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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E3쇼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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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시간으로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동안 개최된 2004 E3 행사에 다녀왔다. 세계 최대의 게임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대한 전시장과 많은 게임업체들, 들끓는 인파들이 취재진을 맞아주었다. 새로운 게임기, 새로운 신작 게임, 새로운 정책 등 많은 뉴스들을 만들어낸 2004 E3 쇼를 간단히 돌아보고자 한다.

 

PC GAME in 2004 E3
비디오게임가의 빅뱅이 속출한 E3 2004라지만 PC게임 부문에서도 주목할 만한 이슈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올해 열린 E3에서 여전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밸브소프트가 개발 중인 ‘하프라이프 2’였다. 작년 E3 관련 어워드를 휩쓸다시피한 위력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렇다 할 블록버스터게임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를 하프라이프 2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을 시연한 광경은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하프라이프 2 발매와 함께 카운터 스트라이크 리뉴얼버전이 동봉된다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만한 이슈를 끌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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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라이프 2로 제작된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연 동영상 다운받기]


모노리스가 지난 3년간 비밀리에 제작해온 ‘F.E.A.R’ 역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1인칭액션게임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만한 선명한 인상을 남겼다. 날아차기나 돌려차기 등 1인칭 액션에서 만끽하기 힘든 백병전의 묘미를 1인칭 액션에 접목시켜 맥스페인식 블릿타임(슬로우모션) 효과로 풀어낸 액션은 짤막한 시연 영상 속에서도 매우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급사인 비벤디유니버셜 또한 이례적으로 E3 개막 전부터 ‘미스테리 프로젝트’로 이 작품을 명명하며 티저 마케팅을 실시해온 것을 보면 꽤나 많은 관심이 투입된 기대작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하다.

[F.E.A.R 동영상 다운받기]

 

비록 인지도는 낮지만 혁신적인 기술력과 그래픽으로 E3 관람객들의 눈길을 휘둥그러지게 만드는 게임도 등장했다. 홈월드 시리즈로 전략시뮬레이션의 신화를 창조한 렐릭엔터테인먼트의 ‘워해머 40000: 돈 오브 워’가 그것. 테이블탑 방식의 미니어처 전략게임 제작사인 게임즈워크샵(Games Workshop)의 간판급 게임을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으로 옮겨놓은 이 작품은 지금까지 나온 동종의 장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그래픽과 액션으로 관람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본 ‘발록’을 연상시키는 듯한 보스 몬스터를 앞에 두고 수십기의 유니트가 발에 채여 날아가고 뿔에 몸통이 관통당하는가 하면, 발차기에 수십미터 밖으로 날아가는 등 똑같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는 살아있는 움직임으로 동종의 장르와 비교를 거부하고 있다.

[돈 오브 워 프리뷰 보러 가기]

 

EA가 디지털일루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야심차게 개발 중인 ‘배틀필드 2’의 발표도 액션매니아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2차 세계대전을 대규모 온라인 멀티플레이 액션으로 풀어내 카운터스트라이크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게이머들이 즐긴다는 배틀필드 시리즈는 이제 현대의 중동으로 자리를 옮겨 또다시 안방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64인의 멀티플레이가 1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점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모드 중의 하나로 불리는 ‘데저트컴뱃’ 개발팀의 합류로 단순히 우려먹기를 위한 후속작이 아닌, 진정한 현대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부풀어오르게 만들고 있다.

[배틀필드 2 동영상 다운 받기]

 

이번 E3의 PC부문은 대부분의 게임이 PS2나 Xbox, 게임큐브 등 다중플랫폼을 지향하는 시점에서 PC만의 특화된 작품을 찾아내기 어려웠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결과적으로도 이번 E3에 출품된 작품의 대부분이 작년에 이미 소개된 타이틀의 연장선상에 불과했다는 점 역시 새로운 ‘대박’을 기대해온 게이머들을 실망케 만든 것이 사실이다.

 


ONLINE GAME in 2004 E3

관심이 집중된 길드 워
세계 게임시장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E3의 주요 타이틀은 콘솔 게임이다. 온라인게임의 강국이라 생각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이 메인 부스를 차리고 당당히 전시장에 선보였지만 E3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봤을때 온라인게임은 아직까지 세계게임시장에 주류로 보기는 힘들었다는 것이 E3에 다녀온 기자와 한국 업체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올해 E3에서 선보인 온라인게임은 대략 10여종으로 코드마스터의 ‘드래곤 엠파이어’, SOE의 ‘에버퀘스트 2’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 온라인게임 또는 한국 자본이 들어간 온라인게임들로 구성되었다.

2004 E3에서 특히 눈여겨볼만한 온라인게임은 길드워였다. 한국은 물론 현지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얻었던 길드워는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볼 수 있는 노가다성 플레이를 배제하고 길드 또는 파티플레이에 최적화시킨 게임으로 디아블로의 플레이 방식과 비슷하면서 실제 게임성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작년 E3에서 선보인 그래픽을 쇄신해 타뷸라라사의 그래픽엔진을 도입,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등장한 것도 게이머들이 주목한 이유였다.

반면 코드마스터의 드래곤 엠파이어의 경우 화제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콘솔게임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고 SOE의 에버퀘스트 2는 사전 등록한 미디어관계자 아니면 부스에 입장조차 불구해 일반 관람객은 그 모습 조차 볼 수 없었다.

