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나더러 피겨스케이팅의 안무를 짜라고 ?
지난번에 본 기자의 괴작게임시리즈 ‘비키니 가라데 베이브’ 에 보내주신 독자여러분의 풍만한 조회수와 빈약한 리플수(-_-)에 감동받아 다시한번 R등급 이상의 므흣한 게임들을 괴작게임의 반열에 올려놓을까 생각해 보았으나 성인 콘텐츠로 쉽게 돈벌이에 나서기(이런 맞아죽을 소릴?)에는 기자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회는 성인 콘텐츠를 잠깐 쉬고 변칙 스포츠게임을 소개해 괴작게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해보자. 물론 콘솔이 없는 게이머들을 위해 다시한번 PC게임이다 |
스포츠게임이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은 버려!!
필자가 10여 년전 체육과 입시면접장에 들어섰을 때다. 원래 대학입시면접이라는 것이 형식적이라 별 준비도 안하고 그냥 들어갔는데 당시 면접담당교수는 기자의 예상을 깨고
“‘체육’과 ‘운동’과 ‘스포츠’가 각기 어떻게 다른지 정확히 설명해 보라”라는 강공으로 나왔다.
아니 이게 경제학과 신입생에게 “지금 대한민국에서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활성화하고 성장과 분배가 균형있게 이루어져 노사갈등을 없애고 신용불량자 400만명을 400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금융정책 3가지를 말해보게”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렇다면 교수님은 달리기와 뜀박질과 달음박질의 차이점을 아세요?” 라고 말하고 나와 버리려다가 혹시라도 면접 싸가지 없게 봤다가 대학 짤렸다고 신문에 날까봐(-_-;;)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나와 바로 도서관에 가서 체육학 책을 뒤져 봤다. 거기에 스포츠의 정의는 경쟁과 유희성을 가진 신체운동 경기의 총칭이라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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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에는 이렇게 경쟁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
▶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포츠도 있기 마련이다 |
이 말인즉슨 아무리 운동이 빡세도 경쟁의 요소와 재미 추구라는 본질이 없으면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하철공사현장에서 땀흘리며 밤새 일해도 이건 절대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옳은 말이다. 우리가 즐기는 수십, 수백가지의 스포츠는 이렇게 경쟁과 유희라는 공통분모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나 몇몇 스포츠 종목은 경쟁과 유희라는 항목이외에도 ‘아름다움’을 겨룬다는 특이한 조건을 따지는 종목이 있다. 체조종목과 다이빙, 보디빌딩, 피트니스와 함께 동계스포츠의 백미 피겨 스케이팅이 바로 그것이다(필자는 개인적으로 경쟁과 유희와 아름다움을 겨루는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공중파 중계방송이 중단된 것에 대단히 분개하며 절망하고 있다). 이런 피겨스케이팅 아름다움을 게임으로 만든 곳이 있으니 바로 ‘곤조(Gonzo)'라는 개발사의 ’미쉘콴 피겨스케이팅(Michelle Kwan Figure Skating)이라는 게임이다. 곤조는 미쉘콴 이전에도 ‘스카이다이빙’ 이라고 밑도 끝도 없이 하늘에서 뛰어내리기만 하는 괴작게임을 만든 전과가 있는 개발사이다. 그리고 이 게임의 유통사는 그 이름도 고명하신 스포츠게임의 명가 E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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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런... 선생님이 안무 가르쳐 줄 때는 그렇게 거부하는거 아냐" |
▶ 피겨스케이팅의 안무를 짜보자!! 가 이 게임의 요체다. 안무중에 이런 동작을 굳이 넣고 싶다면 그것도 게이머의 자유 |
미쉘콴 피겨스케이팅 게임의 기본 컨셉은 아주 간단하다.
“피겨스케이팅의 안무를 아름답게 짜 BoA요!!”
바로 이것이다. 피겨스케이팅의 안무를 아름답게 짜서 그 자신이 직접 짠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다른 사람들도 도취되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 바로 이게임의 요체다. 쉽게 말하자면 이효리의 안무선생이 되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_-;;;
피겨스케이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쉘콴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미쉘콴(權 미쉘)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살인적인 미소와 아름다운 바디라인, 완벽한 연기와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점프, 겸손하고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피겨스케이터다. 8년 전 동계올림픽 당시 최고의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중 실수를 하는 등 불운으로 금메달을 놓쳐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최근까지도 선수생활을 계속해 전미선수권대회에서 7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암튼 이 미쉘콴의 안무담당자가 되어서 미쉘콴으로 하여금 멋진 동작을 선보이게 한다는 것인데 그게 그리 말처럼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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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선수권대회 7연속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지고 있는 미쉘 콴. 피겨스케이팅=미쉘콴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
▶ 지금부터 영원토록 아이돌 스타라는데 어쩌겠는가... 스포츠 스타가 자신의 영역을 엔터테인먼트쪽으로 넓혀가는것은 상식 |
배우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일단 게임의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시작동작부터 끝동작까지 모두 위에 있는 메뉴에서 하나씩 ADD(추가)버튼을 눌러서 추가만 시켜주면 자동적으로 미쉘콴이 알아서 댄싱을 하게 된다. 피겨스케이팅이 뭔지 모르는 초보자도 딱 1분이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대작게임의 특성처럼 이 ‘안무를 제대로 짠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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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방식은 무척 간단하다 화면 상단에 있는 동작을 골라서 차례로 붙여주기만 하면 안무 완성! |
▶ 안무 프로그램 전체를 트리플 악셀로 채워넣는 엽기 플레이도 시도할 수 있다 |
우선 오프닝 무브(Opening Moves)라고 해서 연기를 펼치기 전에 시작동작을 설정해줘야 하고 커넥팅 무브라고 해서 연결동작을 설정해줘야 한다. 또 점프와 포즈가 균형있게 삽입되어 있어야 한다. 우선 동작들을 알기 쉽게 표로 정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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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무브: 연기를 시작하기 전 폼을 잡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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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마무리 동작도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
▶ 동작과 동작사이에 이런 연결동작도 넣어줘야 한다. 은근히 신경쓰이는게 많은 게임이다 |
이중에서 가장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는 것은 트리플 악슬(공중에서 3회전하는 것)이나 더블 악슬이지만 트리플 악슬이나 더블 악슬만 계속 집어넣는다고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 들어간 모든 요소들이 한번씩은 빠짐없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경기장 동선을 잘 살펴서 이음 동작이 어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작 연결이 심하게 어긋나면 미쉘콴이 등장해서 “I don't think it fix right there(지금 그 동작이 거기에 맞는 동작이라고 생각해)?” 라고 쫑코를 준다.
