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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 갔다 온 지 1주일을 넘어 2주일을 지나고 있다. ‘추억은 가물가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미국에 대한 기억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시기에 글을 쓰자니 참 암담하다. 결국 대뇌피질에 니코틴을 간뇌에 카페인을 투여하는 극약처방으로 마지막 고행기를 써내려 한다.
글을 쓰기 전에 경고문 하나 큼지막하게 붙이고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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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은 끝이 났을까? E3 D+1(5월 13일)
E3가
개최 된지 하루가 지난 13일. 한국에서는 14일이겠지만 여기는 미국이다. 전날의
인터뷰와 PC방 작업을 끝마치고 호텔로 복귀한 시간은 대략 새벽 5시 40분. 조금이나마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약 2시간정도로 피곤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어찌되었든 간에 중요한 인터뷰 및 부스 취재는 이미 끝내고 기사까지 송고했으므로 오늘부터는 느긋하게 최신 게임과 이벤트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에 단꿈을 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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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꼭 이벤트에 참여하리라 맘먹었건만... |
그런데 그만!!! 눈을 떠보니 기상 예정시간인 9시를 지나 9시 40분을 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선발대인 세라송 기자와 컨벤션센터 내 프레스센터에서 만나기로한 시간은 9시 30분. 아아……. 미국에 온지 하루만에 긴장감이 풀어졌던 것일까?
세라송 기자와 만나기로 했던 시간을 넘긴 것보다 9시 15분부터 있는 테크모 부스의 닌자가이덴 마스터 닌자 이벤트에 불참하게 되었다는 아쉬움을 더 강하게 느끼면서 허겁지겁 카메라와 가벼운 취재가방을 들고 컨벤션센터로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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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잠깐!!! 어째서 야자수가 가로수로 있는 것이냐!! |
그런데……. 문제는 정말로 호텔에서 컨벤션센터까지 뛰어갔다는 것이다. 늦었다는 생각에 여기가 미국이 아닌 한국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한 100m 뛰어가다 보니 거리에는 야자수가 있고 낮선 이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아차!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때 들려오는 핸드폰 소리. 로밍폰이라 국제전화비를 내야하는 강박관념을 겨우 탈출해 받고 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의 동아줄이었다.
“정기자님~ 어디에 있어요? 저도 늦게 일어났는데 호텔에서 택시 타고 같이 가요”
이렇게 이튿날 아침은 시작되었다.
악몽은 끝난 줄 알았다(현지시간 13일
오전 10시)
1시간 늦은 컨벤션센터 입장. 하지만 실제 입장시간은
10시부터로 정확하게 말하면 늦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9시에 만나기로 했던 세라송
기자도 전날의 강행군과 밤샘 작업으로 늦게 일어나 11시에 웨스트 홀 입구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물론 난 9시에 와서 기다리다 지친 듯한 목소리로 반겼음은 물론이다.
오늘의 스케줄은 11 40분에 블리자드 관계자와 WOW관련 인터뷰, 오후 3시 코에이 부스에서 대항해시대 온라인관련 인터뷰만 있을 뿐. 나머지 시간은 거의 자유취재시간으로 전날 미리 그려놓은 동선을 따라서 움직이면서 진정한 게임쇼를 즐기고 관련 기사를 송고하면 끝...인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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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취재를 위한 동선...이라고 생각했으나...(클릭하면 큰 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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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해 E3의 화두인 소니의 PSP와 닌텐도의 DS를 내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오늘의 목표. E3에 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던가. 일단 12일에 있던 소니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PSP가 나의 관심을 집중시켰기에 일단 소니 부스로 출발.
다행히도 소니 부스와 닌텐도 부스는 웨스트 홀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기에 E3사상 최고의 최단거리 알짜 관람부스로 손꼽히고 있었다. 특히 올해는 PSP VS NDS의 구도가 아니던가. 하지만 악몽의 시작이 지금부터 시작될 줄은 그땐 몰랐다.
핫이슈였던 만큼 양 부스의 대기선은 줄어들 줄을 모르는 것이다. PSP한번 만져보고 체험하기 위해서 대기시간 1시간은 기본. 과연 1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PSP를 10여분 만지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다른 부스 6~7개 돌아보는 것이 좋을까? 하지만 지금 아니면 PSP는 출시 전까지는 만져볼 수 없는 기회중의 기회. 무작정 기다렸다. 그리고 만져보고 시연해보고 감격의 눈물을 주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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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나 볼 수 있던 물건이 |
▲지금 내 눈앞에 있다! |
PSP의 첫 만남의 느낌은 PS2 패드에 와이드 액정을 달아놓은 느낌 그대로였다. 버튼의 배치는 손에 익숙한 느낌 그대로였으며 와이드 액정은 GBA의 약간 답답한 느낌을 탈피해 시원한 화면을 뿌려주고 있었던 것. 게다가 영화는 물론 PDA의 기능을 같이 한다니 감동이었다. 이제 이 녀석의 라이벌인 NDS를 보러 닌텐도 부스로 발을 돌리는 순간 시계는 어느덧 11시 7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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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인 웨스트홀 입구. 자~ 세라송을 찾아봐바바바바바바~ |
세라송 기자를 만나러 약속장로로 가보니 거대한 짐꾸러미를 들고 나를 반기는 것이다. 앗차! 선발대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귀국이다. 그러다 보니 그 무거운 노트북과 각종 장비를 나에게 인수인계해야하는 것. 노트북은 약간 구형이라 무게는 3.7Kg에 육박하며 그 덩치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저것을 들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면 완전군장에 행군하라는 소리가 아니던가. 신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NDS와 코지마 감독을 만날 뻔 했으나...
