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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게임: 빡돌았다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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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게임을 찾아라!’ 2회분을 준비하고 있던 필자에게 무무 기자가 쓴 1부 초형귀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 초형귀라는 문제작을 접하고 난 뒤

▶ 필자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정작 글을 쓴 본인은 초형귀조차도 괴게임세계의 메이저리그급 타이틀이라는 주장이지만 태생이 미국식 게임 전문필자였고 또 그나마 알고 있는 미국취향적인 게임 중 초형귀의 카리스마를 누를만한 작품이 마땅히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인지라 연재기획의 두 번째 원고를 마감할 날이 다가올수록 본인은 1부에서 목격했던 괴스러운 보디빌더들에게 둘러싸이는 악몽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 순진하게도 '포스탈'이라는 블록버스터급 괴게임을 선택하려고 했었지...

하지만 고민하는 자에게 봄날은 찾아온다고 했던가(그런 격언이 있다;;). ‘포스탈’이라는 메이저스러운 타이틀을 뽑아들고 개탄에 빠져 길을 걷고 있던 필자에게 언뜻 눈에 띈 공사현장이 있었으니,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난무하는 이 현장은 바로 괴게임의 반열에 보무도 당당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문제의 타이틀


건설중기 싸움배틀 빡돌았다 금강!!!
 

▶ 전투의욕을 불끈 달아오르게 만들어주는 중장비들의 로망!

…을 연상시켜주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세계 최초의 중장비 격투게임, 사나이들의 근성과 의지가 작렬하는 공사현장의 220% 재현이라는 말을 표방하는 ‘건설중기 싸움배틀 빡돌았다 금강!(이하 금강)’은 땀 냄새나는 보디빌더들의 근육향연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오오라를 풍기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문제작(?)이다.

중장비 격투게임?
눈치 빠른 독자들은 짐작했겠지만 이 게임은 중장비를 이용, 격투를 벌이는 1:1 대전액션게임이다. 대형 건설중기에 탑승한 주인공들이 펼쳐는 대전액션! 게다가 사나이 중의 사나이 금강 하야토가 벌이는 뜨거운 스토리까지, 단단한 우정으로 연결된 동료들이 펼치는 결사적인 드라마는 멋들어진 성우들의 음성과 함께 틀에 박힌 PS2 게임의 세계를 새로운 모습으로 조명한다(…고 제작사는 주장한다).

▶ 대부급 만화가 '모토미야 히로시'에서부터 유명성우진까지?!

멋진남자 김태랑, 일기당천 노부나가, 야망의 사나이 도삼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대부급 만화가 ‘모토미야 히로시’의 캐릭터디자인, 료다 츠카사/미츠이시 코토노/오키아유 료타료 등의 호화로운 성우진까지 합세한 ‘금강’은 언뜻 메이저급 타이틀이 보여 줘야할 다양한 덕목을 지닌 A급 게임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금 독자들이 보고 있는 연재기획은 숨겨진 명작을 찾아주는 목적이 아닌, ‘이보다 더 괴스러울 순 없다’에 초점을 맞춘 코너이기에 겉모습만 가지고 섣불리 게임을 단정할 순 없는 일.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호화스러운 스텝진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는지조차 궁금스럽다는 느낌이 엄습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 금강일가의 모습. 과연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인가?

건설중기 싸움배틀 빡돌았다 금강 (建設重機喧華バトル ぶちギレ金剛!!)
루나틱돈과 하지메의 일보로 유명한 아트딩크에서 2000년 6월 발매된 ‘금강’은 2000년 3월 4일 하드웨어가 공급되기 시작한 PS2에서도 매우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금강’은 제목에서조차 상당히 마이너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원뜻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건설중기로 벌이는 싸움 - 그런데 금강이라는 주인공이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 너무나 정상적이기 이를 데 없는 '금강'의 겉표지. 하지만 B급 게임의 대부로 손꼽히는 데스크림존도 스크린샷과 겉표지만으로는 특유의 괴한 느낌(-_-;)을 절대 알아차릴 수 없다