사용자를 배려한 커스터마이즈도 완벽
그렇다면 우리는 이 훌륭한 게임을 수백 시간 내내 미쉘콴의 얼굴만 보면서 해야 하는가? 이효리나 전지현, 혹은 소이현이나 윤소이, 혹은 문근영이나 이혜원(헉! 웬 롤리타) 등의 얼굴을 사용자가 직접 편집할 수는 없는 것인가? 물론 있다. 특히 일반 그림파일을 가져다가 아주 쉽게 얼굴을 만들 수도 있다. 지금이야 이런 기능이 스포츠게임 등에서 흔하디 흔하게 지원되지만 이게임이 5년 전에 제작된 것이 지금부터 5년 전이라는 것을 감안해 볼 때 아주 획기적인 기능이 아닐 수 없다. 또 의상도 여러가지로 갈아입힐 수 있다. 의상 파일은 PCX 파일로 저장되어 있어 원하기만 한다면 사용자가 맘대로 편집하거나 혹은 삭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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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마나 타이즈, 스케이트 색까지 사용자가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고 사용자의 사진도 삽입할 수 있다 |
게임의 난이도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장치. “음악에 걸맞는 안무를 짜라!”
“훗! 20년 게임경력에 이 정도는 우습지. 동작을 선택하고 ADD 버튼만 눌러주면 끝!”
오프닝 무브와 커넥팅 무브, 악셀과 스핀, 점프 등을 적절히 혼합해 멋진 안무를 짜 봤다.
불과 2분만에 한번의 연기 프로그램을 모두 완성한 필자는 자랑스럽게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훌륭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볼륨을 크게 해놓고 음악을 들어보니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연기프로그램이 하나도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음악이 없었을 때는 나름대로 괜찮았던 연기들이 음악을 삽입하게 되자 모두 엇박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이거… 뭔가 음모가 있다…”
음악과 춤의 언밸런스... 젠장
그렇다. 괴작게임의 반열에 오른 게임이 이렇게 쉬우면 말이 안되지 않는가? 필자는 음악이라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안무를 짜 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유치원에서 ‘올챙이송’을 부르면서 댄스는 ‘둥근해가 떴습니다’ 를 부르는 것이나 은방울자매의 구성진 마포종점을 부르면서 렉시의 격렬한 ‘Girls’ 댄스를 추는 것처럼 필자의 안무구성은 그야말로 개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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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는 은방울자매인데 ... 춤만 렉시면 이상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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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실패다... ”
음악을 염두에 두고 다시 댄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쇼팽, 드뷔시, 라틴댄스, 발라드, 리톨프, 차이코프스키, 서핑, 댄스, 아베마리아 등 ‘생방송 퀴즈가 좋다’ 9단계 문제에서나 나올듯한 음악가들로 가득 찬 곡에서 선곡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제일 만만한 ‘아베마리아’를 선곡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안무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문제 발생. 아베마리아는 특별한 포인트가 없는 음악. 잔잔한 스피럴 동작이나 스핀 동작은 잘 어울려도 격렬한 트리플 악셀이나 점프에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적재적소에 점프 동작과 악셀 동작을 집어넣어 음악과 안무가 매치되는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정말 프로 안무가가 아니겠는가? 자,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한 2시간 정도 씨름하다가 "안해!" 그리고 때려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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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잘해보려고 골머리 싸매다가는 이렇게 된다 -_-;; |
▶ 머리아픈걸 싫어하는 게이머를 위한 JUST SKATE 모드. 가끔가다가 점프키만 눌러주면 훌륭한 피겨스케이트를 볼 수 있다 |
그렇다면 이 게임은 이렇게 사용자 앞머리의 사막화를 촉진하는 어려운 게임이기만 하는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게임이 또 명작이라는 것이 아닌가? 게임모드 중에 'JUST SKATE'라는 버튼을 눌러놓으면 아무것도 할 것 없이 미쉘콴이 계속 빙판을 돈다. 가끔 점프동작에 맞게 스페이스바만 눌러주면 훌륭한 빙판 연기를 볼 수 있다. 시간 때우는 데는 더 없이 좋은 게임이다.
이상으로 이번회 괴작게임의 반열에 오른 미쉘콴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기회가 있는대로 ‘스트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임들에 대한 옴니버스 괴작게임을 한번 구성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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