노트북을
챙겨들고 11시 40분 예정된 WOW관련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기위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블리자드 부스는 사우스 홀. 지금 위치는 웨스트 홀. 이거 이동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이동거리 중심에 있는 스낵코너는 마침 점심시간을 틈나 몰려나온
인파로 인해 사람의 파도로 물결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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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가까워 보이지만... |
▲게다가 점심 시간이었다! |
“Excuse me~"를 외치면서 겨우 블리자드 부스에 도착 인터뷰를 무사히 끝마치고 다시 인간의 파도를 헤치며 웨스트 홀로 NDS와의 극적인 만남을 위해 뛰어갔다. 하지만! 10여분간 죽을힘을 다해 뛰어간 닌텐도 부스에서 본 것은 NDS가 아니라 부스를 휘감고 있는 수많은 인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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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를 능가하는 긴 대열은 과연 미국에서 닌텐도가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고 과연 오늘내로 NDS를 만져볼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휩싸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남자가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법. ‘여기부터 1시간 30분’이라는 푯말을 앞에 두고 시간을 보내기 20여분. 내일 볼까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리는 순간 내 뒤로 코지마 감독이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코지마 감독 역시 NDS를 보기위해 대기하다가 포기하고 떠나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그를 따라가서 인터뷰를 할까 아니면 계속 줄을 서있을까 하는 갈등은 5분정도 하다가 NDS를 포기하고 코지마 감독의 뒤를 밟았는데 이 사람이 근처 부스로 갈 줄 알았건만 그가 향하는 곳은 사우스 홀이었다. Oh~ My GOD~ 다시 사우스 홀로 역행. 그리고 코지마 감독이 들어간 코나미 미팅 룸으로 나 역시 들어서는 순간 코나미 스태프가 나를 막아서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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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마도 포기(?)한 N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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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S를 보기위해 몰려든 사람들 |
“會う約束はしましたか?”(만날 약속은 했나요?)
“いいえ會う人がいて...”(아뇨 그냥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
“誰に會うのですか?”(누굴 만나려고 하는데요?)
“Kojima監督を..”(코지마 감독을....)
“.......”(.......)
결론은 문전박대. 사전약속이 없으면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시장이 너무 시끄러워 조용한 장소에서 인터뷰 하려 했더니만 이런 돌발사태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 겨우 웨스트 홀에서 사우스 홀로 넘어왔는데(ㅠ.ㅠ). 다시 발길은 웨스트 홀 유람을 떠나러...(그런데... 미국에 와서 일본어를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으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 영어? NO~ 일본어?
YES~
남은 시간동안 천천히 웨스트 홀 부스를 돌아보면서 출품된 게임을
체험해보고 개발자와 만나 시연과 함께 설명도 듣고 좋은 시간을 가지다 보니 어느새
3시. 슬슬 코에이와 약속시간이 다가왔다. 이제 E3에서 버림받은(?) 장소인 켄시아
홀로 내려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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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자유 취재~(사실은 팬 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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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켄시아 홀은 컨벤션센터 지하와 주차장 골목으로 통하는 중간 위치라는 최악의 장소로 기자들의 외면을 받는 부스들이 모여있다. 그런데 왜 코에이가 켄시아 홀에 자리를 잡았을까? 동경게임쇼에서도 남들 못지않은 부스를 자랑하는 코에이인데...
어쨌든 세라송 기자와 코에이 부스에서 합류. 한국기자들은 어느정도 다 모였다. 그리고 코에이 온라인사업부장인 마츠바라 씨의 설명으로 대항해시대 온라인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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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하는 대화는 영어다. 영어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한국어 자동번역 시스템을 동원했다.
“영어로 하는 것이 편한가요? 모두를 위해서 영어로 하겠습니다”
“저...일어로 해도 I찬...”
“자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중얼중얼”(영어 시작)
“으흠~ 으흠~”(대략 영어는 알아들으므로 추임새를 넣어가며 경청)
“중얼중얼~”(3분 지났다)
“으흠~”
이때 갑자기 나선 세라송 기자!
“잠깐만요. 여기서 중얼중얼”(일본어...)