말 그대로 덤프트럭, 크레인 등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중장비를 이용한 대전액션게임인 ‘금강’은 PS2의 성능을 십분 활용한 풀 3D 그래픽을 자랑한다. 문제는 케이스 뒷면의 뽀샤시 사진이나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오프닝 동영상과는 게임영상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데 있다. 일명 ‘막나가는 쿠소작’이라고 불리는 게임들이 밟아가는 전철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주듯 ‘금강’은 처음부터 잘못 맞춰진 단추를 아예 다른 옷에 끼워버리는 대범함을 자랑한다.

특히 이 대범함은 게이머에게 생각할 수 있는 일말의 틈도 제공하지 않는 게임진행방식에서 드러난다.

시디를 넣자마자 난데없이 나타난 주인공이 자신의 일가를 일으키기 위해 말도 안되는 무모함으로 펼쳐가는 시나리오 진행, 그리고 전투에서 패배할 때는 물론이요 99초라는 시간 내에 적을 쓰러뜨리지 못할 때마다 과감하게 등장하는 ‘Game Over’라는 단어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게이머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지금까지 구입한 PS2 타이틀 중 유일하게 자신의 손으로 부숴버린 타이틀이라는 한 유저의 독백을 들어보면 언뜻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 주인공의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유머와 어처구니 없는 스파르타식 스토리 강요는 일본만화에 왠만큼 내성이 갖춰져 있는 상태라도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위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를 ‘금강’의 단점으로 치부할 순 없다. 지구는 넓고 다양한 취향의 사람도 많은 이 세상. 건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고 왠지 ‘금강’과 엇비슷해 보이는 만화 트랜스포머를 게임으로나마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다 중장비를 보고 있으면 섹시함이 느껴진다는 사람들까지 존재하는 이 세상. 괴게임은 이런 계기로 말미암아 그 장엄한 탄생을 알릴 수 있는 것이다.

▶ 아무렴 어때! 지구는 넓고 사람은 많다

-_-; 어쨌든 게임은 스토리진행 후 대전, 스토리진행 후 대전이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체 중장비를 가지고 어떻게 전투를 벌일 것인가. 앞서 언급한 내용만 놓고 보면 단순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라는 상상이 들지만 덤프트럭, 크레인차, 불도저, 로드롤러와 같은 기체(?) 6대가 벌이는 전투방식은 꽤 심오한 조작성을 요구한다.

▶ 건설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장비들이 싸움의 주역. 무려 6대나 된다

▶ 중장비를 조종하는 파일럿(?)의 모습

여기서 말하는 심오함이란 마치 버추어파이터나 철권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미묘한 컨트롤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전투방식자체에서 오는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괴스러운 조작을 뜻한다.

게임자체가 횡스크롤이 아닌 3D공간의 전투를 연출하고 있는 탓에 각 기체는 마치 레이싱 게임 속 차량을 움직이는 듯한 조작을 요구하는데 누가 먼저 상대의 옆구리나 뒷면을 강타해 연타공격을 퍼부을 수 있느냐가 승리의 관건이다(막권이 기술보다 앞서는 몇안되는 격투 게임 중의 하나).

▶ 전투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기체는 크게 포크레인이나 크레인차와 같은 암계와 불도저, 덤프트럭과 같은 돌진계로 분류되는데, 암계의 경우 기다란 타워를 이용해 내려치기 공격을 주 무기로 사용하고 돌진계의 경우 빠른 속도로 상대를 밀이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말 그대로 교통사고다).

사실 누가 때리는지 맞고 있는지조차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화면연출 탓에 꽤 많은 연습이 필요하나 게임자체의 플레이타임이 3시간 남짓하기에 조작이 익숙해질 때 즈음이면 이미 게임은 끝나 있다.

