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 젊은 날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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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5살 한창인 나이. 그리고 내 생일을 기념해 일본에서는 도쿄게임쇼가 개최되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2000년 3월 31일의 일본 마쿠하리멧세. 수많은 게임쇼를 보아왔으면서 이날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3가지. 바로 PS2가 처음으로 대중에 선보이는 날이었고 이와 더불어 최초라는 이름을 달고나오는 PS2 게임 타이틀이 대거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중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DOA 2와 프라이멀 이미지. DOA 2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좋아했던 게임이지만 마니악한 게임을 만들기로 유명한 아틀라스에서 프라이멀 이미지라는 게임을 선보였을 때의 충격은 큰 망치로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게이머는 카메라맨이 되어 가상의 아이돌을 모델삼아 사진을 촬영한다는 내용을 게임으로 만든 것인데 설마 이런 아이디어를 게임에 채용하는 기획력과 의외의 재미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그 의외의 재미는 상상 초월(므흣한 의미에서...). |
프라이멀 이미지의 탄생
프라이멀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한
프로젝트다. ‘버추얼 피규어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당시 콘솔 게임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CG캐릭터의 리얼한 움직임을 완성해보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일본의
朝日TV그룹과 아틀라스의 공동 프로젝트로 시작된다.
따라서 단순히 게임 개발자들만 모여 프라이멀 이미지를 개발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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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명의 물리학자들이 모여들어 가상의 여성캐릭터를 창조했다 |
어이없게도 리얼함을 추구했기 때문에 당시 朝日TV에서 방송됐던 D's Garage 21 스텝과 수십명의 물리학자(그러니까 인체의 움직임을 역학적으로 분석했다는 말이다)들이 대거 모여 집에서 내 맘대로 즐기는 아이돌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약간 변태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당시로서는 불가능했던 영역을 개척해나가기 위한 기술적, 표현적 한계를 넘기 위한 도전이었다. 따라서 CG그래픽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CG 크리에이터인 Iceman, koji, 구쯔기켄이치를 기용해 CG로 표현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한으로 표현해냈다.
이런 거대 프로젝트가 왜 괴작인가?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괴작중에서도 초거대 괴작이 나와 버렸다. 게임의 내용을 단순히
말한다면 아이돌 스타를 찍어 점수를 올리는 단순한 사진촬영 게임일 뿐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게임의 목적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여성 캐릭터의 리얼한 포즈와
그에 따른 다양한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이야 DOAX가 있으니 가끔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 장씩 넘겨보던 맥주 아가씨 달력을 대신하고 있지만 2000년 당시에는 최고의 3D 미소녀 게임이었다. 게다가 게이머가 원하는 포즈는 거의 무한대로 가능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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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시원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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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을 빌미로 이런것도 저런것도 시켜볼 수 있다는 것은 남자들의 숨겨진 욕망일지도 모른다. 야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 캐릭터에서 팔, 다리, 허리 엉덩이, 머리 등의 각도와 위치를 잡아주면서 포즈를 만들어 가는 사이 정상적인 포즈를 만들던 게이머도 있겠지만 누구처럼 희한한 모양새를 잡던 게이머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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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한번 벌려보고... |
이런 조작을 가능하게 했던 시스템이 바로 ‘포징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으로 게이머가 캐릭터에게 어떤 자세를 요구하면 거기에 반응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무려 수십명의 물리학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포징 시스템은 인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대로 3D 공간에 재현한 것으로 손의 움직임에 따라 같이 변하는 몸 전체의 움직임을 그대로 화면에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즉 인체공학의 최첨단 부분을 그 당시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프로젝트로 진행했고 이를 실현시킨 것이다.
괴작처럼 즐기는 방법을 살펴보자
이
게임은 게이머에 따라 초건전 아이돌 가상체험 게임 또는 ‘변태 선데이서울 핀업걸
포스터 촬영게임’ 등 다양한 장으로 나뉘게 된다. 당시 거금을 주고 PS2와 프라이멀
이미지를 구입한 본인은 당연히 선데이서울 핀업걸 서울 지부장을 맡을 만큼 다양한
포즈를 연구하고 실현시켰다.
일단 게임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간단한 포즈만을 주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팔을 올리고 다리를 모으고 허리를 숙인다’정도의 주문이 가능한데 이렇게 포즈를 만들고 촬영하기까지 제한된 시간안에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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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간단한 동작만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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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포즈가 완성되고 멋진 앵글로 촬영했다면 BIT가 올라가는데 이 BIT라는 것은 CG캐릭터의 에너지 개념으로 활용된다. BIT수가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촬영을 하는데 필요한 각종 소품을 활용할 수 있고 캐릭터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므흣한 포즈의 주문도 가능하게 되는 것.
