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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의 원류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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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TRPG에서 CRPG로

지난달에는 모든 RPG의 기본이 되는 TRPG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CRPG의 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TRPG가 CRPG에 준 영향은 얼마나 절대적인 것일까? 전통이란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일까? 미국식 RPG와 일본식 RPG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RPG의 탈 장르화는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가? 이 모든 비밀을 제한된 페이지 내에서 독자에게 모두 전달할 수 있을까? 필자와 담당기자의 흰머리 레벨은 높아만 간다.

* TRPG : 테이블토크 롤플레잉 게임의 약자.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각각 자기가 맡은 역할을 연기하면서 즐기는 게임.

* CRPG :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의 약자. 컴퓨터로 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뜻한다.

 

등장인물

도몬 캇슈(승권)                                     레인(찬희)

사모하는 혜지누나…. 아니! 혜지씨! 저의 사랑을 받아주세요(무게잡고). 이제 저는 RPG에 대해 마스터했습니다! …이러면 좋겠지만, 난 아직 햇병아리 TRPG 플레이어.

지난번엔 존재감이 없었다고 투덜대는 찬희. 훗, 넌 나의 존재를 빛내기 위한 엑스트라일뿐이야! 이번에도 존재감은 없을꺼다! 아참, 그림이 여자라고 원래 여자라고 착각하지 말길…

시나(혜지)                                        RPG마스터 K

아앗∼ 넘 이쁜 혜지누나∼ 맘씨도 곱지∼ 근데 웬 변태같은 RPG마스터 K따위를 좋아하지? 요즘은 남자가 연하인 커플이 많다던데….

라이벌. 그 콧대를 눌러주기 위해 RPG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그는 나에게 있어 벽이다….

 

 

고성(古城)의 비밀

어슴프레 저녁이 다가오고 있는 산중. 구름이 낀 하늘은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고, 그런 어두운 가운데 까마귀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는 낡은 고성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만 하다. 그런 성을 올려다보고 있는 세 사람의 모습이 있다. 은빛 갑주에 장검을 찬 탄탄한 모습의 남자, 체인 메일을 걸치고 목에는 성표를 걸고 있는 모습의 엘프 여자, 그리고 헉헉대면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로브를 걸치고 한손에는 책을 들고 있는 여자.

 "이런. 벌써 밤이잖아. 그러게 좀 서둘렀으면 좋았잖아. 내 참."

 

남자의 입에서 말이 떨어진 순간 엘프 여자의 눈꼬리가 싹 올라갔다.

 

"뭐? 니가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기가 막혀. 길 안내는 맡겨놓으라고 하더니 이상한 곳만 줄줄이 해메게 하다가. 도대체 너…."

"아 시끄러. 일단 제대로 왔잖아. 조금 서둘렀으면 이런 시간이 아니어도 도착할 수 있었다구."

"야. 너 그걸 말이라고".

"그만들 하렴. 둘 다."

 

로브를 걸친 여자가 입을 열자 두 사람 다 거짓말처럼 입을 닫았다.

 

"미안. 내가 체력이 약해서…. 아무래도 산행은 좀 쉽지가 않네. 덕분에 늦어서 미안해."

"아…. 아니에요. 시나씨 때문이 아니라…. 에… 예. 제가 안내를 잘못해서 그런거죠. 뭐…."

"예. 시나 탓이 아니에요. 다 저녀석이…."

"뭐?"

"…자… 두 사람 다 그만. 어찌됐건 목표한 곳에 어둡기 전에 도착했으니 됐잖아요?"

 

그 말에 사람들의 눈이 다시 고성으로 향했다. 여기저기 낡아있는 모습에 까마귀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너무나 '그린 듯이' 무언가가 나올만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밤에 여길 들어가기는 좀…. 성주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었는데…."

"뭐야. 레인. 성직자가 유령이 무섭다는 거야?"

"무… 무슨 소릴. 무섭다기보다는 아무래도 낮에 들어가서 안쪽 내부도 살펴보고 또 준비할 수 있는 것들도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는거야."

"흥…. 글쎄올시다."

"너 정말!"

