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는 회사가 등장했단다. ‘부주’라는 이름으로 구인란에 “작업장 인원 구합니다”라는 식의 음성적인 조직들이 행해왔던 일들이 표면으로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보증인들의 인감증명을 두 개나 떼내야 입사가 가능한 신용 한번 철저한 부주 주식회사가 설립됐다는 점에서 온갖 사기가 판치는 온라인게임 현거래 세계에 환영할만한 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음성적으로 행해져온 조직이 양성화된 것이니 말이다.
아직 ‘부주’의 개념을 이해 못하는 게이머에게 단어를 해석해주자면 캐릭터를 키울 시간이 없거나 도저히 키울만한 여건이 못 되는 사람을 대신해 대신 레벨업을 시켜주는 행위(?)를 뜻한다. 사실 필자는 현거래를 찬성하지는 않지만, 아이템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로 인해 게임의 묘미를 늘리는 것 자체가 결코 비난받아야 할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고 돈을 받는다는 것. 뭐 대신 키워주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이 어려운 세상에 구직의 기회를 주는 또 하나의 직업이 생겨났다고 하니 노동청이나 게임방에서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을 즐기는 실직자들이 반길만한 일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즐기는 걸 게임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참 의문스럽다. 이건 돈 될 때까지 ‘가축’을 대신 사육해주는 행위에 불과하지 않은가.
어찌 나의 소중한 캐릭을 가축에 비유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게이머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고렙이 되어야만 인정받는 더러운 온라인게임세상이라며 현실을 개탄하는 사람들도 나옴직하다. 그러나 아무리 단순하고 무식하며 천편일률적인 몹 때려잡기 게임이라도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게임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닫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온라인게임 자체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게이머를 빼고 하는 이야기다. 노력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돈 있는 사람은 급성장하고 돈 없는 사람은 바보 소리 듣는 세상이 온라인게임의 세상에서도 공식화된다는 것 자체가 참 두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다간 “한달 안에 캐릭 키워 두 배로 돈 불려서 드립니다”라든가 “떼인 아이템 받아드립니다”라는 식의 신종직업군이 생길수도… 아니면 조립된 프라모델을 팔 듯 온라인게임 업체에서 지불한 돈에 따라 레벨을 차등구분하는 제도가 생겨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예전에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온라인게임의 레벨을 무려 9개월동안 하루에 한시간씩 플레이해서 최종레벨로 키워낸 사람의 소감을 읽은 적이 있다. 마치 코스요리처럼 정해진 레벨업 코스를 피해 혼자서 이리 저리 여행을 다니며 흔히들 말하는 ‘지존레벨’을 만들어냈단다. 사람들은 일주일 만에, 한달 만에도 가능한 일을 뭐가 그리 굼벵이 기어가듯 굼뜬 듯이 레벨업을 했냐고 물어봤었지만 남의 말에 상관 않고 그저 즐기면서 플레이했다는 말로 반문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나도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캐릭터를 키워 과시욕을 부리고 싶은 것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저레벨에게 발 한번 못 붙이게 하는 삭막한 온라인게임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수도 있겠지만 돈을 주고 캐릭터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자신을 속이는 행위이며 부끄러워해야만 하는 행동이다. 매번 답 없는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누구든 한번쯤 곱씹어봐야할 이야기가 아닐까?
“그렇게 게임하면 재밌으세요?”라는 이야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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