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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게임: 세계 3대 괴작게임! 소드 오브 소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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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혹시 세계 3대 괴작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동안 다양한 괴게임들을 다뤄온 본 코너, 하지만 괴게임계의 영원한 전설로 남을 3대 괴작들은 아직 소개되질 않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세계 3대 괴게임중 하나로 추앙받으며 지금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메가드라이브의 역작, 소드 오브 소단을 소개할까 한다.


▶일러스트는 지금 봐도 멋지다

소드 오브 소단


장르 : 횡스크롤 액션
미디어 : 롬 카세트(카트리지)
플레이어 : 1인용
발매일 : 1991년 10월 11일
발매가격 : 6000엔

 

 

 

 

 

원래 소드 오브 소단은 PC의 일종인 아미가용 액션게임이었다. 아미가는 MSX나 APPLE등의 8비트 컴퓨터가 맹위를 떨치던 80년대 기종으로, 당시로써는 화려한 그래픽 기능 덕택에 수많은 액션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던 명기이기도 하다.

아미가용으로 개발되었던 소드 오브 소단은 그 뛰어난 게임성 덕택에 1988년 오스카 게임에서 올해의 액션게임에 선정된 바 있다.

▶오스카 게임상 수상

▶최초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각설하고, 지금 소개할 게임은 아미가용으로 발매되어 상까지 받았던 게임을 세가의 콘솔 게임기 메가드라이브로 이식한 버전이다. 착오 없길 바란다.

1988년에 발매되어 상까지 받은 서양 게임을 일본시장에 화려하게 데뷔시키고자 마음먹었던 회사는 다름 아닌 EA. 지금은 EA가 여러 명작 소프트 하우스를 흡수하며 거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당시엔 게임계에서 별 볼일 없었던 평범한 제작사에 불과했다.

일본 게임계가 지금처럼 독자적인 게임시장을 발달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해외 게임을 배척하는 분위기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물론 지금은 그러한 분위기도 많이 개선되어 해외 PC게임도 나름대로 받아들여지는 편이지만, 한때 일본에선 외국 게임(=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게임)들은 양게임(洋ゲ-)이라고 불리며 일부 독특한(?)취향의 매니아들만 즐기는 장르로 인식되어 왔다.

일본에서 메가드라이브로 발매되었던 소드 오브 소단은 이러한 반미, 아니 반서양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다시 말해 불난 집에 기름을 치는 기폭제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당시 게이머들이라면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의 게임상까지 받았던 명작게임이 2년간의 이식과정에서 세계 3대 괴작게임의 반열까지 오르게 된 이유를 필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으.. 소드 오브 소단..

필자로써는 소드 오브 소단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의 안 좋은 추억이 먼저 떠오른다.

당시 최초의 16비트 게임기였던 메가드라이브를 소유하고 있던 필자는,(사실 네오지오가 메가드라이브보다 약간 더 먼저 나왔으나 당시엔 업소용 게임기나 마찬가지였다. 팩 하나에 30만원을 호가했으니..) 친구들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로스트 월드(Lost World)나 이스와트(E-Swat)등의 명작게임을 즐기곤 했으며, 공짜게임에 목말라했던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 정보통으로 유명세를 탔다.

▶시대의 총아 메가드라이브. 중앙부의 16-BIT 문구가 인상적이다

당시 학교에서 게임계(?) 세력판도는 크게 NEC의 피씨엔진파와 세가의 메가드라이브파로 양분된 상황이었다. 메가드라이브가 처음 발매됐을 땐 16비트라고 대문짝만하게 찍혀있는 본체 디자인 덕분에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64색에 불과한 동시표현색의 부족으로 그래픽이 구려보인다는 단점,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국내에서 점차 세력을 늘려가던 피씨엔진 슈퍼씨디롬 시스템의 화려한 비주얼 덕분에 외면을 받기 시작한다.

반에서 필자와 라이벌관계에 있었던 피씨엔진파의 모군이 슈퍼씨디롬 시스템을 구입하자, 어느덧 친구들의 발길은 필자에게서 떠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새로운 게임을 모색하던 와중에, 게임 잡지책(당시 게임월드)에 실려있던 소드 오브 소단의 소개 기사는 필자의 눈에 새로운 구세주로 비쳐졌다. 해외의 유명 게임상까지 수상한 게임이라니 오죽하겠는가.

▶PC엔진. 여기에 CD롬 유닛이 붙으면 게임이 달라진다

아끼던 게임을 들고 동네 게임샵으로 달려가서, 당시 거금 5천원이라는 교환비를 지불하여 소드 오브 소단을 입수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이 불행의 전조곡이었다는걸 당시엔 왜 몰랐을까. 게임을 교환하는데 5천원이나 투자했다는 사실을 차마 어머니에게 밝힐 수 없어 그날 저녁 게임내용을 확인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다음날 필자는 학교에 게임월드를 들고가서 피씨엔진파 모군을 포함한 친구들에게 소드 오브 소단의 우수성을 입안의 침이 마르도록 설파하고, 결국 그날 방과 후 집에서 함께 즐기자는 약속까지 잡기에 이르렀다.

그날이 바로 필자의 게임인생 최대의 치욕의 날로 기록된 날. 바로 소단의 난(亂)이 일어난 날이다.