 

"…좀 그만들 해라. 도몬. 레인 말이 맞아. 가능하면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게 좋은거잖니. 하지만…."

"?"

"…날씨가 좋지 않네. 게다가…. 영의 지배력이라면 아마도 이 근처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지 않니? 레인?"

"…예. 가능해요."

"그리고…."

 

시나가 말을 이으려는 순간 투둑 투둑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이 근처 지리도 잘 모르고… 어찌됐건 들어가죠. 기껏해야 유령 나부랭이. 제가 어떻게든 처치해 버릴테니."

"맨날 그렇게 무턱대고 나서다가 봉변 당하는 주제에…."

"이게 정말!"

"그만들 두렴, 제발. 일단 성으로 가보자. 들어가지 않더라도 비를 피할 곳 정도는 있을지 모르니."

 

그 말에 두 사람은 말다툼을 멈추고 성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음습한 느낌이 드는 곳이 비와 어둠에 의해 더더욱 음습함을 더해가는 것을 느끼며 대담한 도몬 조차도 왠지 섬한 마음이 드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바깥에서는 비를 피할 곳이 없는 것 같네요."

"안으로 들어가자니까. 이렇게 비를 맞으면 갑옷이고 칼이고 다 녹슨다구."

"하지만…."

"그래. 일단 들어가보자.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다야 나을 것 같네."

"거봐."

 

그 말과 함께 도몬은 성문 앞으로 걸어나갔다. 낡아빠진 성문을 힘으로 억지로 열고 동료들과 함께 들어간 순간. 삐그덕 거리는 귀에 거슬리는 마찰음 소리와 함께 문이 저절로 닫혀버렸다.

"이….이건 뭐야?"

"……바… 바람이 불었나?"

"마법이네. 이거…. 힘으로는 이제 못열거야. 아마."

"……."

"어쩔래? 내가 마법을 써서 여는 걸 시도해볼 수는 있지만…."

"이왕 들어온 거 그냥 가죠. 어차피 여기가 목표였는데…."

 

전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나가 조용히 주문을 외우자 시나가 들고 있는 지팡이 끝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성 안에 당연이 있어야 할 일반 홀이 아닌 낡은 벽돌로 쌓여진 서너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아마도 환영해 올 손님이 있겠죠. 조심하세요. 시나씨. 그리고 레인 너도."

"예."

"알았어."

몸에 달라붙는 듯한 냉기와 습기를 애써 떨어내며 조심조심 앞으로 나가는 순간,

"케케케케케….."

T자형으로 꺾인 회랑 왼쪽에서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음침한 웃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스켈톤!"

도몬이 칼을 뽑고 뛰어나가는 순간,

 

"너희, 정화되지 못한 혼, 지금 너희를 인도하는 자의 손에 의해 누릴 평안을 얻으라. 정화!"

레인이 외치며 성표를 들어올리자 칼을 들고 공격해오던 스켈톤들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서 무너져 내렸다.

"대단하네. 역시. 단순히 언데드를 쫓아버리는 게 아니라 아예 정화시켜 사라지게 하다니."

"별거 아니에요. 상대가 저급 언데드인 스켈톤이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죠. 저들보다 강한 악령은 제 악령퇴치 능력이 전혀 먹히지 않는 것도 있는걸요."

"……."

뭔가 아쉬운 듯 뽑아놓은 칼을 쳐다보던 도몬이 다시 걷기 시작하자 두 사람도 이야기를 멈추고 지팡이의 빛에 의지해서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몇몇 언데드(불사의 괴물)가 나왔으나 모두 레인의 정화 능력에 의해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모두 정화되어 사라졌다.

 

 

"…이상하군."

"이상하네."

"예. 이상해요."

안에서 길을 헤매인지 3시간…. 성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이렇게 돌아다녀도 끝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게다가 다른 구조물은 없고 오직 벽돌로 만들어진 통로라니….

"미궁…. 마법?"

"시나씨. 뭔가 아시는게 있나요?"

"…. 고위 마법중에 들어온 상대를 끊임없이 헤매이게 만들 수 있는 주문이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 대단히 고위 마법이라 그리 쉽게 시전될 수 없는데…."

"그럼, 우리가 그런 마법에 걸려있다는 건가요?"