게임 안에 마련된 CG캐릭터는 3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 하지만 남성캐릭터를 꺼낸다면 우리는 여기서 당신의 취향을 의심해봐야만 한다. 일단 모델을 선택하자. 모델을 선택하면 모델에게 입힐 옷을 선택할 수 있는데 준비된 복장을 봐도 이 게임은 뭔가 정상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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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셋 남자 하나. 당신의 선택은? |
복장은 비키니(이 정도는 당연하고), 타이트한 가죽옷, 메이드(점점 마니악한 성향이...) 등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몇몇 정상적인 차림새도 있기는 하지만 이 옷을 꺼내입혀본 기억은 없다.
모델에 선택하고 옷까지 입혔다면 사진을 찍을 장소로 데려가자. 장소는 나이트클럽, 수영장, 침실 등 다양하다. 비키니를 입히고 침실로 데려간다던가 메이드 복장을 입히고 나이트클럽으로 데려 가면 딱 안성맞춤이다(물론 개인취향이다...).
일단 비키니에 침실로 데려갔다고 가정하자. 점차 게이머는 흥분하기 시작하고 모델의 구석구석을 카메라 렌즈로 담기위해 분위기가 고조되어가는 순간 게이머는 심한 정신적 충격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10초, 필름은 6장. 이것이 지금까지 흥분한 게이머를 위해 준비된 모든 것이다. 10초안에 6장의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따라서 처음 예정되었던 온몸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고작 모델의 얼굴 주변에서 렌즈가 왔다 갔다 할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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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선택과 복장은 개인취향 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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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BIT의 존재를 기억하자. 게이머에게 던져진 당면과제는 바로 10초안에 모델을 굴복시켜야 하는 것. 10초의 시간과 6장의 사진으로 모델을 잘 공략해 점수를 얻는다면 BIT가 올라가고 시간과 필름은 조금씩 늘어난다.
이렇게 즐거운(?)시간을 보내다 보면 슬슬 모델이 유혹을 해온다. 예를 들어 침대안에...가 아니라 자체검열에 의해 장소를 건전한 수영장으로 옮겨 이야기 하겠다. 수영장 안에서 물장구를 쳐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하면 위에서 말한 도구가 조금씩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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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에 메이드...뭔가 언밸런스 하지만 그래도 좋다~ |
도구역시 정상적인 물건에서부터 비정상적인 물건까지 다양하다. 비치발리볼, 기타, 비치의자, 스케이트보드 등은 그렇다 치자.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데스스타는 왜 도구로 등장하며 괴상한 모양의 나무토막은 왜 나오는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신비의 세계다(사실은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오면 비밀은 풀린다).
무흣한 자세를 만들어 보자
무흣한
자세란 무엇일까? 실제 만들어 봤던 포즈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비키니를 입히고
수영장을 배경으로 양 무릎과 팔꿈치를 땅에 대고 엉덩이는 살짝 올리며 손에
마이크를 집어주자.
또는 그 상태에서 팔은 내리고 그대로 뒤집어버리자. 상상해보라 얼마나 무흣한가.
이렇듯 빨간 책이나 비디오에서 보던 포즈를 게이머가 원하는 대로 게임상에서 그대로 표현이 가능하다. RPG에서 말하는 자유도가 프라이멀 이미지에서는 바로 모델의 포즈 변형의 자유도로 승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수십명의 물리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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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포즈를 잡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를 요구한다 |
원하는 자세를 잡고 나서 사진을 촬영해보자. 사진을 찍는다는 의미는 그 모습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한번 저장된 포즈는 줌인, 아웃은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괜히 3D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 첫머리에 이 글은 내 젊은 날의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이제 밝혀야 할 시간이다. 그 당시에는 엄청난 그래픽과 문화적 충격에 매일 5시간 이상을 카메라와 씨름하면서 보냈지만 이 글을 쓰기위해 다시 플레이해보니 ‘내가 그때는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뒤덮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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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러스트로나 가능한 그래픽이 DOAX는 게임화면으로... |
내 옆에 있던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에 와서 이 게임을 하라고 하면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피하고 싶다. 하지만 꼭 가져야만 한다면 내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고 싶어진다”고(그런데 일본 출장까지 가서 이 게임을 구하려던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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