-당시 상황 재현-

소드 오브 소단에 대한 기대도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필자의 집에 들이닥친 친구들. 필자에 의해 학교에서 이미 소단의 우수성을 충분히 세뇌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 인기를 모으고 있었던 모군의 최신게임 이스 1, 2(피씨엔진사에 길이 남을 명작) 합본을 뒤로하고 필자의 집에 모여들었던 것이다. 물론 메가드라이브에 대한 선천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모군을 포함해서.

본 회고부분은 재미를 위해 재구성된 이야기이며 결코 정확한 내용이 아닙니다.

게임팩을 꽃고 전원을 넣자 정겹게 울리는 세가 로고. 게임 해보면 알겠지만 타이틀 화면까진 꽤 멋지다(물론 당시 기준으로).

게임을 시작하자 먼저 주인공을 선택하는 화면이 나왔다.

성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있는 중학생 시절, 필자가 여자 주인공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의 이치!

사실 여자 주인공 얼굴이 꽤 봐줄만했다. 간단하게 게임 스토리 설명이 나오고 드디어 게임 시작.

좀전에 골랐던 섹시한 여전사는 간데 없고 어디서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모든 쓴맛은 다 봤다는 표정의 늙수구리 아줌마가 화면 가운데 서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아차 했지만 모군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법. 전장을 누비는 여전사의 진정한 모습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주장하며 게임을 진행했다.

오른쪽 십자키를 누르자 여주인공이 앞으로 서서히 걷기 시작했다. 시작지점부터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각종 회복아이템들… 앞으로 겪게 될 게임의 난이도를 예고하는 것인가!

분위기 파악을 위해 버튼을 눌러봤다. 점프랑 칼질밖에 없다. 인상적인(?) 점은 점프상태에선 칼질이 안 된다는 점이다.

적이 돌진해 왔다. 당연히 공격해올 줄 알고 칼을 휘둘렀으나 창을 든 적은 필자를 무시하고 그냥 뒤로 가버렸다. 그리고 연이어 나타나는 적들.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온다. 말 그대로 무한대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소단에서 일반 적 캐릭터들은 일명 파리떼라고 불리우며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온다).

칼로 적을 공격했으나 반응이 없었다. 더 황당한 건 칼에 맞았으면 움찔거리기라도 해야되는데 그런게 전혀 없다.

무조건 돌진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주인공의 검이 적들의 창보다 훨씬 짧다(소드 오브 소단의 애칭이 Sword of So 短(짧을 단) 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건 몇 년 후의 일이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하던 와중에, 앉아서 공격하면 칼의 사정거리와 공격속도가 조금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데미지는 서서 공격할 때보다 훨씬 낮았지만, 사정거리가 증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때려도 때려도 죽지 않는 적들. 주인공 캐릭터에게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공격 버튼을 눌러서 맨 앞에 한 녀석을 죽였다. 창자를 쏟으며 그로데스크하게 죽는 적 뒤로 다른 적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살기 위해 공격버튼을 연타하던 중, 아까 주인공을 무시하고 지나갔던 적이 나타났다.

앞뒤로 완벽히 포위된 상황.

적당히 앞의 적들을 상대하다가 슬슬 뒤에서 다가오는 비겁자를 상대하기 위해 뒤돌아서야 하는 상황.

그야말로 절체 절명의 위기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뒤돌기가 안된다!

 

십자기 왼쪽 버튼을 누르면 왼쪽(뒤쪽)을 바라보는것이 아니라, 앞쪽을 바라본 상태에서 뒷걸음질을 친다 -ㅁ-;;

(아마 이때였을 것이다. 아까 타이틀 화면의 얼굴은 마이클 잭슨이라고 모군이 말한 것은…)

평소에 체력회복 아이템은 엔딩볼때까지 하나도 안쓰는것을 인생의 신조로 삼았던 본인이었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을 타게하기 위한 방도를 내놓아야 했다.

 

결국 체력회복에 실패한 필자는 적들의 원거리 공격무기인 창에 공격당한 끝에 그로데스크한 모습으로 창자를 쏟아내며 죽어버리고 말았다.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자세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

친구들이 돌아간 그날 저녁, 동네 게임샵으로 뛰어가서 다른 게임팩으로의 교환을 시도했으나 가게 아줌마는 절대 받아주지 않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소드 오브 소단을 소장하게 된 필자는 이후에도 밤마다 찾아오는 몽유병처럼 주기적으로 소드 오브 소단을 플레이하게 됐으며,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뒤로 돌아서기 위해선 방향키와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된다든가, 땅에 함정으로 설치된 구덩이는 표시가 되질 않아 멀쩡히 걸어가던 플레이어가 한방에 죽는다든가.

사실 함정으로 파놓은 구덩이가 눈에 뻔히 보인다면 그게 말이 안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 함정 파놓았소라고 광고라도 할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느곳에서 튀쳐나올지 모를 함정을 늘 주의하라는 제작사의 배려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 외에도 게임중에는 여러가지 괴게임의 오오라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명장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것은 이 게임을 직접 즐겨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일 것이다.

이 게임의 내용을 알고싶은가? Sodan을 한글 자판으로 입력하면 나오는 2음절의 단어. 이 게임의 내용을 너무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마침 이 게임은 메가드라이브 에뮬레이터용 롬 파일도 공개되어 있으니, 혹시 관심있는 게이머가 있다면 지금 즉시 구해서 플레이해봐도 될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해 받게 될 정신적, 육체적 대미지에 대해 본 필자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겠다(…).

 

[소드 오브 소단 에뮬레이터 + 롬파일 다운로드 받으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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