"우리가 걸려있다기보다…. 이 통로에 그러한 형태의 마법이 걸려있다면…."

 

"…. 방법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아까 탐지한 바로는 공간에 마법이 걸려있는 흔적은 없었는데?"

"나도 그래. 레인. 하지만 미궁 주문을 쓸 수 있을 수준이라면 그 마법의 흔적을 감출만한 수단 정도는 갖출 수 있을거야."

"…그럼 어떡하죠?"

"일단…. 해제하도록 해봐야겠네. 잠시만…."

시나는 허리춤에서 은빛 가루를 허공에 뿌리며 룬(rune)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

"어떤 것 같아요?"

"…안되겠네. 내 힘으로는 해제가 될 수 있는 주문이…."

 

 

"우워어어어어!!!"

막 시나가 말을 하려는 순간, 포효와 함께 벽안에서 거대한 무엇인가가 튀어나오며 거대한 대형 전투 도끼를 도몬에게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방패를 들어 막았으나 도끼에 실린 막대한 힘은 방패를 밀어젖히고 도몬의 왼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우…. 우욱…."

"도몬!"

"미노타우르스!"

 

인간형의 몸에 거대한 소의 머리를 가진 몬스터. 미궁에 갇힌 채로 바쳐지는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마수가 나타난 것이다. 기습을 당했던 도몬은 정신을 가다듬고 몬스터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시나는 마법으로, 레인은 치료주문으로 각각 도몬을 보조하는 가운데 일행은 간신히 미노타우르스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했다.

 

 

 

"…두 번 싸우고 싶지 않은 놈이군 정말…."

"이곳이… 미노타우르스를 가두기 위한 마법 통로였다니…."

"그럼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하죠?"

"그러고보니 아까 이 벽에서 녀석이 튀어나오지 않았어?"

도몬이 일어나서 근처 벽을 짚자 막 짚은 자리의 벽돌이 쑥 들어갔다. 덜컹!

 

"어….?"

"꺄악…!"

갑자기 바닥이 밑으로 열려버리고 지쳐있던 일행은 어찌해볼 수도 없이 바닥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K : 자 오늘은 여기까지!

승권, 찬희, 혜지 : 에엣!

승권 : 와… 또 이런 곳에서 끊는거에요?

찬희 : 마스터는 항상 그러더라.

혜지 : 맞아요. 이렇게 끝나면 다음 시나리오까지 내내 신경쓰인단 말에요. 오빠.

 

K : 그래야지 다음 주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맛이 있는거라네.

승권, 찬희, 혜지: 그래두….

K : 자, 그럼 경험치를 나눠줘야겠군 . 오늘은 강력한 몬스터도 나왔고 하니… 가만있자…. 개인당 8,000점 씩 가져가도록 하게.

승권 : 어 8,000점이요. 와. 그럼 레벨업이다!

찬희 : 저도 레벨업이네요. 하하하.

혜지 : 응…. 나는 좀 모자르네…. 뭐, 괜찮아.

 

K : 그나저나… 승권군도 이제 좀 플레이가 익숙해진 티가 나는군.

혜지 : 응. 이제는 플레이를 꽤 잘하는걸. 팀원들 호흡도 맞고 말야.

승권 : 헤헤헤…(흐흐…. 마스터에게 칭찬 받는 것보다 역시 혜지누나에게 칭찬 받는 것이…최고! *^^*).

찬희 : 도대체 뭘 생각하고 음흉하게 웃는거야? 이상해…?

승권 : 아, 아무것도 아니야!(저놈 눈치하나는 빠르지… 조심해야해!)

TRPG의 의미

우리는 플레이를 끝내고 혜지누나, 찬희, 마스터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갔다. 후우… 언젠가 혜지누나와 함께 멋진 식사와 함께 데이트를 해야 할텐데 말야…. TRPG 덕분에 맺어진 연상의 여인이라… 혹시 식사도 속도 요소 체크하고 먼저 먹는 걸까? 로맨틱해!(-_-) 자, 이제 지난 달 내내 준비한 질문으로 RPG 마스터를 당황시켜야지! 

승권 : 그런데요. 마스터!