“아~예... 거기는 이렇게 저렇게 중얼중얼”(영어중단. 이후 전체 일어모드)
“......”(주변의 한국기자들)
신나게 취재가 끝나고 생각해보니 일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대략 4~5명 정도... 나머지는 영어가 더 편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세라송 선배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라고 시키고(후배 주제에...) 스스로 정리하게끔 하는 잔머리를 굴렸는데 나중에 이것이 큰 화를 몰고 올 줄은 그때는 몰랐다.
아아... 그렇다. 세라송 기자는 오늘 출국이다. 즉 오늘밤 원고 작업 및 송고는 나 혼자 해야 하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희희낙락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6시까지 전시회를 둘러보고 컨벤션센터를 나와서 다시 합류. 그리고 던져지는 아까 그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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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세라송은 한국으로 도피를 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
“난 지금 공항 가야 하니까 네가 정리해야 한다~”
“......”
허탈한 마음으로 오늘의 전시회 취재는 일단 마무리. 호텔로 들어가 일단 원고 정리 및 동영상 인코딩 마무리. 나머지는 송고만 하면 되는데 시간은 이미 밤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1부에서 밝혔듯이 LA의 밤은 무섭다.
가깝고도 먼 한인 PC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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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한인 PC방은 호텔에서 2블록 떨어진 6번가 알렉산드리아 몰. 첫날의 롱비치의 악몽에서 벗어나 찾은 곳이다. 문제는 택시를 타자니 너무 가깝고 걸어가자니 목숨이 위태로운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손님은 왕! 돈이 있으면 두렵지 않은 나라가 아니던가, 어쨌든 택시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고 첫날의 한인택시와는 경쟁관계인 다른 택시를 불러 목적지로 향했다. 가면서 기사 아저씨의 친절한 투어(?) 설명을 듣게 되었는데... ◀LA의 밤은 무섭다... |
“2블록 정도면 굳이 택시안타고 걸어가도 됩니다”
“LA는 밤거리가 무섭다고 들어서요”
“무섭긴 하지만 밝은 곳으로 다니면 괜찮아요. 오늘 몇 시까지 일하시죠?”
“한 새벽 3~4시정도 까지는 PC방에 있어야 할 듯 한데요”
“이런... 제가 일하는 시간이 2시까지인데... 혹시 늦으면 걸어오셔도 되는 거리입니다”
“네...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네요”
“아... 다만 저렇게 골목길 어두운 곳에 홈리스들이 있거든요. 저런 장소는 위험하니 피해가세요”
“........”(호텔 방향에 저런 위험한 곳이 수두룩했다)
PC방에 도착하니 안에는 멕시칸과 한인들이 우글우글. 그래도 카운터는 한국인이라서 어느정도 안심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1시간 정도 작업을 하다보니 양 옆에 멕시칸이 앉더니만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하는 것이다. 총기의 나라 미국. 지금은 밤 12시를 넘었고 이들의 플레이를 보니 계속 당하고만 있기에 열 받은 상태.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끼며 꺼내놓았던 노트북과 캠코더를 슬며시 가방에 넣는 등 분위기에 압도당해버렸다. 다음에 미국 출장 올 때는 회사에 생명수당도 요청해서 받아내야겠다. 하루 50달러의 출장비는 너무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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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을 끝내지 못하면 해뜰때 까지 일해야 한다! |
그럭저럭 일을 마친 시간은 1시 30분. 겨우 택시를 탈 수 있는 리미트 시간. 택시를 부르니 친절하게도 와준다고 연락이 왔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치약과 칫솔을 안가지고 와서 2일째 텁텁했기에 세븐일레븐에서 살까말까 고민하다 큰맘 먹고 들어서는데 문 앞에 홈리스가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손님들 문을 여닫아 주면서 팁을 원하는 것이 분명한데 혹시 안주면 나를 덥치는건 아닐까? 게다가 지금 온갖 장비를 들고 있어서 관광객 티가 풀풀 나는데... 에라 모르겠다. 치약이 그립다’
2일간 치약을 쓰지 못하는 현대인의 슬픔은 두려움을 떨쳐내기에 충분했고 무려 2.9달러를 주고 여행자용 치약과 칫솔을 구입했다. 그리고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 1달러짜리 지폐한장을 홈리스를 위한 팁으로 준비해 던져주고 택시에 탔는데 뒤에서 땡큐~ 연발을 하며 감격하는 홈리스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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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라와 10달라의 구분은 사람얼굴과 숫자. 사람얼굴도 확실히 구분해'달라' |
호텔에 와서 보니 1달러짜리를 준비한다는 것을 그만 10달러짜리로 주고 만 것이다(미국 지폐는 크기와 색깔이 모두 같아서 숫자 외에는 구분하기 힘들다). 어쩐지 뭔가 찜찜하더니만... 이렇게 미국에서의 2일째 밤이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부스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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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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