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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유료게임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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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게임업계를 뒤흔들었던 핵심적인 키워드는 ‘공짜’ 또는 ‘무료’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짜’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의 심리가 결국 PC게임산업을 몰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PC게임을 대신해 불법복제도 불가능하고 한번 개발하기만 하면 장기적인 매출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 받아온 온라인게임에서조차 ‘무료’게임을 양산시켰다.

이제 갓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하는 온라인게임 게시판에서는 “이거 유료에요?”라는 질문부터 심지어는 PC게임 관련 게시판조차  “이 게임 어디서 다운로드 받아요?” “왜 다운로드 안돼요?”라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들로 채워진다. ‘게임=다운받아 무료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대중화되어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과 소비자 양쪽 다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쪽에 더 책임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기업쪽에 있다고 본다. 기업이 신규사업분야 또는 신제품의 시장진출 초기시 원활한 진입을 위해 ‘가격’을 경쟁자와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삼고자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베타테스터 모집에 대한 광고문구에서조차 ‘테스트’라는 글귀는 찾아볼 수 없고 ‘무료 온라인게임’이라는 메시지밖에 찾아볼 수 없기 일쑤이다. 베타테스트의 목적보다는 테스트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가가 상용화시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는 베타테스터를 많이 모집해서 동시접속자 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이후 상용화되더라도 유료회원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너도나도 ‘무료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들을 유혹하는데 주력하다 보니 이제는 가격에서조차 차별화정책이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실제로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하나 정식서비스를 진행하나 소모되는 비용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애초에 목표한 만큼 회원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점점 늘어나는 무료서비스 기간은 기업에게는 막대한 부담으로 다가서게 된다.

이처럼 전략이 변질되다 보니 질적으로 차별화되어야 함이 분명한 테스트와 정식서비스의 구별이 애매모호하게 되었다. 결국 상용화에 동참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공짜’를 좋아하는 세태는 또다른 부작용을 양산했다. 게임업체들이 가격경쟁에 집착하다보니 수익은 올려야겠고 고민끝에 나온 것이 표면적으로는 ‘완전무료 정식서비스’이지만 이면으로는 아이템판매나 프리미엄서비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유료화.

어느 날 갑자기 전화요금통지서를 보니 수십만원의 요금이 청구되어 깜짝 놀란 부모님들이 내역을 알아보니 아이들이 게임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결제한 금액이더라~라는 뉴스는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공식적으로는 아이템현금거래에 반대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게임업체들이 앞장서서 현금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부분유료화에 대해 일방적으로 개발업체 탓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는 점을 잘 알기에 그렇다.

최근 몇몇 기업들을 중심으로 클로즈베타테스트 기간을 늘리고 오픈베타테스트 기간을 짧게 해서 정식서비스로 돌입하는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하나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정성은 그 게임이 잘된 게임이면 잘된 게임대로,못 만든 게임이면 못 만든 대로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의 상품은 품질에 따라 그에 걸 맞는 가격이 책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받음으로써 그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는 제품이 ‘무료서비스’라는 최후의 카드를 이용해 무리하게 생명력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속이고 결과적으로 전체 게임시장을 파괴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사들의 정당한 노력이 대접 받는 2004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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