K : 응? 뭔가? 승권군.

승권 :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TRPG를 하고 있는데, TRPG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혜지 : 의미?

승권 : 에…. 예. 일부러 이렇게 모여서 시간을 들여가면서 무엇을 한다면 뭔가 그럴만한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K : 음. 아주 좋은 지적이군, 승권군.

찬희 : 웬일이냐? 네가 그런 생각도 다하고.

혜지 : 응…. 나도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네. 어른스러운걸. 승권이는….

승권 : 뭐…. 뭐, 그 그렇게 대단한건…(아악! 얼굴 빨개졌을꺼야! 들키면 안되는데!).

K : 존재의의라. 승권군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승권 : 에… 또… 저….

찬희 : 그럼 그렇지. 뭐. 깊게 생각해봤겠어.

승권 : (아니 저놈이!! 누나 앞에서 망신을!)너!!!

 

 

K : 하하. 너무 어렵게 생각해서 그런다네. 롤플레잉 게임이라고 할만큼 일단 RPG는 게임, 그러니까 놀이인 셈이네.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건 '재미'라는거지. TRPG의 가장 큰 존재의의라면 나는 재미라고 들고 싶네.

승권 : 아 그렇군요.

혜지 : 하지만 꼭 그것만 있지는 않지 않나요, 오빠?

 

K : 물론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줄기는 거기에 두고 생각하는게 옳다고 보네. 나는. 그래. 그럼 승권군은 재미라는 것이 있어서 TRPG의 장,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승권 : 에…. 장단점이라…. 그냥 재미있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고, 재미있는 스토리도 진행되고, 내가 하는 말에 게임 속에 사람들이 전부 반응해주고요. 단점같은 건 잘 모르겠는걸요.

 

K : 오…. 많이 발전했군 승권군. 그래. TRPG의 최고 장점들은 대부분 방금 자네가 한 말에 다 들어있지. 무한의 자유도, 그 자유도에 의해 언제나 바뀔 수 있는 시나리오, 거기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완벽한 반응. 이런 것들은 일반적인 CRPG 게임에서 기대할 수 없는 것이지. 하지만 단점이 없다라…. 조금 더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찬희 : 으음. 그럼 TRPG와는 다른 게임의 장점을 보면 단점을 알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컴퓨터 게임 같은거요. CRPG는 컴퓨터와 소프트만 갖춰지면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지만 TRPG는 그렇지 못하잖아요.

 

 

 

승권 : (으윽! 나도 저건 생각했는데… 혜지누나한테 잘 보이려고 말 안한거야!!! 엇? 독자 여러분들은 안 믿어주는 것 같은데… T_T)

 

K : 그렇지. 좋은 점을 지적했군. TRPG는 공간적, 시간적인 제약이 크지. 일단 플레이어 전원이 모여야 게임을 할 수 있고, 또 여러 사람이 모일만한 장소도 제공이 가능해야 하지. 실제로 CRPG 게임들은 TRPG의 여러 단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걸세.

 

게다가 CRPG는 TRPG에서 상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것들을 화려한 비주얼과 음악으로 보고 듣게 해주고, 또 전문적인 시나리오 라이터들이 몇 달씩이나 고생해서 만들어낸 탄탄한 세계관이나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점도 있지. 아무래도 TRPG 마스터들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시간은 1주일을 넘기 힘드니까.

 

물론 단 하나의 시나리오에 대해서이긴 하고 나 역시 프로 시나리오 라이터에 떨어지지 않게 시나리오를 짜기 위해 노력한다고 자부는 하지만 말이지. 상상력의 경우는… "상상력은 최고의 그래픽이다" 라는 TRPG플레이어들의 말도 있지만, 상상력에는 한계라는게 있는 법이니까….

CRPG의 역사

혜지 : 컴퓨터 RPG게임에는 어떤게 있죠? 전 그쪽 게임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 잘 안해봤지만… 그런 말을 들어보니 가끔씩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승권 : 예. 전 요즘 게임들은 잘 알지만 옛날에 나왔던 게임들은 잘 모르거든요. 어떤 것들이 있었죠?

K : 흐음. 드디어 케이저 기자가 이 연재를 초기에 기획한 목적이 나오는군….