▶ 암계의 공격방식

▶ 돌진계의 공격방식

물론 전투가 이런 식으로만 진행된다면 ‘금강’의 장르는 1:1 대전액션이라기보다는 스토리노벨에 가깝지 않을까. 게이머들의 이런 기우를 말끔히 씻어주기라도 하는 듯 게임은 두 가지 차별화요소와 함께 전투의 묘미를 살려보려고 한다. 게임의 제목처럼 부치기레 즉 빡돌았다 게이지(-_-)가 가득 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와 목소리 크기로만 상대 기체를 제압하는 말싸움 모드가 바로 그것이다.

▶ 이렇게 발동 걸린 적으로부터는...

▶ 도망가는 것이 상책!

필살기의 경우 전투를 벌일 때마다 쌓이는 빡돌았다 게이지가 가득 찼을 때 사용이 가능하다. 어떤 특별한 커맨드가 필요한 것은 아니고 단순히 기체 주위에 발생하는 흙먼지 내에 상대가 들어왔을 때 아무 버튼이나 누르면 그랑죠와 같은 만화의 변신화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연출과 함께 발사된다. ‘금강’에 등장하는 기체는 컨트롤러를 누르는 세기에 따라 강공격과 약공격으로 분류되는데 약공격으로 적을 여러 번 때리다간 빡돌아버린 상대에게 게임이 완전 역전되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곤 한다.

필살기는 꽤 위력적이지만 CPU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게이지가 가득차는 순간 누가 먼저 도망가느냐, 누가 먼저 도망가는 상대를 잡느냐의 술래잡기가 승리를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본래 교통사고라는 것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말싸움 모드는 기체들이 정면으로 맞부딪친 후 약간의 시간이 경과하면 각 기체를 조종하는 주인공이 클로즈업되며 시작된다. 이기기 위해선 그냥 버튼을 빨리 연타하면 된다. 마치 사무라이 쇼다운의 ‘기싸움’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이기면 상대 기체의 체력은 떨어지고 자신의 체력은 올라간다. 하지만 개조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한 엄청난 스피드로 덤벼대는 CPU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사람과 2인용을 할 때가 아니라면 정면대결을 피하는 것이 상책.

숨겨진 모드도 있다
열다섯 종류로 구성된 에피소드를 끝내면 ‘갤러리’와 ‘타임어택모드’가 생성된다. 갤러리는 모토미야 히로시의 다양한 컨셉아트웍을 볼 수 있는 메뉴로서 혹자는 ‘금강’이라는 작품에서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모드로 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타임어택모드은 45분 내에 모든 기체를 물리칠 경우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었던 동영상을 갤러리에 등록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45분의 고독한 싸움을 펼쳐나간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만…

괴게임의 부흥에 동감표를 던지며…
흔히 B급 타이틀로 분류되는 실험적인 시도의 ‘괴게임’은 눈 밑에 다크써클이 드리워진 아웃사이더들만 즐기는 놀이문화로 착각하기 쉽다. 허나 작품 하나하나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각기 다른 개성과 재미를 분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일반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 역시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금강’의 경우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게임을 서술했기에 간혹 절망할만한 비평이 기록됐으나 이 역시 다른 사람에겐 재미를 줄만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1부에서도 밝혔다시피 해외에서는 어떤 게임을 만들어도 기본적인 수요층이 받쳐주는 시장이 형성돼 있다. ‘괴게임’은 한 가지 인기분야로 획일화되기 쉬운 장르의 편식효과를 없애고 제작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서 그 가치를 발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영화에서만 B급 타이틀 시장이 인정되라는 법은 없다. 게임은 이미 영화의 부가가치를 넘어선지 오래다. 데드 얼라이브라는 B급 영화로 자신의 가치를 알린 피터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을 탄생시켰던 것처럼 괴게임이 초유의 명작으로 거듭날 날도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 해답은 게임의 구매권을 쥐고 있는 게이머 여러분들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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