[길드 워 프리뷰 보기]

[드래곤 엠파이어 프리뷰 보기]

[에버 퀘스트 2 프리뷰 보기]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각성해야할 점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세계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주목받은 게임은 바로 미국 개발자가 현지인의 특성에 맞게 개발한 게임들 즉 ‘미국식 온라인게임’이였기 때문이다. 또한 플레이 방식이나 서버운용 등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언젠가 미국이나 일본 등에 추월당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실제로 올해 E3에는 중국 미디어와 업체들도 참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중국 미디어는 한국 온라인게임보다 미국의 온라인게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며 우리가 우려하는 중국의 온라인게임은 한국의 온라인게임보다 한참 아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점점 쉐어를 넓혀가는 온라인게임
비록 온라인게임이 E3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었지만 한가지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고개를 그덕일 법한 유명 개발사들이 속속 온라인게임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블리자드를 비롯해 SOE, 코드마스터 등의 개발사와 매트릭스 등 미국인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컨텐츠가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년 후의 E3에서는 온라인게임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VIDEO GAME in 2004 E3

닌텐도 DS와 소니 PSP
E3 2004에서 비디오 게임부분 최대의 화두는 역시 새로운 하드웨어의 발표였다. 비록 양대 콘솔인 PS2와 Xbox의 후계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사건이 있었으니 그 동안 관련 소문만 무성하게 퍼져왔던 양사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과 소니 PSP의 공개가 그것이었다.

휴대용 게임기가 뭐 얼마나 대단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니의 PS2에 비해 판매량이 턱없이 저조한 NGC(닌텐도 게임큐브)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닌텐도가 소니의 몇 배를 넘는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는 이유가 게임보이 어드밴스(GBA) 때문이라면 이해에 도움이 될까? 비디오 게임기의 또 다른 노다지인 휴대용 게임기 부분을 빼앗고자 하는 소니와 지키고자 하는 닌텐도가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작품이 바로 닌텐도 DS, 소니 PSP인 것이다.

닌텐도는 “게임기는 어디까지나 게임에 특화되어야 한다”는 자사의 방침에 맞게 닌텐도 DS를 역시 게임 플레이 부분에 특화시켜 만들어냈다. 소니가 PS2에 이어 PSP로 이어가고 있는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게임기와는 대조적으로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 반면 소니의 PSP는 동영상 재생기능과 MP3 플레이어로서의 기능, 외장 배터리, 스테레오 외장 스피커, 무선 리모컨 등 다양한 주변기기들과의 접목을 통해 게임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기기로서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어느 쪽이 시장을 제압할 것인지는 아직 제품이 출시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만, 소니와 닌텐도의 세 번째 하드웨어 전쟁이 가져올 반향이 무척이나 기대됨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E3 현장에서도 닌텐도 DS와 소니 PSP에는 취재진과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리라.

[닌텐도 DS 관련 뉴스 보러 가기]

[소니 PSP 관련 뉴스 보러 가기]

 

MS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E3
세계 유수의 기업이자 비디오 게임기 지존의 자리를 놓고 격돌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 소니. 양사는 E3 개최일 전인 10일과 11일, 각각 컨퍼런스를 열어 이후 자사의 사업방향성에 대해 공개했다. 이때 공개된 향후 계획과 행사장에 설치된 각종 게임들의 라인업을 보면 이번 E3 2004에서는 MS 관련 소식들이 소니 관련 소식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E3 쇼 자체가 미국에서 열렸고 MS가 만든 게임기라서 Xbox 쪽에 관심이 더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컨퍼런스 현장에서 MS 관계자들이 등장해 이후 계획을 발표한 내용과 공개된 라인업을 보면 MS의 향후 약진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PS2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Xbox Live를 이용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는 Xbox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강점. MS는 Xbox Live를 더욱 발전시켜 PS2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며 종국에는 PS2를 앞지른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A의 Xbox Live 참여도 Xbox 약진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발매되는 타이틀마다 수백만장씩을 팔아치우는 EA의 스포츠 게임이 Xbox Live를 통해 전세계에 서비스된다면 그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라는 게 이번 행사장을 찾았던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 Xbox가 향후 어떤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지 주의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볼만한 타이틀은 없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릴리스되는 게임 타이틀을 보면 오리지널 신작보다 히트를 기록했던 작품들의 속편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성향은 이번 2004 E3에서도 계속되어 공개된 대작 타이틀을 보면 대부분 전작의 속편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12, 철권 5, 에이스컴뱃 5, 페르시아의 왕자 2, FIFA 2005, 젤다의 전설, 헤일로 2, 데빌 메이 크라이 3, 메탈 기어 솔리드 3, 그란투리스모 4 등 소위 대박 타이틀은 모두 속편들이었으며 이외에도 주목을 받은 대부분의 작품 역시 전편의 뒤를 잇는 작품들이었다.

이렇게 공개된 작품들 중에서 몇몇 작품들은 이미 지난 2003 E3에서 공개된 것임을 고려하면 이번 2004 E3에서 처음 공개된 대작 타이틀은 더욱 그 수가 줄어든 셈이다. 하드웨어 발표와 각 메이커들의 전략 발표 부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공개된 라인업만을 고려한다면 이번 2004 E3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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