승권, 찬희, 혜지 : 예?

 

K : 아, 아니 혼잣말일세(-_-). 그러면 CRPG의 역사를 한번 살펴볼까? 초기에는 D&D, AD&D를 모델로 한 말판형 게임들이 존재했었지. 오히려 시뮬레이션에 좀 더 가까운 것들이었고, 대부분 유명한 단편 시나리오들을 컴퓨터용으로 재제작한 것들이였다고 하더군. 그정도로 옛날 것들은 나도 해보지는 못했네.

찬희 : 그럼 그 다음에는요?

K : 미국에서 제작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CRPG를 꼽자면 울티마, 마이트 & 매직, 위자드리, 바즈 테일 등을 들 수 있겠지. 울티마는 총 9편이 제작되었고, 마이트 & 매직은 8편, 위저드리도 8편 등…, 전부 몇 년에 걸쳐서 장기적 시리즈로 나온 게임들이고 모두 명작들일세. 나도 전 시리즈들을 한번씩은 플레이 해본적 있지.

승권 : 우왁! 그 많은걸 다요?

 

K : 훗, 훗, 훗. 그래서 RPG 마스터 아니겠나. 울티마의 경우는 필드형 RPG였고 나머지 게임들은 전부 던전형 RPG였지. 울티마도 5편까지는 지하세계는 던전형 RPG였지만, 6편부터는 지하세계나 지상세계나 모두 같은 방식이 되었지.

승권 : 필드형? 던전형? 그게 뭐에요?

 

               ▶ 울티마3                                    ▶위자드리1

 

K : 아아. 미안하네. 설명이 좀 적었나보군. 필드형 RPG는 2D 평면상의 게임을, 던전형은 3D 던전을 주 무대로 하는 RPG라는 거지

혜지 : 3D요? 그건 굉장히 최근에 나오기 시작한 게임들에 도입된거 아닌가요?

 

K : 음…. 표현하기 쉽게 3D라고 한거지만 요즘 같은 3D와는 달라. 단순히 공간감을 나타낸 2D라고 해야 할까. 컴퓨터 게임을 거의 안하는 혜지는 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군. 하여간 바즈 테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리즈들은 아직까지도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지. 그중에서 가장 최초로 성공한 CRPG라 할 수 있는 울티마의 경우, 얼마 전 9편을 마지막으로 울티마 시리즈의 제작을 접는다는 말도 들리고는 있지만 아직 모를 일이겠고.

승권 : CRPG가 초기에 TRPG를 모델로 한 거라면 그 장점을 살리는데 성공했나요?

K : 오늘 승권군이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하는군. 나로써도 당혹할 정도야.

승권 : 헤헤…. 뭘요.

혜지 : 승권이는 CRPG도 많이 해봐서 그런지 TRPG와 CRPG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나봐.

 

K :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자세이네. 어쨌든, 최초의 RPG들은 아까 말한 비주얼적인 면을 완벽하게 살려주지는 못했다고 보네.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것도 대단한 것이긴 했겠네만. 지금 봐서는 선으로 그린 사람이 움직이는 RPG를 보고 그래픽이 좋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 또 어차피 TRPG와 CRPG에서 느껴야 할 재미의 차이는 좀 다른 점이 있네.

 

위에서 말했듯이 CRPG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면 혼자서 하기 때문에 여러명의 반응을 본다거나, 아니면 마스터가 플레이어의 말에 일일이 대답해주거나, 아니면 뭔가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보거나 하는 일에 있어서는 CRPG가 쫓아가지 못하겠지. 하지만 준비된 세상에서 언제 어디서나 그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CRPG의 장점이겠지. 그러니 어느 쪽이 어느 쪽의 장점을 살린다라는 표현은 옳지 않을 것 같군

일본 RPG의 역사

찬희 : 흐음. 그런데 지금까지는 미국쪽 롤플레잉 게임만 말했잖아요. 일본쪽에도 재미있는 롤플레잉 게임들이 많은 것 같던데 그 쪽은 시초가 어떻게 되죠?

