츠에 대한 홍보만을 위한 자리로 급조된 듯한 기색이 역력했고, 여러 게임쇼들이 가진 특색을 조금씩 차용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게임쇼의 구성요소는 풍부한 게임 컨텐츠와 관람객, 그리고 부스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비록 부스걸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되었지만, 쇼문화를 빛낼 수 있는 그들만의 독특한 무대장치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자기만의 컬러를 발산할 수 있는 게임쇼가 국내에도 하루 빨리 정착되기를 새삼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 코스튬 플레이는 중국에서도 대인기! 더불어 파이널 판타지 X-2도 대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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