승권 : 전 게임기도 갖고 있어서 일본쪽 RPG 많이 해봤어요! 일본어를 몰라도 대강 글자랑 한자만 많이 알면 할 수 있더라구요!(으쓱!)

혜지 : 저도 일본쪽 RPG에는 관심이 좀 있어요. 그림들이 만화다워서 굉장히 예쁘던걸요?

 

승권 : 앗, 누나! 제가 파이날 판타지 7탄하고 8탄 빌려드릴까요? 저 PC용도 갖고 있거든요?

혜지 : 어, 그러니? 꼭 해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빌려줄래?

승권 : 그럼요!

 

K : 일본 RPG라…. 일본쪽 RPG는 미국과는 조금 방향을 달리하지. 일단 일본에서 가장 먼저 RPG바람을 불게 했던 게임이라면 유명한 시리즈인 드래곤 퀘스트를 들 수 있을걸세. 패미컴(Famicom)이라는 게임기에서 나온 소프트인데, 국민적 게임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판매고를 자랑했지.

 

일본의 RPG는 이외에도 컴퓨터 쪽에서 팰콤에서 제작한 이스(Ys) 시리즈나 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 하이드라이드 시리즈 등이 있겠지. 하지만 일본의 PC 게임 시장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고, 일본식 RPG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가정용 게임기로 등장한 여러 RPG 시리즈들이지.

 

아까 말했던 스퀘어의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는 세계적으로는 일본의 국민 게임이라는 드래곤 퀘스트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고, 이외에도 일본에선 굉장히 많은 RPG게임들이 쏟아지고 있지.

 

 

국민 RPG : 드래곤 퀘스트

파이날 판타지

 

미국식, 일본식?

 

혜지 : 근데 방향성이 틀리다뇨? 같은 롤플레잉 게임이잖아요. 뭐가 틀리다는거죠?

K :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향을 얘기하는 거지만, 미국 RPG의 경우는 비교적 선택기가 다양한 편이지. 엔딩에 다다를 수 있는 루트도 대단히 많은 편이고, 어떤 일을 맡는다, 맡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은 편이지. 길거리의 아무하고나 전투를 할 수 있다거나 말이지.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에 게이머가 조종하는 주인공은 시나리오 상에서 정해진 대사를 하는 일이 드물지. 대부분의 경우 대화시에 키워드를 직접 입력해서 그 NPC가 정해진 키워드를 들으면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한다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지. 최근에는 여러개의 주어진 대사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에 비해서 일본 RPG의 경우는 시나리오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일정한 전투를 치루고 일정한 방법에 의해서 퀘스트들을 처리하고 대화의 경우도 이미 입력되어 있는 말들을 계속 되풀이하는 식의 게임이 많았지.

 

 

승권 : 그럼 어느 쪽이 더 좋은건가요? 미국쪽이요? 아니면 일본? 난 둘 다 좋은데…. 미국쪽은 판타지 세계라도 리얼한 것 같아서 좋고요, 일본것은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 뛰어나서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K : 승권군의 말대로, 그런 것들 모두가 장점이지.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보네. 게임이라는 것은 즐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지. 시나리오를 미리 정해 놓으면 변화가 있는 쪽보다 여러가지 변수에 들어갈 자원들을 다른 데에 투자할 수 있겠지.

 

그래픽을 화려하게 한다거나, 아니면 좀 더 치밀하고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짠다거나 말이야. 그리고 일본쪽 게임들이 비교적 쉽게 끝을 볼 수 있는 편이겠지. 어느 쪽이 TRPG를 좀 더 가깝게 살렸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미국쪽이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만.

 

게이머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철저하게 각자에 달린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남이 즐기는 것들을 쓰레기라거나 자기가 즐기는 것보다 열등하다고 정해버리는 건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인간들이 하는 일이지. 게다가 디아블로 같은 게임들은 일본식의 일직선 시나리오를 지니고 전투의 재미만을 중점적으로 내세운 게임이니, 이제 미국식이 어떻다 일본쪽이 어떻다라는 말은 쓰기 힘든 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네.

TRPG에서 CRPG로

 

승권 : 그런데 예전에 발더스 게이트 같은 게임이 AD&D의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CRPG중에서 TRPG시스템들을 옮겨와서 쓴 것들이 많나요?

K : 음. 시스템이나 배경을 옮겨 쓴 게임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네. 16비트 시절에 AD&D의 유명한 배경 세계인 포가튼 렐름(잊혀진 왕국)을 SSI에서 '풀 오브 래디언스'를 시작으로 '크린의 챔피언', '크린의 데스나이트' 등, 많은 AD&D 관련 게임을 내놓았었지. 웨스트우드의 던전형 RPG인 '주시자의 눈(아이 오브 비홀더)'도 AD&D의 시스템을 이용한 유명한 게임이지.

 

하지만 최근 등장한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만큼 AD&D 세계를 제대로 그린 게임은 없다네. '발더스 게이트'는 시스템이나 시나리오, 모든 면에서 AD&D 시스템을 아주 가깝게 이식하는데 성공한 명작이라고 볼 수 있지. 최근에는 D&D 3rd의 룰을 이용해서 '네버윈터 나이트'와 '풀 오브 래디언스'가 발매될 예정인데, 여기에는 게임의 호스트가 되는 플레이어가 마스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서 TR 매니아들에게도 관심을 끌고있다네.

 

겁스(GURPS)는 잘 안알려진 게임이지만 블랙 아일의 '폴아웃' 시리즈에 정식으로 도입되었지. 폴아웃은 겁스의 특징 중 하나인 퍽(Perk)도 잘 표현되어있고, 자유도도 높아서 현지(미국)와 국내 매니아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었지만, 결정적으로 높은 영어 수준을 요구하고 한글화가 되지 않아 큰 인기는 끌지 못했다네.

 

소드월드는 역시 일본의 시스템인 만큼, 일본에서 SFC로 1, 2편까지 게임화되었다네. 그다지 큰 호응은 끌지 못했지만 거의 유일한 소드월드의 CRPG버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의미는 깊지. 또 승권군이 초등학생때 게임 센터에 유행했던 D&D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있었다네. 캡콤에서 만든 D&D 타워 오브 둠과 D&D2 섀도우 오브 미스타라인데 이 게임들은 D&D에서 가장 유명한 배경 세계인 미스타라를 중심으로 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네. 비록 RPG라고 하기엔 힘든 격투게임이었지만 D&D의 설정을 잘 따와서 굉장한 인기를 모았었지.

 

승권 : 와! 그러고보니 그게 D&D 였군요! 기억나요! 전 D&D2 모든 캐릭터로 엔딩을 봤는걸요!

혜지 : 후훗, 승권이가 CRPG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선배구나. 잘 부탁한다. ^^

승권 : 네. 물론이죠(우훗… 인정 받는구나… 역시 나야^^)

 

발더스 게이트

폴아웃

폴 오브 래이언스

 

 

RPG의 수많은 장르들

 

승권 : 마스터, 그러고보면 일본의 RPG에는 액션 게임인지 RPG인지 구분이 안가는 것도 많았어요. 마치 디아블로처럼요.

K : 잘 지적했어. 비록 정통 RPG를 말하라고 하면 미국쪽 편을 들어주게 되지만, RPG의 다양화를 꾀한 것은 일본의 공이 크지. 정통파 RPG에 가장 먼저 반기를 세운 것은 액션 RPG, 줄여서 ARPG라고 하는 것이지. 액션 RPG의 시초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있지는 않지만, 아스키사의 던전 마스터는 일명 '몸통 박치기'식 액션 전투의 효시라고 할 수 있겠지. 이 몸통 박치기 액션은 후에 팰콤의 이스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이후에는 직접 버튼을 눌러 칼을 휘두른다든지 하는 그런 액션이 들어간 RPG가 많이 등장했지. 이런 것을 ARPG, 즉 액션 RPG라고 칭한다네. SRPG라는 것도 일본에서 최초로 등장했지. '파이어 엠블렘'이란 게임을 해봤겠지?

 

아이원츄∼ 이것이 몸통 박치기?

 

승권 : 아… 아뇨. 하지만 이름은 들어본 것 같아요. 시리즈도 많은 것 같던데….

K : 그렇다면 '슈퍼로봇대전'은 해봤겠지? 로봇이 나오는 게임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해보더군.

승권 : …!!! 당연히 알지요! 시리즈는 다 해봤어요! 제가 또 로봇 광이거든요! 마징~가!!!! 브레스트 파이어!!!!!!

찬희 : 이봐 이봐 -_- 호들갑 떨지마. 오버액션맨 같으니라고.

K : 체인지 겟타 원! 스윗치! 온! 겟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임!!!

승권 : 오옷! 마스터가 그런 취미를 가진 줄 몰랐어요! 존경합니다!

 

찬희, 혜지 : -_-;;;;;;;

K : 어험, 어험, 좀 오버액션이 심했던 것 같군. 각설하고, 슈퍼로봇대전은 RPG라고 칭하기는 힘들지만, 이 SRPG라는 장르는 '시뮬레이션 + 롤플레잉'의 합성어로, 슈퍼로봇대전처럼 각 캐릭터에게 RPG의 '레벨'이란 요소만을 옮겨놓은 전략 시뮬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지. 방금 말한 파이어 엠블렘이 그 SRPG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단다. 국산 게임으로는 '창세기전' 시리즈가 대표적이지.

 

승권 : 어, 그런 식으로 레벨 개념만을 옮겨놓은 그런 게임은 요즘 정말 많잖아요.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들에도 레벨이 있던데…. 그런 것 모두 RPG라고 칭할 수 있는 건가요?

K : 글쎄, 그런 것의 장르가 무엇인가 대해서 정답을 내릴 수는 없겠지.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고. 어차피 장르라는 것은 분류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만 있다면 장르 이름이 무엇이든지 상관없는 것이지.

미래의 RPG의 모습은…?

 

승권 : 우와…. RPG에 대해서는 정말 모르시는게 없는 것 같아요(라이벌이지만 인정할 건 해야지…).

K : 글쎄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알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네만. 그리고 내 지식은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닐세. 나보다 훨씬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네버윈터 나이트는 정말 기대가 되는군. 던전 마스터 용 키트를 따로 제공해서 온라인 상에서도 자기가 짠 시나리오를 여러 사람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말이야. 정말 온라인 RPG의 시대가 오게 되겠군.

혜지 : 아, 오빠. 마침 저 묻고 싶었던 것이 있어요. 온라인 RPG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거든요? 그게 어떤거죠?

승권 : 누나, 리니지 모르세요? 그런게 온라인 RPG에요.

혜지 : 어? 잘 몰라…. 뉴스에서 본 적은 있지만…. 아까 말했잖아. 나, 컴퓨터로 게임을 잘 안하거든. 창피하지만… 컴맹이거든. T_T

승권 : 리니지는 제가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재미있으니까 한번 꼭 같이 해봐요(으흐흐…찬스다…).

K : 그래. 리니지같은 온라인 RPG는…. 앗! 식당 주인의 눈치 체크를 해봐야겠다. (또르륵)으음…. 20면체로 19가 나오고 말았군. 눈치를 받고 버티는데 실패야. 나의 눈치 버팀 수준은 18인데 19가 나올 줄이야…. 오늘 얘기는 이쯤으로 하지.

 

승권, 찬희, 혜지 : -_-;;;

찬희 : 어라. 정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다음 플레이때 뵐께요. 승권아. 가자. 너 늦으면 안된다며.

승권 : 어, 아니… 저기….

혜지 : 응, 먼저 가보렴. 난 여기서 오빠랑 좀 더 이야기하다가 갈께.(*^^*)

승권 : 아, 네…(아악… 저 둘만 남겨두고 가면 안돼!! T_T) 임마 끌지마! 내 발로 갈꺼야!

 

역시 혜지 누나는 사악한(?) RPG 마스터 K에게 참(Charm:매혹)이 걸려있는 것인가. 하지만 나의 사랑의 힘으로…. 마법 해제(Dispel Magic)를 걸어줄테다. 마법을 푸는 방법은… 내가 RPG마스터 K 못잖은 RPG의 마스터가 되는 것! 하지만 아직은 공부할게 너무 많구나.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당당한 RPG 마스터가 되고 말테다! 독자 여러분! 3편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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